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건너 편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마사미 님을 발견했다. 지난 4월에 처음 뵌 후 편지와 메시지를 주고 받다가 6개월 만에 다시 뵙는 거였다. 신호를 기다렸다가 길을 건너 인사를 드렸다. 한국에서 혼자 다녀도 충분할 정도로 우리 말을 잘 하셔서 일본어를 전혀 못하는 나와의 의사 소통에도 문제가 없다.
다음 날 고토히라에 데려가 주시기로 했는데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했기 때문에 마사미 님도 호텔에서 주무신다고 했다. 호텔은 마사미 님이 일하고 계신다는 레포제 오카야마 호텔.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내가 올린 글 두 개, 다른 사람이 올린 글 하나, 이렇게 달랑 세 개만 올라온다
그만큼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호텔이다. 한국인들 대부분이 도쿄나 오사카 등의 대도시로 여행을 가기 때문에 오카야마는 그닥 알려진 도시가 아니다. 그런 오카야마에서도 레포제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비즈니스 호텔이다. 오카야마 역에서 바로 접근 가능한 ANA 호텔이 10만원 조금 안 되는 금액으로 이용 가능한데, 레포제는 그 절반 가격이다. 홈페이지는 http://okayama-repose.vivian.jp/guidance.html ← 여기다. 일본 여행을 갈 때 항상 호텔스닷컴에서 예약을 하는데 등록이 안 되어 있다. 아마 익스피디아나 호텔스컴바인 등의 사이트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홈페이지 통해 예약할 수 있는데 주차 없이 조식 포함하여 예약하면 ¥4,300으로 안내하고 있는 중.
일단 짐을 좀 풀어놓고 싶어 방에서 쉬다가 다시 마사미 님을 만나 저녁 식사 겸 음주 자리를 갖기로 했다. 내 방은 701호.
문을 열자마자 화장실이 보이고 좁은 통로를 지나면 책상과 침대가 나오는 전형적인 일본의 비즈니스 호텔이다
170㎝가 채 안 되는 나도 무릎을 굽히고 앉는 것 정도만 가능한 작은 욕조, 그리고 아담한 구성의 화장실 겸 욕실
방 크기에 비해 의외로 옷장이 컸다 - 옷장을 여니 살포시 풍겨오는 나무 냄새
세월의 연륜이 느껴지는 에어컨 리모컨
에어컨에 먼지가 잔뜩! 청결한 일본답지 않은 모습이다
11월을 코 앞에 뒀음에도 불구하고 방에서 후끈한 열기가 느껴져 에어컨을 켰는데... 찬 바람이 안 나온다. 뭔가 잘못 조작한 건가 싶어 껐다가 다시 켜고... 온도를 잔뜩 낮춰보지만... 여전히 찬 바람은 나오지 않는다. 켜자마자 곧바로 찬 바람 나오겠냐 싶어 텔레비전을 보면서 좀 기다리기로 했다. 레포제 오카야마는 AV 채널 세 개가 무료!
일본에는 다양한 유료 채널이 있다. 보통은 기본 채널만 볼 수 있고 스포츠나 영화, 성인 등 특정 채널을 보기 위해서는 호텔에 비치된 자판기를 통해 유료 채널을 볼 수 있는 카드를 구입해야 한다. 그런데 레포제 호텔은 성인 방송 세 개를 그냥 볼 수 있게 해놨더라. 이 성인 방송이 우리나라와 좀 다른데... 우리나라의 경우 가슴까지는 그냥 노출하지만 음부는 직접 노출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다리나 팔을 이용해 음부를 가리거나 각도를 절묘하게 이용해서 어떻게 해서든 안 보이게 찍는다. 그러나 일본은... 성인물 대국! 모자이크 처리하긴 하지만... 그냥 다 보인다. 호기심에 성인 채널 틀어봤더니 굵은 모자이크를 적용한 채널이다. 하지만 모자이크 너머로 어영부영 다 보인다. -_ㅡ;;; 일본까지 와서 포르노 보고 있어야겠나 싶어서 그냥 끄고... 태블릿으로 『 1박 2일 』 시즌 1 틀었다. 일본 여행 때마다 저거 틀어놓고 있는다. ㅋㅋㅋ
오카야마까지 오는 동안 땀을 좀 흘렸기에 간단히 샤워를 하고 나왔다. 뜨거운 물 잘 나온다. ㅋ 마사미 님에게 미리 부탁한 FURUNO 카달로그를 건네 받고, 한국에서 준비해 간 먹을 거리를 전달해드렸다. 예전에 마사미 님이 컵을 선물해주신 적이 있는데 나도 그렇게 좀 두고 두고 쓸 수 있는 걸 드렸음 좋겠다 싶었지만... 선물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방이 시원해지지 않아 에어컨 아래로 손을 내밀어보니... 따뜻한 바람이 나오고 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서 그냥 에어컨을 끄고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창문은 양 쪽의 잠금 장치를 풀면 가운데를 기준으로 빙글 돌아가는 회전문 같은 형태였다
양 옆으로 움직이는 미닫이도 아니었고, 위/아래로 들고 내리는 형태도 아니었다. 가운데를 기준으로 빙글~ 돌아가는 회전문 같은 창문이었다. 문제는... 대책없이 그냥 휙~ 돌아가서 추락 사고가 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더라. 어린 애와 묵는다면 조심해야 할 부분. 어쨌든... 창문을 여니 찬 바람이 훅~ 들어왔다. 시원했다. 완전히 열어놓는 건 좀 불안해서 살짝만 열어 바람만 들어오게 하고 커튼을 쳐놨다. 마사미 님과 약속한 시간이 되어 밖으로 나갔다.
