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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17 거제도 - 출발, 욜로와 게스트하우스, 신선대 전망대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7.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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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을 안 나가는 수준을 넘어섰다. 방 밖을 안 나가는 수준도 아니다. 얼마 전 구입한 퀸 사이즈 난방 매트 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150×200㎜에 스스로를 가두고 지내면서도 너무 편안하고 좋았다.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았다. 일본의 배우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비싼 집세를 생각하면 집을 비우는 게 아까워 밖으로 안 나가게 된다고 했는데 그 말도 절절히 공감했다. 금리마저 올라 대출 이자도 만만치 않은데. -ㅅ-


하지만... 이렇게 살아서야 되나 싶더라. 어디든 다녀와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가슴이 답답하기도 했고. 딱히 어디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매트 위에서 벗어나야 한다 생각하니 그 다음부터 아무 이유없이 거제도가 계속 머리 속에 맴돌았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 로 큰 섬. 말이 섬이지 여기저기 설치된 다리로 인해 사실 상 육지. 갈까? 하다가도 왕복 열 시간 가까이 운전해야 한다는 걸 떠올리며 포기하곤 했던 곳. 그래, 거제도에 가자!


다음 날 일어나 뒹굴거리다가 무거운 몸을 일으켜 컴퓨터를 켜고 간단히 검색을 했다. 원래 여행 계획 짤 때에는 가고 싶은 곳을 추려내고, 지도에서 위치 확인해서 동선 짜는데... 최근에는 그러한 일들이 귀찮아졌다. 그래서 대충 가고 싶은 곳 정도만 머리 속에 입력하고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했다. 날마다 파티한다는 곳이 있었는데 20대 초반이 타겟일테니 괜히 가서 쩌리되지 말고 피하자는 생각이 들어 다른 곳을 골랐다. 당일 예약은 전화를 달라 쓰여 있어서 전화하니 도착 20분 전에 전화만 달라 한다.

(제주도의 모 게스트하우스도 예전에는 괜찮았는데 날마다 파티한다고 소문 나면서부터는 여행보다 잿밥에 관심있는 희한한 것들이 많아졌고... 강릉에 있는 모 게스트하우스는 게스트하우스를 가장한 나이트 클럽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마당이니... 나 같은 사람은 피해야 할 장소가 되고 말았다.)


대충 씻고 나와 후다닥 짐을 챙긴 후 출발... 하려고 시동을 걸었는데 노래가 안 나온다. 새로 다운로드 받은 엠피삼 파일 넣으면서 폴더 이름 바꾼 게 문제인 모양이다. 다시 집으로 와서 컴퓨터 켠 뒤 폴더 이름 바꿔서 차로 돌아갔다. 다행히 잘 나온다. 출발. 평일 낮이라 잔뜩 막히지는 않았지만 경부 고속도로는 대전 가기 전까지는 100㎞/H 넘게 밟기 힘들 정도로 차가 많다. 어지간하면 2차선에서 달리려고 하는데 희한하게 화물차들이 자꾸 2차선에 진입한다. 3차선에서 달리는 다른 화물차 추월하려고 그러는 건가 싶은데 덕분에 도로 전반적인 속도를 늦추고 있었다. 아무튼... 대전-통영 고속도로로 갈아탄 뒤부터는 차도 줄고 속도도 더 낼 수 있었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지만 밥은 먹지 않았고 커피 정도만 사서 다시 출발했다.


그렇게 네 시간 넘게 달려 통영에 도착. 저 멀리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바다 보고 싶다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나는 동해 바다를 낀 도시에서 태어나 20년 가까이 살았고 입대하자마자 서해 최북단 섬으로 가서 4년 넘게 살았으니 바다라면 지긋지긋했다. 그런데... 해야 할 일들을 마치고 뭔가 허~ 한 상태에서 가슴이 답답해오니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파란 바다가 반가웠다.



