본문 바로가기
『 포장일기 』

2024년 12월 14일 토요일 맑음 (뭉툭해지는 기분/어찌 되었든 늙어가는 건 사실)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4. 12. 14.
반응형

 

지난 8일이 당직이었고, 어제도 당직이었다. 적으면 한 번, 많으면 두 번 돌아오는데 이번 달은 다른 사람과 당직을 바꿔준 덕분에 평일 당직과 휴일 당직 사이의 간격이 짧았다.

당직 중에 크게 할 일이 없는 편이라서 보통은 텔레비전을 보면서 멍 때리고 있는다. 공부할 것을 가지고 가보기도 했고, 책을 보려 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텔레비전만 보다가 퇴근하게 되더라고. 보통은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 삼시세끼 』를 하면 그걸 보는데, 어제는 차승원이랑 유해진이 나온 걸 거의 방송하지 않고 있어서 계속 채널 돌리면서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을 했다.

 


 

1년 전 이맘 때만 해도 지옥이었지. 무능과 나태가 합쳐진 사람을 정말 싫어하는데, 무능도 최고 수준이고 나태 역시 끝을 찍은 수준의 형편없는 ㅺ가, 나이 처먹었다고 대접 받으려 들고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게 너무 싫었다. 그런 ㅺ를 근무하러 갈 때마다 봐야 했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 생지옥을 벗어나서 이 곳으로 옮겨온 것만 해도 크나큰 행복인데,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일할 수 있어서 좋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좋고, 그러면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되니 무척 기쁘다.

스트레스가 없을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조금씩은 쌓이고 있는 모양인지 최근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ㄷㄱ에 살던 시절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회사에서는 적잖이 까칠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나이 먹은 나는 꽤 많이 뭉툭해졌다는 느낌이다. 70억의 사람이 다 제각각이라 태어날 때부터 둥근 사람도 있고, 여기저기 모난 부분이 수도 없이 많은 사람도 있을 건데, 나는 성장 과정에서 여기저기 쪼이고 패여서 날카로운 부분이 꽤 많았더랬다. 그 뾰족한 부분을 건드려서 상처를 받은 사람도 있고, 세게 건드려서 쪼개진 부분에 다친 사람도 있었을 게다. 나는 주위 사람들로 인해 날카로운 부분이 깨지고 갈려서 이제는 여기저기 뭉툭해졌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예전 만큼 화를 내지 않고, 어지간하면 참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를 날카롭다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인 걸 보면, 아직 더 갈려나가야 할 모양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회사에서 나보다 어린 남자 직원에게 호의를 가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 ㅇㅇ 생활 1기 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죄다 싫다. 아무 이유없이 싫은 건 아니다. 내 나름의 이유는 있지. 하나는 근무 중에 수시로 잔다. 거의 매일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일은 잘한다는 평가를 받지만 근무 태도 자체가 문제다. 출근 커트 라인 1분 전에 사무실에 들어오고, 오자마자 담배 피우러 가서 한참 있다 나타난다. 일과 중에 자리를 비우는 시간도 많고, 자리에 있으면 쌕쌕거리며 자고 있으니 좋게 생각할래야 할 수가 없다. 그 옆에 앉아 있는 녀석은, 딱히 싫어야 이유가 없긴 한데 그냥 싫다. 지금까지 그냥 싫었던 이들은 시간이 지난 후 싫어할만 했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줬으니, 난 내 사람보는 눈을 믿는다.

꼭 그 둘 뿐만 아니라, 그냥 죄다 싫은 것 같다. 그럼 회사 동료들이 다 싫으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여직원들은 괜찮거든, 또. 여미새라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여자 동료들을 연애의 대상으로 생각한 적은 전혀 없으니까 말이지. 그냥, 근무 태도가 문제인 것 같다. ○○○에서 근무한 경험 때문인지 일과 중에 자리 비우는 걸 정말 싫어하는데, 희한하게 근무 중에 자고, 자리 비우는 건 남자 직원 쪽이 많다. 게다가 관심받고 싶어 환장한 찌질이 ㅺ도 남자고. 하아...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2주 동안 볼 수 있는데, 한 번 가면 일곱 권을 꽉꽉 채워서 빌려오니까 2주 만에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빌리자마자 1주 연장을 해서 3주 동안 보는 편인데 오늘이 반납해야 하는 날이다. 문제는, 내가 가는 도서관이 리모델링 공사 때문에 1년이나 쉰다는 거다.

그것 때문에 30권을 1년 동안 빌려준다고 하는데, 괜히 그렇게 빌렸다가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폐를 끼치는 거니까, 그냥 열 권 정도 빌려와서 다 보면 한 번에 반납할까 싶다. 그리고 나서는 회사의 도서실을 이용하든가 근처의 다른 도서관에 가든가 해야지.

최근에는 주차장이 항상 가득 차 있어서 조금 걱정이긴 한데, 일단 가서 빈 자리가 있으면 세워두고 책을 빌리고, 없으면 무인 반납기를 통해 반납만 하고 돌아올 생각이다. 바이크로 간다면 주차 걱정없이 다닐 수 있는데, 날씨가 날씨인지라 바이크는 엄두가 안 난다. 커버로 꽁꽁 싸매기도 했고.

 

아직은 졸리지 않는데, 도서관에 다녀오면 잠이 쏟아질지도 모를 일이다. 더 빈둥거리다가는 늦어질테니 슬슬 도서관에 다녀와야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