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경로 - 실제 경로
긴자 역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긴 했는데 전철 타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야 안 거지만... “버스에서 내린 곳 바로 뒤에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고 그리로 가면 전철 타는 곳이 나온다.” 바로 뒤에 있는 걸 못 보고 엉뚱한 곳으로 돌격!!! 한 손에 스마트 폰 들고 구글 지도 보면서 캐리어 끌고 엉뚱한 길로 떠나는 두 사람. -ㅅ- 잠깐 헤매긴 했지만 어찌 됐든 돌고 돌아 전철 타는 곳을 찾았다.
평일 낮이었기에 엄청난 인파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수도는 수도인 모양. 서울 못지 않게 사람이 많긴 하다. 일단 시부야 역에서 무사히 내리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이 날을 시작으로 3일 동안 머무를 숙소는 “WISE OWL HOSTELS SHIBUYA(와이즈 아울 호스텔스 시부야, 이하 와이즈 아울).” 두 명이 쓰는 프라이빗 룸을 3일 동안 215,000원에 예약했으니 비싸지 않은 숙소다. 일요일에 달랑 하루 묵는 데 43만원 넘게 들어간 레솔피아 하코네에 비하면 말도 안 되게 싼 숙소인 셈. 한 사람당 10만원 조금 넘는 정도니까 하루 35,000원도 안 하는 저렴한 숙소다.
떠나기 전에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이미 다녀온 사람이 가는 방법을 사진과 함께 잘 설명해놓았더라. 그걸 참고해서 슬슬 걸어갈 생각이었다. 달리 갈 수 있는 방법도 몰랐고. 그런데 출발하기 며칠 전 게스트하우스에서 메일로 오는 방법을 알려줬다. 역시나 요즘은 유튜브가 대세인지 오는 방법도 유튜브 영상으로 올려놨더라. 버스로 4분 걸리는데 ¥220이란다. 평소 나 같으면 절대 이용하지 않을 방법이지만 일단 캐리어 때문에라도 버스를 타야 했다.
동영상이고 뭐고 만사 귀찮다 싶은 사람을 위해 요점만 써보자면 “시부야 역 남쪽 출구”로 나오면 버스 타는 곳이 있다. 거기서 “34번 정류장”으로 간 뒤 그 앞에 서 있는 “버스 아무 거나”타면 정류장 하나 지나 두 번째 정류장이다. 이름이 “오사카우에”라서 신기했다. 무거운 짐이 있다면 버스가 떠난 방향 반대 쪽으로 조금 걸어내려가서 횡단 보도를 건너야 한다. 선배와 나는 그렇게 빙 둘러가느니 캐리어 들고 육교 오르는 걸 선택했다. 육교로 길을 건너 계단 내려간 반대 방향으로 가니 동영상에서 본 편의점이 바로 등장. 그 편의점을 지나 내리막을 따라 잠깐 걸으니 숙소가 딱 보인다.
(시부야 역 중앙 출구로 빠져나오는 바람에 캐리어 끌고 헤매다가 직원한테 남쪽 출구가 어디냐고 물어본 뒤에야 남쪽 출구를 찾을 수 있었다. JLPT N5 수준의 일본어-스미마셍~ 미나미 데구치와 도꼬데스까?-로 길을 묻는 게 가능하다는 걸 뿌듯하게 생각하던 찰라, 역무원인지 경찰인지 담요로 뭔가를 가리고 있어서 궁금하게 생각했지만... 그런 거 대놓고 안 보는 일본인인지라 나도 안 보는 척 하면서 힐끔 봤다.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ㅅ- 여행 중 목격한 쓰러진 사람 ½)
여기가 게스트하우스 후문. 오른쪽의 저 작은 문으로 들어가도 되고 왼쪽으로 돌아 정문으로 들어가도 된다.
블로그에 글 쓰면서 보니 영상에 등장하는 스태프들, 지금도 일하고 있네. ㅋ 영상은 몇 달 전에 찍은 거니까 대충 따져도 6개월 이상 일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여행 다니다보면 예전에 봤던 스태프를 다시 보는 일이 드물어서 좀 신기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 게스트하우스의 경우 스태프들을 직원으로 대접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급여없이 먹여주고 재워줄테니 청소, 빨래 열심히 하고 찔끔 주는 자유 시간에 너 다니고 싶은대로 다녀라~ 라는 식이 많다.
