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교토 상가에서 뛰고 있는 황진성 선수와 김남일 선수가 실력에 걸맞지 않은 푸대접을 당한다는 요지의 글(http://pohangsteelers.tistory.com/1159)을 썼었습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오늘... 황진성의 계약 해지 기사가 떴습니다.
(http://sportalkorea.mt.co.kr/news/view.php?gisa_uniq=2015072909571913§ion_code=10&cp=se&gomb=1)
황진성 선수는 부상 때문에 2013년 FA 컵 결승을 뛸 수 없었습니다. 힘겨운 싸움 끝에 우승이 확정 되었지만 황진성 선수는 땀에 절은 유니폼이 아니라 목발과 함께 서포터 앞에 섰습니다. 웃고 있지만 마냥 기뻐하는 것 같지는 않던, 뭔가 씁쓸해보이던 그 웃음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포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원 클럽 맨은 그렇게 팀에서 떠밀려 나갔습니다. 많은 팬들이 설마, 설마 했지만 포항 스틸러스는 노병준, 박성호, 황진성과의 계약 해지를 통보합니다. 가을 전어야 워낙 많이 까이다 반짝 쉴드 안에 들어갔던 선수라 그저 그랬지만 노병준과 황진성이 팀을 떠난다는 사실은 많은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가슴 아파했던 팬들이 홈 개막전에서 황진성 선수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합니다. 황진성 선수의 등 번호였던 8과 연관지어 전반 8분에 황진성을 위한 플랭 카드를 들며 그의 이름을 외친 것입니다.
그 장면을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보던 황진성 선수는 감동 받았다며 자필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저 편지를 본 포항과 황진성의 팬들은 눈물을 감추기 어려웠을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이적료 때문에 K 리그 다른 팀으로의 이적은 사실 상 어려웠기에 외국 클럽을 알아보던 황진성은 국내 기업이 스폰서를 맡고 있던 벨기에의 2부 리그 팀으로 이적합니다. 그 곳에서 짧은 기간 동안 멋진 활약을 펼친 후 J2 리그의 교토 상가로 이적하게 되고요.
훈련 기간 중 황진성 선수는 경미한 부상을 입게 됩니다만... 와다 마사히로 감독은 그 부상을 핑계로 황진성 선수를 제대로 기용하지 않습니다. 이 선수가 K 리그에서 어떤 활약을 했는지 알아보지도 않은 게 확실하다 싶을 정도로 애먼 자리에 기용하더니 급기야 출장 명단에서도 빼버립니다. 다행히도 리그 중반에 다시 기용되기 시작해서 슬슬 자리를 잡는가 싶었는데 감독이 경질되고 코치가 감독으로 승격되면서 다시 명단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계약 해지 기사가 떴네요. 교토 경기는 올 시즌 홈 개막전을 직접 본 것 뿐입니다만... 만약 그런 경기를 시즌 내내 계속 했다면 황진성이 아니라 메시가 와도 안 되겠다 싶을 정도로 형편 없었습니다. 수비수들이 전반적으로 발이 느려 상대의 빠른 공격수에게 숫하게 뚫렸고요. 수비 위주로 잔뜩 내려 앉아 경기를 진행하다보니 공격 자체가 안 됐습니다. 역습 상황에서 빠르게 치고 우르르~ 올라가야 하는데 허리에서 쓸데 없는 패스하다 시간 다 까먹고... 결국 맨 뒤에서 뻥뻥 지르는 롱 패스 위주의 경기를 하더라고요. 재미는 재미대로 없고 이기지는 못할 경기. 그런 팀에 숏 패스와 상대 뒷 공간 유린하던 황진성이 갔으니 할 일이 없을 수밖에요.
교토의 1부 리그 승격을 노리던 황진성과 김남일입니다만... 스물두 개 팀 중 스물한 번째 자리에 있는 교토가 J1 승격하는 건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특히나 지금 같은 경기력이라면 어림도 없지요. 황진성 선수는 무적 선수가 되어 자유롭게 이적이 가능하지만 K 리그 팀으로 올 경우 포항에 이적료를 지급해야 되는 걸로 압니다. 전북이 황진성을 영입하려고 하다가 이적료 때문에 포기했다는 카더라 통신을 듣기도 했고요.
포항은 이명주 이적 이후 형편 없는 경기를 치르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원인 중 하나로 중앙에서 경기를 풀어줄 플레이 메이커가 없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황진성이 했었고, 이명주가 했었던 역할이 사라졌습니다. 때문에 좌, 우 사이드만 주구장창 파는데 신광훈처럼 저돌적인 윙백도 사라진지라 윙 혼자 치고 박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려 포항의 공격은 무척이나 허술해졌습니다(심동운 없었으면 어찌 됐을지... -ㅅ-).
지금 같은 상황에서 황진성이 돌아온다면 포항에게 천군만마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 갖은 ×통 짓만 골라하는 포항 프런트가 그런 기적 같은 일을 벌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황진성 선수가 실제로 사용하는 계정인지 알 수 없지만... 올 시즌 교토의 홈 개막전을 보러 간 인연으로 황진성 선수와 아내인 신유리 님의 카카오톡을 알고 있습니다. 두 분의 프로필 사진 속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포항의 저지를 입고 있는 황진성 선수가 있습니다. 카카오톡 프로필이 아니라 현실에서 황진성을 스틸야드에서 포항 선수로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랍니다.
다음 달 12일, 인천과의 경기를 직관하게 될 것 같은데... 미리 준비해서 황진성 선수 플랑 카드를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누가 뭐래도 우리 선수입니다. 우리 레전드입니다.
황진성의 스틸러스 복귀,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는 포항입니다. 황진성이 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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