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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해외여행 』 2019,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여행 #28 일어나서 디르홀레이(Dyrhólaey)까지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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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밥을 먹지 않는 삶을 살아온 게 30년도 더 됐는데, 아이슬란드에 왔다고 꼬박꼬박 챙겨 먹을 리가 없지. 하지만 무려 2,100ISK나 내고 아침을 먹는 경험을 했더니 아침 밥은 공짜(라고는 하지만 숙박비에 포함이 된 거겠지. -ㅅ-)라고 하면 기를 쓰고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홉 시 반까지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하기에 아홉 시 쯤에 아래로 내려가니 아무도 없다. 호스트 뿐이기에 간단히 인사를 하니 뭐라 뭐라 하는데 당최 못 알아듣겠는거라. 네 친구가 어쩌고 저쩌고 하기에 뭔 소리인가 혼자 곱씹어 생각을 해봤는데, '너 혼자 묵는다 예약하고는 친구 데려왔냐?' 뭐, 이런 뜻으로 해석이 되더란 말이지. 그래서 '뭔 소리 하냐?' 고 뚱~ 한 표정으로 쳐다보니 다시 한 번 천천히 말해준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왔냐', '친구 소개로 왔냐?' 였다. 중학교 1학년 때 일찌감치 영어와의 인연을 놓아버린 내 자신을 원망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찾아왔다고 더듬더듬 말하고 나서 아침을 먹기 시작. 호스트도 내 영어 실력을 눈치 챘기 때문에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도착한 후 3일 내내 햄, 치즈, 빵, 커피. 여행을 가면 현지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 아이슬란드의 음식이라고 해봐야 스퀴르 정도가 고작이고. 해외 여행 가면서 바리바리 반찬 싸들고 가는 거 보면서 '여행을 즐기는 범위가 어지간히 좁고나.' 라 생각했었지만, 아이슬란드는 예외다. 음식이 입에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일단 비싸니까, 한국에서 뭐든 싸들고 오는 게 남는 거다. 게다가 고작 3일 동안 빵 먹었다고 슬슬 질린다. '나도 나이 먹으면 저렇게 될까?' 싶은 것들, 죄다 나이 먹으니까 그렇게 되더라. 머리 까지고, 배 나오고, 남 말 안 들으려 하고,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그걸 자각하고 최대한 피하려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발동(?)되어 버리는 게 너무 무섭다.




아무튼,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식당을 구경하면서 아침을 간단히 먹은 뒤 방으로 올라가 짐을 가지고 내려왔다. 호스트와 인사를 나눈 뒤 차에 올라 손전화에 목적지를 설정. 한글로 디르홀레이라고 치니 검색이 안 된다. 네일베에서 검색한 뒤 Dyrhólaey를 복사, 붙여넣기 했다.


아직은 밝음보다 어두움이 더 큰 상태. 다니는 차도 거의 없으니 여유있게 운전했다. 뒤에서 차가 오면 무조건 오른쪽으로 붙어 추월하게끔 했고. 그렇게 천천히 가고 있는데 갑자기 우회전 하라고 한다. 내비게이션을 보고 있으면서도 아이슬란드의 급작스런 방향 전환에 당최 적응이 안 된다. 결국 꺾어야 하는 지점을 지나치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경우 조금 돌아가면 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운전할 때에도 간혹 길을 잘못 들었다고 다른 차들 통행에 방해를 주면서까지 차 돌리고 그런 사람들을 종종 봤는데, 길은 어디로든 통하니까 조금 돌아가면 될 일이다.




그렇게 우회전하지 않고 직진했더니 남은 거리가 확~ 늘어난다. 뭔가 이상하다 싶긴 하지만 일단 가라는대로 갔다. 한~ 참 가다가 좌회전하라기에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고 좌회전하는 데 성공. -_ㅡ;;;


여행 도중 처음으로 달리는 비포장 도로였다. 차는 엄청나게 흔들리고, 돌 튀는 소리 역시 요란하다. 무서울 정도.



날은 어둡지, 도로는 비포장이지, 이 길이 맞는지 확신은 없지, 불안해하면서 운전을 했다. 다행히 제대로 간 것 같긴 하다. 이내 다시 포장 도로에 올라섰고 그렇게 한~ 참을 가니 다시 비포장 도로가 나왔다. 내비게이션은 오른쪽으로 들어가라고 안내하는데 입구는 이미 바리케이드로 막혀 있는 상태.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일단 그대로 직진했다. 그랬더니 널찍~ 한 공간이 나타났다. 주차장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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