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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25 일본 여행 ⅩⅡ - 마쓰야마 빈둥거리며 쇼핑 (에미풀 마사키/오카이도 돈키호테)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5.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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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는 쓰/쯔/츠 등으로 다양하게 발음됩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앞에 오는 글자, 뒤에 오는 글자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는데 우리나라는 '마쓰야마'로 통일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저는 '마츠야마' 쪽이 보다 더 실제 발음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곳에서 '마쓰야마'로 표기하고 있기에 될 수 있으면 그렇게 쓰려고 합니다.


 

《 일본에 갈 때마다 편의점에서 사 먹게 되는 토마토 스파게티 》

 

《 잠을 설치고, 배가 고파서 하루 전에 사다 놓은 토마토 스파게티와 컵라면으로 요기를 했다 》

 

《 못 보던 맛이라 사봤더랬다. 청포도는 실패가 없다고 믿었건만, 나를 배신했다 》

 

짐 정리를 마치고 대충 씻은 뒤 출발했다. 도고 공원에서 노면 전차를 탔고, 내릴 때가 됐는데 아무도 벨을 누르지 않기에 뭔 일인가 싶어 냅다 눌렀는데 종점이었다.

 

 

구글 지도를 보면서 가는데 당최 어디가 어디인지 몰라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간신히 길을 찾았다.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3번 플랫폼으로 가라고 한다. 탈 때, 내릴 때 다 찍으라 하고.

3번 플랫폼으로 갔더니 타야 할 열차는 2분 전에 떠났다. 딱히 서두를 이유가 없어서 멍 때리고 있다가, 다음 열차가 와서 올라탔다. 안이 휑~ 하다.

 

내려야 하는 역은 고이즈미. 이름이 고약하다. (╯‵□′)╯︵┻━┻

 

《 저 멀리 쇼핑몰이 보인다. '이런 깡시골에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

말 그대로 논밭 한가운데 초대형 쇼핑몰이 자리 잡고 있었다.

 

《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 》

우리나라의 백화점은 위로 올라가는 형태지만, 일본의 쇼핑몰은 아무리 커도 2층이 고작이다. 대신 건물이 밑도 끝도 없이 길(?)다. 에미풀 마사키도 마찬가지였다. 엄~ 청 길다.

 

 

《 응?! 이 딴 걸 왜 일본에서 팔고 있는 거냐? 게다가 300円이나 한다고? 》

 

《 레트로 콘셉트의 상점에 물건이 들어왔는지 상자 정리가 한창이었다 》

 

《 여름에 애들과 함께 외출하면 갈아입힐 옷을 반드시 챙겨야 하는 이유 》

 

《 예약제로 운영되는 실내 놀이터(?)가 있었다 》

현장에서 표를 사서 이용하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고소 공포증이 없는 사람인지라 저런 걸로 무서워하거나 하지 않으니까,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쪽 팔려할 일행이 있었다면 도전했을 텐데, 반백살 아저씨가 혼자 들이대기에는 조금 민망해서...

《 이용 중인 사람이 있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며 구경했다 》

 

《 아버지와 남편이 편 먹고 낚시 다니는 집안의 사모님이라면 속이 뒤집힐 게임기 》

 

《 10円 가챠~ 코~ 너~라고 써놨지만 정작 10円 짜리는 별로 없었다 》

10円 짜리보다 30円 짜리가 더 많은 듯했다. 다른 곳에서 다 500원에 파는데 한 곳만 100원이기에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들어가 봤더니 옵션 선택하라 되어 있고, 선택하니까 +500이 되어 다른 곳보다 100원 비싸지는, 양아치 같은 쇼핑몰을 본 기분이었다.

 

《 가챠가 엄~ 청나게 많아서 구경하는 데에만 한나절이다 》

우리는 뭐라 불렀더라? 동전 뽑기? 아무튼, 일본에서는 동전을 넣고 돌릴 때 나는 소리가 가챠~ 가챠~ 로 들린다고 해서 가챠라 쓴다. 한자로 된 단어는 우리와 발음이 비슷하거나 거의 같은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의성어나 의태어는 아예 다르더라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한~ 참을 구경했는데, 위 사진을 보니까 '좀 더 느긋하게 봐도 됐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느긋하게 봤지 않았나 싶은데. 다시 가도 비슷하게 보고 돌아왔을 것 같은데. ㅋ

 

《 참이슬에, 다시다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

일본의 전범 기업(군인들한테 먹을 거 댔다) 중에 아지노모토라고 있다. 아지(: あじ) = 맛, 노() = ~의, 모토(もと) = 기원/근본, 즉 맛의 근본 내지는 맛의 원조라는 뜻이다. 이걸 한자로 쓰면 맛 미(味)에 근원 원(源)이 되어 미원이 된다. 어?! ◉_◉   맞다. 그 미원이다.

 

《 안팎이 다 깔~ 끔하다 》

 

《 주차장 규모도 어마어마하고, 장애인 시설과 바이크 주차장도 잘 만들어져 있다 》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엄청나게 몰려오는 모양이다.

 

《 우리나라보다 개봉이 많이 늦은 『 미키 17』 》

 

이 날 에미풀 마사키에 간 건 오로지 로프트 때문이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B Side Label 스티커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온라인 샵에서 구입을 하면 한국에서도 받아볼 수 있긴 한데, 오리지널 캐릭터만 구입이 가능하고 컬래버레이션 제품은 구입 자체가 안 된다. 그래서 로프트에 가 직접 보고 맘에 드는 스티커를 사려했다. 텐노지에 갔을 때에도 로프트에 들렀는데 원하는 제품이 없더라고. 게다가 B Side Label에서는 출입증 케이스를 비롯해서 이것저것 파는 게 많은데 오프라인 매장에는 스티커 말고는 갖다 놓은 게 없었다.

