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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해외여행 』 2019,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여행 #04 인천 → 헬싱키 (생애 첫 장거리 비행)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9.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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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가 없어진 경험담을 여러 번 읽다보니 몹시 불안해졌다. 사진이 있으면 좋다고 해서 체크 아웃 전에 찍어뒀다.


국제 운전 면허증을 발급받고 나니 딱히 할 게 없다. 일찌감치 출국 심사나 받으러 가야겠다.


안으로 들어가니 바글바글. 주위에서 복잡한 상황 때문에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하지만 나는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짜증도 안 나고 그저 평화롭다. 마음이 유니세프. 찔끔찔끔 앞으로 걸어가는 와중에 주위를 스윽~ 둘러 봤는데 여배우 포스가 나는, 엄청 예쁜 처자가 눈에 들어온다. 저 사람은 자기가 예쁜 거 알고 있겠지?




가방 검사를 하는데 한 번 더 봐도 되겠냐고 물어본다. 그러시라고 했더니 기계에 다시 집어 넣는다. 그러더니 혹시 도장이 있냐고 물어보더라. 여행 마치고 한국 들렀을 때 은행에 가서 통장 새로 만들려고 도장 챙겼었거든. 대체 어떻게 알 수 있는 거지? 나이도 많지 않은 젊은 처자였는데, 역시 경험은 무시하지 못한다. 도장을 꺼내어 보여주고 나서 통과.


면세품 찾는 곳에 가서 급하게 주문한 향수를 받고, 게이트 쪽으로 이동했다. 가게에서 먹거리를 좀 살까 하다가 현지에서 선물용으로 쓰려고 엽서 세트만 구입.


열 시가 조금 넘어 46번 게이트에 도착했다. 뭔가... '이렇게 순조로워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홍차 마셨지, 보안 검사 전에 옥수수 수염차 500㎖ 원 샷 했지, 화장실 삘이 자주 오는 거 말고는 딱히 걱정스러운 게 없는 상황. 그나저나, 열한 시 비행기를 타고 열 시간 가까이 날아가는데 시차 때문에 도착하면 14시. 이런 걸 경험한 적이 없으니 상상만으로도 그저 신기하다.


잠시 후 탑승이 시작됐다. 그룹 1부터 타라고 하기에 뭔 소리인가 싶어 티켓을 보니 나는 그룹 4. 항공권 가격에 따라 그룹이 달라지는 모양이지? 비즈니스나 뭐 그런 쪽은 그룹 1이고 나처럼 가난한 도시 빈민은 그룹 4가 아닐까 싶다. 현대판 신분 제도인가? 아무튼, 차례가 되어 비행기에 올랐다.


좌석에 앉아보니 일본 다니면서 탔던 비행기보다 딱히 넓거나 그렇지는 않다. 좌석 간격은 거기서 거기인 듯. 그나마 3열 좌석 중 가운데가 비어 있기에 다행이라 생각했다. 옆 사람 팔꿈치와 부딪칠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




전면 모니터를 통해 외부 카메라에 찍히는 영상을 볼 수 있다.


11:15 이륙 예정이었는데 인천 공항에 비행기가 많아서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전면 모니터로 외부를 보니까 활주로 앞에 비행기들이 줄을 서 있더라. 이렇게 기다려가면서 차례차례 뜨는 건 제주에서 겪어본 적이 있다. 아무튼 비엣젯인가 하는 베트남 비행기가 뜨고 나서 차례가 와서 이내 이륙. 비행기가 뜨자마자 졸음이 밀려왔다. 새벽에 잠을 설친 후유증이 이제서야 찾아온다.


스크린에서 나오는 광고도 뭔가 북유럽스러움. ㅋ



출발한 지 한 시간도 안 지났는데 밥을 먹이더라. 예전에 인천 → 간사이 가는 진에어에서 삼각 김밥이랑 빵 받아 먹은 적이 있긴 하지만(지금은 안 준다. -ㅅ-) 밥 같은 밥을 비행기 안에서 먹는 건 처음. 왼쪽 통로에서는 한국인 승무원이 우리 말로 뭐 드시겠냐고 물어보면서 서빙하던데 내가 있는 오른쪽 통로는 전형적인 서양 처자가 서빙을 한다. 비프와 시푸드 중 하나를 골라야 해서 시푸드를 달라고 했더니 빵이랑 뭐가 잔뜩 있는 트레이를 건네 준다. 도시락 뚜껑을 열었더니... !!! 해물찜이다!


