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21일이 주어지는 휴가를 다 쓰지 않으면 안 쓴 만큼 돈으로 준다. 하루에 10만 원 정도 되는 것 같은데, 나는 돈으로 받는 것보다 그냥 휴가를 쓰는 편이다. 보통 많이 지쳤을 때 하루 정도 쓰고, 해외 여행 갈 때 붙여서 좀 길게 쓴다. 그렇게 나름 계획을 세워 야금야금 쓰고 사나흘 정도를 남겨둔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겨둔 휴가는 12월에 몰아 쓴다. 안 쓰고 돈으로 받느니 그냥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하니까.
올해 같은 경우도 남은 휴가가 4일 정도 되어, 12월에 적당히 나눠 썼다. 당직 근무 후 비번에 붙이고, 주말에 붙이니까 3일, 4일 짜리 연휴가 만들어졌다. 어디라도 다녀올 생각이었지만 갈까, 말까 하다가 주저 앉기를 반복했고, 방구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휴가를 까먹고 말았다.
이제 남은 휴가는 하루 & 일곱 시간. 어중간하게 남아서 출근해서 한 시간 반 앉아 있다가 퇴근하는 거다. 보통 쉬는 날에는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새벽에 눈이 떠지면 그대로 일어나서 빈둥거리다가, 나갈까 말까만 두 시간 넘게 망설이고 한숨 지는 결말로 이어지는데, 이번에는 출근해야 하니까 씻고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니, 어디라도 다녀올 수 있다. ㅋ
지난 11월의 주말에 생각없이 갔다가 엄청난 인파에 놀라 달랑 5분 동안 드론 날리고 돌아왔던 소금산에 다시 가기로 했다. 보통은 국가 유공자 혜택을 받는 게 가장 싼데, 여긴 희한하게 회사 신분증으로 할인 받는 게 더 싸니 신분증도 챙겨야 한다.
아침에 출근했다가, 한 시간 반 후에 퇴근해서 집에 들러 옷 갈아입고 출발할 생각. 원주까지는 한 시간 정도 밖에 안 걸리니까 점심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가다가 휴게소에 들러 우동이나 먹고 갈까 싶다.
슬렁슬렁 소금산 출렁다리 건너고 와서는 단양으로 갈 생각이다. 단양에서 이용한 적이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두 군데인데 둘 다 맘에 든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 와중에, 히노끼 욕조가 있는 모텔을 발견했다. 부랴부랴 검색했을 때에는 죄다 경주, 부산이라 고민이었는데 마침 단양에 있다 하니 좀 비싸게 주더라도 묵어보자고 마음 먹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텔에서 1박 하는 비용을 35,000원으로 굳혀 놓고 있었는데 이게 10년도 넘은 가격이니 요즘의 가격을 보면 자꾸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그래서 50,000원으로 나름의 기준을 올렸는데 다시 올려야 할랑가 모르겠다. 아무튼, 주말도 아닌데 방도 크고 욕조가 있어서인지 12만 원이나 한다. 16시에 체크인이라 하니, 체크인해서 키 받으면 바로 시장에서 치킨이랑 맥주 사들고 들어가서 뽕을 뽑아야겠다.
모레 정오에 체크 아웃이니까 열한 시 쯤 나와 근처 중국집에서 짬뽕으로 해장하고 올라오면 될 것 같다. 금요일 오후에는 집에서 빈둥거리면 될 것 같고, 주말 역시 빈둥거리며 보낼 예정. 다음 주는 이틀 출근하면 크리스마스 덕에 하루 쉬고, 또 이틀 출근하면 주말. 그 다음 주도 새해 첫 날 덕분에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패턴이니 그리 피곤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나는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남이 한다면 대단하다 감탄하고 부러워하는 쪽인데, 그런 걸 왜 하냐며 비아냥대고 트집 잡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정작 자기는 하지도 못하면서 말이지.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데, 답답해서 노력과 시간을 들여 해놨더니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까대는 것들이 있는 모양이다. 면전에서 찍 소리도 못하면서 뒤에서 궁시렁거리는 것들은 신경쓰지 않고 살자는 생각인지라 그런가보다 하고 말기는 하는데, 나이 먹고 한심하게 사는 것들이 많다 싶어 짜증스럽긴 하다.
예전에는 남들보다 덜 자도 피곤함을 느끼지 못하는 몸뚱이였다. 그래서 하루에 세 시간, 네 시간 자는 게 다반사였더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잠을 덜 자면 무척이나 힘들게 느껴져서, 지금은 하루에 여덟 시간은 누워 있으려고 기를 쓴다. 자는 게 아니라 누워 있는 거다. 두 시간에서 세 시간을 자면 어김없이 깨고, 그렇게 깨면 다시 잠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터라, 여덟 시간을 자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여덟 시간을 누워 있으면 여섯 시간 정도는 잘 수 있는데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야 하니 22시에는 자야 한다. 그런데 침대에 누우면 손전화와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느라 바로 안 자니까, 두 시간 정도는 놀면서 까먹으니까, 그걸 알기에 20시에 드러눕는 거다. 왜 노인네들이 일찍 드러누워서 새벽 같이 일어나는지 여실히 깨닫는 요즘이다.
아무튼, 내일은 오랜만에 집에서 벗어나는 날이니까 카메라랑 드론 챙겨야겠다. 탈 없이 잘 놀고 오면 좋겠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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