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계획을 짜는 건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특정 장소에 꽂히면 그 때부터 준비한다. 예를 들면, 예천에 가야겠다가 아니라 회룡포에 가보고 싶다 하면 예천을 가는 식이다. 뭐, 대부분 이렇겠지만. 아무튼... 지난 해 교토 다녀오면서 블로그에 글 쓰다가 아마노하시다테를 알게 됐다. 일본 3경 중 하나라기에 가봐야겠다고 마음 먹었고 이번 여행에 다녀오기로 했다. 4박 5일의 이번 일본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이 오늘인 것이다.
일어나서 밖을 보니 역시나 비가 온다. 평소 같으면 궁시렁거렸을테지만 비 오는 날의 아마노하시다테 역시 기대가 되었기 때문에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밥 먹으러 내려갔는데... ANA 호텔보다 부실한 조식.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어서 베이컨 좀 집어들고 밥이랑 미소국으로 아침 해결.
태블릿으로 『 1박 2일 』 시즌 1 틀어놓고 있을 때가 많아서 TV는 거의 켜지 않았는데... 일기 예보 보려고 아침에 TV 켰더니 자드 영상 홍보가 나오고 있었다!!! 아... 보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없나? 야후 재팬 가면 중계 안 하나? 아아... ㅠ_ㅠ
첫 날의 기적 같은 만남이 혹시 또? 하는 기대에 이 날은 심동운 마킹된 2016 시즌 포항 저지 입고 출발. 우산 받쳐들고 교토 역으로 가서 기차를 탔다. 쓸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구글, 진짜 대단하다. 시간도, 기차 편명도, 정확하다! 자유석의 창가 자리에 앉아 멍 때리고 있으니 정시에 기차가 출발했다.
검표하러 와서 패스를 보여주니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본다. 후쿠치야마까지 간다고 했다.
가다보니 뭔가 낯익어서 자세히 봤더니... 카메오카였다. 토롯코 사가 열차 탈 때 갔던 거기. 지난 해에 배 타고 내려왔던 강이 창 밖에 흐르고 있었다. 혹시나 배가 보이지 않을까 했지만 없었다. 비 오는 날의 기차 여행이 싫지만은 않았다.
손전화 액정에 비친 비 오는 풍경이 뭔가 멋져 보여서 찍어 봤... -ㅅ-
도착 예정 시간에 1분도 어긋남 없이 도착. 후쿠치야마 역은 생각보다 컸다. 교토에서 아마노하시다테에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특급 아마노하시다테를 타는 거다. 한 방에 아마노하시다테까지 간다. 후쿠치야마까지는 JR 패스를 이용할 수 있고, 내리지 않고 있다가 검표할 때 역무원에게 교토 시 에어리어 패스(Kyoto Sea Area Pass)를 사면 된다. 교토 시 에어리어 패스는 아마노하시다테 주변을 이용할 수 있는 게 있고 이네 일대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게 있고 둘 다 이용할 수 있는 와이드 버전도 있다. 아마노하시다테나 이네 쪽만 쓰려면 1,300엔이고 와이드 버전은 2,600엔이다. 어느 쪽이든 따로 표 사서 다니는 것보다 이득이니 사는 게 낫다.
