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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플레이어 』

굿바이, 라자르 (…… 응? 안 간다고?)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6.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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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르 베셀리노비치. 영어로 쓰면 Lazar Veselinović. 세르비아어로는 Лазар Веселиновић. 1986년 8월 4일에 태어난 축구 선수. 여러 클럽을 전전했는데 발을 담궜던 팀 중 가장 인지도 높은 팀은 아마도 벨라루스의 디나모 민스크? 팀 성적 때문에 유명한 게 아니라 상대하는 팀들이 유럽의 알려진 팀이기 때문이겠지만, 아무튼.


모국인 세르비아의 보이보디나에서 뛰다가 2015년에 포항으로 임대 이적했다. 그리고 2016년에 완전 이적. 이적 후 경기에 나서는 시간이 줄어들더니 결국 2016 시즌이 절반 정도 지난 6월, 일본의 제프 유나이티드로의 임대 이적이 언론을 통해 발표되었다. 아직 팀에서 공식으로 발표한 게 아니지만 이적은 확실한 것 같다. (라고 썼는데 포항에서는 아니라고 한다. 최진철 올 때도 그랬지. 언론에서 최진철이 포항 감독이라니까 뭔 소리냐 해놓고 진짜로 데리고 왔다. 그리고 팀은 쪽박 찼지. ㅆㅂ)


K 리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라자르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을테지. 골 못 넣는 공격수로 언론에 여러 차례 언급되었으니까.   그렇다. 라자르는... 공격수 치고 지독하게 골을 못 넣는 공격수다. 올 시즌에도 일곱 경기에서 고작 한 골 넣은 게 전부. 지난 해 성적도 그닥 훌륭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포항의 팬들이 라자르에 대해 갖는 감정은 아쉬움이나 미움 등과 같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대부분 애잔함(?) 같은, 소위 말하는 짠함을 가지고 있는 거다. 네×버의 축구 기사 댓글을 봐도 라자르 까는 글에는 찬성보다 반대가 많다. 왜 그럴까?



최근에는 공격 성향의 미드필더가 득점을 하는 경우가 잦고, 포항도 제로톱을 상당 기간 운용하면서 정통 공격수라 할 수 있는 선수보다 미드필드 라인에서 뛰는 선수의 득점이 많았지만... 아무래도 공격수가 득점을 많이 하는 게 당연한 스포츠가 축구다. 그래서 포항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로 누가 있나 알아봤다.


1998년 백승철 12득점 (이동국    11득점)

1999년 고정운  9득점 (백승철,이동국 8득점)

2000년 박태하  8득점

2001년 코 난 10득점

2002년 코 난 12득점 (이동국     7득점)

2003년 우성용 15득점 (코 난    10득점)

2004년 우성용 10득점

2005년 다실바  8득점 (이동국     7득점)

2006년 고기구  9득점 (이동국     7득점)

2007년 이광재  7득점

2008년 데닐손  6득점 (남궁도,스테보 6득점)

2009년 유창현 11득점 (데닐손    10득점)

2010년 모 따  9득점

2011년 모 따 14득점

2012년 황진성 12득점

2013년 조찬호  9득점 (고무열,박성호 8득점)

2014년 김승대 10득점

2015년 손준호  9득점 (김승대     8득점)

2016년 심동운  6득점


대략 이렇다. 자, 이제 위에 있는 선수들 중 몸싸움 잘하는 선수가 있는지 살펴보자. 소위 말하는 몸빵이 가능한 선수가 있는지.   없다. 고정운 정도가 그나마 수비수 튕겨낼 수 있는 선수인데(동국이도 고등학교 때에는 제 자리에서 뛰어가지고 달려와 뛰어든 상대 수비 튕겨냈었다. 하지만 프로의 수비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_ㅡ;;;) 일화 천마에서 전성기를 보내고 선수 생활 마무리할 무렵 포항에 온 거라 냉장고가 뛰어다니는 것 같다는 소리를 들은 찰스 바클리 같은 딴딴함(?)은 기대할 수 없었다. 그 외 선수들은 대부분 날렵하거나 호리호리한 이미지의 선수들. 즉, 상대 수비수와 거칠게 몸싸움하면서 버텨내는 공격수는 포항에 없었다. 20년 가까이 포항에서는 딴딴한 공격수를 볼 수 없었다는 거다.


그러다 라자르가 등장했다. 포항 팬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수비수와 맞부딪쳐도 쓰러지지 않는 공격수가 나타난 거다! 수비수 두 명, 세 명 달고 그들과 툭탁틱탁 싸워도 나뒹굴지 않는 선수가 나타난 거다! 실제로 직관 가서 서포팅할 때 라자르가 상대 수비수와 격돌(!)하면서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면 공이 사이드 라인 밖으로 나간 뒤에 다들 환호하고 그랬다. 그런 공격수가 간절했던 포항 팬들이기에 라자르에 열광했던 거다.


