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스뽀오츠 』/『 스틸러스 』

2011년 11월 26일 vs 울산 @ 스틸 야드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1. 11. 27.
반응형
말하고 싶지 않은 경기이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짧게 쓰고 말아야겠다. 졌다. 울산 따위에... 승점 자판기 따위에... 졌다. 4년 동안 스틸 야드에서 진 적이 없는데... 엄청나게 중요할 때... 졌다.

형편없는 경기하다가 졌다면 할 말조차 없을텐데 시종일관 압도하다가 졌다. 그래서 더 기분 나쁘다. 울산은 GS 축구단, 수원과의 경기를 거치면서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추운 날씨에 연장에서도 승부를 내지 못한 수원과의 경기가 체력적으로 큰 부담 되었음이 분명하다. 그 때문인지 포항과의 경기에서는 무척이나 움직임이 둔했다. 덕분에 포항의 미드필더들이 활개를 칠 수 있었다. 다만, 포항의 측면 공격만큼은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고무열의 훌륭한 움직임 덕분에 패널티 킥을 얻었으나 모따가 찬 공을 울산 골키퍼 김승규가 너무 잘 막았다. 김승규는 모따가 킥하기 전까지 오른 팔을 위 아래로 흔들며 심리전을 유도했다. 모따가 찬 공은 김승규의 왼 쪽으로 향했고, 보란듯이 쳐냈다. 보통 패널티 킥 놓치면 '실축'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모따의 킥은 축 발이 무너지며 발에 공이 맞는 순간 넘어지긴 했지만 골키퍼가 방향을 잘 잡은 덕에 막았을 뿐이다. 실수한 게 아니다. 제대로 맞았기에 리바운드 된 볼을 다시 차넣는 기회조차 없었던 거다. 공이 뒤로 흘러 나가 버렸다.

사람이니 누구나 실수는 한다. 그게 인생의 중대한 고비에서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모따가 그랬을 거다. 그래, 이해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번째 패널티 킥에서도 득점하지 못했다. 키커가 황진성으로 바뀌었지만 역시나 김승규에게 막혔다. 모따와 마찬가지로 황진성에게도 중요할 때 벌어지고 만 한 번의 실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팀 전체를 놓고 보자면 성공률이 90% 가깝다는 패널티 킥을 두 번 잇달아 놓친 게 된다. 이 때 이미 패배를 예감했다. 울산의 승리를 위해 이런 이벤트를 연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사실 두 번째 패널티 킥은 김형일이 만든 거다. 그의 동작은 분명 다이빙을 의심할만 했다. 포항 팬인 내가 봐도 곽태휘의 태클과 김형일의 쓰러짐 사이에 조금의 간격이 있었다. 여차했다가는 다이빙(=헐리웃 액션)으로 경고를 받을 수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심판은 패널티 킥을 선언했다. 그렇게 힘들게 얻은 찬스를... 날려 버렸다.

이번에도 역시 김승규는 오른 팔을 위 아래로 흔들어댔고 황진성은 골키퍼를 기만할 생각으로 가운데를 향해 찼으나 막히고 말았다. 김영광의 결장이 울산에 치명적일 거라 예상되었지만 전화위복이 되고 말았다.

이후에도 경기는 포항의 분위기 속에 진행이 되었지만 일방적이지는 못했다. 체력이 떨어진 울산 선수들이 오히려 더 많이 뛰었고, 순간적인 가속으로 공을 차지하는 횟수도 많았다. 벤치의 대응도 울산 쪽이 훌륭했다. 수원과의 경기에서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조금만 욕심내서 말한다면 해트트릭 했을 거라는 말도 할 수 있었던 박승일 선수가 몹시 부진했다. 울산은 전반의 위기를 잘 이겨낸 뒤 후반에도 박승일의 움직임이 좋아지지 않자 루시오를 교체 투입했다. 루시오는 활발히 움직이며 울산의 역습을 여러 차례 이끌어냈다.

