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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해외여행 』 2019,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여행 #26 추락 비행기 잔해 (Solheimasandur Plane wreck) (사진)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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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북에서 1973년에 추락한 미군 비행기의 잔해가 있다는 걸 보자마자 여기는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난 인공의 힘이 가미된 자연 풍경을 보는 걸 가장 좋아하는 듯. 거대한 댐이나 다리 같은 걸 보는 것도 좋아하고, 이렇게 추락한 비행기의 잔해라던가 뭔가 방치된 인공적인 물건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태블릿에 다운로드 받은 지도가 있으니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해도 됐겠지만, 혹시나 해서 데이터 사용이 가능한 손전화를 내비게이션으로 썼더니 배터리가 쭉쭉 빠져 살짝 불안한 수준이 됐다. 거기에다 자동차의 연료 잔량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처럼 사방팔방에 주유소가 널려 있는 게 아니니 미리미리 넣는 게 좋다.


목적지로 Solheimasandur Plane wreck를 찍고 운전하면서 가던 도중 음성을 이용해 경로 중에 있는 주유소를 경유지로 설정했다. 세상 참 좋아졌고만.


주유소에 도착해서 주유기 앞에 차를 세우고 일단 가게 안으로 들어가 화장실부터 다녀왔다. 화장실이 깨~ 끗하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작은 물을 한 통 집어든 뒤 계산대로 가다가 샌드위치가 보여서 그것도 같이 계산. 그리고 나서 연료를 넣고 싶은데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니까 주유기 번호를 알려주면 된단다. 차에서 내릴 때 본 주유기의 번호가 7번이었기에 "세븐!" 이라 얘기한 뒤 주유기로 돌아가 총을 뽑고 차에 밥을 먹였다.




가득 채운 뒤에 총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놓고 영수증 같은 게 나오는지 봤는데 그런 건 없더라고. 다시 카운터로 돌아가서 다 됐다고 하니까 알아서 계산해주더라. 주유한 양이 자동으로 뜨는 모양. 안에서는 차량 번호판 같은 건 절대 안 보일 것 같은데, 기름 넣고 냅다 튀면 어떻게 하는 거지? 뭐, CCTV 같은 게 있겠지.

우리나라가 카페에 노트북 올려놔도 누가 가져가는 사람 없다고, 외국인들이 놀라워한다고 하지만, 아이슬란드 역시 사람에 대한 신뢰가 대단한 것 같다.


간혹 현지인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했다는 식으로 글을 쓰면 영어나 일본어에 굉장히 능숙한 걸로 오해하기도 하던데, 영유아 수준이나 될까 말까한 영어로 문법이고 나발이고 관계없이 최대한 간단하게 떠들고, 간신히 알아듣는 거.




아무튼, 주유기 앞에서 차를 빼서 한적한 곳에 세워두고 다시 검색을 했는데 코끼리 바위가 더 멀리 있어서 가던대로 비행기 잔해를 향해 가는 게 나을 것 같더라. 그래서 가던 길을 계속 갔다. 잠시 후 주차장에 도착.





간단한 안내와 함께 왕복 셔틀 버스의 시간이 적혀 있었다. 저 버스에 타려면 왕복 3만원에 가까운 돈을 내야 한다.


◈ 셔틀 버스 시간표 ◈


◐ 주차장 → 비행기 추락 잔해

  10:00 / 10:35 / 11:10 / 11:45 / 12:20 / 12:55 / 13:30 / 14:05 /
  14:40 / 15:15 / 15:50 / 16:25 / 17:00 / 17:35 / 18:10(편도)

◑ 비행기 추락 잔해 → 주차장

  10:15(편도) / 10:50 / 11:25 / 12:00 / 12:35 / 13:10 / 13:45 /
  14:20 / 14:55 / 15:30 / 16:00 / 16:40 / 17:15 / 17:50 / 18:25

예약은 여기 → https://www.arcanum.is/

※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Sold Out으로 뜨는 시간도 있었다. 의외로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듯.

※ 파란 색으로 표시한 시간은 일조량이나 기상에 따라 운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는 시간.



물론 걸어갈 수도 있다. 엄청나게 걸어야 하는 게 문제지만.


예전에는 자기 차로도 갈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차량 진입 자체가 막혀 있는 상태. 대형 트럭의 타이어를 달고 있는 버스만 이용이 가능한데 왕복 2,500ISK 나 줘야 한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걷는 걸 선택. 멋진 경치 속을 천천히 걸으며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딱! 좋은 장소... 이긴 한데, 나는 혼자 간 거라 오질라게 심심했다. 그렇다고 노래를 들으면서 가는 것도 뭔가 에러인 것 같아서 그저 부지런히 걸었다. 다행히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서 계속 걸었더니 슬슬 더워지기 시작했다.


