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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17 히로시마 - 첫 날: 히로시마에서의 첫 날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7.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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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돔을 뒤로 한 채 혼도오리를 걸어 숙소로 향했다. 하루종일 비 맞고 다닌데다 땀도 꽤 흘려서 씻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평소 집에 있으면 만사 귀찮은데 어찌 여행만 가면 그리 씻고 싶어질꼬. -_ㅡ;;;   한참 걷다 보니 인터넷에서 여러 번 본, 노란색 바탕에 '부침개 공화국'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이 보인다. 오코노미야키(おこのみやき) 하면 그냥저냥 맛있겠다 싶은데 부침개라 하니 먹고 싶은 맘이 사라진다. 그렇다고 부침개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아무튼... 히로시마의 오코노미야키는 오사카와 또 달라 나름 유명하니까... 굳이 맛집 찾아가서 먹는 수고는 하지 않더라도 먹어보기는 해야 할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러. 나. 나라는 사람은 뭐가 유명하다는 동네 가더라도 내가 먹고 싶으면 맨 밥에 간장 비벼먹는 사람. 유명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내가 먹고 싶은 거 먹는 사람인 거다. 그래서... 안 먹었다.


배는 고팠기에 뭔가 먹을만한 게 없는지 부지런히 돌아다녔지만 딱히 눈에 들어오는 가게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숙소로. 샤워하고 옷 갈아입은 뒤 다시 밖으로 나왔다. 비가 거의 그쳐 있었다. 숙소 앞에 가게가 여럿 있었는데 숙소 바로 앞의 가게는 피자와 파스타를 파는 가게였다. 일본까지 와서 피자 먹을 일이 있냐 싶어 다른 가게 둘러보다 보니 교자 파는 가게가 있다.

들어가서 "스미마셍. 에에고노 메뉴가 아리마스까?" (すみません。英語のメニューがありますか。= 실례합니다. 영어 메뉴가 있습니까?) 하니까 엄청 하이 톤으로 "하잇!" 하면서 갖다 준다. 일단 교자(餃子 = 만두)랑 나마비루(生ビール = 생맥주) 달라 하고 메뉴 보고 있으니 맨 앞의 치킨을 가리키며 추천 메뉴라 한다. 그래서 그거 달라 했다. 맥주가 먼저 나와서 꿀떡꿀떡 마시고. 곧 만두가 나와 허기를 달랬다.





세 개 째 맥주를 마시고 있을 때 안주가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맛이 있긴 한데 너무 짜다.



맛있게 잘 먹고 계산. 오는 길에 자판기가 있기에 자다가 목 마르면 마실 물 하나 사고. 숙소로 돌아갔다. 아까 저녁에는 남자 애 한 명 밖에 없더라니, 방에 들어가니까 중동 애들이 셋이나 와 있었다. "하이~" 하고 인사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하아~ 이것들이 엄청 떠드는 거다. 속닥속닥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평상시 목소리로 대화하고 웃고.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한참을 참다가 "아이씨!" 하고 짜증을 냈는데 움찔! 하는 기색도 없이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떠든다. 맥주 마신 덕분에 화장실 가라는 사인이 부지런히 뇌에서 내려왔는데, 한참을 소음과 오줌 참다가 결국 못 참고 나가면서 "Hey! Silence!"라고 했다. 볼 일 보고 왔는데도 여전히 떠들기에 뭐라 할까 하다가... 나보다 어려 보이고... 영어도 안 되고... 괜한 국제 분쟁 일으키지 말자 생각하고 침대로 들어가 가림막을 촥~ 친 채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노이즈 캔슬링 덕분에 중동 애들 떠드는 소리는 거의 안 들렸고, 무척 피곤한 상태였기에 금방 잠이 들었다.


새벽에 눈이 떠졌는데 시계를 보니 세 시. 이라크와 국가 대표 축구 팀 평가전 한다 하기에 네×버로 보려고 태블릿으로 연결 시도했더니 해외에서 볼 수 없다며 안 나온다. 아프리카나 유튜브 찾아볼까 하다가 안 보고 그냥 잤는데... 다음 날 일어나서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477 - 이번 히로시마/오카야마 여행 다녀와서 쓴 글들을 모아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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