문제는... 열차 시간이 띄엄띄엄이라는 것. 아마노하시다테는 교토에서도 제법 먼 거리이기 때문에 특급 아마노하시다테를 이용해 왕복할 경우 아마노하시다테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두, 세 시간 정도가 고작이다. 그래서 나는 아침 일찍 후쿠치야마까지 간 뒤 거기서 패스를 사 탄고 열차로 갈아타는 방법을 선택했다. JR 도착과 탄고 열차 출발 사이의 시간은 고작 6분! 그래서 역에서 내리자마자 엄청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검표하는 분에게 패스를 보여주고 나가니 바로 옆에 사무실이 보인다. 거기 가서 패스 안내된 종이를 보여주었더니 젊어 보이는 남자 직원이 뭐라 말은 못하고 안절부절하더니 뭔가를 막~ 찾아 헤맨다. 옆에 있던 여자 직원이 뭐하냐는 듯 보다가 뭐라고 몇 마디 나누더니 나한테 여기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어디 가면 살 수 있냐니까 나가서 오른 쪽으로 가라 한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냅다 뛰었다. 건물 밖으로 나가니 인포메이션 센터가 보인다. 다른 분과 대화 중이어서 말을 끊어야 하나 잠깐 고민하는데 무엇을 도와주면 되겠냐고 바로 물어본다. 아까처럼 패스 안내된 종이 쪼가리를 보여주니 여기가 아니라 2층이라고, 한 층 위라고 한다. 어뿌 스때아~ 어뿌 스때아~ 아, 일본 영어 발음... 진짜 알아듣기 힘들다. -ㅅ-
2분 남았나? 부리나케 뛰었다. 에스컬레이터 올라가니 바로 역무원이 일하는 사무실. 종이 쪼가리 보여주면서 와이드 패스 달라고 하니까 다시 한 번 확인을 하더니 작은 종이 꺼내어 도장을 쾅쾅 찍는다. 마음은 급한데 왜 이렇게 여유롭나 싶었다. 돈 주고 표 받아드니 이리 가라고 알려준다. 그 쪽으로 가니까 파~ 란색 열차가 서 있다. 1분 전. 뛰어가서 차장에게 표를 보여주니까 어디까지 가냐고 묻는다. 아마노하시다테라고 했더니 타라고 한다. 두 칸 짜리 열차인데 1호 차가 지정석이고 2호 차는 자유석이다.
파란 바탕의 표범 무늬 시트. 새 열차라는 느낌이 확~ 난다.
열차 내부 이곳저곳에 나무 재질이 사용되어 분위기가 색다르게 느껴진다. 깔끔하다.
미야즈 역에 도착했다. 미리 알아본 바에 따르면 미야즈 역에 도착했다가 역주행해서 아마노하시다테로 간다고 한다. 지도로 보면 미야즈 지나 아마노하시다테로 나오기에 진짜 역주행으로 가나? 싶었는데... 예정보다 일찍 미야즈에 도착해서 좀 오래 기다렸다가 정시에 출발. 진짜로 역주행한다. 거꾸로 간다. 시트 돌려야 하나? 잠깐 고민하다가 금방이니까, 뭐... 하고 멍 때리고 있었더니 어느 순간 정방향으로 가고 있다. 응? 뭐가 어떻게 된 일이지? -ㅁ-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아마노하시다테 역에 도착했다. 오사카나 교토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다니기 편한 곳이 아니라 조금 작은 시골 마을까지 여행을 다니는구나 싶어 괜히 뿌듯하고 그랬다.
2015년부터 다닌 열차라 깔끔하다.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꽤 있었다.
급하게 찍느라 날아간 포커스. -_ㅡ;;;
이 통로를 지나 길을 건너니,
깔~ 끔한 역사가 나왔다.
표 보여주고 밖으로 나오니 역 건물 안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다. 여자 분이 영어를 잘 하셔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이네 마을 가는 버스 시간도 확인하고, 역 바로 앞에 있는 정류장 맞는지도 물어보고. 일단 뷰랜드부터 가려고 했기 때문에 뷰랜드 가는 걸 물어보니 지도에 이것저것 표시해준다. 진짜 친절하다. 역 앞 풍경은 정말 작고 예쁜 시골 마을.
안내해준대로 걸어가니 금방 뷰랜드가 나왔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50엔 할인 쿠폰 챙겨준 덕분에 조금은 싸게 표를 구입했다. 구입한 표로는 모노 레일을 타도 되고 체어 리프트를 타도 된다. 둘 다 이용해보고 싶었기에 올라갈 때에는 모노 레일, 내려올 때는 체어 리프트를 타기로 했다.
