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를 연고로 하는 프로 팀이 두 개 있다면 그건 행복한 일일까, 불행한 일일까? 어느 팀을 응원해야 할지 망설이게 되지 않을까? 내 기준에는 이런 게 배 부른 고민이다. 어느 팀을 응원할지 고민하다니, 복에 겨웠네. -_ㅡ;;;
오사카는 연고 프로 축구 팀을 두 개 가지고 있다. 하나는 세레소 오사카, 다른 하나는 감바 오사카. 많은 여행객들이 오사카! 하면 떠올리는 곳은 대부분 세레소 오사카의 나와바리인 남부 지역이다. 감바 오사카는 북부를 연고로 하고 있는데 북부 쪽은 관광객들이 잘 안 간다. 그나마 만박 기념 공원 쪽이 재개발되어 이런저런 놀거리가 생기면서 가는 사람이 조금 늘어나긴 했지만.
(인구 270만 명 정도인 오사카도 연고 팀이 두 개인데... 1,300만 명 넘어가는 서울에는 1부 리그 팀 하나, 2부 리그 팀 하나, 달랑 둘. 개인적으로 대여섯 팀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포 청둥오리스 vs 송파 개나리스 / 은평 대추나무스 vs 구로 목련스... -_ㅡ;;;)
아무튼,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진짜 오사카라면서 라이벌 의식이 상당하다. 두 팀 간의 오사카 더비가 벌어지면 그야말로 불똥 튄다. 한 팀은 1부, 다른 한 팀은 2부, 이렇게 쪼개져 있다면 그나마 덜할텐데 두 팀 모두 1부 리그에서 치고 박고 하니까 분위기가 꽤 살벌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는 세레소도 좋고 감바도 좋아!' 라고 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 차라리 '난 축구 별로인데...' 라고 하는 쪽이 나을 거다.
나는 살고 있는 동네로 따지면 세레소 응원하는 게 당연한데, 외국인이라는 핑계로 겸사 겸사 감바도 응원하기로 했다. 감바에는 한국인 선수가 세 명이나 뛰고 있기도 하고.
2019 시즌의 개막은 금요일 저녁이었지만 대부분의 경기는 토요일에 진행이 됐다. 15시에 감바 오사카의 홈 구장인 파나소닉 스이타 스타디움에서 경기가 있기에 그걸 보러 가기로 했다. 경기 세 시간 전인 열두 시에는 도착해야겠다 싶더라고. 그러려면 열 시 반에는 나가야 한다. 하지만 꾸물거리다가 잔뜩 늦어 열한 시가 넘어서야 출발했다. ㅠ_ㅠ
미도스지線을 꽤 오래 타고 가서 센리추오駅에서 내렸다. 거기에서 모노레일을 탄 뒤 다음, 다음 역에서 내리면 경기장까지 갈 수 있다. 예전에 만박 기념 공원 가면서 한 번 가봤기(https://40ejapan.tistory.com/118)에 생소하지는 않았다. 달랑 만박 기념 공원 밖에 없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쇼핑몰도 생기고 일본에서 가장 크다는 대관람차도 있으니 축구하는 날 겸사 겸사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센리추오駅에서 모노레일 타러 가다보니 바닥에 오늘의 이벤트라면서 축구하는 날임을 알리고 있더라. 만박 기념 공원 역은 온통 감바 오사카. 선수들 사진이 들어있는 깃발도 줄줄이 걸려 있고, 누가 봐도 감바 오사카의 홈이구나 싶더라. 우르르~ 움직이는 사람들을 따라 이동했다. 만박 기념 공원과 반대 쪽으로 가면 경기장으로 갈 수 있는데, 접근성이 엉망이었다.
역에서 내려 한~ 참을 걸어가야 한다. 역과 경기장 사이에 자동차 도로가 있어서 그 도로를 피해 빙~ 둘러가야 했다. 경기 전의 설렘과 긴장을 가지고 친구와 수다 떨며 가면 그다지 길지 않게 느껴질 거리지만, 경기에 진 뒤 역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더럽게 먼 길이다.
철조망 너머로 보이는 파나소닉 스이타 스타디움. 이정표의 한글 안내에는 '스' 자가 빠져 이타 스타디움이라 되어 있었다. ㅋ
만날 회색빛이었던 1월, 2월의 오사카인데 이 날은 모처럼 화창한 날씨였다. 하지만, 바람이 말도 안 되게 강했다.
