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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18 오카야마 - 오카야마 현립 박물관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8.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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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여행 전에 계획한 동선대로 움직였다. 하야시바라 미술관을 보지 못했지만...   고라쿠엔을 보고 나서 오카야마 현립 박물관을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애매했다. 박물관까지 가면 얼추 박물관 문 닫을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고라쿠엔에서 나와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뭔가 싶어 봤더니... 그게 현립 박물관이었다. 지도에서 봤을 때에는 조금 걸어야 할 줄 알았는데.






쫄랑쫄랑 가니 출입문 우측의 유리창에 표는 안에서 판다고 써붙여 놨더라. 개관중이라고 쓰여진 판때기를 세워놔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음 문 연 거 맞나 의심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 유리 문 뒤로 힐끗 실내를 보니 경비원 복장의 아저씨 밖에 안 보인다. 일단 들어가보자 싶어 안으로 들어가니 유니폼 입은 처자가 앉아 있다. 서툰 일본어로 성인 한 명 부탁한다 하고 표를 구입.

왼쪽으로 가면 된다고 해서 들어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쫄랑쫄랑 따라오더니 뭐라 뭐라 한다. 응? 못 알아듣는 것 같으니까 메고 있던 가방을 가리킨다. "아~ 카방?" 하니까 고개를 끄덕끄덕. 가방을 벗어주니 파란 플라스틱 쪼가리를 건네주고 가방을 가져간다. 박물관 안에 큰 가방은 못 가지고 들어가게 되어 있는 모양.





박물관 내부는 지방 박물관 치고는 괜찮은 편이었다. 중요한 진짜 유물은 수도에 있는 중앙 박물관에 뺏기는 건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똑같은 것 같지만 모조품이라고 할 지라도 나름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다. 뒤 쪽에 시대 별로 구분된 설명이 붙어 있고 해당 시대의 유물이 전시된 형태였는데 한글, 영어, 중국어로 번역된 A4 용지가 앞에 놓여 있었다. 유물 하나, 하나에 대한 설명은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번역 자료가 있으니 대충 스윽~ 보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박물관에서는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지만 간혹 사진 촬영이 되는 곳도 있다. 단, 사진 촬영을 허락하는 곳이라도 플래시 사용은 안 된다. 전시 유물의 수명을 깎아먹는 데 큰 공을 세우기 때문이다. 박물관 내 전시품이나 동물 사진 찍을 때 플래시 끄는 건 상식 중에서도 상식이다. 플래시 터뜨려대며 사진 찍는 건 몰상식한 짓이라는 얘기다.



1960~1970년대 일본의 가정은 1970~1980년대 우리의 가정과 굉장히 닮아 있다.



2층에서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전국시대 무장의 투구와 갑주에 대한 전시였다. 당연하다는 듯 엄청 미화해서 그린 그림들.

└ 작가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전국시대의 유명 무장을 엄청나게 미화해서 그려놨다. 죄다 꽃미남이다. -ㅅ-



분명 여자인데? 누구지? 싶어 사진을 찍고 아래 있는 소개를 봤더니,



'나오토라'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검색을 해보니 전국시대에 활약한 여성 영주라고 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천하를 잡는 데 큰 역할을 한 네 명의 가신을 도쿠가와의 4대 천왕이라 부르는 데 그 중 한 명인 이이 나오마사(다른 세 명은 사카이 타다쓰구, 혼다 타다카츠, 사카키바라 야스마사)의 육촌 누나이자 양모라고 한다. 그 외의 설명은 워낙 중구난방인데다 일본어를 번역한 건지 당최 알 수 없는 글이라 이해가 잘 안 되는데... 대략 이해한대로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대대로 이이 가문이 다스리던 이이노야(井伊谷 - 現 시즈오카현 하마마츠) 지역. 왼쪽에 도쿠가와 이에야스, 오른쪽에 이마가와 요시모토를 두고 있어 살아남으려면 누구의 밑에라도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세력은 이마가와 요시모토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인지라 당연히 이마가와 요시모토의 수하로 들어간다.


이이 가문의 22대 당주인 나오모리(直盛)에게는 아들이 없었기에 사촌 형제 관계에 있던 나오치카(直親)를 딸내미인 나오토라(直虎)와 결혼 시킨 뒤 가문을 잇게 하려고 했는데... 나오치카의 아버지인 나오미츠(直満)와 그의 남동생 나오요시(直義)가 모반을 일으키려 한다는 의심을 사서 살해 당한다. 연좌제로 사람 목숨 뺏는 게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던 시대라 나오치카는 냅다 튀고... 약혼을 앞두고 있던 나오토라는 상처를 받아 독신을 선언하고 절로 들어간다. 비구니가 되면 절대로 환속(중 신분을 버리고 사회로 돌아감)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로호시(次郎法師)라는 남자 이름을 써서 남자 승려 신분으로 출가했다고 한다. 10년 넘는 시간이 흘러 도망갔던 나오치카가 돌아오고 이내 나오모리의 양자가 되어 이이 가문을 잇게 되는데... 나오모리는 오케하자마 전투에서 죽고 나오치카는 2년 뒤 이마가와 우지자네(요시모토의 아들)에 의해 배반자로 몰려 죽고 만다.