20분에 한 번씩 출발한다.
이렇게 자그마한 차량 두 대가 연결되어 올라가고 내려간다.
유명한 아마노하시다테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체 왜 이렇게 대관람차에 환장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ㅅ-
아마노하시다테에서는 허리를 굽혀 가랑이 사이로 풍경을 보는 게 유명하다. 그렇게 보면 소나무 숲이 하늘로 오르는 용처럼 보인다고 한다. 나 말고는 일본인 남자 네 명이 구경 왔었는데 그 사람들도 쑥스러워 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가랑이 사이로 풍경 보며 킥킥거리고 웃더라. 나는 그 냥반들 없을 때 혼자 해봤다. ㅋㅋㅋ 아무튼... 그 느낌 살리려고 사진 뒤집어 봤는데... 블로그 로고 씌우기 전에 뒤집었어야 했는데... 깜빡했다. 다시 원본 사진 불러와 리사이징 하고 어쩌고 하기 귀찮아서 그냥 뒤집어 올린다. ㅋ
지혜의 등롱(와토우로우)? 저 구멍 사이로 돌 던져 넣으면 똑똑해지는 건가? 300엔에 돌 세 개. 누가 지키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걸 속이고 싶지는 않아서 300엔 넣었다. 생각해보니 찰흙 반죽 굳힌 걸 3,000원 주고 사는 건데... -ㅅ- 등롱 밑에는 부서진 돌 파편이 잔뜩이었다. 이 까짓 거... 하고 던졌는데... 셋 다 어림도 없이 빗나가며 실패! -ㅁ- 쳇, 농구공이었음 한 방이었어. 축구공 발로 차라고 해도 넣었을 거라고~ 하면서... 한 번 더 300엔 쓸까 하다가 뻘 짓은 이제 그만~ 하고 셀프 브레이킹!
갑자기 안개가 몰려오는 듯 하더니 시야가 잔뜩 흐려진다. 구름에 갇힌 거다.
나와 일본인 관광객 네 명 말고는 일하는 사람 뿐이었다. 직원이 더 많은 상황. 그 상황에서도 회전 목마를 불을 켜고 노래와 함께 돌고 있었다. 뭔가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이 사진 흑백으로 바꿔서 다시 올려야지. ㅋㅋㅋ
올드 애니메이션 팬인가... 자이언트 로보에 가면 라이더에... 철인 28호에...
저 멀리 유람선이 보인다. 저 배도 탈 예정. ㅋ
내려갈 무렵에는 앞이 거의 안 보일 지경이 되었다.
내려갈 때에는 체어 리프트를 이용. 일하는 분이 두 명 있었는데 가방을 앞으로 메라 한다. 비에 젖은 의자를 닦아내더니 앉으라고. 안전 바가 없지만 불안한 맘은 들지 않았다. 무섭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던데 나는 그냥 그랬다. 재밌던데? 지면으로부터 그닥 높지 않아 떨어진다고 다치거나 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않았지만... 평지가 아니라는 게 문제. 떨어지고 땡이면 다행이지만 구르면... ㄷㄷㄷ
앉아 있다가 뒤돌아서 내려오는 모노 레일 찍었다. 속도가 비슷하다.
뷰랜드에서 내려오니 땡~ 땡~ 땡~ 하는 소리 나서 막 뛰어가 탄고 열차 지나가는 거 찍고. ㅋ
교토 시내에서 8로 도배된 차 봤는데 여기서도! 중국인들이라면 무척 좋아했을테지. ㅋ
배가 지나가면 위로 들리는 게 아니라 수평으로 빙글 돌아간다는 다리.
부채 모양의 점이 독특했다.