이 도로가 있기 때문에 도로 위로 건너가서 주차장을 빙~ 돌아 가야 한다. 꽤 멀다. 15분 정도 걸어야 한다.
세레소의 경기는 미리 표를 구입해서 갔지만 감바의 경기는 표를 구입하지 않았다. 어디에 앉을지 고민했기 때문이다. 경기장에 도착한 후 일단 유니폼을 사려고 했는데, 노점에서는 정식 레플리카를 판매하고 있지 않았다. 아무리 찾아봐도 유니폼 파는 곳을 찾지 못해서 포기. 표 파는 곳도 안 보인다. 결국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표 파는 곳을 물어봤다. 일본어로 물어봤는데 간단한 문장이었기 때문에 발음이 나쁘지 않았는지 일본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못 알아 들어서 "에?" 하고 다시 쳐다보니까 '이걸 왜 못 알아들어?' 하는 표정으로 보더라. ㅋㅋㅋ
표 파는 곳은 우리나라의 경기장처럼 정식 시설로 만들어져 있다. 일본의 축구장은 트랙이 있는 종합 경기장인 경우가 많아서 천막 쳐놓고 표 파는 걸 많이 봤는데, 여기는 축구 전용 구장이라서 표 파는 시설이 따로 만들어져 있다. 어느 곳으로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홈 서포터 쪽 표를 달라고 했다. 인터넷으로 봤을 때에는 1,500円 밖에 안 하기에 싸다고 생각했는데 3,000円이란다. 뭐지? 인터넷이랑 오프 라인이랑 표 가격이 다르다고? 설마... 잠시 생각해보니, 내가 인터넷에서 본 건 어린이 요금이었나보다.
표에 1번 게이트로 들어가라고 적혀 있어서 바로 앞의 1번 게이트로 갔더니 여기 아니라면서 막는다. 뒤로 돌아가란다.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갔더니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게이트가 보인다. 그 쪽으로 가서 표를 보여줬다. 검표하는 처자가 덜덜덜 떨면서 표를 뜯어 간다. 이 날 바람이 진짜 말도 안 되게 불었다. '골키퍼가 공 띄워 차면 옆으로 날아가 버리겠는데?' 싶을 정도였다. 그런 바람 맞으면서 일하니 얼마나 추울지. 젊은 처자던데 좀 안스럽더라.
표 내고 안으로 들어가니 비닐 쇼핑백을 하나 준다. 세레소처럼 옷이라도 들어있나 싶어 뒤적거렸는데 쓸데없는 찌라시 뿐. 에잉~ 한적해 보이는 입구로 들어가려고 했더니 직원이 막는다. 여기 아니란다. -ㅅ-
옆으로 가서 홈 서포터 쪽으로 갔더니... 후아~ 이미 만석이다. 빈 자리가 없다. 어디를 봐도 꽉 꽉 들어차 있다. 그래서 2층으로 올라갔다. 빈 자리가 없다. 3층으로 올라갔다. 빈 자리가 없다. 결국 어제처럼 오늘도 맨 꼭대기까지 올라가서야 빈 자리를 찾았다. 그나마도 원래 앉아 있던 아저씨가 갑자기 다른 곳으로 가버려서 생긴 빈 자리였다. 다행히 오늘도 계단 바로 옆 자리를 차지하는 데 성공(화장실 다니기 쉽고 맥주 사러 다니기 좋아서 계단 옆을 선호하는데 혼자 가서 자리 비우기 애매하니 결국 주구장창 앉아 있었다. -_ㅡ;;;). 자리 잡고 앉은 후에야 천천히 경기장을 둘러본다.
트랙 없는 축구 전용 구장이라는 게 일단 맘에 든다. 시설 면에서는 세레소의 홈인 나가이 얀마 스타디움보다 훨씬 낫다.
저 멀리 모서리 부분에 대형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다. 반대 측면에도 하나 있고. 유니폼 디자인도 그렇고, 뭔가 인천이랑 비슷하다.
잔디 상태도 상당히 훌륭하다. 관리를 진짜 잘했다. 이런 시설과 분위기에서 공 차다가 K 리그 오면 뭔가 아쉬운 게 당연하지.
경기 전 선수 소개 영상. 맨 꼭대기에 앉은 덕분에 지붕에 가려져 화면이 다 보이지 않는다. 늦게 가서 좋은 자리가 없었어... ㅠ_ㅠ
김영권 선수도 코 위로는 잘려나갔다. ㅋㅋㅋ 김영권 선수는 FC도쿄와 오미야에서 뛴 적이 있기 때문에 일본에 꽤 알려져 있다.
