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못 간 지 한참 되어 이틀 쉬는 동안 내려갔다 오기로 했다. 운동 마치고 밥 먹은 뒤 부랴부랴 내려가다가... 휴게소에서 견훤왕릉 검색해봤다. 집에 가는 길에 늘 봤던 곳이라 가볼까 싶어서였다.
...... 안 가기로 했다. 그냥 휑~ 한 무덤이더라. 그래서 바로 집으로 향하고 있는데... 휴게실 들린 지 한 시간도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오줌보가 터질 것 같았다. 참을 수 있다 생각하고 꾸역꾸역 가는데... 안 되겠다 싶더라. 휴게소에서 차 밥 잔뜩 먹여놔서 달랑 화장실 쓰겠다고 주유소 들어가기도 망설여지는 상황. 도저히 안 되겠다, 그냥 염치불구하고 주유소 가자라고 생각하는 찰라, 익산 자동차 등록 사무소가 보이더라. 냅다 들어가서 허겁지겁 주차한 뒤 볼 일을 보고... 느긋함을 되찾아 에헴~ 어슬렁~ 어슬렁~ 걸어나와 차에 올랐는데 교도소 세트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응? 교도소 세트? 익산에서 공무원으로 일하시는 숙모께서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거기? 그러고보니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이 참에 가볼까?
그리하여 내비게이션에 교도소 세트장을 찍고 출발했다.
양 옆으로 벚꽃이 예쁘게 피었다. 여기저기 벚꽃 예쁜 길이 많아지는 것 같다.
금방 도착했다. 관광 안내도가 있고 그 아래에 관광 도시 익산시라고 쓰여 있는데... 뻔뻔하다 싶더라. 익산은 볼 게 거의 없다. 미륵사지나 웅포 나루터 정도나 좀 볼만 하지, 그 외에는... -ㅅ- 전주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고, 볼 게 거의 없다. 이 쪽 여행 염두에 두는 분이라면 차라리 군산을 권하고 싶다. 아무튼... 익산은 관광 도시 운운하며 시 수입 늘리고자 한다면 관광 자원 개발에 한~ 참 힘을 더 쏟아야 한다. 당장 게스트하우스 검색해보면 안다. 익산이 관광 올만한 도시인지 아닌지.
관람 시간은 10시부터 17시까지다. 그 외에는 다른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안내.
밖에서 보니 제법 그럴싸 하다. 흰 색 차가 세워진 곳에서 방문자 인적 사항(이름, 주소, 전화번호)을 적고 들어가면 된다. 아저씨 한 분이 아줌마 한 분과 얘기 중이기에 알아서 끄적끄적 쓰고 기다렸더니 몇 명이냐고 물어본다. 한 명이랬더니 혼자 왔다고? 하는 눈으로 보면서 들어가면 된단다. 공사장에서 흔히 보는 노란 판때기 옆 출입문 밀고 들어가면 된다.
우와~ 넓은 잔디밭이 눈에 확 들어온다. 그리고 멀리 건물 세 동이 보인다.
오른 쪽 건물은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놨다.
각종 음료가 있으니 이용하라는 안내문이다. 자판기 세 대 있다던데 한 대 밖에 못 봤다. 관리소장 개인 소유라는 건, 관리소장이 사비로 가져다 놓은 자판기라는 말일 터. 자판기가 관리만 잘하면 황금 알 낳는 거위가 된다던데 여기 자판기는 황금 알은 커녕 구리 알도 못 낳을 것 같다. -ㅅ-
접견실. 뒤에 일장기가 쌩뚱맞다.