통영에서 거제도로 넘어가는 도로는 70㎞/H로 속도를 제한하고 있었다. 과속 방지 카메라가 자주 나왔다. 100㎞/H 넘게 밟는 게 가능한 도로였지만 여기저기 곡선인데다 사고 위험도 제법 높아 계속 튀어나오는 카메라가 짜증나면서도 그러려니 했다. 거제 진입 후에는 제법 큰 오르막 도로가 나왔는데 한창 도로 포장 공사 중이었다.




내비게이션 안내대로 가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 한동안 방송에서 트랜드라며 요란하게 떠들더니 최근에는 시들해진,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이름이었다. 원래는 그랬는데 지금은 욜로와로 이름을 바꾼 듯. 아무튼... 딱히 높은 건물이 보이지 않은 한적한 주택가에 우뚝 솟은 건물이라 찾기 어렵지 않았다. 따로 주차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부근 도로가에 주차하면 되는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가니 아무도 없다. 잠시 사진을 찍고...




사장님에게 전화하니 지금 내려오고 있다 하더니 금방 모습을 드러냈다. 이틀 결제를 하니 거제도 이틀이나 볼 거 있냐고 물어보신다. ㅋㅋㅋ   나도 백령도까지 관광 오는 사람들 보고 어이 없어 할 때가 있었드랬지.

도착 자체가 늦어 첫 날은 딱히 일정이 없었다. 하지만 해 지는 게 보고 싶어 근처에 일몰 포인트를 물어보니 서둘러야 할텐데 아마 무리일 거라고... 그래서 일단 인사하고 나와 다시 차에 올랐다. 내비게이션에 근처 전망대를 검색하니 10㎞ 조금 떨어진 곳에 신선대 전망대가 있다 한다. 저기로 가면 되겠다 싶어 출발했는데... 분명 10.1㎞인가로 표시했었는데 순식간에 23㎞인가로 늘어나있다. 아오, 당최 믿을 수 없는 아틀란 내비게이션. 일단 내비게이션 안내대로 갔다. 『 이니셜 D 』에 나오는 언덕 레이싱을 한 곳이 이런 곳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30분 조금 더 걸려 신선대 전망대에 도착하니 해가 거의 다 넘어가 바다 저~ 쪽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해가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산에 가려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조금 아쉬었지만 다음 날을 기약하고... 근처에 해금강이 있기에 가보기로 했다. 차로 가니 금방 도착. 유람선을 탈 수 있었는데 이미 장사 끝난 듯 했다. 하긴 평일 해지는 시간에 유람선 타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적당히 사진 찍고 근처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뭔가 재개발이 필요한 동네임이 분명해 보였다. 썰렁하다.



겨울에 피는 꽃이라니... 동백이 만발하면 그 것도 분명 절경이겠고나 싶더라.



아... 여기가 중국 사신이 불로초 구하러 왔다는 곳인가? 가볼까 하다가 어두워지니 다음에... 라 생각하고 안 갔다.



라이선스 같은 건 전혀 고려하지 않고 등장한 미니언즈일테지.



호텔이라는 간판이 무색할 정도의 시설이다. 세월에 맞춰 변화하지 못하고 도태된 모습.



성수기에는 바글바글할텐데... 비수기의 평일 낮은 썰렁하기 그지없다.



섬이 워낙 크다보니 여기저기 볼거리가 잔뜩이다.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수제 버거 판다는 가게와 장사하는 지 미심쩍은 모텔. 햄버거 사먹어볼까 하다가 여기까지 와서 무슨... 하는 생각이 들어 안 갔다.



그렇게 짧은 관광(?)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왕복 2차선 도로인데다 구불구불해서 기어가는 차가 앞을 막고 있으면 추월하는 게 쉽지 않다. 한~ 참을 길 막고 가는 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빌빌거려야 했다. 잠깐 도로가 넓어졌을 때 추월에 성공.