아직은 여기저기 빈 곳이 많이 보이지만, 경기가 시작될 무렵에는 3층 일부를 제외하고는 빈 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꽉 찼다.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의 서포터들. 청백적 깃발도 그렇고 뭔가 분위기가 수원이랑 비슷하다. 빅 버드 가서 본 수원 서포터들의 느낌.
몸을 풀고 있는 김영권 선수. 일본인들에게 권 발음은 상당히 어려운지라, 대부분 키무욘군(근)으로 발음하고 있었다.
황의조 선수. 거리가 멀어 줌으로 당겨 찍었더니 포커스가 죄다 날아가서... 그나마 제대로 찍힌 사진은 이런 것 밖에... ㅠ_ㅠ
요코하마 서포터들에게서 수원 분위기 난다고 느낀 게 괜한 것이 아니었다. 쟤들도 트리콜로 어쩌고 하는 깃발 들더라.
김영권 선수와 짝을 지어 몸을 푸는 황의조 선수. 서로 번갈아가며 공 던져 주고, 발과 머리로 리턴하는 연습을 했다.
으차!
콩!
맥주 파는 처자. 세레소는 기린인데 감바는 아사히다. 맥주를 산 아저씨가 뭔가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했는지 빵 터졌다.
└ 이 추운 날씨에, 맨 다리를 다 내놓고, 바닥에 무릎까지 꿇고 있기에 뭔가 짠한 느낌이라 찍었다. 흑심 따위 없었다고.
한국 축구장에서 맥주 쏴대며 파는 건 보지 못했다. 하지만 야구장에서는 위 사진처럼 맥주 짊어지고 다니면서 파는 걸 자주 봤다. 다만, 한국에서는 남자가 하는 일인데 일본은 여자가 하고 있었다. 등에 짊어진 맥주만 해도 엄청나게 무거울텐데, 양 쪽으로 1회용 컵과 티슈 따위를 주렁주렁 달고 다닌다. 거기에다 멀리에서 손 드는 걸 보면 잽싸게 달려가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한다. 아무리 젊다 한들, 엄청나게 힘든 일일 것 같은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몸 푸는 선수들이 들어가자 바로 나와 잔디를 보수한다. 몸 푸는 그 잠깐 동안 망가진 잔디를 보수하는 거다. 대단하다, 진짜.
경기장에 물을 뿌리기 시작한다. 나가이 얀마 스타디움과 다르게 살수 시설이 있어서 경기장 이곳저곳에 골고루 물을 뿌릴 수 있다.
원정 온 요코하마 팬들에게 환영한다는 메시지와 멘트를 날려주고 있다. '잘 왔다, 지고 눈물 질질 짜고 가라', 이런 느낌? ㅋ
왜 저 쪽에만 물을 뿌리는 거지? 일부러 저러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저 쪽 다 뿌리니까 반대쪽도 뿌리더라. 동시에 전면을 다 뿌릴 수는 없는 모양.
초딩 정도로 보이는 애들이 옷을 맞춰 입고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개막식 같은 행사에 애들 동원하는 건 일본이나 한국이나.
별 모양으로 대열을 맞춰 서더라. 그 와중에 나이 좀 더 먹은 듯한 꼬맹이가 어린 꼬맹이의 자리를 고쳐주기도 하고. ㅋ
바람이 말도 못하게 쌨는데, '쟤들 안 추울까?' 하는 걱정을 했다. 진짜... 바람 말도 안 되게 불어댔다.
그 와중에 헐벗은 처자들 등장. 고등학생인가 싶어 '애들한테 옷을 저 따위로 입히냐?' 싶어 줌으로 당겼더니 성인 처자. 추울텐데...
겉으로 보면 화려한 직업일지 모르지만, 이 날씨에 저렇게 헐벗고 일해야 한다니... 고된 직업임이 분명하다. 힘내세요, 처자!
아까의 휑~ 했던 경기장이 순식간에 가득 찼다. 홈 서포터 석은 진작에 만석. 지정석도 거의 다 찼다. 이 날 27,064명 입장했다.
└ 파나소닉 스이타 스타디움은 40,000석 규모의 경기장이니까 개막 버프를 받은 것 치고는 많지 않은 편이라 할 수 있다.
└ K 리그에서 리그 경기에 27,000명이면 엄청나게 들어온 거. 스틸야드 최대 수용이 25,000명이니까 그걸 넘어선 거.