이 고양이 녀석은 낯도 안 가린다. 나보다 먼저 절에 들어선 아저씨 둘이 있었는데 그 앞에서 얼쩡거리다가 그들이 사진 찍고 가니까 바로 나한테 온다. 육포라도 있음 주겠는데... 먹을 게 아무 것도 없네. -ㅅ- 고양이는 좋아하는터라 쭈그리고 앉아 사진도 찍고 좀 놀아주려고 했는데... 이 자식이 발톱 세우고 바지를 자꾸 긁어대서... 바지 뜯겨 나갈까봐 일어났다. 이렇게 낯 가리지 않고 사람한테 먼저 다가오는 고양이라면 키우고 싶다.
부채 점괘 뽑아보고 싶었는데... 수중에 동전이 없었다. ㅠ_ㅠ
구입한 교토 시 에어리어 패스는 여러 혜택이 있다. 탄고 열차를 이용하는 건 기본이고 자전거 대여와 유람선 타는 것도 가능하다. 아마노하시다테 마을에 있는 상가는 대부분 자전거를 몇 대씩 갖추고 있었는데 아무 데서나 빌릴 수 있는 건가?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아무 데서나 자전거 빌리면 되는 거냐고 물어본다는 게 깜빡하고 그냥 나왔다. 일단 확실한 건 유람선 선착장이니까... 그리 갔더니 배 탈 거냐고 묻는다. 자전거 탈 거랬더니 패스 보고는 한 대 끌고 와 빗물을 슥슥~ 닦아준다. 종이 쪼가리에 이름이랑 전화번호 적으래서 이름을 한자로 적고, 전화 번호도 쓰냐고 물었더니 됐다고 한다. ㅋ 여기 반납할 거냐고 물어서 반대 쪽에서 반납할 거랬더니 종이 표를 주며 반납할 때 내라고 한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출발.
그냥 바닷가다. 여름에 놀러 오면 해수욕도 하고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렸던 자전거. 이 정도만 됐어도 비젠-이치노미야에서 자전거 빌렸을 거다. -ㅅ-
꽃놀이 시즌도 아니고, 평일인데다, 비까지 와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걸어서 50분, 자전거로 20분이라는데... 걸어서 다니는 사람들도 꽤 있었, 아니 자전거로 다니는 사람은 나 뿐이었다. 천천히 가다가 세워서 사진 찍고, 또 가다가 사진 찍고... 그러면서 맞은 편에 도착했다.
집 주인도 참 짖궂네. ㅋㅋㅋ 밤에 보면 놀랄지도.
맞은 편의 유람선 선착장에 도착하니 이번에도 배 탈 거냐고 물어본다. 아니아니, 자전거 반납하러 왔다고 하니까 손을 내민다. 야쿠자 영화에서 한 배역 할 것 같이 생겨서 움찔~ 했다. ㅋㅋㅋ 자전거 빌릴 때 받은 쪼가리 주니까 아랫 부분을 도로록~ 뜯어내고 돌려준다. 인사하고 나와 길 따라 큰 길로 나갔다.
센서 달아놨는지 물이 안 나오다가 가까이 가니까 웅~ 하는 모터 소리와 함께 물이 조르르~
응? 『 드래곤 볼 』 무천 도사 모티브인가? -ㅅ- 아는 게 없으니 생각하는 게 이 모양.
안내가 잘 되어 있어 헤맬 일이 없다. 천천히 걷다 보니 카사마츠 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교토 시 에어리어 패스가 있으면 카사마츠 공원을 이용할 수 있다. 뷰랜드는 따로 돈 내야 하지만.
기다렸다가 모노 레일을 타고 올라갔다. 나 말고는 노년의 부부가 있었는데 그 분들은 맨 뒤에 앉았고, 나는 맨 앞의 기관사 바로 옆 자리에 앉았다. 출발하고 나서 일본어로 이것저것 설명해주는데 당연히 못 알아들었다. -ㅅ-
돌아가는 모노 레일 시간이 적혀 있다. 뷰랜드는 20분에 한 대인데 여기는 15분에 한 대이다. 뷰랜드에서는 체어 리프트 탈 수 있었는데 여기는 비 때문에 안 된단다. 뷰랜드 있을 때에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아 가능했을 수도 있다. 카사마츠 공원 도착했을 때에는 비가 더 많이 내리고 있었다.