포크로 찍어 먹어보니 어디 유명한 맛집에서 가지고 온 것 같은, 인공 조미료 팍팍 친 듯한, 매운 맛이 강한, 맛있는 음식이었다. 내 입맛에 딱.




USB 포트에 태블릿 연결하니까 저속 충전 중이라고 뜨더라. 그래도 충전은 잘 됐다.


김치를 같이 주던데 느끼하지 않아서인지 딱히 같이 먹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 김치는 일단 고이 모셔뒀다. 음료도 나눠주기에 맥주 달라고 했더니 캔 맥주와 컵을 같이 준다. 맥주 같은 경우는 따로 돈을 받지 않는데다 더 마시고 싶으면 뒤 쪽에서 갖다 먹어도 되기 때문에 작정하고 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고. ㅋ


에일 맥주였을까? 향이 무척 맘에 들었다. 탄산이 강하지 않아서 목넘김도 부드러웠고. 맛있었어. ㅋ


향이 좋아서 기분 좋게 맥주까지 마시고 나니 커피를 준다. 풀 코스고만. 양이 얼마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배가 부르다. 배를 빵빵하게 채우고 나니 심심해졌다. 볼만한 영화가 있나 싶어 목록을 보니 『 기생충 』 이 있더라. 바로 선택!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봤는데 꽤 재미있었다.


영화는 상당히 많은 편이었지만 한글 자막 있는 건 하나도 못 봤다. 한국어 더빙이 있으면 다행.




두 시간 내내 헤드폰을 쓰고 있었더니 귀가 아프다. 태블릿으로 블로그에 올릴 후기를 미리 작성해두고, 어디쯤 가고 있나 봤더니 바이칼 호 옆을 날아가고 있더라. 책에서나 보던 곳 위를 날아가고 있다 생각하니 신기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이동 수단에 엉덩이 붙이고 있었던 건 서울에서 포항까지 가는 버스였던 것 같고, 일본에서의 생활을 포함하면 텐노지 역 앞에서 후지산 근처인 시즈오카까지 가는 심야 버스가 아홉 시간인가 걸렸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심야 버스는 중간에 휴게소도 들리고 기사님 잔다고 두 시간인가 쉬었다 가고 그랬으니까 온전히 이동한 건 아니지. 이번에는 인천에서 헬싱키까지 열 시간 가까이, 헬싱키에서 케플라비크까지 네 시간이니까 이동하는 시간만 열다섯 시간 조금 안 된다. 반나절을 넘어가는 이동은 처음인지라 엉덩이가 아프다거나 목 뒤가 뻐근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아픈 곳은 없었다.


비행기 안에서 심심할까봐 왓챠플레이에서 영화 다섯 편을 다운로드 받아놨는데 실행하니까 인터넷이 안 되는 환경이라면서 먹통이 되어버린다. 뭐야, 이거. 이래서는 다운로드 받은 의미가 없잖아?


왓챠플레이는 한국 외의 국가에서는 실행이 안 된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준 후 튕겨 나가버린다. VPN을 이용하면 되지만 인터넷 자체가 안 되는 환경에서는 그나마도 불가능. 다운로드는 최대 다섯 편까지 가능한데 실컷 다운로드 받아놔봐야 앱 자체가 실행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만약 인터넷이 안 되는 환경에서 몇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때우고자 영화를 보려고 할 경우, ① 일단 인터넷이 잘 되고 왓챠플레이를 실행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환경에서 앱을 실행한다. ② 그리고 오른쪽 아래의 '마이페이지'를 눌러 다운로드를 선택한다. ③ 그 상태에서 앱을 종료하지 말고 가운데 아래의 □ 버튼을 눌러 앱 밖으로 빠져 나간다. 이제 인터넷이 안 되는 곳에서 왓챠플레이 앱을 실행해보자. 아까의 다운로드 화면이 보일 거다. 그럼 다운로드 받은 영상을 눌러서 보면 된다. 주의할 점은, 앱을 아예 종료해버리면 저렇게 꼼수를 쓰는 게 불가능해진다.


뭐, 굳이 왓챠플레이가 아니더라도 영화가 엄청 많으니 괜찮다. 비쥬얼드나 스도쿠 같은 게임도 있고. 시간 보낼 거리는 많은 편.