포항은 누구나 예상 가능한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노병준-슈바-조찬호 순이었다.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게인기와 기동력을 겸비한 조찬호를 일찌감치 투입했다면 하는 욕심이 든다. 노병준의 움직임은 슈퍼 서브라 불릴 때의 그것이 아니었다. 슈바 역시 영입 후 제대로 된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이 날 경기도 마찬가지. 아사모아는 정말 열심히 뛰어주었지만 마지막에 볼 터치가 길거나 패스 타이밍을 놓쳐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다가 둘 다 찢어 먹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결국 모따가 설기현에게 불필요한 파울을 범하여 패널티 킥을 내주었고... 그걸 설기현이 득점으로 연결했다. 포항의 잘 맞은 두 번의 패널티 킥은 다 골키퍼에게 막힌 반면, 울산의 빗맞은 한 번의 패널티 킥은 골이 되고 말았다(이거 조금만 더 깎여 맞았다면 골대 맞고 나오던가 밖으로 휘어 나가는 거였는데... 시밤!).


가만히 생각해보니... 포항이 리그든, 컵이든, 우승을 했을 때에는 다 걸출한 용병이 있었다. 2007년에 따바레즈가 있었고 2008년 이후에는 데닐손과 스테보가 있었다. 리그 우승, 컵 대회 우승, ACL 우승으로 이어지며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하던 포항은 파리아스와 데닐손, 스테보의 이적 후 맞이한 2010년에 레모스라는 븅신 감독 색히가 알렉산드로라는 븅신²과 함께 망해버렸다. 절치부심한 끝에 레전드 황선홍을 감독으로 모셔왔지만... 결국 시즌 2위, 최종 성적 3위로 끝나고 말았다.

황선홍 감독의 성적은 역대 감독들 중에서도 최고에 속하지만... 작전 능력은... 글쎄... 어제 경기에서도 코너 킥 때 약속된 플레이가 지독하리만치 반복되었다. 황진성이 짧게 내어주고 리턴 패스를 받은 후 올려주는 패턴은 이미 언론에서 그림과 함께 설명할 정도로 널리 알려진 것이었다. 그런데 중요한 단판 승부에서 그 작전을 미련하리만치 밀고 나갔다. 결국 상대 수비에게 차단 당하거나 상대 압박에 똥볼 크로스가 올라가는 불상사가 연이어졌다.

더구나 포항의 미드필더들은 전혀 화려하지 못했다. 패스 성공률은 형편없이 떨어졌고, 경기를 장악하긴 했지만 짧게 끊어가는 패스보다는 상대 뒤로 들어가는 선수를 노린 롱 패스에 의한 찬스가 더 많았다. 한 경기에서 패널티 킥을 두개나 놓쳤다는 이야기 거리 때문에 묻히겠지만... 포항의 패스 축구는 어느 순간부터 사라졌다. 난 올 해 7월부터 패스 축구를 보지 못한 것 같다. 아마도 전반기에는 선수들의 몸에 새겨진 패스 본능이 남아 있었기에 파리아스 감독 시절의 짧게 끊어가는 플레이가 됐을테지만 감독이 바뀌면서 그 본능이 사라져 뒤로 갈수록 뻥 축구가 되지 않았나 싶다.


열 여섯 개 팀 중 2위를 했고... 마지막 시험에서 만만하게 보던 녀석에게 덜미를 잡혀 3위를 했지만... 이 정도면 준수한 성적이다. 결코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해보다 우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에 아쉬운 맘 금할 길이 없다.

큰 키를 이용한 공격에 당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헤딩을 따내려 하는 선수들의 투지만큼은 분명히 느껴졌다. 후반이 되자 체력이 떨어진 포항 선수들은 김신욱과 함께 점프하지 못했고, 김신욱은 편하게 떠서 헤딩 패스를 내려 주었다. 그러나 누구도 포항 선수들을 탓하지 못할 것이다. 10㎝ 넘게 차이나는 선수들과의 헤딩 경합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이겼다면 그 감동이 배가 되었을텐데... 두 번의 패널티 킥 중 한 번이라도 성공했다면 좋았을텐데... 정말 아쉽고 아쉽다.