왜 여행 가면 화장실 사진 주구장창 찍어대는지 나도 모를 일이다. -ㅅ-
비가 더 많이 내려 앞이 안 보일 정도. 이 쯤 되니 맑은 날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ㅠ_ㅠ
체어 리프트는 운행하지 않는 상태.
나리아이지 절 가는 버스. 일본의 버스는 뒷 문으로 타서 앞 문으로 내리게 되어 있는데 이 소형 버스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타서 뒤로 내리는 형태이다. 우리한테 당연한 것이 일본인들 눈에는 특이하게 보이겠지. 나리아이지 가볼까 했는데... 비 때문에 우산 쓰고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귀찮아져서 그냥 포기했다. 글 쓰면서 생각해보니 후회가 된다. 교토 시 에어리어 패스 있었기에 따로 돈 안 내도 됐는데... 여행에서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에는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 찍는 것도 그렇고.
나 어릴 때 돈가스 집 가면 거기도 100원 넣고 점 뽑는 기계가 테이블마다 놓여 있었는데... ㅋ
점심은 제대로 먹자는 생각이 들어 간단히 먹으려고 키츠네 우동을 시켰다. 맥주도 당연히 같이. ㅋ
우동 먹고... 맥주 마시고... 사진 찍고... 적당히 빈둥거렸는데도 당최 날씨가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안 되겠다 싶어 포기하고 내려가기로 한다.
식당 아래 까페의 테이블에도 마스코트가 새겨져 있다. 꼼꼼한 일본인들.
아까 아마노하시다테 역에서 봤던 외국인 두 명을 여기서 봤다. 건장한 남자와 여자였는데 둘 다 좀 지쳐 보이더라. 그나저나 서양 애들 대단하다 싶은 게, 엄청나게 큰, 최소한 50ℓ 넘어 보이는 배낭을 주렁주렁 메고 여행 다닌다. 게스트 하우스에 두는 게 불안해서일까? 가족 동반한 팀도 아빠로 보이는 냥반이 엄청 큰 베낭 주렁주렁 메고 다니던데... 숙소에 캐리어 보관하고 가볍게 다니는 우리랑은 너무나도 다른 모습. 말이나 걸어볼까 하다가 너무 지쳐 보여서 그냥 지나쳤다.
내려가는 모노 레일은 전세 냈다. 기관사랑 나랑 달랑 둘이 탔다. ㅋ
내려와서... 달리 갈 데가 없었다. 가게에서 보고 가라고 호객하는데 딱히 살만한 것도 안 보이고... 그냥 걸어서 아까 유람선 타는 곳으로 갔다. 나이 좀 있으신 직원 분이 뭐라 말을 거는데 영어로 대답했더니 움찔! 하신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시간표 보는 날 지켜만 보신다. 배 몇 시에 가냐니까 그제서야 알려주신다. 영어 잘 알아들음시롱. ㅋㅋㅋ
배 타는 것도 교토 시 에어리어 패스 있으면 따로 돈 안 낸다. 배도 전세 냈다. 달랑 나 혼자다. ㅋㅋㅋ
평소 같으면 배 안에 사람들이 거의 없다. 다들 이 에비센 한 봉지 사들고 나가 갈매기들 밥 주기 바쁘니까. 하지만 비가 와서 배 따라오는 갈매기도 없었고... 나 역시 나가서 비 맞고 싶지 않아 실내에 있었다.
뭔가 귀여운 테이블.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다.