나름 기대가 컸는데, 여기도 텐노지의 로프트와 다를 게 없었다. 다양한 제품이 있긴 했지만 반백 살 아저씨가 사기에는 여러 모로 민망한 녀석들 뿐. 결국 스티커 몇 장을 구입하는 걸로 끝.

 

로프트에서 나와 쇼핑몰 안의 다른 가게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유니클로가 보여 바지를 한 벌 살까 하다가, 어떻게든 짐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을 기약했다. 꼭 필요하면 한국에서 살 수도 있는 거고.

 

건물이 워낙 크다 보니, 구경하는 것만으로 지친다. 아무것도 사지 않더라도 구경만으로 하루를 충분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맥도널드가 있다기에, 오랜만에 빅맥이 먹고 싶어져 그쪽으로 향하다가 툴리스 커피 앞에 붙은 핫도그 광고를 보고 급 정지!

 

《 이 녀석이다. 맛있었다! 》

 

《 아이들 놀이터도 있고, 돈을 내면 이용할 수 있는 회전목마도 있었다 》

 

근처에 드럭 스토어도 있어서 가볼 생각이었는데 막상 갔더니 별로 볼 게 없다. 원하는 제품도 없고. 그래서 금방 둘러보고 아무것도 사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갔다. 오카이도의 돈키호테에 가서 장을 보고 숙소에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희한하게 안경 가게 이름 중에 메가네(안경)의 누구~라는 게 많더라 》

 

 

마쓰야마 역에서 내려 오카이도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처음 가는 게 아니지만 다른 길을 이용했던지라 주변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날씨가 흐려서 조금 쌀쌀했다. 얼마 걸리지 않아 돈키호테에 도착했고, 눈에 띄는 대로 마구 담기 시작했다.

존스 블랜드에서 나온 화이트 머스크가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애정하는 향인데, 모든 제품이 리뉴얼되어 더 못생기게 변했다. 바뀌기 전의 디자인이 훨씬 나은 것 같은데...
귀엽게 생긴 곰돌이를 캐릭터로 쓰는 섬유 유연제 업체에서도 종이 방향제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이 쪽의 향도 무척 마음에 들어 하는지라, 넉넉하게 담았다. 섬유 유연제는 액체라서 들고 오기가 조금 꺼려지지만 종이 방향제는 가벼우니까 좋다. 30일 간 향을 유지한다고 되어 있는데 3일 넘기는 꼴을 못 봤다.

'방향제 하나에 세금 빼고 399円이니까 열 개 사도 4만 원이 안 되네, 뭐~' 이러면서 마구 담았더니 29만 원이 나왔다. ㅋㅋㅋ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 하고 나면 면세를 담당하는 분이 다시 처리해 주는 시스템인데, 면세 담당자분이 말도 못 하게 친절하시다. 쿠폰 있냐고 묻기에 없다고 했더니 QR 찍으라 안내도 해주시고. 덕분에 싸게 잘 샀다.

일본에서는 장을 보면 바구니째 계산대에 올리고, 계산하는 분이 그걸 꺼내서 옆에 있는 빈 바구니에 옮겨 담으면서 계산을 한다. 그러니까 물건을 산 사람이 바구니에서 일일이 물건을 꺼내지 않아도 된다. 고작 1년 6개월 살면서 적응이 되어버려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대형 마트에서 장을 봤을 때 바구니만 올려두고 가만히 있었더니 계산원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걸어갈까 했는데 가방도 무겁고, 바람이 강해지면서 비가 내릴 분위기여서 그냥 노면 전차를 이용했다.

 

《 귤이 유명한 동네인데 귤과 관련된 건 아~ 무 것도 먹지 않았다 》

 

《 바로 뒤에 도고 온천으로 가는 노면 전차가 따라온다. 배차 간격이 엉킨 모양이다. 》

 

《 예전에는 집이 있었을 것 같은 공터 》

 

 

샀던 것들을 던져 놓고 족욕하러 갔다가 맥주나 한 잔 할까 싶었는데 비가 온다. 어설프게 오는 게 아니라 제법 많이 온다. 숙소에 있는 우산을 빌리면 되겠지만 귀찮기도 하고, 우산 없이 맞고 다닐 정도로 가냘프게 내리는 건 아니라서 그냥 방에 있기로 했다.

 

《 오늘도 에비센 한 봉지 》

 

 

화장실과 욕실이 꽤 넓었다. 족욕은 못하지만 반신욕은 해야겠다 싶어 뜨거운 물을 받았다. 욕조에 들어가 멍 때리고 있자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일본에서 지냈던 날들이 몹시 그리워졌다. 특별한 뭔가가 그리운 게 아니다. 그냥 평범한 날들이 너무나도 간절했다. 정말이지, 돈 걱정만 없다면 다시 일본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퇴직하고 연금 나올 때쯤이면 너무 늙어서 할 수 있는 게 있을랑가 싶다.

 

그렇게 궁상떨고 있다가, 비가 좀 잦아 들어서 편의점에 가 맥주를 더 사 왔다. 방에서 홀짝거리며 짐을 꾸렸다. 틀림없이 15㎏ 넘어갈 것 같다. 미리 수하물을 추가 구입할까 하다가, 혹시 모르니까 일단 두자 싶어 그대로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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