이런저런 대형 깃발들이 들어오고,
헐벗은 처자들이 힘차게 팀 깃발을 흔들어대기 시작한다.
홈 서포터들은 죄다 일어나 입장할 때 나눠줬던 파란 종이를 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나란히 늘어선다.
감바 깃발 들고 있는 아이들, 나중에 혼날지도. 위 쪽을 당겨서 팽팽하게 들어야지~ 연습 안 했고만? ㅋㅋㅋ
경기 전에 상대 선수들과 인사. 이 때까지는 분위기 좋지, 경기 시작 후에는 잡아먹지 못하면 잡아먹히는 상대가 된다.
에스코트 키즈들과 함께 기념 촬영하고,
애들 나간 후 다시 사진 촬영. 간신히 건진 황의조 선수 얼굴 나온 사진. ㅋ
J 리그는 희한한 게 저렇게 입장 행사 다 마친 후에 공 풀어서 간단히 몸을 또 풀고 경기를 시작한다. K 리그는 바로 시작인데.
22번 오재석. 19번 김영권. 16번 황의조. 감바 오사카의 한국인 선수 세 명 모두가 선발로 나왔다.
둥그렇게 원을 짜 승리를 다짐하는 선수들.
경기가 시작되었다. 심판의 휘슬 소리에 맞춰 함성을 지르고 미처 자리에 앉기도 전에 감바의 골이 터져버렸다. 요코하마의 선수가 백 패스를 했는데 그걸 황의조가 가로챈 거다. 위에서 보니 백 패스하면 100% 컷 당한다 싶은데 그걸 백 패스 하더만. 아무튼, 공을 뺏은 황의조 선수가 수비 한 명을 달고 앞 쪽으로 치고 들어가 각이 없는 상황에서 슛을 날렸다. 그게 오른쪽 골대를 때린 뒤 정면으로 튕겨 나갔고, 쇄도하던 오노세 코스케 선수가 툭~ 차 넣었다. 시작하자마자 홈 팀이 선제 골을 넣어버린 상황. 서포터 쪽은 난리가 났다. 그런데... 불과 1분 뒤에 실점했다. 감바 선수들이 골 넣고 셀러브레이션 하느라 시간 잡아 먹어서 3분에 골 넣은 걸로 표기가 되는데, 하프 라인에 공 가져다 놓고 플레이하자마자 요코하마가 동점 골을 넣어버린 거다.
그렇게 전반 시작하자마자 1 : 1 상황이 되었고... 한동안 골이 없었다. 요코하마 서포터들이 쉼없이 응원하고, 감바 서포터들도 질세라 열심히 노래 부른다.
감바 서포터들 응원은 지난 해 오사카 더비 때 본 적이 있지만, 다시 봐도 대단하다. 세레소의 서포팅은 좀 단순한데다 종류도 많지 않고 따라부를 수 있을만큼 아는 노래가 드물었는데, 감바의 서포팅은 대부분 아는 노래를 바탕으로 만든 거라 나도 모르게 같이 따라하게 되더라. 특이한 건, 감바의 응원 중에 '오~ 필승 코리아!' 가 있다는 거다.
… …… ……… ………… …………… 나는 저 노래가 윤도현 밴드의 순수 창작곡인 줄 알았다. 그래서 한국의 가수가 2002 한일 월드컵 때 만든 노래를 일본 프로 리그 팀이 서포팅할 때 사용하니 신기하다고 쓰려 했는데... 그랬는데... 검색해보니 저 노래, 레알 마드리드의 응원곡이란다. 응? 순수 창작곡 아니었음? -_ㅡ;;; 아무튼, "어이!" 하고 소리 지르는 음주 관종 꼰대가 여럿 있더라는 것도 세레소와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요코하마 선수들이 백 도어 플레이에 상당히 능하더라. 상대 수비 뒤 쪽으로 찔러넣고, 공격수가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가서 그 패스를 받는 플레이. 감바의 수비수가 상대보다 빨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번번히 뚫렸다. 경기 중에 수비수가 포션 빨고 스피드를 업! 시킬 수는 없으니까, 저런 패스 못 하도록 미드필드 진영에서 압박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안 되니 계속 뚫린다. 결국 34분, 38분에 내리 골 내어주며 역전 당했다. 두 번째 골이야, 뭐... 원더 골이라 할 수 있는 멋진 중거리 슛이었지만 세 번째 골은 수비가 멍청해서 먹은 골이었다. 진짜 감바 수비... 대책 없더만.