그나저나... 제주에 혼자 여행 갔던 울산 처자 죽인 ㅅㄲ는 천안에서 자살했다네. 어쩐지 '이 부근에서 잡히지 않을까?' 라 생각했는데 수원 찍고 이 쪽으로 왔다니까 내 촉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자살하기 전에도 성매매 여성 불렀다는데... 섹스에 환장한 ㅅㄲ일세. 뒈지려면 혼자 뒈질 것이지 애꿎은 처자는 왜 죽였나. 미친 ㅅㄲ. 그 전에 저지른 성범죄 관련해서 재판 중이었다는데... 절대로 무고하게 벌 받는 사람이 없다는 조건 하에 성범죄 저지른 것들은 물리적 거세해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도저히 못 참겠거든 미기(右. 이와아키 히토시가 그린 『 기생수 』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 인간의 뇌를 점령해 숙주로 조종해야 하는데 오른쪽 팔 밖에 점령하지 못해 숙주인 인간과 공생하게 된다. 주인공은 자신의 오른쪽 팔에 자리잡은 외계 생명체를 미기, 우리 말 번역으로는 '오른쪽이'라 부른다.)를 동원하던가 할 것이지. 벌레만도 못한 것. 사망한 울산 처자의 명복을 빕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일하는 스태프가 상당히 많아서 놀랐다. 아무튼... 동영상 덕분에 숙소에 무사히 도차쿠시마스~ 체크인 시간보다 한참 일렀기에 짐을 맡길 수 있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그러라고 한다. 나는 더듬더듬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서 대화를 했고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는 능숙한 영어로 얘기했다. 가방을 맡기니까 숫자가 쓰여 있는 작고 파란 플라스틱 조각을 준다. 체크인 할 때 보여주고 가방을 받는 시스템인 것 같다. 숙소 이름에 아울(부엉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듯 나무로 조각한 부엉이가 떠억~ 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참고로 본점인 도쿄 점에는 진짜 부엉이가 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여행 기간 중 부엉이 데리고 다니는 사람을 보기도 했다. 동물원에서나 볼 법한 새인데... ㄷㄷㄷ
항상 여행 떠나기 전에는 도착지 공항을 한 바퀴 스윽~ 둘러보면서 시간 보내고 괜찮은 식당 눈에 띄면 거기서 밥 먹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도착하면 조금이라도 빨리 캐리어를 던져버리고 싶어져서 곧장 숙소로 향하게 된다. 이 날도 그러했기에 밥을 먹지 않은 상태였고 마침 딱 점심 시간이라 “게스트하우스 1층의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1,000 짜리 런치 메뉴”를 팔고 있었는데 다음 날 메뉴를 보니 날마다 조금씩 바뀌는 모양. 아무튼... 나쁘지 않아 보여서 그걸로 두 개 주문했다. 치킨과 김치가 주 메뉴였는데 김치는 1도 맵지 않았고 달게만 느껴졌다. 와! 엄청 맛있다! 도 아니고 아오, 못 먹겠네! 도 아니고... 그냥저냥 평범한 수준. 하지만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선배에게는 그 정도가 딱인지 맛있게 먹더라. 급기야는 별로 맛 없다는 '샐러드와 스파게티는 빼고 김치와 치킨만 밥이랑 같이 하나 더 달라 하면 안 되냐'고 물었다. 주인님이 노예에게 분부를 내렸으니 녜~ 녜~ 하면서 따르는 게 당연하지만... 내 상식으로는 잡채에서 당근 빼주세요나 김밥에 오이 빼주세요도 아니고, 샐러드랑 파스타가 반인데 그걸 다 빼고 치킨이랑 김치에 밥만 달랑 줄 것 같지도 않았다. 음식 만드는 사람에게 예의도 아니라 생각했고. 뭐, 그런 거 다 떠나서 그렇게 해달라고 요구할 정도의 일본어 or 영어 실력이 있지도 않았다. 그래서... 선배를 살살 꼬드겨 밖에서 더 맛있는 거 먹자고 했다.
