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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18 도쿄(부제: 노예 12년) - 첫 날: 미친 듯 뛰어 비행기를 타다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8.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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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경로


실제 경로



여행 기간은 2월 8일부터 12일까지. 쉬는 건 앞, 뒤로 하루씩 붙여서 7일부터 13일까지. 출발 하루 전 날 쉬니까 느긋~ 하게 짐 싸면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딱히 하는 것도 없이 빈둥거리다 해가 져버렸고... 친구 녀석의 일본 여행 계획을 돕느라 늦게까지 자지 못했다. 그 와중에 유튜브 보면서 뮝기적거리다가 마구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태블릿을 떨어뜨리며 잠에 든 게 새벽 한 시 하고도 30분.


알람 소리에 눈을 뜬 게 세 시 더하기 20분. 두 시간도 채 못 잔 셈이다. 여행이고 나발이고 그냥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돌았지만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손해가 얼마냐 싶어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나와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출발 하루 전에 시흥 아울렛에 있는 나이키에서 후드 짚업을 두 벌 질렀는데 새 옷을 바로 입기가 좀 그래서 후다닥 빨아 널어놨었다. 다용도실에 널어놓고 히터 틀어 급하게 말렸는데 다행히 다 말라 있어서 두 벌 중 한 벌은 입고 한 벌은 캐리어에 넣었다. 그렇게 짐을 마저 싼 후 카카오 택시를 부른 게 40분. 일어나서 정신 차리고 씻은 뒤 옷 입고 짐을 마저 싸는데 20분 밖에 안 걸린 셈이다. 차기 플래시는 내가 되어야 할지도. -_ㅡ;;;




택시가 금방 도착했고 새벽이라 다니는 차도 없어서 터미널까지 얼마 안 걸렸다. 그런데... 터미널에 사람이 엄청 많다. 어라? 이 시각에 뭔 사람이 이리 많아?



터미널에 사람이 너무 많다. 그 전에도 같은 시각에 ㅍㅌ 터미널에 와본 적이 있지만 이러지 않았는데... 버스 표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살짝 쫄려왔다. 새벽 네 시에 표 파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 자동 발매기 앞으로 갔는데 먼저 표 사고 있던 처자가 엄청 꾸물거린다. 아오, 마음 급한데 빨리 좀 할 것이지. 혼자 속 끓이다 처자가 표 사서 가고 드디어 내 차례. 다행히 자리가 있긴 한데 내가 사고 나니 남은 자리가 3으로 표시된다. 세상에나. 네 시가 첫 버스인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이야. ○월에 오사카 가는 비행기는 여덟 시 조금 전에 출발하는 스케줄인데 그 때에는 차 끌고 가야할지도... 라 생각했다.


밖으로 나가니 이미 만들어진 줄. 맨 뒤에 가서 서 있으니 잠시 후 버스가 도착했다. 캐리어를 끌고 가 직접 트렁크에 넣은 뒤 버스에 오르니 뒤쪽에 빈 자리가 많다. 창 쪽 1인석으로 자리잡고 앉았는데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더니 이내 버스가 꽉 찼다. 네 시에서 1분 지나니 버스가 출발.

잠을 거의 자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자려고 했는데 당최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 보통 버스 타면 더워서 입고 있던 옷도 벗기 마련인데 추위를 못 느끼는 버스 기사인지 히터를 전혀 켜지 않는다. 어떻게든 자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


버스는 내가 택시 타고 지나온 길을 그대로 지나간다. 집 근처에서 버스가 한 번 딱 멈춰주면 새벽에 택시 비 따로 안 들여도 되는데. ㅋ   원래는 ㅅㅌ에서 멈춰서 사람을 태워야 하는데 이미 만석이기 때문인지 그냥 지나가버린다. 그렇다면 ㅇㅅ에서도 안 멈추고 가겠고만? 이라 생각했지만 버스 기사님은 내 예상을 비웃듯 ㅇㅅ 환승 센터에서 차를 멈췄다. 내리는 사람도 없고 타는 사람도 없는데 꽤나 오래 서 있었다. 배차 시간 맞추려고 일부러 그랬던 건지. 잠시 후 출발하더니 이상한 곳에서 또 멈춘다. ㅇㅅ ㅅㄱ 지구라고 하는 것 같다. 역시나 내리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없이 시간만 보내다 출발. 그냥 바로 갔더라면 한 시간 조금 더 걸려 도착했을텐데 여기저기 찍고 다니느라 두 시간 꽉 채우는고만.



어두운데다 김 서린 창문 때문에 바깥 풍경은 전혀 안 보이는 상황에서 노래 들으며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졸리지 않았다. 그러더니... 내릴 때 다 되니까 잠이 오기 시작한다. 대체 이 놈에 몸뚱아리는 뇌에 지배받는 걸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건지.

인천 공항에 도착하니 여섯 시가 넘었다. 버스에 빈 자리가 없어 다음 버스를 탔다는 선배가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나보다 늦게 올 줄 알고 커피 내기하자고 했었는데. ㅋㅋㅋ


공항 이용료가 어지간히 비싸기에 하다 못해 공항에서 똥이라도 싸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는 나였지만... 이 날은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제 2 터미널이 생긴 덕분인지 평소보다 사람이 많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뭔가 쌔~ 했던 거다. 서두르자 싶어 바로 진에어 카운터로 향했다. 선배를 만나 간단히 수다 떨며 차례를 기다렸다. 제법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캐리어를 맡기고 표를 받은 후 포켓 와이파이 받으러 내려가고 있는데... 있는데...  전화가 왔다. 그 새벽에 전화올 곳이라고는 방금 티켓팅한 진에어 말고는 없을 게 분명한지라 불안한 예감이 엄습했다. 아니나 다를까, 선배 가방에 있어서는 안 될 무언가가 있단다. ……………… 보조 배터리와 라이터였다.