ACL 출전권이 0.5장 줄어들어 포항은 당장 다음 해 2월에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형편에 이르렀다. 시즌이 끝나면서 선수들의 이동이 본격적이 될텐데... 김기동 선수는 현역 생활 연장에 대한 욕심을 내보였지만 포항에서 원하는 만큼의 경기에 나설 수 없을 게 분명한만큼 이적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김기동의 실력은 나이를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는데 벤치만 지키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재간둥이 이슬기 선수도 대전으로 이적해버렸다. 잘 키우면 포항 미드필드의 핵이 될 선수라 생각했는데... 황지수 선수가 복귀했으나 2012 시즌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런지 확실하지 않다. 배천석 선수를 데려 와 고무열과 함께 포항의 미래로 키우면서 걸출한 패스 마스터 용병 영입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지만... 그건 내 욕심일 것이고... 아무튼... 아쉽고, 아쉽고, 아쉽다. 2011년 남은 한 달... 축구는 잊고 살겠다.



PS. 곽태휘 선수... 판정이 부당하다고, 억울하다고 생각되는 건 나름 이해하지만 본인의 항의로 판정이 번복될 가능성이 거의 Zero에 가깝다는 걸 알고 있지 않나? 이미 패널티 킥이 선언된 상태인데 그 와중에 김형일 선수에게 거친 말로 시비 거는 건 잘못된 행동이었다. 적잖은 나이에 국가대표로 뛰는 선수가 그 상태에서 흥분하여 추가 경고로 퇴장 당했다면 경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PS. 모따... 神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활약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잘 뛰어주었는데... 중요할 때 경기를 말아 먹었다. 패널티 킥 실축은 눈 감아줄 수 있지만 설기현을 밀어 넘어뜨려 패널티 킥을 준 건 큰 실수다. 더구나 실점 후 혼자 흥분해서 격한 플레이로 심판들 눈 밖에 난 건... 정말 바보 짓이었다.

PS. 개인적으로 큰 키를 가진 스트라이커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키를 이용해 헤딩만 하려 들지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편견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보아왔던 대부분의 장신 스트라이커들이 그러했고, 그러한 선수를 기용하는 감독들도 세트 플레이에서 머리 노리는 작전만 내세울 뿐이었다. 그러나 김신욱은 다르더라. 세트 플레이에서 큰 키를 이용한 공격은 엄청나게 위력적이었고, 직접 골을 노리지 않더라도 헤딩으로 공 떨궈주는 능력도 수준 급이었다. 무엇보다도 팀 플레이에 열심인 게 대단해보였다. 하프 라인 아래까지 내려와 수비를 돕고, 자신의 전담 마크맨을 떼어 내기 위해 부지런히 뛰며 공간 만드는 모습 보면서 크게 될 선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PS. 김재성이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입대한다. 2년 후 팀에 복귀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아니... 포항으로 돌아오기는 하는 걸까? 계약 상 입대 후 돌아오게 되어 있겠지만... 왔다가 금방 이적해버리는 건 아닐까?

PS. 3.5장으로 줄 뻔 했지만 4장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설레발 떨던 축구 관계자라 일컬어지는 븅신들... 결국 3.5장으로 줄었지. 승부 조작 여파 때문이라니까 대한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 탓만 할 수 있겠냐만은... 줄어든 0.5장의 여파를 왜 리그 2위 팀이 뒤집어 써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이나 해봤을까 싶다. 8개월 가까이 매 주 경기를 한 끝에 받아든 성적표를 마지막 한 번의 시험 결과와 바꿔야 한다는 게 납득할 수 있는 일인가? 2007년에 시즌 성적 5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뒤 우승해버린 포항의 팬이지만... 이건 분명 잘못된 결정이다. 시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