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데뷔하여 한 팀에서만 279 경기를 뛰며 47 득점, 58 도움을 기록한 황진성, 그리고 노장이라 홀대 받으며 등 떠밀려 은퇴할 뻔한 위기를 이겨내고 전북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김남일. 이 두 선수는 2015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J2 리그 교토 상가로 이적한다. 박지성이 유럽으로 옮기기 전 몸 담고 있던 바로 그 팀(당시 이름은 교토 퍼플 상가. 지금은 퍼플이 빠졌지만 홈 유니폼과 팀 상징 색깔은 여전히 보라 색)이다.
황진성 선수는 연봉의 절반을 포기하면서까지 포항과 재계약 하기를 희망했지만 포항 프런트는 부상을 떠안고 있는데다 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30대 선수를 끝내 내치고 만다. 레전드를 이렇게 떠나보낼 수 없다는 수많은 팬들의 아우성은 들은 채 만 채 하고 말이다. 김남일 선수는 전북에서 크게 활약하며 당연히 재계약 할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일본의 2부 리그를 선택했고.
아무튼 시즌 개막 전 두 선수는 교토 상가의 1부 리그 승격을 이끌겠다며 각오를 다진다. 그리고 시작된 2015 시즌 개막전. 교토 상가는 원정에서 만난 아비스파 후쿠오카를 3 : 1 로 격파하며 기분 좋은 시작을 가져간다. 월드컵 스타로 이미 교토 상가 홈페이지 한 켠을 꽉 채우고 있던 김남일은 첫 경기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장해 풀 타임을 소화했고 황진성은 후반에 교체로 들어가 6분 남짓을 뛴다. 황진성은 시즌을 준비하며 연습을 하던 중 약간의 부상을 입었는데 감독은 이 부상 때문에 출전 시간을 차차 늘려갈 것이라 했다 한다.
교토 상가의 홈인 니시 쿄 고쿠에서 열린 홈 개막전은 주빌로 이와타가 상대였다. 이 경기를 보기 위해 교토를 방문했었다(http://pohangsteelers.tistory.com/1079).
지하철 역에서부터 어마어마한 인파를 볼 수 있었는데 이 날 입장한 관중이 16,920명이라고 했다. K 리그 클래식에서도 대단하다 할만한 인기였다(항상 이런 줄 알았는데 홈 개막 특수였다. 이후 니시 쿄 고쿠 경기장은 10,000명을 넘기지 못했고 성적이 형편없이 곤두박질치자 관중은 더 줄었다. -_ㅡ;;;).
실로 엄청난 인파. 유니폼이나 머플러 하나 정도는 대부분 들고 있었다.
소속 선수들 양복 입혀 멋지게 찍은 사진. 우리 황진성 선수도 보인다.
경기 전 전광판을 통해 소속 선수를 소개한다. 전광판이 엄청 구리다.
전반에만 두 골 먹혀 결국 0 : 2 로 지고 말았다. 주빌로가 잘 한다기보다는 교토가 더럽게 못한다는 느낌. 그냥 뻥뻥 내지른다. 반면 주빌로는 뜀박질 잘 하는 외국인 선수를 활용해서 시종일관 사이드를 공략했고.
김남일은 이 경기에서도 90분 풀 타임 출전했는데 팀에서 꽤나 신뢰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 선수들은 무척이나 폐쇄적이라서 엄청난 네임 밸류를 가졌거나 대단한 실력을 가진 선수가 아니면 공을 아예 안 준다고 하는데 거의 모든 패스가 김남일을 거쳐 갔다. 때문인지 김남일은 수비에 치우치지 않고 전방까지 진출하며 여기저기 패스를 뿌려주었다. 다만 패스가 그닥 정확하지 못했고 그라운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지 미끄러지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황진성은 이 경기에서도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선발로 나오지 못했는데 우연히 황진성의 아내와 트위터로 연락이 되어 멘션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경기 종료 후 황진성과 카카오 톡을 주고 받는 엄청난 일도 있었다. ⊙ㅁ⊙ 아무튼... 황진성이 골을 넣어 관중석에서 포항 유니폼 입고 발악하는 미친 ×로 일본 언론에 소개되는 꿈까지 꾸었는데... 아쉽게도 황진성은 경기 종료 1분을 남겨두고 교체로 들어와 이렇다 할 활약을 할 수 없었다.