배가 살살 고파왔다. 생각해보니 하루종일 커피 말고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여기저기 음식점이 많이 보였지만 누가 봐도 1인분은 안 팔겠다 할 것 같은 비주얼. 일단 맥주부터 사자 싶어 편의점에 들렀는데... 수입 맥주 네 개 10,000원 행사를 안 하고 있다. 500원 짜리 생수 하나 사고. 한참 가다보니 숙소 근처에 다른 편의점이 보인다. 거기서 맥주 사고. 바로 옆이 만두 가게라서 김치 만두와 땡초 만두를 하나씩 사서 숙소로 들어갔다.


1층 로비에서는 사장님이 지인인 듯한 분과 개조? 보수? 뭐, 아무튼 게스트하우스 공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입구를 등지고 앉아 스마트 폰 보면서 만두 먹고... 혼자 맥주 홀짝거렸다. 적당히 먹고 취기가 올라오면 방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네 캔을 다 먹어도 말짱하다. 밖에 나가서 더 마실까 하다가 술 먹으러 온 게 아니니 참자 생각하고 방으로.



6인 도미토리는 이런 식으로 생겼다. 2층 침대 세 개가 나란히 붙어있는 형태다.



내부는 이런 식. 덩치가 큰 사람은 답답하게 느낄 수 있는 크기였다.



뭔가 교도소 같이 찍혔지만 왼쪽 시커먼 게 화장실 문이고 오른쪽 시커먼 게 출입문.



화장실은 아직 공사 중이어서 밤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ㅅ-



천장에 달린 냉난방기. 방에 들어가니 엄청 추웠지만 28도 설정하고 전원 켜니 금방 따뜻해졌다.



침대 안에 들어간 뒤 입구의 블라인드를 내리면 이런 구조가 된다.



안에는 작은 전등이 있고 콘센트 하나의 여유가 있다. 엄청 밝게 나왔는데 이 정도 밝기는 아니다.



게스트하우스 홈페이지는 http://www.yologh.co.kr ← 여기다.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하고 당일 예약이나 문의는 010-4139-9133으로 하면 된다. 6인실은 2층에 있었는데 남자 방은 202호, 여자 방은 201호인 듯. 로비 옆에 공용 화장실이 있고 2층 방 옆에도 화장실 겸 샤워실이 있다. 방에도 화장실 겸 샤워실이 있지만 전등이 없어서 낮에만 사용 가능. 다른 사람들 방문 후기에는 이런 내용이 없는 거 봐서 최근 공사 들어간 게 아닌가 싶고. 아무튼... 6인실 기준으로 하루에 29,000원이다. 음식 먹는 건 1층 까페에서 가능하고 주류는 판매하지 않으니 밖에서 사들고 가야 한다. 22시까지만 음주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체크 인 하면 목걸이 카드 키를 주는데 방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전자 키와 침대 아래에 있는 사물함 열쇠다. 와이파이는 비밀번호 없이 사용이 가능했고 1층에서 접속했는데 2층 올라와서도 끊어짐 없이 사용 가능했다.

저런 벙커(?) 형태의 침대는 히로시마에서 이미 경험한 적이 있는데 히로시마의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보다는 작았다. 나는 폐소 공포증이 있는데 이게 들쭉날쭉하는지라 괜찮을 때에는 한없이 괜찮다고도 제대로 도지면 앨리베이터도 못 탄다. 게스트하우스의 저런 형태 침대에서는 아직 무섭다는 생각은 든 적 없다. 저렇게 생긴 침대의 장점은 움직일 때에도 삐걱삐걱 소리가 나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

아, 그리고... 따로 매트리는 주지 않았고 비치된 이불과 베개를 그대로 쓰면 됐다. 이불은 뽀시락거리는 재질인데 움직일 때마다 섬유 유연제의 향기가 기분 좋게 퍼졌다. 깨끗하게 잘 관리하는 듯.






돈도 안 들고~ 힘도 안 들고~ 그저 마우스 왼쪽 버튼 한 번 누르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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