라자르의 공격 포인트를 놓고 왈가왈부 말이 많지만 사실 라자르는 최전방에서 혼자 공격을 이끌어내는 정통 센터 포워드가 아니다. 측면에 두거나 투 톱 중 한 명으로 세우는 게 낫다. 그런데 올 시즌 들어 라자르는 주구장창 원 톱이었다. 수비 라인 잔뜩 끌어내려 텐빽 소리 듣는 축구하면서 라자르 혼자 하프 라인 위에 던져 놓은 거다. 롱 볼로 질러대지만 그게 가능한 일이겠냐고. 상대 수비는 최소 세 명인데, 길게 넘어오는 공을 트래핑 해서 세워둔 뒤 수비 세 명 제치고 골? 피파나 위닝에서 인공 지능 수준을 바닥으로 놓으면 가능하겠지. 쯧...



아무튼... 티아고는 포항에서 제법 잘 뛰어줬지만 성남 이적 후 더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기에게 맞는 옷을 찾은 거지. 라자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포항은 라자르에 맞는 옷이 아닌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라자르의 이적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팀에게도, 선수 본인에게도. 다만... 라자르가 2년 가까이 달랑 한 골 넣은, 지독하게 형편없는 공격수였다고 기억되는 건 옳지 않다는 거다. 어찌 되었든 기록은 그리 남을테지만, 적어도 라자르는 상대 수비수 끌고 다니며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줄 줄 아는 선수였다. 본인이 선호하는 자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였고. 그래서 북패와의 경기에서 리그 첫 골을 넣었을 때 눈물 났다는 팬들이 그렇게도 많았던 걸 거다.



글 쓰다가 출근 시간이 다 되어 비공개로 해두고 그냥 갔는데... 퇴근하면서 기사 찾아보니 포항에서 라자르 이적에 대해 부인했다고 한다. 포항 게시판에는 라자르가 3일 내내 부산에 출몰했다는 글도 있고 그래서 어찌 되었든 이적은 확실하겠구나 했는데... 팀이 아니라고 부인하니 이적은 거의 확실한 것 같다. 최진철 부임도 일찌감치 기사 났는데 아니라고 발뺌하더니 결국 사실이었지 않은가? 그래서 재앙과 같은 2016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고.


아무튼... 열 사람이 있으면 열 가지 생각과 말이 나오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라자르에 대한 판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비난하는 팬들도 있을 것이고 옹호하는 팬들도 있을 것이고. 니가 맞네 내가 맞네 하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고. 나는 라자르가 포항을 떠나더라도 티아고 못지 않게 나은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그게 K 리그의 다른 팀이 되더라도 말이다. 다만, 포항을 상대로 비수를 겨누게 된다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다.




요즘처럼 습하고 더운 날, 선수들이 경기 시작 10분만에 땀에 젖어 철썩 달라붙은 유니폼을 떼어내며 뛰는 거 보면 안스럽게 그지 없다. 열심히 뛰는 선수들은 TV로 보더라도 티가 난다. 체력적으로 무척이나 힘들텐데 죽기 살기로 뛰는 황지수 선수 보면 누구나 정말 최선을 다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내게 있어 라자르는 무척이나 열심히 뛰는 선수다. 그래서 그의 성공을 기원한다.


아울러... 전북 레전드와 그 일당들이 하루 빨리 팀을 떠나 다시 포항을 응원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엉망진창의 경기를 계속 하다가 이번에 지면 위험하지 않겠어? 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기사회생하는 전북 레전드와 그의 일당들은 포항에 어울리지 않는다. 파리아스 감독부터 시작되어 황선홍 감독이 완성한 포항 축구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다.




포항에서 금시초문이라 발표한 뒤 잽싸게 소속팀이 변경되었다. 진짜 재빠르다. ㅋㅋㅋ






P.S. 글 쓰다 문득 고기구, 김상록 선수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졌다. 검색해보니 고기구는 은퇴한 모양. 김상록 역시 은퇴해서 상주 상무 코칭 스태프로 일하고 있다 한다. 포항에서 뛴 시간이 길지 않지만 나는 김상록을 전북의 김형범과 같은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다. 공격력이 상당히 좋았던 선수라고...




지난 시즌(2016) 중반에 '제프 유나이티드로'의 이적설이 돌다가 없던 일이 된 라자르는... 결국 포항과 계약 해지하고 헝가리의 '메조코베스트 조리 FC'라는 생소한 이름의 팀으로 가게 되었다. 성적만 놓고 본다면 형편 없는 공격수라고 볼 수 있지만, 포항 팬들 중 라자르를 미워하는 사람보다는 좋아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 맞지 않은 옷을 입혔음에도 어떻게든 뽐 내보려고 이리 척, 저리 척, 애를 쓰던 선수. 부디 헝가리에서는 승승장구하기를 바란다. 고생했다, 라자르. 아직도 라~ 자~ 르~~ 애절하게 목놓아 소리 지르던 포항 팬의 절규가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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