3 라운드 오미야 전에서 김남일은 선발, 풀 타임. 황진성은 교체로도 출장하지 못했다.
김남일은 4 라운드에서도 선발에 풀 타임. 황진성은 교토 상가 이적 후 가장 긴 30분을 뛰었다.
그리고 5 라운드 삿포로 전. 김남일은 역시나 선발에 풀 타임이었고 황진성이 처음으로 선발 출장한다. 4 라운드에서의 플레이가 괜찮다고 느껴진 모양. 그러나... 이 날 황진성의 플레이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와다 마사히로 감독은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그를 벤치로 불러 들인다.
6 라운드 치바 전에서는 벤치에만 앉혀 두더니...
급기야 7 라운드부터는 벤치에서도 빼버린다.
8 라운드도...
9 라운드도...
10 라운드도... 김남일은 꾸준히 선발에 풀 타임 출장을 하고 있는데 황진성은 교체 멤버로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
11 라운드에서도 황진성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고...
12 라운드에서도 포항 레전드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13 라운드의 출전 선수 명단에도 그의 이름은 없다. 그런 가운데 교토 상가는 9 라운드 2 : 0 승리를 제외하고는 죄다 진다. 그나마 12, 13 라운드에서 1 : 1로 비긴 게 나은 성적.
그렇게 14 라운드까지 황진성의 이름이 보이지 않다가...
15 라운드에서 교체 선수로 다시 이름을 올린다. 하지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 끌기용으로 쓰인 1분 짜리 교체 선수 역할.
16 라운드에서도 벤치만 지키고 있어야 했고...
17 라운드에서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18 라운드에서 또 다시 이름이 사라지고...
19 라운드에 다시 교체 명단에 들어가지만 이번에도 뛰지 못한다.
그러다 20 라운드에서 갑자기 선발 출장. 75분을 뛰며 활약한다. 이 때 도움으로 기록되지만 않았을 뿐인 기똥찬 패스로 PK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21 라운드. 후반기부터 자신의 소속 팀이 될 거라 생각도 못했을 화지아노 오카야마를 상대로 또 다시 선발 출장해서 61분을 뛴다.
22 라운드에서도 선발 출장. 와다 감독에게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걸까? 아마 이 때 국내 언론에서 황진성이 실력이 없어서 못 나오는 게 아니라는 인터뷰 기사가 나왔었는데 그걸 의식한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어지는 23 라운드. 하지만 22 라운드와 23 라운드 사이에 큰 일이 하나 있었으니... 성적 부진을 이유로 와다 마사히로 감독이 경질되고 코치였던 이시마루 키요타카가 감독으로 승격된다. 이 냥반은 감독 자리를 꿰차자마자 세대 교체 운운하더니, 시즌 개막 후 경고 누적과 부상으로 빠진 걸 제외하고는 죄다 선발에 풀 타임으로 뛰었던 김남일을 처음으로 후반 종료 전 교체한다. 세 경기 연속 선발 출장한 황진성은 교체 명단에서도 빼버렸고.
24 라운드. 황진성은 보이지 않고 김남일은 2015 시즌 처음으로 벤치에서 시작한다. 후반에 교체로 들어가 15분을 뛰고 나온다.
25 라운드. 황진성은 보이지 않고 김남일은 교체로도 나오지 못한다.
26 라운드 도쿄와의 경기에서는 황진성과 김남일 모두 교체 명단에도 들지 못한다.
27 라운드에서도 두 선수는 보이지 않고...
28 라운드에서도 마찬가지. 선수 등록 마감이 8월 7일까지였는데 이적 소식도 없어 궁금해하던 차에...
8월 11일, 황진성의 화지아노 오카야마 이적이 발표된다. 교토에서 제대로 된 출전을 보장받지 못해 이적을 알아보다가 오카야마로 이적을 하게 된 거다.
29 라운드와
30 라운드에서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지만,
31 라운드에서부터 교체 선수로 출전하기 시작한다.
32 라운드에서도 교체로 출전했고...
푸대접 했던 교토와 맞붙은 33 라운드에서도 교체로 출전해서 14분을 뛰었지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34 라운드에서는 조금 더 길게 뛰었고...
35 라운드에서도 교체로 들어가 15분을 뛴다.
36 라운드에서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37 라운드에서는 다시 교체로 투입되어 26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황진성 하면 떠오르는 번호는 8번인데 화지아노에는 이미 8번을 달고 있는 선수가 있어 7번을 달고 있다. 그리고 MF가 아닌 FW로 기록되는 것도 눈여겨 볼 부분.
