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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해외여행 』 2019,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여행 #15 레이캬비크 오로라 투어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9.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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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탔던 버스에 계속 타고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 버스는 시내 각지에서 관광객을 터미널까지만 옮겨(?)주는 역할을 하는 거였다. 실제 오로라를 보는 곳까지는 4열 시트의 고속 버스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하게 된다.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 조로로~ 가기에 쫄랑거리고 따라갔다. 조끼를 입고 있는 아주머니가 있기에 잽싸게 손전화의 예약 화면을 보여줬더니 종이로 된 표를 발권 받아야 한다고 한다. 나 말고도 몇 명이 종이로 된 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잠시 기다렸다가 내 차례가 되어 다시 스마트 폰 화면을 보여주니 바로 종이로 된 표를 주고, 그 표를 아까의 아주머니에게 보여주니 버스를 가리키며 타라고 한다(이 표는 나중에 버스에서 회수해갔다.). 예약할 때 시간대를 지정할 수 있었는데 같은 시간대에 출발하는 버스가 한 대가 아닌 모양이다. 여러 대가 서 있었고 차례로 출발하더라.


적당히 자리 잡고 앉았는데 그 와중에도 손전화 배터리 때문에 계속 신경이 쓰인다. 숙소에서 태블릿에 구글 지도를 저장해두긴 했는데.


구글 지도는 온라인으로 볼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서 오프라인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는데 아이슬란드 전역은 동쪽과 서쪽으로 나누어 다운로드 받을 수 있었다.



이윽고 버스가 출발했다. 기사님이 여자 분이... 신 줄 알았는데 운전하는 분은 따로 계시고, 아까 그 조끼 입으신 아주머니께서 마이크 잡고 이것저것 안내해주시더라. 죄다 영어라 거의 못 알아들었지만.

투어 후기를 보니 스피커 상태가 엉망이라 제대로 안 들린다던데, 운이 좋았던 건지, 그 사이에 스피커를 고친 건지, 잡음 없이 잘 들리더라. 내가 못 알아들어서 그렇지.

나는 외국어를 눈치로 반 먹고 들어가는 사람인지라 '대략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고가겠지?' 라 예상을 하고 거기에 맞는 단어가 하나라도 들리면 냉큼 물어서 반응한다. 그런데 아이슬란드에서는 이게 안 먹힌다. 일단 '네가 알아먹거나 말거나.' 내지는 '당연히 영어는 잘 하겠지.' 수준으로 다다다다 쏘아대니까 정신을 못 차리겠다. 억양 문제도 있는 것 같지만 이건 내가 지적할 수준은 아닌 것 같고. 그나마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삼성 폰으로 찍으면',... 수준은 알아듣지만 거의 까막눈이다. 일본어 공부한답시고 잊고 있었는데, 난 원래 영어 참 못했더랬지.


같이 울어줄게



한국어 실력이 1인 상태에서 영어 배우고 일본어 배우면 +1, +1이 되어 어학 능력이 3이 되는 게 아니라, 한국어 실력 1이 쪼개져서 한국어 0.5, 영어 0.2, 일본어 0.3, 이런 식으로 총합이 1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무릎을 탁! 친 적이 있는데, 저 말... 정말이다.



중간에 잠시 조용~ 히 가는 시간이 있어서 창 밖을 보며 멍 때렸다. 레이캬비크 도심을 달리는 것 같더라니 이내 칠흑 같은 어둠이 이어진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렸다. 따뜻한 곳에서 흔들리고 있으니 참 좋더고만. 얕게 잠 든 덕분에 여러 차례 깼는데 그 때마다 앞 자리의 양키들은 물고 빨고 난리도 아니다. 그냥 숙소에서 ×이나 치지 뭐하러 나왔냐.




한~ 참 만에 다시 방송을 하기에 들어보니 곧 도착이란다. 도착한 곳은 불빛 하나 없는, 정말이지 불빛 공해가 전혀 없는 곳(싱벨리어 국립 공원 쪽이었다.). 공중 전화 부스 같이 생긴 곳에 조명이 있긴 했지만 하늘을 보기에 나쁜 환경은 아니다. 추울 것 같아서 가방에 넣어뒀던 옷을 꺼내어 입고 나갔는데 그럼에도 엄청 춥더라. 바람이 부니까.