화장실이 엄청 급했는데 배에는 화장실이 없다. 문제는... 배 타기 전에 매 시 정각에 다리 돌아간다고 써붙여 놓은 걸 봤다는 거. 배에서 내리자마자 일단 다리 쪽으로 냅다 뛰었는데... 화장실! 화장실! 결국 다리 앞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 다녀왔다. 그리고나서 다리로 왔는데... 안 돌아간다. 화장실 다녀오는 짧은 순간에 이미 끝난 건 아닌 것 같은데... T^T
일단 근처 볼 거리는 적당히 본 것 같아 기차 역으로 돌아갔다. 이네 가는 버스 타려면 역 앞에서 타야 하니까. 보슬보슬, 부슬부슬, 후두두둑, 내리던 비는 부슬부슬 수준으로 바뀌어 있었다. 막 쏟아지는 비는 아니지만 바람 때문에 흩날리는 비. 고라쿠엔에서 산 우산으로 쓰고 다녔는데 작아서 아무래도 젖지 않을 수가 없다.
역에 도착했는데 버스 시간까지는 아직 20분 정도 남은 상황. 어쩐지 좀 지쳐서 넋 놓고 앉아 있는데... 눈 앞에 교토로 돌아가는 특급 하시다테가 뙇!!! -ㅁ-
아... 집에, 아니 숙소에 가고 싶다... 아, 숙소에서 와 퍼먹으면서 드러누웠으면 좋겠다... 아, 가고 싶다... -_ㅡ;;; 그리하여... 이네 여행을 포기했다. 이네 가려고 교토 시 에어리어 패스도 와이드 판으로 산 거였는데... 이렇게 비 오는 날이면... 그렇잖아도 휑~ 하다는 이네는 뭔가 황량하고 울적할 것 같았다. 그래서... 포기했다. 한 편으로는 다음에 해수욕 준비해서 다시 오자는 마음도 있었고.
숙소로 돌아가자고 날 유혹한 특급 하시다테. 크흡~ ㅠ_ㅠ
검표하러 왔기에 교토 시 에어리어 패스와 JR 패스를 다 보여주니까 교토까지 가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까 고개를 끄덕이고 간다. 특급 하시다테는 환승할 필요가 없어서 편하다. 피곤해서 잘 줄 알았는데 막상 기차에 타니 잠은 안 오더라.
계속 비가 왔었는데... 어느 순간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교토 역에 도착해서... 일단은 숙소로 갔다. 중간에 파란 하늘도 봐서 비가 안 올 줄 알았는데 교토 역 밖으로 나가니 그냥 맞기에는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숙소에서 보이는 풍경. 저 2층 집은 호텔 손님에게 원치 않게 집을 다 보여주는... -ㅅ-
퍼져 있다가... 숙소로 돌아오면서 편의점에서 사 온 콜라맛 젤리 봉지를 뜯었다. 어차피 밥 먹으러 나갈 건데 입이 심심하니 뜯은 거였는데... 이게 꽤 맛있다. 하나씩, 하나씩 먹다 보니 한 봉지 다 먹었다. -ㅁ- 그리고... 젤리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다. 이게, 배 안에서 불기 시작하는 거다. 분명 배가 엄청 고팠는데... 빵빵해지더니... 급기야 아무 것도 먹기 싫은 지경에 이르렀다.
쇼핑을 해서 캐리어에 넣고 옷가지는 따로 준비해 간 가방에 넣어야 이동할 때 편하다는 생각이 들어 교토 지하로 나갔는데... 드럭 스토어가 없어 쇼핑할 거리가 없다. 교토 지하의 그 수많은 음식점들을 지나치면서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으니... 젤리의 위력!!!
호텔에서 준 교토 타워 할인권 들고 타워로 향했다.
