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시간이 되어 밖으로 나갔다. 마사미 님과 함께 지역의 술집으로. 밖에서 볼 때에는 작아보이는 가게였는데 2층까지 있는 술집이다. 1층은 이미 꽉 차서 2층으로 안내를 받았다. 신발을 벗고 나무 계단을 올라가면 자그마한 테이블 주위로 등받이 없는 의자가 있다. 혼자였다면 이런 곳은 갈 수 없었을테지. 일단 의사 소통이 안 되니까. 하지만 마사미 님 덕분에 로컬 술집에 가보게 된다. ㅋㅋㅋ 마사미 님과 친한 친구 분이 먼저 와 기다리고 계셨다. 같이 한국 여행도 다니고 한국어 공부도 했었다고 한다.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아 스윽~ 둘러보니... 이것저것 구워 먹는 집이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라면 커다란 불판이 있는 게 아니라 자그마한 그릇에 숯이 담겨 있고 거기 철망 형태의 불판이 올려져 있다는 거? 그런 화로가 세 개 있더라. 세 명이라 세 개 준 모양이다. 즉, 우리나라처럼 한 군데에서 다 구워 먹는 게 아니라 제각각 구워먹는 시스템?
새우도 있고, 고기도 있고, 버섯도 있고, 채소도 있고,... 이것저것 많았다. 거기에 술은 정해진 시간 동안 무제한으로 마시는 게 가능! 마사미 님과는 한국어로 대화하고 마사미 님이 그 대화를 일본어로 친구에게 전해주는 식으로 수다를 떨었다. 친구 분이 몸이 좀 안 좋아서... 양해를 구하고 먼저 일어나시고... 마사미 님과 더 먹고 마셨다.
우리나라는 여러 명이 고기를 구워 먹게 되면 보통은 한 명이 전담해서 굽는다. 대부분 모임의 막내가 담당하기 마련이고, 막내의 고기 굽는 실력이 영 엉망이다 싶으면 답답한 사람이 집게와 가위 뺏어들고 그게 뭐냐 갈구며 고작 고기 굽는 걸로 잘난 척 하는 시스템? ㅋㅋㅋ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이 집게와 가위 잡고 이제 내가 구울테니 너는 먹어라 하는 분위기가 되고... 그러다가 술 좀 들어가고 그러면... 이 놈도 뒤집고, 저 놈도 뒤집고, 방금 이 놈이 뒤집은 걸 저 놈이 도로 뒤집어놓고, 아까 뒤집었는데 왜 한 쪽만 타는지 의아해하며 또 뒤집고, 그런 분위기... -ㅅ- 이런 분위기에서 고기 구우면서 내 입에 들어갔다 나온 젓가락으로 고기 뒤집는다고 타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찌개 하나 놓고 제각각 수저 담그는 거랑 같은 거다. 3인분, 4인분 시키면 1인분씩 세 그릇, 네 그릇 나오는 게 아니라 크게 한 그릇 주잖아. 그러면 각자 알아서 떠먹는 거고. 다른 사람 입에 들어가 쭉~ 빨리고 나온 숟가락이 다시 찌개에 들어가도 누가 뭐라 안 한다. 우리는 예전부터 그런 식문화였잖아. 뭐, 요즘은 각자 덜어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그런 우리의 식문화를 잘 알 수 있는 것이 흔히 오뎅이라 부르는 길거리 어묵이다. 1톤 트럭에서 주로 파는 어묵 같은 경우 커다란 간장 그릇에 너도나도 찍어 먹었잖아. 한 입에 그 긴 어묵을 다 먹지 못하니까 베어 먹게 되고... 그걸 또 찍어 먹고. 이게 당연한 거다(요즘은 붓을 거쳐 스프레이로 진화했지만... 난 스프레이로 간장 뿌려 먹는 어묵 따위 반대다. 그게 뭐야. -ㅅ-).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게 상당히 비위생적인 짓이라는 거지.
쿠시카츠라고 해서 여러 가지 재료를 튀겨낸 음식이 있는데 그냥 먹으면 밍숭맹숭하니까 달콤 짭자름한 소스에 찍어 먹는다. 일본에서는 한 번 입에 넣어 베어먹은 걸 다시 찍어 먹는 게 금기인데 한국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그리 한다는 거지. 그래서 유명한 쿠시카츠 가게에서는 한국어로 다시 찍어 먹지 말라는 안내문도 붙여 놓고, 잘 팔리는 가이드 북에서도 그러면 안 된다고 따로 써놓고 그런다. 만약 다시 찍어먹어야 한다면 자기만 먹을만큼 소스를 덜거나 양배추로 소스를 찍어 음식에 묻힌 뒤 양배추도 같이 먹는 게 예의다.
그런 걸 알고 있는 상황이라 불판에 올려놓은 버섯이, 고기가, 생선이, 시커멓게 타고 있는 걸 보면서도 뒤집을 수가 없는 거다. 바로 아래에 숯이 있어서 자그마한 불판에 음식을 올리면 순식간에 익어버렸는데, 이걸 내가 뒤집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쓰지 않은 새 젓가락이 있으면 모르겠는데 내 입에 들어갔다 나온 젓가락 하나 밖에 없고. 그걸로 화로 위의 음식을 뒤집어놓기가 엄청 눈치 보였다. 해도 되나? 하면 안 되나? 그렇게 눈치 보다가 한 쪽이 시커멓게 탄 버섯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입에 넣기도 했고...
나중에 마사미 님에게 그러했다고 말씀드리니까 굉장히 미안해하셨다. 술집을 잘못 선택했다고 하시고. 아니, 그런 건 아니고요. ㅋ 서로 다른 문화니까... 상대 문화는 존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와 친구, 친구의 친구, 이렇게 세 명이 음식점에 갔는데... 나와는 친분이 없는 친구의 친구가 번갈아가며 숟가락 담그는 식사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면 덜어 먹는 게 당연한 거라 생각한다. 덜어 먹는다고 음식 맛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마찬가지로 일본 사람이지만 한국처럼 푹푹 숟가락 담궈 떠먹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도 괜찮고.
괜히 생각이 많아 조심한 건가 싶기도 하지만... 어찌 되었든 예의를 모르는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세 마리 나온 새우를 독점하면서 이것저것 부지런히 먹었고... 배가 빵빵해졌다.
맛있게 얻어 먹고... 호텔로 돌아가다가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음료를 조금 샀다. 마사미 님과 다음 날 아홉 시에 만나기로 약속한 뒤 방으로 돌아왔다. 고기 냄새 잔뜩 밴 옷을 옷장에 넣어두고... 샤워를 하고... 사온 맥주를 마시면서 태블릿으로 『 1박 2일 』 보다가 잠이 들었다. 그대로 켜놓고 잠이 드는 바람에 깊이 못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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