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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해외여행 』 2019,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여행 #10 블루 라군 ②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9.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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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들짝! 놀라 잽싸게 물 속에 손을 집어 넣었지만 손전화가 잡히지 않는다. 게다가... 하필 있었던 곳이 문제. 뜨거운 물이 주기적으로 보충이 되는 곳 앞이었던 지라 물 나오는 곳이 뚫려 있었던 거다. 거기로 손전화가 들어가버렸다면 절대 못 찾지. 바닥을 아무리 더듬어도 손전화가 만져지지 않아 물 속에 들어가 눈을 부릅! 떴지만 아무 것도 안 보인다. 물 색깔은 오질라게 예쁘지만 투명하지는 않고만.


포기가 빠른 인간인지라 '그렇잖아도 예상보다 훨씬 더 까먹는 아이슬란드 여행인데, 손전화까지 새로 사게 생겼네. 제기랄...' 이라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만 더...' 하고 한 발짝 내딛는데, 그 순간! 발에 뭐가 밟힌다. 손전화다!




잽싸게 발 쪽으로 손을 넣어 손전화를 건져낸 뒤 확인해보니 액정이 깨지거나 어딘가 찌그러지지 않고 온전한 모습이다. 제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해봐야 하는데 손전화에도, 손에도, 물이 묻어서 확인이 안 되네. 찬 공기에 손전화를 말린(?) 뒤 이것저것 해봤더니 잘 된다. 천만 다행이다.




그 뒤로는 혼자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녔다. 수증기 때문에 앞이 잘 안 보이지만 깊은 곳이라고 해봐야 벌떡! 일어서면 쇄골 정도가 고작(건강 검진 공식 신장 168㎝)인지라 바둥거리며 걸어다녔다. 적당한 곳에서 또 잠시 쉬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커플이 압도적으로 많다. 동양이고 서양이고 할 것 없이 온통 커플. 젠장... 쏠로에게는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고만.




구석구석 다녀보자는 생각으로 뽈뽈거리고 싸돌아다니다가 자그마한 폭포를 발견했다. 쏟아지는 물줄기에 목덜미를 내어주고 한동안 시원하게 마사지를 즐겼다. 그러고 있다가 바로 근처에 사우나가 있기에 망설임 없이 입장. 습식 사우나였는데 버틸만 하더라. 다만, 손전화를 들고 있으니 혹시나 과열로 폭발할까봐 걱정이 되서 적당히 버티고 있다가 나왔다.



다시 물에 들어가 동동 떠다니다가 처음에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경사진 곳에 앉아서 손전화로 웹 툰 보면서 시간을 때우다가 얼마나 지났나 확인해보니 두 시간이 지났네. 그러고보니 슬슬 중국어가 들리기 시작한다. 스~ 윽 둘러보니 중국인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중.


그 와중에 몇 몇 처자들이 안전 요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사진 좀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더라. 롱 패딩 입은 처자는 사진 좀 찍어줄 수 있냐는 질문에 물론이라고 대답하며 잘 찍어주더만은, 유니폼 입은 남자 가드는 안 된다고 거절하더라. 뭔가 역할이 다른 건가? 아무튼... 나한테 찍어 달라고 하면 기똥차게 찍어줄 수 있는데 내 앞에서는 망설이는 것 같더니 그냥 가더라고.


대부분이 중국어로 떠들고 있었고 가뭄에 콩 나듯 한국어와 일본어도 들렸다. 일본인 처자 세 명이 같이 다니기에 한 마디라도 걸고 싶었지만 나이 든 변태 아저씨로 생각할까봐 참았다. -ㅅ-   손가락 끝이 쪼골쪼골해지기에 본전 타령하지 말고 나가기로 했다. 컴포트에는 무료 음료가 한 잔 포함되어 있었지만 뭔가 귀찮기도 하고 맥주 마시고 싶어질 것 같아서 그냥 안 마셨다.



두 시간 동안 나름 잘 놀긴 했지만 확실히 혼자 가면 심심한 곳이 아닐까 싶다. 친구나 연인, 가족들과 가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샤워실로 돌아가서 샤워를 하고, 수건으로 물을 닦아낸 뒤 입고 있던 반바지를 벗어 물에 한 번 헹구고 비닐 봉투에 담았다. 당연히 수건으로 아랫 부분을 가리고 있었지. 달랑달랑(?) 돌아다니는 게 아무렇지 않은 한국인이지만, 누구도 하체를 드러내고 다니지 않고 있어서.


라커에 가서 옷을 꺼내어 주섬주섬 입고 있는데 이제 막 들어온 사람이 사용 방법을 모르는지 헤매다가 나한테 여기에 넣는 거냐고 물어보더라. 맞다고, 열려 있는 곳에 옷을 넣으면 된다고 알려줬다. 훗! 해봤답시고 뭔가 알려주다니.



그렇게 옷을 다 입은 후 밖으로 나갔다.





  •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 나 같은 경우 빤쓰 스타일의 얇은 속옷이 붙어 있는 형태의 나이키 반바지를 입고 갔는데 안 된다고 막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물에서 나갈 때 쭈왁~ 쭈왁~ 달라 붙는 걸 잽싸게 정리할 필요는 있었다.


  • 여자 분들 같은 경우는 원피스냐 비키니냐로 고민을 하는 것 같던데, 아무 거나 입어도 상관 없는 것 같다. 실제로 물 속에 들어가면 원피스인지 비키니인지 보이지도 않는데다 신경 쓰는 사람도 없다. 뱃살이 신경 쓰여서 래시 가드를 입을 생각하는 분들도 꽤 많은 것 같던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뱃살 출렁거리며 뒤뚱거리고 걸어오는 사람도 많던데 누구 하나 눈길 주지 않더라. 그러니, 남 눈길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입고 싶은대로 입고 들어가시길. 래시 가드 입었더니 벗고 들어가라고 제지 당했다는 글은 본 적이 있다.


  • 모자 쓴다고 뭐라 안 한다. 수영모는 아니고. 일반 모자. 실제로 야구 모자나 비니를 쓰고 들어온 사람을 몇 명 봤다. 물 위로 드러나는 부분은 꽤 추우니까 그게 걱정된다면 모자 쓰고 들어가도 된다.


  •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갔기 때문에 해수라는 것도 몰랐다. 물이 짜더라.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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