김남일은 줄곧 선발, 풀 타임 출장을 했지만 감독 교체 후 경기에 나서지 못해 출장 시간이 6위에 머문다. 이 자료는 황진성의 이적이 발표되기 전인 8월 8일, 28 라운드까지의 시간만 정리한 거라 지금은 출장 시간으로 매긴 순위가 더 떨어졌을 거다.
황진성은 고작 여덟 경기에 나섰는데 1분 밖에 못 뛴 경기를 생각한다면 제대로 기회를 얻지 못했다. 출장 시간은 고작 278분. 팀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끝에서 네 번째에 불과하다.
그리고 화지아노 오카야마 소속인 지금. 꾸준히 교체로 경기에 투입되면서 출장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이적 발표 후 두 경기에서는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니 실질적으로 일곱 경기 중 여섯 경기에 교체로 투입되었다는 이야기.
화지아노나 교토 모두 남은 경기를 모두 승리하더라도 승격권 근처에도 못 가는 성적인지라 김남일, 황진성 선수 모두가 지금 소속 팀과 재계약 한다 해도 2016 시즌을 J2 리그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저 예상이지만 월드컵 출장과 대표팀 경력 등 어지간한 건 다 누려본 김남일이 선수 생명 연장을 위해 교토와 재계약할 것 같지는 않다. 황진성 역시 지금 소속 팀에서 크게 활약해 팀이 먼저 재계약하자고 하지 않는 이상 오카야마에 머무르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
시즌이 종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황선홍 감독이 휴식을 갖겠다고 했다는 기사가 떠버렸고... 이 때문에 우승은 힘들어도 2위 수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스틸러스 입장이 난처해졌다. 차기 감독으로는 강철 코치의 승격이나 김병수 영남대 감독 등이 거론되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파리아스 감독이 돌아오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팀과 워낙 안 좋게 헤어졌으니(언론에 보도된대로 파리아스가 뒤통수 치고 팀을 버렸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가능성이 있을까 싶지만.
아무튼... 새로 오는 감독이 황진성을 다시 불러들였으면 좋겠다. 체력이나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당장 내년에는 신진호가 군 입대로 자리를 비우게 될텐데 그 자리를 대신할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신진호는 킬 패스에 능한 선수는 아니지만 엄청난 활동량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동료를 돕는데다 킥까지 정확해서 팀에 공헌이 큰 선수다. 황진성은 많이 뛰는 선수는 아니지만 정확한 킥과 기똥찬 패스를 장착하고 있으니 김승대가 이명주처럼 중동 이적 뜬금포를 쏘지 않는 이상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문창진이나 이광혁에게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맡길 수 없는 지금, 황진성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원래는 10월에 오카야마로 가서 황진성 선수를 한 번 더 만나고 오려 했다. 그런데 잘난 회사님께서 내수 경기 활성화 하라며 해외 여행을 막아 30만원 가까이 손해 보며 못 나갔다. J2 리그 중계를 볼 수 없어 황진성 선수 활약을 보지 못하는 게 무척 안타까운데... 스틸야드에서 8번 입고 뛰는 황진성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PS. J2 리그는 2015.10.26. 현재 시즌 종료까지 네 경기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남은 경기에 대한 자료도 경기 끝나는대로 추가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사용된 자료는 교토 상가와 화지아노 오카야마 홈페이지를 참조하여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2016.01.26.
황진성 선수와는 일면식도 없고... 교토 상가 있을 때 홈 개막전 보러 가서 아내 되시는 분과 트위터로 멘션 주고 받다가 카카오톡으로 대화 잠깐 나눈 게 고작입니다. 하지만 줄곧 응원하는 선수였고, 포항으로 돌아올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2015년의 플레이 기록을 이렇게 글로 남겼습니다. 하지만 황진성 선수는 포항을 떠나 성남에서 뛰게 되었고, 저도 포항을 응원하지 않기로 했기에 이 글은 더 이상 업데이트 하지 않으려 합니다. 사실 귀찮은 것도 조금 있고. -ㅅ-
아무튼... 포항의 선수 관리는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30년 넘게 응원한 팀을 마음에서 놓기가 쉽지 않네요. 새로 시작하는 최진철 감독과 오랫동안 응원한 선수들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당분간은 포항 응원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블로그 이름이 무색해지네요. -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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