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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17 히로시마 - 첫 날: 싼티나지 않는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7.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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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칸센을 타고 히로시마 역에 도착. 오카야마에서 히로시마까지는 노조미를 탈 경우 30분 조금 더 걸린다.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는 15시부터 체크 인이 가능한데 간사이 공항에서 바로 이동했다면 일찍 도착했을 터였다. 빠른 체크 인이 불가하다고 다른 블로그에서 봤던 터라 일찍 도착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오카야마에서 마사미 님과 식사를 한 덕분에 딱 맞춰 히로시마에 도착했다.

2층 침대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2층에 대한 로망 같은 게 있어서 2층을 선호하는 모양이지만, 고등학교 2년 6개월 내내 2층 침대를 썼던 나는 2층이라면 지긋지긋하다. 그래서 어떻게든 1층을 쓰고 싶었기에 체크 인을 조금 빨리 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


히로시마에서 가장 널리 이용되는 교통 수단은 노면 전차인 히로덴. 핵 폭탄을 맞기 전부터 히로시마 거리를 달리던, 역사와 전통이 있는 녀석이다. ¥160으로 시내 전 구간을 이용할 수 있고 프리 패스도 판매한다. 여기저기 구경 다닐 예정이라면 프리 패스 구입해서 다니는 게 이득일 거다. 히로덴을 이용할 경우 히로시마 역에서 1번 열차를 타면 된다. 20분 정도 달려 후쿠로마치에 내리면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까지 조금만 걸어가면 된다.


나 같은 경우 JR Pass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사람들은 히로시마 역 북쪽 버스 정류장에서 관광 루프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Meipuru~pu라 표기하고 '메이뿌루뿌'라 읽는다. '메이플 루프'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거다. -_ㅡ;;;   이 버스를 이용할 경우 핫초보리에서 내려 걸어올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방법은 가장 빠른 방법이 아니라고 되어 있다.


이 봐!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 그러면 안 돼! 가장 빠른 방법이 아니라는 정도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말일세! 메이뿌루뿌 타고 올 생각은 하지 마시오! 라고 안내하라고! 핫초보리에서 걸어가면 죽어!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핫초보리에서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는 더.럽.게. 멀다. 달랑 몸만 움직인다면 걸어도 좋다. 하지만 ① 캐리어를 끌고 있거나~  ② 비가 오거나~ ③ 눈이 오거나~ ④ 바람이 불거나~ ⑤ 해가 쨍쨍하거나~ ⑥ 발바닥이 아프거나~ ⑦ 기분이 나쁘거나~ ⑧ 여자 친구님을 모시고 있거나~ ⑨ 지도 보는 데 심각한 장애가 있거나~ ⑩ 3보 이상 승차의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거나~ ⑪ 코로 숨 쉬거나~ ⑫ 평소 운동이라면 껌 씹기나 볼 일 보고 지퍼 올리기 정도가 고작인 사람이라거나~ ⑬ 올챙이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먼저 나오는 걸 아는 사람이거나~ ⑭ 아빠보다 엄마가 좋은 사람이거나~ ⑮ 엄마보다 아빠가 좋은 사람이라면! 핫초보리에서 걸어갈 생각 아예 안 하는 편이 좋다.



아무튼... 원래는 메이뿌루뿌 타려고 했지만 첫 날이라 정류장도 어디인지 모르겠고... 비는 제법 내리고 있고... 일단 저기다 싶어 내키는대로 캐리어 끌고 비 맞으며 걸어갔지만 헛다리. 빙~ 돌아 다시 역으로 돌아왔고. 슬슬 만사 귀찮아지기 시작하고. 그래서. 해서는. 안 될 짓을. 그만. 하고 말았다.


택시를 타버린 것이다. 뚜시!