그러자요. ㅋㅋㅋ
교토 타워가 참 좋은 게... 이 쪽이 어느 방면이라는 걸 안내해주기 때문이다. 내가 다녀온 곳들을 높은 곳에서 내려 볼 수 있다. 의외로 가까워서 놀란 곳도 있고, 보이지 않아 아쉬운 곳도 있고. 할인권 아까워서 다녀온 거였는데 300엔이라면 그 값어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제 값 주면 속 쓰리고. -ㅅ-
시계 고도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보겠답시고 시계 찍어 봤다. ㅋ
그렇게 교토 타워 보고... 숙소로 돌아갔는데... 배가 고프다. 이런 씨앙... -ㅅ- 밖에 나가면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고... 숙소 들어오면 배 고프고... 결국 배 고픔을 못 이기고 또 밖으로 나갔는데...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다. 이런 망할! 숙소 들어가면 다시 배 고파질 것 같아 편의점에서 도시락 두 개를 샀다. 야끼 소바랑 돈가스 밥을 샀는데... 야끼 소바가 엄청 맛없다. 그러고보니 일본에서 야끼 소바 먹으면서 맛있다 생각한 건 오사카 나가이 스타디움 갔을 때 뿐이었다. -_ㅡ;;; 아무튼... 밥 먹고 맥주 마시며 퍼질러 있다가... 네이버 들어가서 이것저것 보다가... 요도바시 카메라 언급한 블로그를 봤다. 아, 요도바시 카메라 안 갔구나! 싶어서... 다시 나갔다. 호텔 프런트에서 들락날락하는 거 보며 이상하다 생각했을지도. -ㅅ-
아... 인생 아이스크림... 집에 쌓아두고 먹었으면 좋겠다. -ㅁ-
슬슬 걸어서 요도바시 카메라 앞으로 가니 1층이 제법 큰 펍이다. 아... 다음에 또 교토 가게 되면 저 펍에서 맥주나 마셔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 때에는 배가 잔뜩 불러서 맥주고 나발이고... -_ㅡ;;; 요도바시 카메라 가서 위로 올라간 뒤 내려오면서 이것저것 구경했다. 원래는 오사카 가서 타워 레코드 갈 생각이었는데 음반 매장 있기에 쑥~ 들어가 구경. 한류 열풍 시들해졌는데 K-POP 쪽은 뭔가 휑~ 한 분위기다. 그나마 앞에 내세워둔 게 티아라. -ㅅ- 혹시 있지 않을까 싶어 코마츠 미호 찾아봤지만 없더라. ZARD는 있나? 하고 봤더니... 있다!!! 25주년 기념 앨범!!! 집어들었는데... 빈 통이다. 들고 갔더니 카운터 뒤 쪽에서 꺼내어 계산해준다.
피규어 매장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마땅히 살 게 없어서 가샤퐁만 냅다 뽑고... 그래도 구경 재미있게 잘 하고... 선배한테 ZARD 앨범 샀다고 자랑했더니 고맙다고 답장 와서... 생각해보니 그 선배 선물로 ZARD 앨범 주면 되겠다 싶어 다시 음반 가게 갔다. ZARD 앨범 달라고 했는데 못 알아듣는다. 자드 구다사이~ ? 자아~ 드~ 구다사이~ ? 즈아아~ 드으으~ 구다사이~ ? 아오! 그래서 봉지에 든 테이프 뜯어내서 샀던 앨범 보여주며 하나 더 달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알아듣고 하나 더 갖다 준다. -ㅅ-
이네 마을 못 다녀온 것도 아쉽고... 교토 펍에서 일 잔 못한 것도 아쉽고... 다음에는 게스트 하우스 써야지 하는 생각하면서... 또 『 1박 2일 』 틀어놓고 잤다. -ㅅ-
'『 여 행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견훤왕릉 (0) | 2016.06.27 |
---|---|
2016 간사이 - 마지막 날 : 무사히 집으로... (0) | 2016.05.10 |
2016 간사이 - 셋째 날 : 에이칸도 (0) | 2016.05.06 |
2016 간사이 - 셋째 날 : 고라쿠엔 & 오카야마 성 (0) | 2016.05.06 |
2016 간사이 - 둘째 날 : 고지마 역 & 와슈잔 전망대 (4) | 2016.05.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