노예로 부려지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다. -_ㅡ;;;
일본에서 처음 먹은 밥. 게스트하우스 1층에 있는 식당에서 주문한 런치 세트다. 그럭저럭 괜찮았다.
식사 후 커피가 나왔는데 커피 맛을 잘 모르는 나이긴 하지만 굉장히 맛있게 느껴졌다.
이번 여행에 노예 여행이라는 부제를 붙인 건 나와는 확연히 다른 여행 스타일을 가진 주인님(=선배) 덕분이었는데, 가장 힘들었던 게 매 끼니 챙겨 먹이기였고 그 다음 힘든 게 담배 피우는 곳 찾아내기 and 담패 피우는 거 기다리기였다. 평소 1일 1식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고 여행을 떠나서도 먹는 걸 가장 소홀히 하는 스타일을 가진 사람이... 나.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유명한 음식을 먹어봐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감하지만 먹을 수 있으면 먹는 거고 굳이 찾아다니며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안동 가서도 찜닭이나 자반 고등어는 별로 안 좋아한다는 이유로 먹지 않았고 바닷가나 섬에 가도 생선 싫어한다는 이유로 미역에 초장 찍어먹는 게 나다.
일본 가서도 마찬가지인데... 생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에 여러 번 갔으면서도 초밥 집 갈 생각은 전혀 안 했다. 엄마님이랑 삼촌 내외 모시고 갔을 때 회전 초밥 가게 처음 갔으니까. -_ㅡ;;; 히로시마에서도 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미지 만쥬는 손도 대지 않았고 상하기 쉬운 계절이라 생각해서 굴도 안 먹었다. 내가 그런 사람인데... 선배는 거의 매 끼니를 챙겨 먹는 스타일이었다.
그 전에도 선배와 종종 축구 보러 다니면서 여행 아닌 여행을 제법 했었는데 먹는 것에 이렇게 민감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배가 고프거나 뭔가 먹고 싶으면 노점이나 편의점 들러 먹고 싶은 걸 사먹으면 됐으니까. 하지만 일본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 소극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뭔가를 먹기 위해 가게에 들어가는 건 전적으로 내 몫이 되어버렸다.
선배의 입맛이 조금 까다로운 데다 입맛의 백만 배는 까다로운 소화 기관을 가지고 있어서 음식 선택도 쉽지 않았다. 물론 나도 생선 싫어하고 안 먹는 음식도 많아서 나이 먹고 입 짧다고 타박받는 일이 많은 편이지만 선배도 보통이 아니었다.
거기에다 옛날 사람~ 옛날 사람~ 이라서 밥 먹고 나면 꼭 담배 피우는 곳을 찾았는데 일본에서는 함부로 길빵하면 안 된다고 얘기했더니 밥 먹고 나서는 어떻게 해서든 흡연 장소를 찾으려고 했다.
혼자 다니면 여섯 시나 일곱 시에 일어나서 대충 준비하고 여덟 시에는 일정을 시작하는 게 나인데 선배는 전 날의 술독을 풀어내려면 아홉 시 지나서까지는 자야했고... 나는 아침을 건너뛰고 음료수 하나 정도 마신 뒤 일정을 시작했지만 선배는 눈 뜨면 하는 말이 '배 고프다'였다. 낮에도 눈에 띄는 노점상이나 근처 가게에서 대충 요기하고 넘어가는 나에 비해 선배는 제대로 된 밥을 먹어야 했고... 그 후에는 담배를 피우러 가야 했다. 혼자 다닐 때에 비해 출발도 늦은데 중간에 밥에, 담배에, 시간을 뺏긴다고 생각하니 좀 답답했다.
예전에 엄마님, 삼촌 내외 모시고 오사카랑 교토 갔을 때에도 그랬다. 당최 계획한 일정에 못 맞추겠더라. 어른들 움직이는 속도가 혼자 움직일 때와 비교해서 말도 안 되게 느렸기 때문이다. 그 때 느꼈다. 어른들이랑 여행 다니면 최대한 여유롭게 일정 짜고 그렇게 짠 일정도 중간에 한, 두 개는 뺄 각오를 해야 한다고. 그런데 선배는 나랑 나이 차가 많지 않으니까 이 정도는 충분히 다닐 수 있겠지~ 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밥만 먹여주면 어디든 따라 다니겠다고 했지만 그 밥 먹는 시간이 나 혼자 여행할 때에는 그닥 필요하지 않은 시간이었기에 뭔가 손해보는 기분이었다.