기본 요금 확인도 안 하고 트렁크에 캐리어를 실은 뒤 덥석! 올라탔다.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 하면 죄다 영어라서 틀림없이 못 알아들을 것이다 싶더라. 그래서 스마트 폰(スマホ)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모르겠단다. 그래서 지도를 보여줬다. 모르겠단다. 전화 번호를 알려달라고 한다. 응? 전화를 해보려는 건가? 부랴부랴 호텔스닷컴 앱을 실행해서 전화번호 알아내어 알려주니 그걸 내비게이션에 찍는다. 아... 요금 정산기 같이 생긴 저 것이 내비게이션이었고나. -ㅅ-

하지만 그렇게 해도 안 나온다. 그래서 결국 주소를 불러주어야 했다. 드롭 박스에 숙소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놓은 파일을 저장해두었기에 그거 열어서 보면 되는데, 바보 같이 호텔스닷컴 앱 실행해서 예약 내역 확인한 다음 세부 정보 어쩌고 눌러서...   한~ 참을 그렇게 헤맨 끝에 주소를 찍고 출발.


기본 요금 ¥610짜리 비싼 택시(지나다니는 거 보니 ¥550짜리가 많은 듯) 탄 덕분에 조금 더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는 직진 신호 떨어지면 우회전은 아무 때나(라고 하지만 진행 방향에 횡단 보도를 건너는 사람 있으면 멈추는 게 상식이고 그게 법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우회전도 신호 받아야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히로시마에는 우회전 신호가 없다. 대신 직진 신호 떨어지니까 앞으로 슬금슬금 밀고 나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맞은 편에서 차 안 오니까 획~ 돌더라. 평소 택시를 거의 타지 않아서 히로시마만 이런 건지 일본이 다 이런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목적지 도착하니 ¥1,330인가 나왔다. 우리 돈으로 얼추 ₩14,000 돈. ㄷㄷㄷ   한국에서 탔다면 ₩5,000이나 나왔을까? 나이 지긋하신 기사님은 미안하다고 몇 번을 사과하신다. 아니, 뭐... 모를 수도 있지요. 그렇다고 빙 둘러온 것도 아닌데... 다이죠부, 다이죠부~



1층에서 사진 한 장 찍고... 앨리베이터 이용해서 6층으로 올라간다.



앨리베이터 벽에 아~ 무 것도 없다. 집에 와서도 이 사진 보고 이게 뭐야? 하고 한참 쳐다보다가 앨리베이터 내부인 걸 알았네. -ㅅ-



6층에 내리니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시스템. 나보다 먼저 온 동양 처자가 안내를 받고 있었는데 일본 내국인이었던 모양이다. 게스트하우스 직원으로 보이는 서양 남자가 완벽한 일본어로 응대하고 있었다. ㄷㄷㄷ   뒤에서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가식 떨다가 차례가 되어 만날 써먹는 "아이 해브 리저베이션" 구사. '인타네토데 요야쿠 시마시타(インターネットで予約しました。= 인터넷으로 예약했습니다.)'를 그렇게 연습하고도 정작 닥치면 영어로 씨부렁. ㅠ_ㅠ   이름이랑 써달라고 해서 써주고... 어디서 왔냐고 하기에 한국에서 왔다 하니까 공연 보러 왔냐고 물어본다. 응? 무슨 공연? 어리둥절해하니까 아니라며 안으로 들어가더니 코딱지만한 빨간 플라스틱을 하나 들고 온다. 거기 검은 색으로 침대 번호와 도어 락 번호,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쓰여 있다. 별도의 키는 없는 모양.


받아들고 간단한 안내를 받은 후 내 침대를 찾아갔다. 앨리베이터 타고 3층으로. 신발 벗고. 앞에 있는 사물함을 지그시 바라본다. 사물함은 두 개다. 큰 게 있고 작은 게 있고. 큰 건 신발 넣는 용도로 쓰이는 듯 했고 작은 건 귀중품 보관용?

① 왼쪽으로 돌리면 OPEN, 오른쪽으로 돌리면 CLOSE인 다이얼이 있다. 그게 OPEN 상태인 거 확인하고(CLOSE 상태라면 누군가 쓰고 있다는 거다)

② 네 자리 숫자를 돌려 원하는 비밀 번호를 만든다.

③ 문을 열고 신발이나 물건을 넣은 뒤

④ 문을 닫고 다이얼을 오른쪽으로 돌려 CLOSE에 맞춘다.

⑤ 그리고 나서 숫자를 돌려 엉뚱한 숫자로 만들어놓으면 된다.