지강원과 일당을 다룬 영화 『 홀리데이 』의 일부를 여기서 촬영한 모양이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로 유명한 지강헌과 일당의 탈옥 사건을 다룬 영화가 『 홀리데이 』다. 개인적으로 별로 재미 없었다. 그나저나... 인터넷 검색해보니 엉터리 정보가 넘쳐난다. 지강헌을 지강원으로 쓴 곳이 엄청 많다. 심지어 신문에서도 이름을 저렇게 써놨다. 거기에다 지강헌이 국민학교 국어 교사였다는 둥, 깨진 유리로 목을 찔러 자살했다는 둥, 카더라가 넘쳐난다. 다 권총 자살한 걸로 알고 있는데... 아무튼, 이번에 국회의원 당선된 표창원 님이 쓴 책 보면 '무전유죄 유전무죄'는 지강헌이 한 말이 아니라 하고, 유일한 생존자인 강영일 역시 자기가 한 말이라 하는데... 뭐가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누가 봐도 구색 갖추기에 급급해 가져다 놓은 검색대. 그저 나무 틀이다.
이렇게 많은 작품이 촬영되었다고 한다. 서대문에 형무소 세트 있지 않나? 굳이 지방까지 내려와 촬영할 정도로 세트가 훌륭한가? 그런 것 같지 않다. -ㅅ- 아무튼... 드라마나 한국 영화를 거의 안 보는 나는 저렇게 덕지덕지 붙어 있어도 아는 게 거의 없다.
맑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을씨년스러웠던 교소도 세트장 내부. 난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각이 났다. -ㅁ-
일반적인 교도소다. 마룻 바닥이고. 타일 붙어 있는 저 곳이 화장실 겸 세면장이다. 왼쪽에 푸세식 변기가 있고 오른쪽에 수도가 있다. 저렇게 되어 있다는 건, 누군가가 똥을 싸면 방 안에 그 냄새가 다 퍼진다는 것. 주먹 꽤나 쓰거나 영치금이 많은 냥반들은 관계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괴롭힘 당하기 쉬운 사람들은 똥 한 번 싸는 것도 곤욕이었을 거다. 뺑끼통이라는 은어로 불렀다고 한다. 요즘도 이런지는 알 수 없다. -ㅅ-
형광등 깨진 조각은 충분히 흉기가 될 수 있기에 깨지 못하도록 막아둔 것 같다. 나름 디테일하다.
창살 밖으로 보이는 감시 탑.
개가 지나다녀야 할 것 같은 저 문으로 밥이 들어가고 빈 밥그릇이 나왔을 거다.
만지지 말라는 경고문이 잔뜩 널부러져 있다. 익산시장을 박아놨던데 전혀 쫄리지 않았다. 그냥 안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할 때에만 뚝딱뚝딱 공사해서 사용하는 모양인지 안은 거의 공사판이었다.
다른 블로그 보니 이 건물로 들어가서 옆 건물로 나왔다는데, 내가 갔을 때에는 이 건물도 못 들어가게 막아놨다. 뭐, 그래봐야 옆 건물과 연결되어 같은 내부를 보는 거다.
옆으로 가보니 그리다 만 벽화가 있다. 내용이 좀 뜬금없다.
출입구로 들어갈 때 아저씨가 신신당부하더라. 발 탁탁 털고 들어가라고. 들어갔다 나와 차에 오르니 그렇게 말한 이유를 알겠더라. 운전석이 온통 잔디. -ㅅ-
새벽에 비가 와서 잔디로 덮인 운동장은 충분히 젖어 있었고, 출입구 안 쪽에는 할머니 한 분이 햇볕을 쬐고 계셨다. 건물 세 동 중 가운데 건물만 볼 수 있었고 주변에 교도소 세트 말고는 달리 볼 것도, 맛있는 먹을 거리도 없기에... 달랑 저거 하나 보자고 구경 가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더구나 자기 차가 없이 대중 교통으로는 말도 못하게 불편한 위치에 있다.
정말 좋은 관광지는 한 번이고 두 번이고 다시 가보고 싶어지는 곳이라 생각한다. 일본의 교토가 그렇고 지리산이나 섬진강 주변이 그렇다. 여기는? 한 번 봤으니 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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