방에서 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호텔 프런트는 24시간. 영어를 하는 직원은 못 봤지만 딱히 의사 소통 때문에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사실 의사 소통하고 자시고 할 일이 없었다. 방도 마사미 님이 잡아주셨고 결제도 이미 다 해버리셔서... -ㅅ- 아, 참고로 프런트의 한 직원은 나를 20대로 보는 훌륭한 안목을 소유하고 있다. ㅋㅋㅋ 열쇠로 방문을 열어야 하고 열쇠에 달린 플라스틱 막대기를 방 안의 전용 투입구에 꽂아야 되는 시스템이다. 호텔 밖으로 나갈 때에는 프런트에 키를 맡겨야 한단다. 투숙객들이 열쇠를 많이 잃어버린 모양이지. ㅋ
1층의 프런트 양 쪽으로 샴푸, 린스를 비롯한 이런저런 것들이 비치되어 있다. 필요한 걸 들고 객실로 가면 된다. 면도기나 빗 등도 마찬가지. 반대 쪽에는 맥주 자판기가 있고... 그 옆으로는 세탁실이 있었다. 세탁기는 통돌이 세탁기인데 한 번 사용하는 데 ¥200. 세탁 중 뚜껑을 열어도 계속 돌아가는 옛날 세탁기다. 그 위에 있는 건조기도 ¥200인데 30분 동작한다. 1층에는 음료와 커피를 셀프로 마실 수 있게 되어 있고 다리미나 전자 레인지 등도 비치되어 있다. 그리고 파나소닉 전신 안마 의자가 두 개 있는데... 공짜다. ㅋㅋㅋ 나는 이틀째에 세탁기랑 건조기 돌리면서 안마 의자를 한 시간 정도 독점했다.
호텔 정문으로 나와 왼쪽으로 돌아가면 저 멀리 길 건너 편에 패밀리 마트가 하나 보인다. 아마 그게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아닐까 싶다. 걸어서 3~5분 이내에 갈 수 있다. 방 안에 전기 주전자가 있어 물 끓여 먹을 수 있고... 콘센트도 세 개는 남아 있어서 충전기 사용하는 것도 불편하지 않았다. 전기 주전자 안 쓴다면 네 개까지 사용 가능. 냉장고 안에는 기본 비치된 음료가 없었고... 텔레비전은 조그마한 사이즈였다. 침대 쿠션은 딱히 물렁하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수준이었고... 유카타와 수건, 침대 시트는 방 비운 사이 교환해주었다. 에어컨 때문에 청소 상태에 대해 조금 믿음이 안 갔는데... 머리카락 한 올 안 보일 정도로 깨끗했다(나중에 쓰겠지만 베이사이드 스퀘어 카이케 호텔은 내 머리카락일 리 없는 머리카락이 여러 차례 발견됐다).
주차장은 1층에 있는데 차를 세우면 내부에서 보고 직원이 나와 안내하는 듯 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주차 타워 시스템이라서 차량 전고가 높은 차, 그러니까 SUV나 박스형 차량 중 일부는 주차가 불가능한 걸로 보인다.
마사미 님은 시설이 좋지 않은 호텔이라 미안하다고 했지만 가격 대비 괜찮은 호텔이었다 생각한다. 조식 포함해서 ₩50,000 안 되는 호텔이 한국에도 있을까? 오카야마 역에서 노면 전차로 10분(오카야마 역에서 세이키바시線 타고 다이운지마에(大雲寺前)에서 하차, ¥140)이면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도 나쁘지 않고. 저렴하게 오카야마 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나 투숙 기간이 길어 비용이 고민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P.S. 2층에서 아침 식사를 먹을 수 있는데 이틀 머무는 동안 한 번도 안 먹어서... 모르겠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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