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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해외여행 』 2019,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여행 #05 헬싱키 → 케플라비크 (아이슬란드에 도착!)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9.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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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반타 공항은 그닥 크지 않다고 들었는데 제법 규모가 있는 공항이었다. 핀에어가 북유럽 진입의 허브 공항으로 삼으려 하는 이유가 될만 하더라. 크기도 제법 큰데다 깨끗하기까지 해서 참 좋은 공항이라 생각했더랬다.




인천에서 핀란드를 거쳐 아이슬란드에 가게 되면 입국 수속을 핀란드에서 하게 된다. 유럽 연합(EU)이 생기기 전에는 어떻게 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아무튼, 한글로 안내가 잘 되어 있어서 헤매는 일 없이 보안 검색대에 도착.

짊어지고 있던 백 팩은 이번에도 엑스레이 검색대를 고이 통과하지 못했다. 또 도장 때문인가? 뭐라 설명해야 하지? 그냥 스탬프라 해도 되려나? 혼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전형적인 북유럽 꽃처자가 다가오더니 혹시 향수 같은 거 들어 있냐고 물어본다. 인천 공항 면세점에서 찾은 향수가 100㎖를 초과하는 액체라서 걸린 모양이다.


아저씨 향수를 싫어해서 시트러스 향이 나는 향수를 주로 쓰는데 그 중에서도 최애는 라이트 블루.



가방에서 향수를 꺼내어주니 가지고 가서 한 번 더 보겠다며 꼼꼼히 들여다 본다. 면세점에서 받은 후 비닐 포장을 뜯지 않았으니 걸릴 게 없다 생각해서 걱정은 안 되더라. 엑스레이 검색대로 봐도 되겠냐고 물어보기에 그러라고 대답했다. 'OK' 라고 하던가 '예스' 라고 해야 하는데 '하이(はい)' 가 입에 붙어서 자꾸 "하... 아, OK." 이러고 있다.


검색 당하는(?) 동안 주위를 스~윽 둘러봤더니 유니폼 입고 있는 처자들, 죄다 북유럽스러운 미모를 자랑하고 있다. 다들 예쁘시고만.




향수를 돌려받은 후 안 쪽으로 들어가니 입국 수속하는 곳이 나왔다. 태극기와 일장기가 그려져 있고 CITIZEN 어쩌고라 쓰여 있었는데 한국과 일본의 전자 여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간단히 입국 수속을 할 수 있다고 들은 바 있어서 그 쪽으로 향했다. 자동문이 웅~ 열리고 안으로 진입. 여권의 사진 면을 판독기에 들이댔는데 빨간 색으로 × 표시가 뜨더니 뭐라 뭐라 나온다. 안내 화면을 보니 나가서 문의하라는 것 같다. 뒤로 돌아나가는 게 상식이겠지만 안내되는 화면 속의 사람은 앞 쪽으로 나가는 것 같아 망설였다. 잠시 생각해보면 뭔가 문제가 있어서 통과가 안 되는데 앞 쪽의 문이 열릴 리 없잖아? 그런데 당황해서였는지 앞으로 가야 하나 뒤로 돌아 나가야 하나 망설였다.


정말이지 성가시고만



뒤 쪽으로 가니 문이 웅~ 열렸다가 금방 도로 닫혀 버린다. 당황해서 뒤돌아보니 여권 스캔 과정이 다시 시작되고 있더라.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다시 여권을 들이댔다. 이번에도 실패. 결국 돌아 나가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 갔다. 자리가 위 쪽에 만들어져 있어서 올려다봐야 한다.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 같다. 어설픈 영어로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했더니 옆의 ALL Passport 쪽으로 가란다. 친절함이라고는 1도 안 느껴지는 말투.



옆으로 이동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EU 회원국 전용 게이트 중 하나가 ALL Passport로 바뀌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냉큼 그 쪽으로 가기에 나도 따라 갔다. 그 쪽 줄이 가장 짧았으니까. 그렇게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 앞의 사람에게 뭔가를 엄청 물어본다. 젠장... 큰 일이다.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을까?




이윽고 내 차례가 됐다. 유럽에 며칠이나 머무르냐고 물어보더라. 나도 모르게 토오카(十日, とおか = 10일)라고 할 뻔 했다. ㅌ은 이미 입 밖으로 뛰쳐나가고 있는 상황. 믿을 수 없는 순발력을 발휘해서 ㅗ 대신에 ㅔㄴ을 뱉어내며 "텐 데이즈!" 라고 하니까 놀러 왔냐, 일하러 왔냐를 물어보더라. 놀러 왔다고 하니 그걸로 끝. 도장 쾅!



살짝 쫄아 있었지만 별 일 없이 통과. 안으로 들어가니 상점가들이 깔끔하게 이어지고 있었는데 역시나 핀란드답게 무민 캐릭터 상품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기념이 될 거라 생각해서 몇 가지 사볼까 했는데, 가격이 몹시 사악하다. 허여멀건한 몸뚱이에 멍한 눈을 가진 녀석의 몸값이 보통을 뛰어넘네. 결국 가로로 긴 엽서 같은 것만 네 장 샀다. 엽서 네 장 샀는데 얼마 들었~ 게? 내가 인간 관계가 엉망진창이라 선물 줄 사람이 거의 없어서 망정이지, 착하게 살아서 여기 저기 선물할 사람이 널렸다면 핀란드에서 파산 신고할 뻔 했다.




