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야마(岡山)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도 빨리 끝나고, 수화물도 금방 찾고, 목표로 했던 에반게리온 신칸센도 탔으니 뭔가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 기분. 이 날은 히로시마에 가기만 하자! 라는 생각이었는데 마사미 님께서 같이 점심 식사를 하자고 얘기해주셔서... 오카야마에 들러 식사를 하기로 했다. 마침 도착 시간이 점심 때였다.
오카야마는 인구 200만 명이 채 안 되는(2014년 06월 기준) 그다지 크지 않은 도시다. 그 중 현청 소재지인 오카야마 시는 인구 70만 명 정도의 주 도시이고,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구라시키 시는 50만 명이 안 된다. 산요 신칸센이 정차하기 때문에 인터넷에 교통의 요지로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주, 익산, 군산 쪽과 비슷한 환경일지도 모르겠다.
과일이 무척이나 유명한 동네인데 특히나 복숭아가 유명하고 포도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지역 연고 야구 팀은 없고 축구 팀은 파지아노 오카야마가 있는데 J2 리그 내려간 뒤 한참을 못 올라오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아는 모모타로 이야기의 배경이기도 하다. 백제 패망 후 왕가의 사람들이 여기로 피난 왔기 때문에 한국과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강원 FC에서 뛰고 있는 황진성 선수가 파지아노 오카야마에 입단하게 되면서 이 도시를 알게 되었다. 황진성 선수 응원하러 가려고 예약 다 해놨는데 회사에서 못 가게 하는 바람에 실패하고... 이후 황진성 선수는 성남 FC로 이적했지만 오카야마 여행 계획을 그냥 버리는 게 아쉬워 냅다 놀러 갔다가 마사미 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게 2016년 4월이니까 벌써 1년이 넘었네.
역에서 내려 개찰구로 향하니 마사미 님이 나와 계셨다. 보자마자 '오히사시부리데스(久しぶりです。= 오랜만입니다.)'하고 인사하려고 했는데 꾸벅~ 하고 "안녕하세요" 해버렸다. 아... 당최 입이 안 떨어져... ㅠ_ㅠ
마사미 님을 따라 밖으로 나가니 비가 꽤 온다.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를 보기는 했지만 '필요하면 일본 도착해서 비닐로 된 거 사지 뭐~' 라는 생각으로 우산을 따로 챙기지 않았다. 하지만 우산 없이 다니면 금방 젖을 정도로 비가 왔고... 마사미 님이 우산을 빌려 주셔서 그걸 쓰고 근처 식당으로 이동했다. 생선(魚: さかな)을 싫어하고 게(かに)나 새우(エビ) 좋아하는 걸 아시기 때문에 미리 식당을 알아보신 모양이다. 그래서 선택된 곳이 카니도라쿠(かに道楽). 오사카 카니도라쿠는 세 번인가 네 번인가 가봤다. 움직이는 거대 게가 간판을 대신하는 걸로 유명하고 도톤보리에는 길 양쪽 끝에 오사카 본점과 오사카 분점이 있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되는 곳이다. 실제로 돌아오기 하루 전인 일요일에는 엄청난 사람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튼... 오카야마 카니도라쿠는 오사카보다 고풍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일하는 처자가 많이 어려보였다.
밥 먹으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주로 일본어 공부 어렵다고 징징거리고 잘하고 있다 칭찬하는 내용. 같이 일본어 수업 듣는 학생이 세 명인데 그 중 내가 제일 바보다. 마사미 님이 잘한다고 자꾸 칭찬해주셨는데 같이 수업 듣는 나보다 어(릴 게 분명한)린 사람들은 초~ 천재? -_ㅡ;;;
맥주 좋아하는 것도 이미 알고 계셔서 어디를 가도 맥주를 시켜 주신다. 그렇게 밥과 맥주를 먹으며 수다 떨다가 시간이 흘러 밖으로 나왔다. 다시 역으로 간 뒤 신칸센 타는 곳 한 쪽 구석에서 캐리어를 열어 준비해 간 선물을 건네 드렸다. 차 세워둔 곳이 멀다고 했는데 무거웠을지도. ㅠ_ㅠ 히로시마에서 여행을 마치고 다시 들리겠다 인사한 뒤 신칸센을 타러 갔다.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477 - 이번 히로시마/오카야마 여행 다녀와서 쓴 글들을 모아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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