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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12년 05월 07일 월요일 맑음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2.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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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Do에서 리즈 시절을 보낸 선배와 간단하게 일 잔함. 장가 가라는 잔소리를 곁들여 옛날 얘기하다가 한 시가 지나 마무리. 자고 가라 했지만 하루 방 값만 10,000원 넘는 내 방을 비워둘 수 없음.

 

한참 걸어오는데 하탑 지하 차도 끝나는 부분에서 젊은 청년 하나가 비틀비틀. 낮에도 90㎞/h 가까이 밟아대는 차들 즐비한 곳인데 새벽이니 사고나면 100% 사망. 마침 오가는 차 없기에 잠시 망설이다가 가서 끌고 나옴.

개기면 한 대 쥐어 박으려 했는데 술 취해서 그런가 별 저항없이 끌려와 인도에 털썩 쓰러짐. 뒤에서 종종 걸음으로 수다 떨며 오던 처자 둘은 쫄아서 골목 길로 사라짐. 아, 미안해라... -ㅅ-

 

뭐라고 웅얼웅얼하기에 "죽으려면 혼자 죽어라", "곱게 집에 가라" 고 깨알 같은 친절을 베풀었건만... 눈에 뵈는 게 없는가 덤빔. 차도에서 끌고 나오긴 했지만 다시 기어들어갈 지 모를 일이고, 걱정은 되지만 깊이 발 담그고 싶지 않아서 경찰에 전화하려는데 뒤에서 욕 크리!

평소 같으면 못 들은 척 하고 그냥 갔겠지만 나도 일 잔 한 터라 코 앞에 얼굴 들이대고 다시 한 번 떠들어보라 했더니 한참 째려보다가 그냥 감.

 

곱게 잘 가는 거 같아서 추월했는데 뒤에서 갑자기 형님! 형님! 하더니 쫓아옴. 그러더니 같이 가자고 함. 참한 처자라면 모를까 사내 색히를 내가 집에 데리고 갈 리가 있겠음? "지랄한다" 한 마디 뱉어주고 횡단 보도 앞에 서는 거 본 뒤 집으로...

 

젊은 나이에 죽는 것도 충분히 슬픈 일이고, 운전하다가 난데없이 인명 사고 내서 괴로워 할 운전자 입장도 있으니... 술 버릇 고치는 게 좋을 듯.

나도 젊었을 때 어른들 눈에 양아치로 보일 짓 많이 했고, 겁없이 덤비기도 했었다. 고스란히 후회가 되어 비슷한 사람 보이면 말리고 싶다. 그런데... 그게 꼰대의 참견질이 되어 반발을 부르고... 내 성질 못 이겨 벌컥! 화내면... 결국 나만 손해. -ㅅ- 

 

그런 이유로 어지간하면 남 일에 신경 안 쓰려고 하는데... 오지랖이 넓어서 쉽지가 않다. 만약 그 위험한 길을 휘청거리던 사람이 깍두기 머리에 용 문신 새겨진 뚱뚱보 아저씨였다면 내가 나섰을까? 아니다. 절대 아니다. 나도 내 목숨 소중한 줄은 안다. -_ㅡ;;;

예전에는 교복 입고 담배 피우는 것들 보면 두 명까지는 그냥 갔고, 세 명은 손에 뭐라도 잡고 갔다. 그런데... 얼마 전 노트북 세 대 값 날린 뒤로는 못 본 척 한다. 그렇게 나서서 내가 훈계한들 걔들이 담배 끊을 리 만무하고... 그 과정에서 툭 치기라도 했다가는 나만 손해라는 걸 통장 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에는 내가 정의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그들처럼 말이다. 참견하고 훈계하는 냥반들은 죄다 꼰대였다.
세월이 흘러 내가 꼰대가 되었고... 그 때의 꼰대(?)처럼 지금의 나도 간섭을 하곤 한다. 그런데... 여러 가지로 그 짓거리가 손해라는 걸 느낀다.

비틀거리던 젊은 청년, 그냥 두었다고 사고가 났을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고 나서 애꿎은 젊은 목숨이 사라지고 운전자도 피해를 봤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냥... 스스로 착한 일 했다고... 잘 했다고 자위하며 자려 한다. 착하게 살려고 나름 노력하는데... 왜 이리 욕 먹고 사는지 모르겠다. 무병까지는 모르겠지만 장수는 할 것 같다. 욕 많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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