게다가 시내 쪽에서는 전혀 안 보이던 구름이 하늘에 가득했다. 거기에다 달도 보름달이라 엄청나게 밝다. 오로라를 보기에 최악의 상황. 손전화로 확인해보니 오로라 지수도 거의 바닥이다. 달빛 때문에 별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옅은 오로라가 보일 리가 없지.


일단은 삼각대를 꺼내어 카메라를 장착하고 조리개 확 연 뒤 셔터 스피드 잔뜩 늘려서 하늘을 몇 차례 찍었다. 그러고 있는데 노란 머리 처자가 와서 뭐라고 말을 건다. 단어 하나라도 들려야 뭐라고 대꾸라도 할텐데 아예 안 들린다. '미안하다, 나 영어 못한다.' 라 하고 대화 끝. 일본 여행 때 그렇게 느꼈던 언어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수동 촬영 기능이 있는 카메라지만 만날 자동으로 놓고 셔터만 눌러댔으니 뭘 알겠냐고. 한참을 만지작거리며 조작법을 익혔다. 오로라는 물 건너 갔다 싶어 달 사진이나 찍고 있는데 이번에는 노란 머리 남자가 와서 말을 건다. 오로라를 찍기 위한 준비가 완벽하단다. 뭐라고 대꾸해야 할 지 몰라서, "아, 응... 그래." 하고 말았더니 이내 다른 곳으로 간다. 내가 노란 머리 처자랑도 대화를 못했는데 수컷이랑 대화를 하겠냐! (가 아니라 영어가 안 되서... ㅠ_ㅠ)


그렇게 밖에서 한 30분 정도 보내다가 결국 버스로 피신했다. 아까 앉은 자리 앉으면 되겠지 싶었는데 누가 앉아 있기에 그 뒤에 앉았다. 버스 안은 양키들 특유의 암내가 가득.


한~ 참이 지난 후 결국 오로라 보는 건 포기하게 됐다. 다들 버스에 오르니 아주머니가 어디에서 내리는지 확인하고 다니더라. 할그림스키르캬라고 했는데 아예 못 알아들으신다. 하긴, 내가 들어도 원어민 발음과는 아예 다르니까. 그래도 관광객을 많이 상대하신 분이라 그런가 두 번째에 알아들으시더라.


레이캬비크 시내로 돌아가는 길. 내 앞의 처자에게서 교류 센터 냄새 빌런과 똑같은 냄새가 난다. 역해서 속이 울렁거린다. 태국인지 필리핀인지 모르겠는데 그 나라의 냄새인 모양이다. 그런데 학교의 태국 남자 애 한테는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아무튼, 앞에서는 역한 냄새를 풍겨대고, 뒤에서는 계속 콜록거리고, 총체적 난국이다.

창에 머리를 기대고 억지로라도 자려고 했다. 그렇게 한~ 참이 지나니 레이캬비크 시내에 도착. 바로 가면 금방일텐데 다른 사람들 다 내려주고 할그림스키르캬 교회까지는 빙~ 빙~ 돌아서 간다.




버스에서 내려 숙소로 가다가 차에 들러 맥주 두 캔을 빼냈다. 냉장고에 넣어둔 것처럼 차갑기 그지 없다. 숙소에 전기 포트가 있어서 작은 사이즈의 너구리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맥주를 마셨다.




오로라 투어는 아이슬란드 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업체가 오로라를 보는 데 실패하면 1회 정도는 무료로 다시 참가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1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고 참가하는 거니까 오로라를 못 보면 본전 생각이 안 날 수가 없다. 이 날 오로라 헌팅에 실패했기 때문에 무료로 다시 볼 수 있었는데 그 내용은 당연히 영어로 설명을 해준다. 웹 사이트 어디에 가서 다시 신청하면 된다는데 그게 한 번 듣는다고 기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예약한 사이트는 한글을 완벽하게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그곳을 통해 문의를 했는데 여행이 끝날 때까지 답장 자체가 없었다. 오로라를 못 보면 무료로 다시 신청해서 투어에 참가할 수 있다는 글은 많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 안내된 글은 한 번을 못 봤네. (나라도 어떻게 안내하고 싶어서 부지런히 찾아봤지만 알 수가 없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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