동양인이 꽤 자주 보였는데 열에 아홉은 중국인이었다(대만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고. -ㅅ-). 인천에서 열한 시 조금 넘어 출발, 열 시간 가까이 비행기를 탔는데도 16시가 채 안 됐다. 음~ 지구는 둥글고만. ㅋㅋㅋ

태블릿의 시계는 한국 시간인 22시 30분으로 표기되고 있었지만 순토 5는 알아서 현지 시각으로 바뀌었다. 손도 안 댔는데, 만들어진 동네(SUNNTO는 핀란드 회사) 왔답시고 신나서 자동으로 바뀌고 그러는 건가봉가. 그나저나, 여행한 나라와 도시 기록되라고 일부러 순토 카일라쉬 들고 왔는데 실내랍시고 GPS 인식이 안 되어 핀란드에 왔다는 걸 알아채지 못한다. 진짜... 순토 카일라쉬 따위를 100만원 넘게 주고 산 내가 ××이지 (혹시라도 당신의 주위에서 순토 카일라쉬 사라고 부추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는 인간 관계를 끊는 편이 좋습니다. -ㅅ-).




빈둥거리고 있다가 탑승 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올라 탔다. 타기 전에 화장실에 가려고 했는데 화장실 표지를 따라 갔더니 엘리베이터 타고 가라고 안내가 되어 있더라. 귀찮아서 생략. 이번에 탄 비행기에는 전면 스크린 같은 건 없다. 태블릿에 저장해 둔 영화를 보려고 했지만 이 때에는 왓챠플레이에 저장한 영상을 꼼수 써서 보는 방법을 몰라 결국 전자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여행에서 일본인을 만나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진짜로 옆 자리에 부부로 추정되는 일본인 커플이 앉았다. 뭐라고 몇 마디 걸어보고 싶었지만 망설이다가 그냥 입 다물. 그러고보면 한국어로 말 걸어주신 마사미 님이 진짜 대단하신 거다.


헬싱키에서 케플라비크까지 가는 비행기는 에어버스 A319. 만날 보잉 기종만 탔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죄다 에어버스.



핀에어의 홈 구장 되시겠다. 활주로에 온통 핀에어의 항공기 뿐. ㅋ



전자 책 보다가 졸고. 깨서 또 전자 책 보다가 졸고. 앞 쪽에서는 아줌마들이 영어인지 아이슬란드어인지로 시끄럽게 수다를 떨고 있었고, 뒤 쪽에 앉은 ㄴ은 가리지도 않고 내 쪽을 향해 분당 5회 정도로 기침을 발사하고. 아이슬란드에 다가가고 있었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다.



창 쪽에 앉은지라, 밖을 보니 보름달이 엄청나게 밝다. 날개 옆에 보이더라. 혹시라도 비행기에서 오로라를 보는 행운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싶어 수시로 창 밖을 봤지만 부지런히 비행기를 따라오는 달만 보일 뿐.



시계의 듀얼 타임을 아이슬란드 시간으로 설정해뒀었는데 자동으로 현지 시각으로 바뀌니 그렇게 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서울로 설정했더니 새벽 두 시라고 나온다. 아이슬란드는 17시, 핀란드는 19시, 서울은 새벽 두 시. 어쩐지 계속 나른하고 졸리더라니. 도착하자마자 곧장 호텔로 가는 일정을 짠 건 정말 잘한 일이라 생각했다.




케플라비크 공항까지 145㎞ 남았다고 떴을 때 밖을 보니 아래 쪽에 불빛이 꽤 보였다. 반타 공항을 이륙한 직후에는 날개 앞 쪽에 있었던 달이 어느 틈엔가 날개 뒤 쪽으로 쳐져 있었고.


비행기는 부드럽게 착륙했다. 앞 사람 뒤통수를 놓치면 죽기라도 하는 양, 기를 쓰고 내리려드는 사람들과 달리 이 동네는 앞 쪽의 사람이 내리려고 꿈지럭거리면 가만히 서서 기다려주더라. 이런 건 배워야 하는데 말이지. 고마워서 쳐다보며 목례라도 할라치면 생긋~ 웃어주고. 그런 거 보면 참 친절한데 공항이나 상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또 엄청 무뚝뚝하더라고. 아무튼.

내 자리가 앞에서 네 번째였는데 줄지어 나오는 한국과 달리 사람들이 천천히 나오더라고. 나가도 되겠다 싶어 선반에서 짐을 꺼내려 하는데 끼어들기 하려고 깜빡이 켰더니 부스터 켜고 급가속하는 미친 × 마냥 갑자기 속도를 올려 달려드는 사내 놈. '틀림없이 한국 ㅅㄲ일 거야!' 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면세점에서 떠드는 걸 보니 한국 놈 맞네.




핀란드에서 보안 검색, 입국 심사를 다 마쳤기 때문에 아이슬란드에서는 할 게 없다. 그냥 길 따라 쭈~ 욱 걸어가다 보면 마트 같이 생긴 면세점이 나오고 그 옆이 캐리어 나오는 컨베이어 벨트다.


드디어 아이슬란드에 도착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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