걷는 도중 딱히 할 것도 없어서 손전화로 근처의 숙소를 검색한 뒤 예약을 했다. 숙소 선택 기준은 ① 현재 위치에서 가까울 것, ② 10만원 이하일 것, ③ 혼자서 방을 쓸 수 있을 것, 이렇게 세 개. 다행히 어렵지 않게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비행기 잔해라면 꽤 클텐데, 멀리에서도 보일텐데... 라 생각해서 이것저것 카메라 줌으로 당겨 봤지만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 코끼리 바위 같은 게 보여서 줌으로 당겨 봤더니,



저 쪽이 맞는 모양이다. 하지만 시간이 안 되서 가보지는 못할 듯.



4륜 구동이 아닌 차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버스만 다니게 한 건 결국 돈 때문이겠지.



구글 지도에서 Solheimasandur Plane wreck으로 검색을 하면 실제 위치가 아니라 주차장 위치가 찍힌다. 거기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가야 한다. 실제 비행기의 잔해가 있는 지점Path to Wrecked DC-3 Plane on Sólheimasandur로 검색해야 하는데 구글 지도에서는 3.4㎞ 떨어져 39분 걸으면 된다고 나온다.


한국에서야 네일베 지도가 짱이겠지만 해외 나가는 순간 무용지물(요즘은 해외 서비스도 한다고 들었지만). 구글 지도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1인이었던 나는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크게 신감을 느껴야 했다.


한~ 참을 걸었다. 나는 걸음이 빠른 편이라 남들보다 빨리 도착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벌써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여기도 낙서투성.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저 세월의 흐름만 안고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안 쪽에 들어가서 보는 것도 가능하다. 별 거 없다, 다 뜯겨 나가서.



































▒ 아래 두 장은 손전화로 찍은 사진 ▒






사진 찍는다고 한참을 어슬렁거렸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비행기 위에 올라가 찍은 사진이 많던데, 위험해서인지 올라가지 말라고 쓰여 있더라. 뭐, 그렇다고 해도 올라갈 사람은 꾸역꾸역 올라가겠지만서도.

나 같은 경우는 올라간다고 해도 누가 찍어줄 사람도 없고, 굳이 올라가서 셀카 찍고 싶은 맘도 없어서 비행기 주변만 빙글빙글 돌면서 사진을 찍었다.


도착할 무렵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다들 돌아가고, 중국어를 쓰는 커플과 나 뿐이었는데 저 커플은 드론도 날리고, 셀카도 찍고, 참 바쁘더라. 나보다 먼저 돌아갈 줄 알았는데 끝까지 안 가고 시간을 보내기에 뭔가 할 게 있나(므흣. -ㅅ-) 보다 싶어 먼저 자리를 비켜줬다.











왔던 길을 고스란히 되돌아가야 하니까 가는 길이 더 심심하다. 일단 부지런히 걸었다. 나보다 먼저 간 사람들을 추월하면서 열심히 걷고 있는데 아까 주차장에서 나와 같이 차를 세웠던 커플과 마주쳤다. 나는 실컷 보고 나서 10분 정도 걷고 있었는데 그제서야 오고 있더라. 나를 보더니 엄청 빠르다며 한 마디 하기에 못 들은 척, 시크하게 고개만 까딱! 하고 지나쳤다. 내가 골반부터 발바닥까지 무려 100㎝ 가까운 길이를 자랑하는 초장신이라 걷는 게 좀 빠르지. 훗!


혼자 걸을 때에는 거의 경보하다시피 걷는지라 조선 시대에 태어났으면 신분이 낮아 말은 못 타고 걸어다니는 역관 했을 거라는 말 들을 정도로 종종종종 걷는다. 잘난 척(걸음이 빠른 걸로 잘난 척이 가능하기나 한 건가? -ㅅ-)이 아니라, 실제로 나보다 20㎝는 큰 사람과 같은 거리를 걸어서 이동해도 항상 내가 먼저 도착한다.


그렇게 40분 가까이 걸어 다시 주차장에 도착하니 완전히 어두워졌다. 눈과 빙판으로 된 미끄러운 길이 아니었다면 왕복 한 시간 정도에 다녀올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길이 미끄럽다보니 조심해서 걷느라 조금 늦었다.


다만, 이건 경보하듯 걷는 내 기준이니까 왕복 한 시간 20분이라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혼자 걷는다면 여유있게 왕복 두 시간 안 쪽을 잡아야 할 것이고, 일행이 있다면 걷는 속도가 더 느려지니까 두 시간 이상을 잡아야 할 거다.






아무래도 이런 사진은 흑백으로 보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어서 흑백으로 만들어봤더니 훨씬 분위기가 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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