고도가 얼마나 될까 싶어 확인해보니 12,000m가 넘는다. 이렇게까지 높이 올라온 것도 살면서 처음이다. 1,500ft 위에서 낙하산 메고 뛰어내리는 것도 다리가 덜덜거렸는데 40,000ft 상공에 있다니. 이번 여행 덕분에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들이 제법 있는 편. 그나저나... 겨울에 운전하는 걸 정말 싫어하고, 특히나 눈길에서의 운전은 차라리 세 시간 걷고 말 정도로 싫어하는데, 그 싫어하는 짓을 하려고 열 시간 넘게 비행기 타고 날아가고 있다니... 사람 일은 정말 알 수가 없다.


앉아서 졸다가, 일어나서 태블릿으로 만화 보고, 그러다 또 졸고. 어영부영 시간이 잘 간다. 슬슬 다른 영화 한 편 더 봐야겠다 싶어 리스트를 훑어보다가 『 배트맨 다크 나이트 라이즈 』 를 골랐다. 보고 나서 생각한 거지만, 확실히 배트맨 시리즈는 나랑 안 맞는다. 일단 더빙 버전이라 마음에 안 들었고 참고 봤지만 졸려서 중간에 20분 정도 소리만 들으며 눈 감고 있었다. 마지막 부분에 가니 이것도 반전 타령하는 영화였고나 싶더라. 원어로 듣고 한글 자막으로 보는 게 좋은데 핀에어는 한글 자막이 거의(아예?) 없는 것 같더만. 아무튼, 무능한 공권력이 밤하늘에 만화 같은 조명을 비추면 돈 많은 괴짜 부자가 나타나 돈질알한 것들로 악당을 물리친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얼마나 더 심오해지고 복잡하게 가지를 펼쳐나갈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되는 영화였다. 창작자들이란 대단한 사람이고만.


두 번째 영화가 거의 끝나갈 무렵, 또 밥을 먹인다. 훌륭한 시설에서 사육 당하는 기분. '잡아먹으려고 잘 먹이는 건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두 번째 밥은 잡채밥이었는데 서양 애들은 먹는 게 힘들지 않을까 싶은 맛이었다. 하지만 나는 딱 좋더라. 아주 맛있었다. 음... 핀에어, 기내식 맛집이었어. ㅋ



열 시간 가까인 장거리 비행도 슬슬 끝나간다. 엉덩이가 아플까봐 걱정했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구름 바다 위를 날아가고 있다. 한 시간 반 정도를 날아가는 한국 - 일본 노선과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환승에 대한 정보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좋다. 그게 다 한글로 나온다는 것도 좋고.



밤새 한 숨도 안 자고 차에 타도 두 시간 이상 못 자는 몸뚱이임을 너무 잘 아는지라, 열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걱정했는데 생각한 것보다는 지루하지 않았다.

추위고 나발이고 불편할 것 같아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주머니가 얕아서 뭘 넣어두면 나도 모르는 사이 숭숭 잘 빠지는 게 문제. 잘 알고 있으니까 수시로 지갑 확인하면서 빠지지 않았나 체크했더랬다. 그런데 도착이 다가올 무렵 뒤에서 누가 툭툭! 치기에 응? 하고 봤더니 지갑 떨어졌다며 주워 주시더라. 예전에 히로시마에서도 외국인이 버스에서 빠져버린 지갑을 주워준 적이 있는데... 그저 감사할 따름. 다시 한 번 두 분 다 복 받으시라 기도해본다.




비행기는 굉장히 부드럽게 착륙을 했다. 수백, 수천 톤 짜리 쇳덩이를 10,000m가 넘는 하늘로 날려보내고, 그걸 또 땅에 안전하게 내리게 하고, 비행기 조종사도 대단한 사람들이다 싶더라.



처음 가보는 공항이니까 사진을 좀 찍고 싶었는데 가방에 든 카메라를 꺼내는 건 너무 번거롭고, 손전화는 두 대 모두 전원을 꺼둔 상태. 태블릿으로 찍는 건 너무 촌티나는 것 같다. 결국 공항 사진 찍는 건 실패.


시계를 보니 14시 30분 정도 밖에 안 됐는데 해지기 바로 전처럼 몹시 어둡다. 흐린 날씨 때문인지, 원래 그런 건지, 알 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내 확~ 어두워지는 걸 보니 핀란드도 겨울에는 해가 엄청나게 짧은 듯.




핀란드 헬싱키 반타 공항은 한글 안내가 잘 되어 있었다. 한글 뿐만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로도 표기가 되어 있는 상태. 아시아 사람들을 유럽으로 실어나르겠다느는 핀에어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ㅋ


길 따라 걷다 보니 상점들이 나오기 시작. 천천히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하루 정도는 스탑 오버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정작 그렇게 했다면 그건 또 그 나름대로 후회했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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