가문의 남자들이 죄다 죽어나가자 출가했던 나오토라가 돌아와 여자 성주가 된다. 이후 이마가와 가문에서 자꾸 영지를 탐내자 도쿠가와 이에야스 쪽으로 붙어 영지를 회복하는 등 가문을 위해 힘쓰다 죽었다고. 나오토라 사후 위에서 도쿠가와의 4대 천왕으로 언급한 나오마사가 가문을 잇는다.


뭐, 내가 이해한 바로는 대략 이러하다. 여자 성주라는 특이함 때문인지 상당히 비중있게 다뤄져서 유명 게임인 『 신장의 야망 』이나 『 전국 바사라 』 시리즈에도 등장하고 2017년에는 NHK 대하 드라마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전국시대를 다룬 소설을 읽었지만 나오토라에 대한 내용은 본 기억이 없어서... 날 잡아서 다시 한 번 시리즈 읽어봐야 할까 싶다.



한국인이 싫어하는 일본인 Best 3에 꼬박꼬박 들어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되시겠다.


천한 신분의 저잣거리 양아치였던 하시바 히데요시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되어 일본 전국을 통일하고 세계 정복을 노리다 죽었다는 이야기는, 일본에서 자수성가 스토리의 대명사로 통한다. 거기에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까불거리며 위트있는 대사를 자주 날리는 나름 업텐션 캐릭터로 표현되고 있어서 인기도 많은 편이다. 우리에게는 임진왜란의 원흉으로 알려져 있어 굉장히 미움받는 ×이고.



이 사람은 누굴까? 도쿠가와 이에야스 되시겠다. 퉁퉁한 아저씨 같아 보이지만 이마저도 엄청나게 미화된 그림이다.



왼쪽이 이케다 츠네오키, 오른쪽이 모리 요시나리. 요시나리는 투구 쓰다 목 꺽여 죽을 판이다. -_ㅡ;;;

└ 이케다 츠네오키에 대한 궁금증은 여~기 →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684

└ 모리 요시나리는 모리 란마루(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의 아버지로 더 유명한 듯 하다.



현립 박물관에 대한 얘기는 안 하고 애먼 데로 빠져버렸는데... 1층에는 오카야마 지역의 역사와 관련된 유물이 고대부터 근대까지 간략히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전국시대 무장의 투구, 갑옷과 비젠 지역의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다. 1층은 사진 촬영이 가능하지만 2층은 아예 불가능. 하지만 2층 복도에 전시 중인 그림은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1층에는 그나마 한글 해설이 된 종이가 있어서 읽어보면 도움이 되지만 2층은 한글로 된 안내가 전혀 없어서 일본어를 모르면 전시물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다.



슬슬 나가봐야 되겠다 싶어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입장권 사는 곳 앞에서 얼쩡거리고 있으면 알아서 가방 주겠거니 했는데 미동도 안 하기에... 멈칫거리다가 "아노~ 카방와..." 하니까 움찔! 하더니 뭐라 뭐라 한다. 에? 박물관 안에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 그 짧은 사이에 내가 가방 맡긴 걸 잊어버린 건가? 싶었는데... 말하는 걸 자세히 들어보니 아오이 뭐라 뭐라 한다. 아! 아까 준 그 플라스틱 쪼가리!!! 그제서야 생각나서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져 쪼가리를 건네자 가방을 돌려준다. -_ㅡ;;;


밖으로 나오니 또 후끈후끈하다. 차 타기 애매한 거리라 걸어 가기로 했다. 가방에 넣어둔 스마트 폰을 꺼냈더니 마사미 님으로부터 연락이 와 있어서 잽싸게 답장하고... 만날 장소를 정한 뒤 종종종 걸어서 숙소로 돌아갔다.




  • 오카야마 현립 박물관은 고라쿠엔 정문 맞은 편에 있습니다. 글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건물 내부로 들어가서 표를 구입한 뒤 관람을 하게 됩니다. 어른 ¥250이고 고등학생 이하는 무료입니다. 저는 ¥250보다 더 냈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특별전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특별전이 있을 때에는 특별전을 포함하는 가격 때문에 조금 더 내야 할 겁니다.

  • 홈페이지(http://www.pref.okayama.jp/kyoiku/kenhaku/Korea.htm)에서 간단한 안내를 볼 수 있습니다. 지방에 있는 박물관이 대개 그렇듯 전시품이 엄청나다거나 뭔가 굉장한 구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지역을 여행할 때 그 지역의 박물관에 가보는 것은 기본적인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다녀왔습니다. 큰 기대하지 마시고 천천히 지역 문화 살펴본다는 생각으로 다녀오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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