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쨋 날. 딱히 알람을 맞추지 않았지만 알아서 눈이 떠졌다. 여행 전에 잠을 못 자서인지 일본에서의 첫 날에 푹 잘 수 있었고 그 덕분인지 몸이 가뿐했다.
갈아입을 옷을 꺼내들고 샤워실로. 샤워를 하고 어제 입은 옷을 대충 빨려고 했는데... 샤워실에 물이 차오른다~ 가자. -_ㅡ;;; 옷이 더러워진 게 아니니 흐르는 물에서 대충 주물럭거린 뒤 꾹 짜서 널어놓고 나가면 되는 상황인데 물이 차오른다~ 가자.
결국 빨래는 포기. 빨래는 커녕 내 몸 하나 씻기에 바빴다. 차 오르는 물 때문에. -ㅅ- 후다닥 씻고 나온 뒤 나머지 짐은 전부 캐리에 던져 넣어버렸다. 마사미 님에게 선물 드리고 나니 캐리어가 휑~ 해져서 좋다. ㅋㅋㅋ
1층에서 조식을 사먹었다. 토스트도 맛있고 저 노란 정체 불명의 소스도 달달해서 좋고. 코슬로우도 좋았다. 커피도 훌륭했고.
평소 아예 안 먹는 아침도 간단히 먹었겠다, 슬슬 출발하자. 100엔 짜리가 없어서 동전 바꾸려고 편의점에 들어가 음료수를 하나 샀다. 그리고 오카덴에 올라타면서 생각했다. '스이카 카드 있는데 그거 찍고 타면 될 것을... 멍청하게 잔 돈 바꿨네.'
오카덴에 올라타니 맞은 편에 앉은 어린 아이가 자꾸 쳐다본다. 그렇게 희한하게 생겼냐? ㅋㅋㅋ
우리나라에도 교통 카드 종류가 여럿입니다만... 티머니, 캐시비 등이 대표적이지요. 티머니 같은 경우 경북 군위, 영덕, 영양, 청송 농어촌 버스와 전남 진도 농어촌 버스를 제외하면 전부 커버한다고 하니 사실 상 우리나라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버스 뿐만 아니라 지하철, 택시도 이용 가능하고 편의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인데요. 지역 별로 여러 IC 카드가 있습니다. 스이카는 JR에서 발매하는 카드인데요. 같은 JR 로고 달고 있다 해도 권역별로 사업 주체가 달라서 도쿄에서 산 스이카 카드는 오사카에서 사용, 충전이 가능하지만 환급 받는 건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도쿄에서 산 스이카 카드를 오사카, 교토에서 잘 써먹었고요. 충전은 해보지 않았지만 무리없이 잘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잔액 조회 같은 경우 전철 역의 JR 기기를 통해서 할 수 있지만 안드로이드 스마트 폰이라면 전용 앱을 설치해서 할 수도 있습니다. 구글 플레이에서 SUICA로 검색해서 어플 설치하고 실행한 뒤 카드를 스마트 폰의 NFC 센서(대개 스마트 폰 뒷면에 있습니다)에 갖다 대면 언제 어디에서 어디로 가면서 얼마 썼고 지금 얼마 남았는지 다 나옵니다.
오카야마 역 앞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잘~ 생긴 총각이 뭐라 뭐라 한다. 응? 뭐라고? 이어폰을 빼고 "네?" 라고 하니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본다. 일본에서, 그것도 오카야마에서, 일본 사람이 포항 스틸러스 유니폼 입고 다닐 확률이 얼마나 될라고. ㅋㅋㅋ 그렇다고 하니까 꽤나 반가워한다. 여행 온 거냐고 하니까 워킹 홀리데이 왔단다. 헐~ 도쿄도 아니고, 오사카도 아니고, 오카야마에. ㄷㄷㄷ 실로 대단한 청년이로고. 마음 같아서는 어디 자리 잡고 앉아 일본 생활 어떠냐고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커피라도 한 잔 사주고 싶었지만... 뭔가 마음이 급해서 "아, 네...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럼~" 하고 까딱~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지금 생각해보니 많이 아쉽다. 하지만 상대가 바빴을 수도 있고... 꼰대 아저씨랑 대화하는 게 즐겁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전철을 탔는데... 전철에서도 시선이 느껴진다. 음... 일본에서 『 스플래툰(사람 형상으로 변신하는 오징어가 제한된 공간 여기저기를 색칠해서 땅따먹기 하는 게임) 』 시리즈가 엄청나게 인기 있다고 하던데... 사람 형상을 한 오징어가 아직도 신기한 건가?
