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야마 성에서 나와 길 따라 걸어가면 바로 앞에 다리가 보인다. 헤맬래야 헤맬 수 없는 길. 오카야마 성과 고라쿠엔을 같이 볼 계획이라면 통합 입장권을 사는 게 조금 싸게 먹힌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정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남문. 거리는 남문 쪽이 더 가깝지만 일부러 정문 쪽으로 갔다.
다리 위에서 오카야마 성의 천수각 사진을 찍느라 바빴던 관광객 대부분이 남문 쪽으로 가서 정문으로 가는 길은 한적하다.
정문에서 표를 보여주고 안으로 들어가 길 따라 걸으면 이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저 멀리 천수각도 보이고.
2년 전에 왔을 때에는 그냥 지나쳤던 곳인데 연꽃으로 가득해서 가보기로 했다.
날씨가 너무 더워 잠깐만 걸어도 땀이 줄줄 쏟아진다. 벤치에 앉아 땀 식을 때까지 멍 때리고 있었다. 바쁠 이유가 전혀 없다.
어릴 때에만 해도 아무렇잖게 볼 수 있던 소금쟁이인데... 한국에서는 언제 본 게 마지막인지 기억도 안 난다.
공 차면 딱이겠다 싶지만 일본이나 우리나 잔디는 밟는 게 아니라 보는 문화라서... -_ㅡ;;;
관광지에 적당한 깊이의 물 웅덩이가 있다 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거대 수중 생물. 잉어인지 거대화한 금붕어인지. -ㅅ-
다른 곳보다 높이 솟아오른 곳이 있어서 그 쪽으로 향하는데 딱 봐도 한국 처자가 맞은 편에서 오다가 흠칫! 놀란다.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괜히 미안해진진다. 연예인인가 싶을 정도로 엄청난 미모의 처자였다. 고개 돌려 한 번 더 볼까 하다가 '뭐 하는 짓인가' 싶어 그냥 눈 앞의 쉼터로 갔다. 이미 중국인 관광객들이 장악하고 있었는데 물 속에 박힌 큰 돌 위에 올라가서 돌아가며 사진 찍고 있었다. 잠시 앉아서 땀 좀 식히고 다시 출발.
이 날의 일정이라고 해봐야 저녁에 마사미 님 만나 식사하면서 일 잔 하는 게 전부였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더구나 날씨가 너무 더웠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천천히 걸으려고 엄청 노력했다. 거기에다 뒤꿈치가 까져 피가 철철 흐르는 상황이라 무리해서 걸을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땀에 절여졌다. 지독하게 덥다. 평소라면 몇 시간 걸어도 중간에 쉬거나 하지 않는데 고라쿠엔에서는 벤치 보였다 하면 앉아서 쉬었다 가고 그랬다.
대충 시간을 보니 슬슬 나가야겠다 싶어 들어왔던 입구 쪽으로 되돌아가기 시작.
오른 쪽에 보이는 잎사귀들이 차 잎이다. 바로 앞에 다실도 있는데 돈 받고 차 팔거나 하지는 않는, 그냥 다실.
짚으로 예쁘게 만든 삼각 지붕 안에는
배가 정선 중이시다. ㅋ
대체 뭘 먹고 이렇게까지 거대화하는 건지.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잉어 잡아 아픈 부모 살린 효자가 보면 눈 뒤집힐 게다.
2016년에 왔을 때와 크게 달라지거나 한 건 없는 것 같다. 수국이 꽤 보이긴 하는데 내가 여행했던 시기는 수국이 활짝 피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을 때인지라... 고라쿠엔은 꽤나 넓기 때문에 시간에 쫓겨 구경하지 말고 느긋하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보는 게 좋다. 아침 일찍 와서 안개가 살포시 내려앉은 고라쿠엔도 멋있을 것 같다 싶더라.
그렇게 고라쿠엔 한 바퀴 천천히 돌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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