 &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틀림없이 따로 빼놓지 않았을 거야, 빼놨냐고 확인해야지'라 생각했으면서... 정신이 없어서 깜빡했다. 선배는 부랴부랴 캐리어에서 보조 배터리와 라이터를 빼러 가고 나는 포켓 와이파이 수령.

보안 심사 받으러 들어가는 입구에 줄이 잔~ 뜩 늘어서 있어서 사진을 찍는다거나 커피를 한 잔 한다거나 하는 건 상상도 못하고 바로 줄을 섰다. 그 와중에 선배는 공항 화장실에 똥을 뱉어놓고 왔으니 나보다는 공항 이용료 낸 게 덜 억울해졌다.

줄이 줄어들긴 하는데 사람이 워낙 많으니 이거 이러다 미리 질러놓은 면세품 못 받게 되는 거 아냐? 라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서 있는 곳에서 몇 미터 앞에 '여기서부터 30분 소요된다'라는 내용의 안내 팻말을 세우는데... 그 때는 이미 일곱 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나란 인간은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비하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도 플랜 B를 선택할 수 있도록 사전에 꼼꼼하게 준비하는, 선배 말마따나 회장님 비서에 최적화 되어 있는 그런 인간. 그렇기에 지금까지 비행기 출발 시간에 늦었다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었다. 그런데 이 때 만큼은 진짜 쫄렸다. 늘어선 줄, 기다리는 사람들, 아무리 봐도 면세품 인도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차례를 기다렸다.

평창 올림픽 관련해서 보안 검색 강화됐다며 신발까지 벗어서 X-Ray 검사하는 통에 시간이 제법 걸렸다. 거기에다 나는 X-Ray 검사를 한 방에 통과하지 못했는데 가방에 넣어둔 기념용 책갈피가 문제가 된 모양이더라. 몇~ 년 전에 사서 현지인 친구가 생기면 주겠다고 몇 번을 들고 갔다가 그냥 들고온 자그마한 기념품이었다. 가방이 두 번을 더 들어갔다 나온 뒤에도 가방 속을 뒤져 물건을 직접 보여주고 나서야 통과할 수 있었다.


자동 출국 심사로 서둘러 빠져나왔지만 이미 30분이 다 되어 있었다. 선배는 그랜드 면세점에서 가방만 찾으면 되고 나는 그랜드 면세점에서 시계와 스피커, 롯데 면세점에서 문구를 받아야 했다. 그랜드 면세점은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 안 되는 걸 알기에 롯데는 포기하고 그랜드만 들릴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다 비행기라도 놓치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항공료 날리는 건 물론이고 다음 비행기 표 있나 확인해서 다시 사야 하고... 카일라쉬 이후 순토 시계 다시는 안 산다고 떠들어놓고 또 지른 순토 시계 때문에 몇 십만원을 날릴 수는 없었다. 결국 포기하고 그냥 비행기 타러 가야했다.



타는 곳은 또 왜 그리 먼지... 진에어 탑승구인 16번 게이트는 맨~ 끝에 있었고... 시간이 시간인지라 아침부터 가방을 둘러매고 헉헉거리며 한참을 뛰어야했다. 마음은 미국 드라마나 한국 영화의 형사처럼 잽싸게 사람들을 제치며 달려가는 핸섬 가이였지만... 현실은 뒤뚱뒤뚱 몇 발짝 뛰다가 학학거리며 걷는 배 나온 아저씨였다. T^T


탑승구 앞에 도착하니 직원들이 탑승하지 않은 인원들 체크 중이더라. 곧 개인 연락처로 비행기 타러 안 오냐고 전화하고 안내 방송하고 그러겠지. 딱 그러기 직전에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 아침부터 이게 뭔...


P.S. 인터넷 면세점에서 미리 지른 물품을 인도받지 못했다면 후속 처리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한 달 이내에 다시 출국하면서 받는 방법입니다. 귀국할 때 받는다거나 택배비 낼테니 집으로 보내주세요 같은 건 없습니다. 무조건 출국할 때 받아야 하는데 출국할 때 못 받았으니 한 달 이내에 다시 외국으로 나가면서 받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만약 한 달 이내에 다시 외국에 나갈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면... 포기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돈 날리는 건 아니고, 환불 처리가 됩니다. 가만 있어도 결제한 거 취소되어 환불이 되긴 하지만 빨리 빨리 처리하려면 인터넷 면세점 사이트에 들어가서 1:1 고객 상담을 이용하거나 전화 등으로 인도받지 못했다고 하면 됩니다. 그랜드 면세점은 전화를 하니 개인 정보 확인 후 바로 처리해주겠다 했고 롯데 면세점은 1:1 상담 통해 문의 글을 남기니 처리해주었습니다. 말하는 거 들어보면 그랜드가 먼저 해줄 것 같았는데 롯데 면세점은 3일인가 지나서 취소해준 반면 그랜드 면세점은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카드 결제 취소가 안 됐네요. 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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