나중에 열 때에는 내가 지정했던, 즉 다이얼이 OPEN 상태일 때 맞춰져 있던 숫자로 맞추고 열면 된다. 글로 써놓으니 뭔가 복잡해보이는데 해보면 개뿔, 별 거 없다.


아무튼... 그렇게 정면의 보관함 사용법을 독학으로 깨우친 뒤 배정 받은 303호로 갔다. 2층 침대 세 개가 있는데 철재나 목재로 된 프레임 침대가 아니다. 엄청 굵은 기둥으로 벽에 딱 맞게 세워 짠, 정말 튼튼해보이는 침대였다. 침대에는 매트리스가 깔려 있는데 색이 누리끼리~ 하다. 매트리스 위에 얇은 침대보를 깐다. 베개에도 베갯잇을 씌우면 되고. 잘 때에는 침대보 위에 누운 뒤 또 다른 얇은 천을 덮고 그 위에 이불을 덮으면 된다. 이불도 누리끼리~ 하다. 즉, 매트리스와 이불에 내 몸이 직접 닫지 않게 하는 게 요령이다.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 경우에는 나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게스트하우스는 한 번 쓴 침구류를 바로 세탁하는 경우가 많지만 서양은 이렇게 홑이불을 이용해 매트리스나 이불에 직접 닿지 않게 하고 홑이불만 세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들었다.


다행히 1층 침대. 2층은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이 쓰고 있는 모양인지 사람이 썼던 흔적이 있다. 캐리어 세워두고 필요한 것만 작은 쌕에 옮겨 담은 뒤 밖으로 나갔다.




  • 히로시마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의 홈페이지는 따로 못 찾았습니다. 네×버에서 검색하니 가장 많이 나오기에 호×스닷컴을 통해 예약했습니다. 아×다를 비롯한 다른 숙박 시설 예약 사이트를 통해서도 예약이 가능한 듯 하니 여러 사이트 검색해서 가격 비교해보고 예약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하루 ₩20,000 미만으로 예약하면 잘 한 거라 생각합니다.

  • 큰 길에서 편의점(패밀리 마트) 있는 길로 꺾어 들어가 식당 맞은 편입니다. 1층에는 AGRI라는 식당이 있었던 걸로 기억을 하고요. 3층과 4층이 도미토리 룸입니다. 3층은 잠 자는 방과 화장실 뿐이고요. 4층은 방도 있지만 샤워 시설도 있습니다. 5층은 공사 중이고 6층이 리셉션 룸입니다.

  • 샤워실은 1인용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자그만한 공간이 나오는데 거기 들고 간 짐이나 벗어둔 옷을 둘 수 있습니다. 가운데가 접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샤워실이 나오고 샴푸와 바디 워셔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칫솔이나 치약, 폼 클랜징 같은 건 제공되지 않으니 개인이 준비해야 합니다. 수건은 따로 가지고 가지 않았다면 돈 내고 빌려야 합니다. 한 장에 ¥100이라고 들었는데 안 빌려봐서 모르겠습니다.

  • 샤워실에서 씻고 물 닦은 뒤 나오면 세면대에 드라이어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유료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각각 두 대씩 있습니다.

  • 각 층의 맨 끝 쪽에는 유리 문을 열고 들락날락할 수 있는 베란다 같은 공간이 있습니다. 방에서 시끄럽게 구는 게 곤란하고 리셉션 룸에 가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면 여기에서 간단한 음주나 전화 통화가 가능합니다. 여자 분들이 담배 피우는 공간으로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 직원들은 영어와 일본어에 능숙합니다. 한국어 하는 스탭은 보지 못했습니다.

  • 리셉션 룸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북적거린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냉장고와 간단한 책장 같은 게 있어서 개인 음식물 보관이 어렵지 않습니다. 노트북 놓고 인터넷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네 명에서 여섯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 그리고 텔레비전이 있습니다.

  • 와이파이는 층 별로 제공되는데 비밀 번호가 모두 같습니다. 방 안에서도 잘 잡힙니다.



여행 3일째에 찍은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 사진과 글은 여기 →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470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477 - 이번 히로시마/오카야마 여행 다녀와서 쓴 글들을 모아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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