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장을 빠져 나오면 오른쪽에 편의점이 보인다. 유심을 사는, 핫도그 파는, 그 편의점. 근처에 출입문이 있는데 거기를 통해 밖으로 나가면 주차장이 보인다. 업체마다 다르긴 하지만 그 주차장에서 바로 렌터 카를 받을 수도 있다.
아무튼, 그 쪽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간 뒤 왼쪽으로 꺾어 몇 걸음만 걸으면 저~ 앞에 호텔이 딱 보인다. 인도를 따라 걷다 보면 또다른 주차장이 나오는데 그 쪽에서는 호텔까지 가는 길이 없다. 응? 뭔 소리야?
편의점에서 유심을 산 뒤 바로 앞에 보이는 문으로 나가지 말고, 편의점을 등지고 조금 걷다가 왼쪽으로 가서 반대 편 문으로 나가는 걸 추천. 지붕이 있는 인도가 나오는데 그 길을 따라 걸으면 호텔까지 곧장 갈 수 있다(돌아오는 날 알았다. -ㅅ-).
호텔에 도착하니 안 쪽 사무실에 있던 처자가 생긋~ 웃으며 밖으로 나온다. 여권을 보여달라는데 공항에서 이것저것 백 팩에 주섬주섬 집어 넣는 바람에 당최 여권을 못 찾겠는 거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니 천천히 해도 된다며 다시 한 번 웃어준다. 이 때까지는 아이스란드 사람들은 다들 친절한 줄 알았더랬지.
아무튼, 한~ 참, 정말로 한~ 참을 뒤적거린 끝에 여권을 찾아 보여줬다. 다행이라면서 좋아해주더라. ㅋ
이 곳에서는 다른 숙소와 달리 신용 카드를 보여 달라고 했다. 예약했을 때 사용한 신용 카드와 같은 건지 확인을 하는 과정이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수수료 결제용이었던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호텔스닷컴에서 이미 결제를 했는데도 그거와 별개로 수수료 같은 걸 내야 하더라고(호텔스닷컴에 해당 내용과 금액이 안내됨.). 그리 큰 금액은 아닌데 그걸 결제하는 것 같았다. 로밍을 안 해서 카드 결제 문자가 오지를 않으니 돈을 썼는지 안 썼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불편.
간단한 안내를 받은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내 방은 302호. 요즘 호텔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 문이었다.
아이슬란드에서 묵었던 숙소들 중 방 크기는 가장 컸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으니까 그것도 다른 숙소보다 좋은 점이었고.
화장실은 조촐하다. 벽에 붙어 있는 형태의 변기는 처음 본다. 무거운 사람이 앉아도 괜찮은 걸까?
카드 키를 찍고 들어가면 그걸로 끝. 카드를 끼워야 전기가 들어온다던가 하는 것도 없다. 카드 키는 그저 문 여는 용도. 원래는 짐만 툭~ 던져놓고 바로 공항 근처를 구경하러 갈 생각이었다. 지면으로부터 살짝 위에 걸쳐 있던 보름달이 굉장히 예뻐서 꼭 사진을 찍어야겠다 싶었으니까. 하지만 사람이 맘이 어찌나 간사한지, 침대를 보니 만사 귀찮아졌다. 결국 캐리어를 풀어 헤쳐 라면부터 끄집어냈다.
중국산 커피 포트를 쓰고 있었다. -_ㅡ;;;
여러 사람이 같이 쓰는 커피 포트는 쓰지 않는 게 좋다. 정말 더럽거든. 저 커피 포트를 이용해 양말과 속옷을 빤다는 얘기를 듣고 설마~ 했는데, 정말로 그런 ㅽㅺ들이 있더라. 중국 애들이 그런 짓을 많이 하는데 아이슬란드는 중국인으로 넘쳐나는 나라(전 세계 어디인들 아니 그러겠냐만은.). 혹시나~ 하고 커피 포트를 확인해보니, 역시나다. 더럽다. 누~ 렇게 뭔가 끼어 있다. 안 쪽만 그런 게 아니라 주둥이 쪽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배고픔이 이겨버렸다.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수도물 받아서 끓였다. 그리고 라면에 부어 한 끼를 때웠다. 그렇게 허기를 달래고 나서 보니 방에 냉장고도 없네. 물 한 병 없고.
충전기를 꺼내어 손전화와 태블릿을 연결하고, 씻어야겠다 싶어 샤워기를 틀어보니 이내 뜨거운 물이 쏟아진다. 지열을 이용해 난방을 하고 온수를 공급하기 때문에 빵빵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수압은 별로. 천천히 둘러보니 시설은 진짜 열악하다. 아무리 금요일 저녁이라지만 10만원 이상 주고 잘만한 곳은 아닌 것 같다.
인테리어를 보면 대략 5~10년 전의 우리나라 모텔을 보는 듯.
씻고 나와 텔레비전을 켜니 캐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음악 전문 채널인가?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니 태국 방송도 나오고, 베트남 방송도 나오고, 프랑스 방송도 나오고,... 호텔이라 그런 건지 아이스란드가 원래 전 세계 채널을 다 취급하는 건지. 원래 채널로 돌려 캐롤을 좀 듣다가 이내 꺼버리고 태블릿으로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솔~ 솔~ 쏟아진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추워서 깼다. 난방은 창 쪽의 스팀으로 하는 것 같은데 손을 대어 보니 온기가 있긴 하지만 따뜻한 정도는 아니다. 메추리 알도 못 익힐 정도의 따뜻함. 때문에 방 공기가 쌀쌀하다.
(중앙 제어식 난방인 줄 알았는데, 한~ 참 지나서야 다이얼을 돌려 따뜻한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아이슬란드의 모든 지역이 저런 식으로 스팀에 다이얼이 달려 있어서 그걸로 조절하는 방식이더라.)
얇은 재질로, 밖이 다 보이는 커튼이 하나 있고, 천 재질의 커튼이 하나 더 있다. 암막은 아니더라.
바로 앞이 호텔 주차장이고, 인도 건너편은 공항 주차장. 저 앞에 빨간 불빛 있는 곳이 공항이다.
호텔 앞은 이미 빙판.
한 가지 희한했던 건, 북유럽 애들 덩치가 제법 큰 편 아닌가? 그런데 이불은 엄청 작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호텔 같은 데 가면 이불이 침대를 덮고 있잖아? 그 정도로 이불이 크잖아? 그런데 여기는 딱 한 사람 간신히 덮을 정도 밖에 안 되더라고. 키 170㎝이 안 되는 나니까 목부터 발 끝까지 이불 안에 집어 넣었지, 180㎝가 넘는 사람들은 발가락이 이불 밖으로 탈출할 것 같던데. 집에서 쓰는 이불이랑 호텔 같은 데에서 쓰는 이불이랑 다른 건가?
아무튼 이불 안에서 꼼지락거리다가 다시 잠이 들었고 얼마 후에 또 깼다. 시계를 보니 한국 시간으로는 오전 열한 시. 하지만 아이슬란드 시간으로는 새벽 두 시. 이게 시차로부터 오는 부작용이고만.
잠이 아예 달아나버려서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한 시가 아까우니 도착 즉시 렌트 카를 받은 뒤 레이캬비크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곧장 숙소로 가서 쉬었다. 레이캬비크로 이동하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리니까 도착하면 현지 시각으로 19시 정도가 될텐데, 16시만 되면 문 닫는 가게가 속출하는 동네에서 달리 할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렌트 카도 한 시간 이용 후 그저 세워놓을 뿐이니까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다녀와서 생각해봐도 잘했다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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