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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  미 』/『 BOOK 』

벚꽃, 다시 벚꽃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8.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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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에서 일본 작가의 인지도를 알아보면 누가 1위를 차지할까?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 오쿠다 히데오(奥田英朗)나 온다 리쿠(恩田陸)는 10위 안에 들 수 있을까? 뭐, 아무튼...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는 10위 안에 무조건 들어가겠지?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미야베 미유키는 일본에서 수년 간 인기 순위 1위를 놓치지 않은 작가다. 히가시노 게이고 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많이 쓰는 작가이기도 하고.
  • 『 벚꽃, 다시 벚꽃 』은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 소설. 우리나라에는 2015년 5월 10일에 초판이 나왔고 2017년 9월에 8쇄를 찍었다. 출판 시장 불황이라는데 8쇄까지 찍었다면 제법 팔린 게 아닌가 싶다.
  • 원제는 『 桜ほうさら[각주:1] 』. 우리 말로 번역하면 '벚꽃박죽'이 된단다. 뒤죽박죽이라는 뜻을 가진 'ささらほうさら[각주:2]'를 응용한 것이라고 책 앞 부분에 소개가 되어 있다. '이런 일, 저런 일, 온갖 일이 벌어져서 큰 일 났다, 난리 났다' 라는 고슈 지방의 표현이라고 하는데... 고슈라고 하면 도쿄 옆 야마나시 현에 있는 고슈 시(甲州市) 말하는 건가? 아무튼... 내 생각에는 우리나라 번역 제목이 나은 것 같다. 원제를 살려 '벚꽃박죽'으로 했다면 아무래도 덜 팔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주인공은 후루하시 쇼노스케. 무(武)를 중시하는 자그마한 번(우리 기준의 읍이나 면 정도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에서 시종관(주군의 의복과 일용품을 관리하는 직책)으로 일하는 후루하시 소자에몬의 둘째 아들이다. 어머니인 후루하시 사토에는 첫 결혼에서 남편이 죽어 재혼했지만 시어머니와 싸운 끝에 다시 이혼, 세 번째 결혼으로 후루하시 집 안에 들어왔다. 장남인 후루하시 가쓰노스케는 어머니를 닮았고 차남인 쇼노스케는 아버지를 닮았다.
  • 아버지가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뒤집어쓰게 되고, 그 증거가 되는 문서가 잔뜩 발견된다. 아버지는 그런 적이 없다고 억울해하지만 증거인 문서의 글씨는 소자에몬 본인이 봐도 자신의 글씨. 결국 소자에몬은 할복 자살하게 되고 후루하시 가문은 풍비박산이 난다.
  • 쇼노스케는 고향 마을을 떠나 에도에서 서생으로 지내며 변변찮게 사는데 실은 어머니(사토에)와 친분(첫 남편의 숙부)이 있는 사카자키 시게히데에게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라는 밀명을 받은 것이었다. 뭐, 대략 이런 이야기다. 내 글 솜씨로는 무려 630 페이지의 두껍디 두꺼운 책의 스토리를 간략하게 줄일 수가 없다. 630 페이지면, 책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사전으로 보일 정도의 두께다.


  • 등장 인물들은 단편 시리즈 물로 계속 이어나가도 될만큼 매력적이다. 캐릭터가 확실하게 부여됐다는 이야기다. 주인공인 쇼노스케는 물론이고 같이 살고 있는 도미칸 나가야의 사람들도 모두 개성이 확실하다. 50 페이지 이내로 끝나는 짧막한 이야기로 연속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 내용을 미리 언급하면 아직 안 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테니 자세한 이야기는 삼가하겠지만... 아무튼 캐릭터는 확실하다. 미야베 미유키가 이렇게 잘 만든 캐릭터를 고작 한 권으로 끝낸다면 너무 아쉽다. 다른 시리즈를 이어가도 되지 않을까?
  • 캐릭터가 워낙 확실해서인지 2014년 1월 1일에 NHK에서 드라마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찾아봤다. 판도라TV에서 자막을 포함해 볼 수 있었는데... 그냥 실망도 아니고 개실망. -_ㅡ;;;   간신히 30분 넘겨서 보다가 꺼버렸다. 방대한 내용을 90분도 안 되는 한 편의 드라마로 줄일 수 없어서인지 이리저리 토막내고 뒤틀었는데 당최 원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마구 바뀌어 있다. 거기에다 주인공인 쇼노스케 역의 타마키 히로시는 너무 강인한 이미지다. 어머니와 형은 주인공인 쇼노스케의 입장에서 보는 독자에게는 무척이나 고약하고 나쁜 인물로 비쳐져야 하는데 초반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온화한 이미지, 형은 듬직한 이미지라 악인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 거기에다... 벚꽃 요정으로 착가할 정도의 미모라는 와카는... 아... 아아... 아아아... 제발 일본은 실사 영화에서 손을 떼기를. 이 작품, 차라리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면 훨씬 나았을 거다. 아무튼... 어떻게든 참고 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 참겠더라.


  • 소자에몬이 어린 쇼노스케에게 해준 거짓말과 낚싯 바늘 이야기도 참 짠~ 했지만... 나 같은 경우는 461 페이지에 있는 글이 가슴에 와 닿았다. 《 모르는 일에 직면했을 때 조바심을 치면 안 된다. 모르는 것을 억지로 알겠다고 느닷없이 생선 배 가르듯 하면, 몰랐던 것의 본체가 어디론가 도망쳐버린다. 따라서 모르는 것과 마주칠 때는 물고기를 수조에서 기르듯 풀어놓고 찬찬히 관찰하는 게 올바른 이해를 얻는 길이다. 》
  • 상당히 재미있게 잘 봤고... 마무리도 은근히 괜찮다 싶었는데... 막바지에 형이 찾아와 읖읖 읖읖읖 읖읖읖읖 읖읖 읖읖읖 읖읖 읖읖읖 하는 장면에서는 속 터져 숨지는 줄 알았다. 주인공이 착함을 넘어서서 너무 멍청해. 칼은 왜 차고 다니는 거냐고.
  • 아무튼... 모처럼 재미있는 작품을 봤다. 이 책 보기 전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 위험한 비너스 』 를 봤는데 생각보다 별로여서 아쉬웠었더랬다. 하지만 이 작품 덕에 그 아쉬움을 씻어낼 수 있었다. 두께에 쫄지 말고 읽어보시기를. 의외로 술술 읽힌다. 그만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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