전철 안이 시원해서 땀이 다 식었다. 아, 좋다~ 기분 좋게 가는 동안 구글 지도로 검색을 했다. 빗추 타카마쓰 역(備中高松駅)에서 사이조이나리 신사까지 얼마나 걸리는 지. 걸어서 5분이란다. 응? 정말?
그 사이 역에 도착했고... 밖으로 나가려 하는데 개찰구에 티켓을 넣는 곳이 없다. IC 카드 찍는 곳은 있는데. 당황해서 천천히 보니 뭔가 구멍이 뚫려 있긴 한데... 거기에 Pass 넣으면 안 될 것 같은 삘이 강하게 온다. 그래서 그냥 개찰구를 통과했다.
생각해보니 일본의 작은 역에는 표 잡아먹고 저 앞에 뱉어놓는 개찰 기기가 없는 곳이 꽤 있었다. 요나고 여행 때에도 그렇게 생겨먹은 개찰 기기 여러 번 봤지 않나. 그런 곳은 역무원에게 Pass 보여주고 그냥 지나가면 된다. 하지만 역무원이 다른 사람을 상대하고 있었기에 Pass를 보여줘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망설이다 그냥 지나간 거다.
구글 지도가 5분 걸린댔으니까 걸어갈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확실한 게 좋겠다 싶어 다른 사람과 대화가 끝난 역무원에게 가서 물어봤다. "실례합니다~ 사이조이나리 신사까지 갑니다. 걸어서 몇 분 걸립니까?" 라고. 그랬더니 뭔 종이를 가져와서 보여주는데... 역에서 타카마츠 성터까지 꽤나 걸어야 하고 거기서 40분을 더 걸어야 사이조이나리 신사란다. 결과적으로 한 시간 넘게 걸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어이, 구글!!! (나중에 생각한 건데 차로 5분 걸린다고 나온 걸 내가 잘못 본 게 아닌가 싶다. 나의 구글이 잘못된 정보를 줄 리가 없어.)
도저히 걸어서 갈 거리가 아님을 알고 역 앞에 서 있던 택시를 탔다. 얼마 전 같으면 지도를 보여주거나 인터넷 검색 화면을 보여주면서 Here! Please~ 라고 했을 건데... 미취학 아동 수준의 일본어 공부했답시고 "사이조이나리 진자 구다사이~" 라고 했다. ㅋㅋㅋ 가는 도중에 기사님이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었는데 반도 못 알아들었지만... 짧은 대화라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얼마 안 걸려서 신사 앞에 도착. 1,000엔 조금 넘게 나왔다.
직접 그린 것 같은 그림으로 뭐라 뭐라 쓰여 있는데 한자 건너뛰고 히라가나/가타가나만 읽는다 해도 뭔 뜻인지를 모르니까... -_ㅡ;;;
바닥에 뭐라 쓰여 있어서 보니까 タクシー(택시). 장음 표시까지 확실하게 해놨고나. ㅋㅋㅋ
빗추 타카마쓰 역에서 내린 처자(인지 아줌마인지) 한 명이 나보다 먼저 택시 타고 떠났는데 여기에서 내리더라. 같은 곳 가는 줄 알았으면 같이 가자고 말이라도 해보는 건데. 하지만 그 처자가 사이조이나리 간다는 걸 알 턱이 없었으니까.
신사 들어가기 전에 여기저기 사진을 찍어본다. 어떤 의미인지 알고 찍어야 하는데 무식이 죄다. -_ㅡ;;;
입구에서 황금 색으로 빛나는 두 개의 불상은 부동명왕일까? 『 간츠 』에 나오는 적과 비슷한 외모다.
└ 부정한, 그러니까 나쁜 사람들은 저 불상이 무서워 들어가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교토 후시미이나리, 규슈 유토쿠이나리 신사와 함께 일본 3대 신사라고 한다. 일본은 3/5대 ○○○ 이런 거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조금은 가파르게 보이는 계단을 올라간다.
저 작은 국자(?) 같은 걸로 물을 떠서 왼손을 씻고, 오른손을 씻고, 머리 부분을 들어 손잡이 쪽으로 물을 흘리는 것으로 마무리.
