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오니 머드 팩이라던가 이런저런 것들을 파는 가게가 나왔다. 유니폼을 입은 처자가 핸드 크림은 필요하지 않냐고 호객을 하는데, 블루 라군에서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친절했다. 역시 돈이 얽히니까...
손에 핸드 크림을 찍! 짜주기에 양 손을 비벼가며 발랐는데 향기는 별로. 일단 매장을 슬~ 쩍 구경해본다. 샴푸도 있고, 비누도 있고, 머드 팩도 있고,... 몸에 찍고 바르고 비비고 문지르는 것들은 어지간히 다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역시나 돈. 가격이... 그저 미쳤다.
내가 젊었을 때에는 글 쓰면서 말 줄임표(라고 하면 중간점 여섯 개를 잇달아 쓰고 마침표를 써야 하지만 그냥 마침표 세 개를 잇달아 쓰는 걸로 생략.)를 정말 많이 썼더랬다. 예전에 썼던 글은 온통 점(.) 밭이더라고. 지금은 최대한 안 쓰려고 하는데, 블루 라군에서 팔고 있는 상품에 대해서는 쩜쩜쩜(...)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정말로 말이 안 나오는 가격. 거짓말 조금 보태서 새끼 손가락만한 샴푸랑 바디 워시를 비롯해 네 개인가 다섯 개인가 들어 있는 여행자 패키지가 10만원이 넘어간다.
아니, '저 안에 든 샴푸로 머리를 감으면 홍석천이 김경호 된다!' 이러면 가격에 납득할 수 있겠다. '저 안에 든 치약으로 이를 닦으면 바나나 껍질 같던 치아 색깔이 바나나 속살처럼 변한다!' 고 하면 그럴만 하다고 이해하겠다. '저 안에 든 클렌징 폼으로 세수를 하면 기미와 주근깨, 검버섯까지 씻겨 나간다!' 고 하면 몇 만원 더 달라고 해도 냉큼 지갑을 열겠다. 편의점에서 사면 같은 구성에 칫솔까지 들어 있는 제품을 만 원도 안 주고 살 수 있는데, 이건 정말 미친 가격이다.
그렇다고 다른 건 싸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비누 하나 사는 것도 망설여질 정도였으니까.
한~~~ 참(물결 갯수의 열 배는 망설였을 거다.)을 어찌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개당 2만원 정도였던 로션을 여섯 개 샀다. 배드민턴 같이 쳤던 누나들 드리려고.
누가 봐도 관광객이니까 알아서 면세 받을 수 있도록 영수증에 싸인해서 넘겨주더라.
아이슬란드에서는 가게에서 바로 면세가 되지 않는다. 가게에서 면세 받을 거냐고 물어보는데 그 때 그렇게 해달라고 하면 영수증에 싸인을 해서 준다. 그 영수증 아래 쪽을 보면 이름, 주소, 카드 번호 등을 쓰는 란이 있다. 그걸 쓴 뒤 공항에 제출하면 되는 시스템이다.
나 같은 경우는 뭔가 쓴다는 걸 몰라서 받았던 영수증을 그대로 갖다 줬더니 "하!" 하고 대놓고 한숨 쉬더니 여기, 여기, 써오라고 체크해서 영수증을 되돌려 주더라. 옆에 마련된 공간에서 쓰라는 거 써서 주니까 도장 쾅쾅 찍으면서 됐다고 하더만.
아무튼, 면세 받으려면 영수증 잘 챙겨야 한다. 판매자의 싸인이 없는 영수증은 무효.
밖으로 나와 주변을 걸으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안 쪽은 수증기 때문에 사진이 잘 안 나오는데 바깥은 진짜... 기똥차다. 어떻게 이런 경치가 있을 수 있는지 감탄하고 또 감탄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이 아래로 사진 밭입니다요.)
사진으로 표현이 안 된다. 이 경치를 찬 바람 속에서 본다고 생각해 보시라고. 진짜... 와아... 진짜...
물 색깔이 진짜 이렇다. 물감을 풀어 인공적으로 만든다고 한들 이렇게 예쁠 수 있을까? (하지만 블루 라군은 인공 온천!)
나처럼 사진 못 찍는 사람이 인생 샷 건지려면 이렇게 물에 반사되는 풍경을 찍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말이지 말이 안 나오더라고. 그저 와아~ 와아~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돌에 피어 있는 눈 꽃.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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