거기에다 선배는 여행 내내 스마트 폰으로 '야스쿠니 차일드'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밥 먹을 때도 그랬고 어딘가로 이동할 때면 반드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로 동영상을 봤다. 사람 앞에 놓고 스마트 폰 보는 건 상대를 무시하는 행동이라 생각하는 나이기에 그런 모습이 영 언짢았다. 그래서 버리고 간다는 둥, 데이터 다 써서 길 잃게 되면 혼자 간다는 둥, 되도 않는 협박을 해봤지만... 씨알도 안 먹혔다.
한편으로는 잘 모르는 사람이나 친하지 않은 사람과 여행한다면 절대 저렇게 안 할 사람이 저런다는 건 그만큼 나를 편하게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적응하기로 했다. 하지만 말이 쉽지, 적응이 금방 되냐고. 밥 먹으러 가서 손전화 붙잡고 있는 거 보면 속이 터졌다. 결국 여행하는 내내 잔소리를 쏟아부었는데... 나보다 직장 경력도 한참 많고 나이도 위인 선배가 발끈하지도 않고 적당히 농담으로 넘겨가며 받아준 덕분에 싸움 같은 건 없었다.
선배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피 같은 돈 적잖이 쓰면서 여행 갔는데 먹는 건 시원찮고 담배도 마음대로 못 피우는데다 이거 한다고 잔소리, 저거 한다고 잔소리 해대니 힘들고 짜증스러웠을 수도 있었을 게다. 밥 안 먹이고 잔소리하는 하는 주체가 가족이나 연장자가 아니라 직장 후배였으니 여차하면 아오! 하고 터졌을 지도 모를 일. 작작 좀 하라며 짜증이라도 냈다면 남들처럼 여행 가서 싸운 일화 정도는 만들었을텐데... 선배가 사람이 좋아 참아준 덕분에 별 일 없이 여행 마칠 수 있었다.
뭐, 궁시렁~ 궁시렁~ 투덜거리긴 했지만 같이 못 다니겠다 싶었으면 이런 글도 안 썼겠지. 그냥 아오! 하고 같이 안 다니면 되는 거니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확실히 좋은 사람이다. 립 서비스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선배는 여행 후에도 재미있었다며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얘기를 했고... 그 때에도 노예를 동반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노예는 해방되었으니 다음부터는 따로 다니자고 궁시렁거렸지만 선배와 같이 하는 여행이 나쁘지는 않았다. 혼자 다녔다면 소심하게 넘어갔을 일도 일행이 있다는 이유로 들이댄 적도 있고 그러니까. 하지만... 역시 나는 혼자 다니는 게 맞는 것 같다. ㅋ
아무튼... 그렇게 점심 때우고... 선배 담배 피우는 거 멀찌감치 떨어져서 구경하다가... 슬슬 걸어서 다시 시부야 역으로 향했다. 캐리어가 없어지니 몸이 나름 가뿐했다. 선배는 원래 면세점에서 가방을 샀었는데 면세품을 인도받지 못하게 되는 바람에 가방을 사야 했다. 마침 전철 타러 가다가 꽤나 큰 가게를 발견해서 면세로 가방부터 지르는 선배.
일본 가게들은 밖에서 보면 굉장히 작아 보이는데 들어가면 규모가 상당하다. 마음에 드는 모자, 티셔츠가 있었지만 첫 날부터 질러대면 짐이 늘어나 힘들어질 것을 생각해서 일단 참았다. 그나저나... 아넬로(anello)라는 브랜드는 처음 봤는데 꽤 유명한 브랜드인 모양이지? 일본에서 엄청 자주 봤다.
다음 일정은 신주쿠 교엔. 숙소에 도착할 때만 해도 정오를 살짝 넘은 시각이었는데 밥 먹고 커피 마시고 가방 사고 이러다 보니 시간이 제법 흘렀다. 해가 길지 않은 계절인지라 빨리 이동할 필요가 있었다.
돈도 안 들고~ 힘도 안 들고~ 그저 마우스 왼쪽 버튼 한 번 누르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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