상대가 감바의 왼쪽 진영으로 드리블하며 들어오는 상황. 중앙 수비수인 김영권이 부랴부랴 쫓아 내려오고 있다. 골키퍼 앞에 있던 수비가 공격해 들어오는 선수를 막으러 나가고, 김영권이 그 빈 자리를 커버하러 들어가는 게 당연한 상황이다. 그런데... 5번 달고 있던 미우라는 들어오는 선수 막으러 나갈 생각을 안 하고 자리만 지키고 있다. 결국 김영권이 스피드를 올려 들어오는 선수를 막으러 가야 했다. 김영권이 조금 늦었다면 45도 각도에서 슛 거리 나오는 거다. 저런 수비를 하고 있더라.
한 장면을 예로 들었을 뿐이지, 감바 수비는 진짜... 답이 없더라. 거기에다 미드필더와의 간격도 엄청 넓다. 미드필더가 공격 선수에게 패스하는 게 아니라 수비수가 공격수에게 패스한다. 김영권이 공 잡으면 바로 황의조 찾아본 뒤 롱 패스 날리곤 했지만 그 패스도 정확하지 않아서 제대로 된 공격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7번 달고 뛰던 엔도는 제대로 된 패스도 안 돼, 역습 타이밍에 속도 다 까먹어, 다른 선수랑 겹쳐서 서 있어, 엉망진창이었다. 제대로 된 감독이라면 후반 시작과 동시에 엔도 빼고 갔어야 했다. 후반 시작하고 한참 지나 바꿨을 때에는 이미 늦었지.
국내 언론에서는 한국인 세 명이 다 뛰었다, 황의조는 골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기사를 썼고 그걸 본 네×버 쪼다 색히들이 저런 선수한테 유럽 타령 어쩌고 하며 비아냥대고 있는데, 일단 황의조한테 공 자체가 안 갔다. 진짜... 패스 한 번 제대로 안 가더라. 오죽 답답했으면 수비 라인까지 내려와 상대 공 뺏은 뒤 수비한테 주고 다시 공격하러 올라가더만. 웃긴 건 그렇게 뺏어다주고 올라갔는데 그 공을 하프 라인에서 금방 다시 뺏겼다는 거.
아무튼... 수비하는 꼬라지 보니 감바는 어렵겠다 싶더라. 하루 전의 세레소나 고베보다 한~ 참 못한 수준이었다. 지난 해의 오사카 더비에서 보인 경기력은 어디 갔나 싶었다.
후반에 요코하마에서 선수 교체를 하는데 이름이... 이충성? 에? 이 타다나리가 요코하마에서 뛰고 있었고만. 언제 이적했다냐? 우리나라의 쓰레기 언론에서 아쉬울 때에만 이충성이라 불러대는 저 선수는 현재 국적이 일본인, 일본 선수다. 뿌리는 한국임을 잊지 않겠다고 성을 그대로 LEE로 쓰고 있는 선수. 괜히 국적 가지고 깔 생각 말고 그냥 일본 선수라 생각하면 된다.
아무튼, 후반 막바지에 후지하루 선수의 골이 터지긴 했지만 쫓아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추가 골 터진 후 짐 싸들고 나왔다. 모노레일 타는 곳까지는 엄청 멀다. 한참을 걸어 모노레일 타고 다시 센리추오駅까지 간 뒤 미노스지線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경기장에서 유니폼을 못 샀으니 인터넷으로라도 사려고 했는데, 홈페이지 들어가보니 유니폼 파는 매장이 그럴싸하게 있다. 아니, 저렇게 멀쩡한 가게를 왜 못 본 거지? 천천히 경기장 한 바퀴 둘러봤음 좋았으련만, 그러기에는 너무 추웠다. 바람이 진짜... 엄청나게 불었으니까.
유니폼까지 지르는 게 무리(여기도 16번 황의조 마킹으로 유니폼 구입하면 17,820円. ㄷㄷㄷ) 다 싶으면 굿즈라도 살까 싶었는데 딱히 끌리는 게 없네(감바 오사카 굿즈 살 수 있는 곳은 여기 → https://store.gamba-osaka.net). 다음에 경기장 갔을 때 오프라인 매장에 가봐야겠다. 경기 없는 날도 문 연다는데 일부러 찾아가기에는... 모노레일 역에서 너무 멀어.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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