오카야마의 신사에서 AKB 48을 응원하는 에마를 본다. ㅋㅋㅋ
가장 큰 규모인 걸 보니 여기가 본당인 듯. 뭔가 요란하게 불경을 읊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화장실부터 다녀와야겠다 싶어 화장실로 갔더니... 실로 오랜만에 보는 개방형 구조! 옆 사람의 ★★를 안 보는 듯 보는 구조!
손 씻는 곳도 상당히 올드하다. 국민학교 때나 볼 수 있는 수도. 그렇게 안 보이지만 꽤나 오랜 역사를 가진 건물이 아닐까 싶다.
오카야마 남(쪽)고 입학을 비는 에마가 상당히 많았다. 나중에 마사미 님께 여쭤보니 인기있는 학교라고 하셨던 걸로 기억.
요란하게 들려오는 불경 읊는 소리 때문에 본격적으로 사진 찍으면 안 될 것 같아 잽싸게 한 장만 찍고,
뒤 쪽으로 가니 희한하게 만든 거대 돌조각이 등장한다. 저런 거 보면 인간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뒤 쪽으로 가면 자그마한 불단 같은 게 여러 개 놓여져 있는데 지붕에서 뭔가 반짝거리고 있다. 뭔가 싶어 봤더니,
동전을 지붕에 던져 놨네. 연못 같은 데다 기를 쓰고 동전 던지는 것과 같은 의미인 걸까?
올라가서 한 바퀴 휘~ 둘러보고 다시 내려간다.
따로 입장료를 받거나 하지는 않았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나리 신사답게 입구를 지키고 있는 여우 두 마리. 그런데 여우가 너무 못되게 생겼더라. -ㅅ-
어머니 업고 신사에 왔다는 효자 동상. 이런 이야기는 우리나라, 일본, 중국에 다 있는 듯.
입구 옆에 절이 있어서 거기도 가봤다. 일본은 신사와 절이 나란히 있는 곳이 많다.
엄청 조용한데다 딱히 사진 찍을만한 분위기도 아니어서 금방 돌아 나갔다.
봐. 못된 짓 하게 생겼지. -_ㅡ;;;
아... 인왕문이니까 아까 입구 지키고 있던 불상 두 개는 인왕인가? 부동명왕이 아니었고만. 뭘 아는 게 없어서... -ㅅ-
그냥 나오기 아쉬워서 사진 몇 장 더 찍고...
길 따라 가면 상점가.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컬러플한 모모타로 맨홀 뚜껑. 일본은 지역마다 맨홀 뚜껑도 개성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았고 몇 몇 가게만 연 상태. 딱히 뭔가 살 맘이 없는데 구경하느라 주인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 그냥 통과.
상점가 입구는 이렇게 생겼다. 근처에 주차장이 있으니 차를 세우고 여기를 통과해 신사로 가는 게 일반적인 코스인 듯.
히라가나/가타가나 읽을 줄 알게 되어 좋은 점은, 예전에는 뭔지 1도 모르고 지나쳤던 곳을 그나마 뭐하는 곳인지 알 수 있게 됐다는 것.
대중 교통으로 오는 것은 힘든 지역이라서 차도 여기저기 안내가 되어 있다. 내가 갔을 때에는 휑~ 했지만 새 해 첫 날에 미어터진다고.
주차장 앞의 커다란 도리이를 찍는 것으로 사이조이나리 신사 구경을 마쳤다.
오카야마 역에서 전철을 타고 빗추 타카마쓰 역에서 내리면 됩니다. 열차는 30분에 한 대 꼴로 있으니 자주 있는 편은 아닙니다. 10번 플랫폼에서 JR 기비線 소자行을 타면 됩니다(달라질 수 있으니 확인하세요). 요금은 ¥240이고 20분이 채 안 걸립니다.
빗추 타카마쓰 역에서 신사까지는 택시 말고는 이용할만 한 교통 수단이 딱히 없습니다. 역 앞에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가 있으니 웬만하면 택시를 이용합시다. 10분도 안 걸리고 요금은 ¥1,000 조금 넘게 나올 겁니다.
택시에 타면 기사님에게 '사이조이나리진자마데 이키마~스(사이조이나리 신사까지 갑니다).'라고 하면 됩니다.
만약 걸어간다면... 한 시간 가까이 걸어야 합니다. 3㎞가 넘는 거리입니다. 쭉 뻗은 포장 도로 위를 걷는 거라서 불편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거리가 제법 멉니다. 중간에 편의점 같은 것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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