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사진을 찍은 뒤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차를 세울 때까지만 해도 휑~ 했었는데 두 시간 사이에 차로 가득 차 있었다. 역시 인기 있는 여행지의 주차장이로고만.
다음 목적지인 레이캬비크의 숙소를 찍은 뒤 출발했다. 서서히 움직이던 중 문득 주행 거리를 초기화하지 않은 것이 생각나서 누적 거리를 초기화했다. 과연 여행 내내 몇 ㎞나 운전하게 될까?
블루 라군에서 레이캬비크로 들어가는 길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왼쪽과 오른쪽으로는 여전히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경치가 펼쳐졌고, 인터넷에서 보고 들은 것처럼 로타리가 자주 나왔다. 그리고 레이캬비크 시내로 진입하자 차가 갑자기 많아졌다.
한국의 운전 문화가 워낙 거지 발싸개 같은지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서 자국의 운전 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말하는 꼴을 못 봤다. 아울러, 인터넷에서는 꼬리 물기 따위를 안 한다던가 양보 운전한다는 글이 넘쳐나는 반면, 실제 도로 위에서는 개만도 못한 것들을 날마다 본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은 무조건 우리보다 나을 거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내가 볼 때에는 레이캬비크도 고만고만하다. 깜빡이 안 켜고 끼어들기 하는 ㅺ도 있고, 1차로에서 세월아 네월아 하는 ㅺ도 있더라.
아무튼, 숙소 근처에 무사히 도착했다. 따로 주차장이 있는 건 아니고 인도 옆에 차를 세우는 시스템. 따로 돈 내고 그러는 건 없는 듯 했다.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는 시스템인데, 개인적으로는 도로에 주차된 차를 전혀 볼 수 없는 일본의 시스템이 가장 좋다고 본다. 차고지 증명이 안 되면 차를 못 사게 하는 거지.
차를 세우고 일단 몸만 숙소로 향했다. 도어 락이 붙어 있었는데 메일을 통해 미리 알게 된 번호를 눌러 문을 열고 들어가니 리셉션은 지하. 한 층 아래로 내려가니 제법 넓은 공간이 나왔다. 아무도 없어서 벨을 눌렀더니 잘 생긴 젊은이가 등장.
체크 인이 14시부터라는 게 장점이었다. 체크 인을 하고 방을 배정 받았는데 리셉션이 있는 건물이 아니라 옆 건물이다. 차를 조금 먼 곳에 세웠기에 숙소 앞의 빈 자리(로 보였지만 뭔가 그 앞에 살고 있는 사람이 항상 이용할 것 같은 자리. -ㅅ-)에 다시 주차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배정 받은 방이 있는 건물은 차를 세운 곳 바로 옆이었다.
할그림스키르캬 교회까지 걸어서 1분이나 걸리려나? 바로 코 앞에 있는 숙소였다.
도어 락이 일상이 된 우리나라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열쇠를 쓰고 있어서 나름 아날로그에 익숙해진 상태라 생각했는데,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커다란 열쇠가 세 개나 달린, 게다가 이상한 쇠뭉치까지 달린 걸 주니 어색하다. 열쇠 세 개는 실제로 건물의 출입문, 같이 쓰는 공간의 출입문, 방 문, 이렇게 세 군데에서 모두 사용해야 했다. 크아아아악! 오질라게 불편해!!!
열쇠가 세 개, 거기에 이상한 쇠뭉치까지 달려 있어서 엄청 무겁다. 21세기에 이 무슨...
크으~ 북유럽의 심플한 감성, 오진다... 는 개뿔, 그냥 저렴한 숙소. -ㅅ-
방에 들어가니 싱글 침대가 둘이다. '나 말고 누가 또 들어오는 건가? 불편한데?' 라고 생각했다(방 자체를 예약해놓고 침대가 두 개인 걸 보고 다른 사람이 들어올까봐 걱정했었다. 바보다. -ㅅ-). 일단 짐을 대충 풀어서 정리를 하고, 잠시 앉아서 쉬었다.
네일베 까페에서 같이 구경 다니기로 한 분과 만나기로 한 시각까지 여유가 있어서 손전화를 붙잡고 시간을 보냈다. 손전화... 소니의 엑스페리아 XZP와 삼성의 갤럭시 S8, 두 대를 들고 갔는데, 이것들이 여기서 빅 엿을 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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