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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해외여행 』 2019,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여행 #30 요쿨살론(Jökulsárlón)까지 가는 길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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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원이나 내고 화장실에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차로 돌아갔다. 숙소에 있을 때 태블릿과 엑스페리아에 지도를 다운로드 받아놨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내비게이션으로 써도 된다. 갤럭시를 내비게이션으로 쓸 경우 배터리 소모가 크니까 불안하다. 하지만! 기껏 유심을 샀는데 여행의 반이 지나도록 1GB도 쓰지 못했다는 게 영~ 맘에 안 든다. 기를 쓰고 데이터를 쓰고 싶다.




하지만 갤럭시는 유선 충전이 불가능한 상태라 갤럭시를 내비게이션으로 쓸 경우 줄어드는 배터리를 보며 조마조마해 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런데 이 때! 아이슬란드에서 쓰고 버릴 생각으로 가지고 간 차량용 손전화 거치대가 무선 충전을 지원한다는 걸 떠올리게 됐다.


보조 배터리를 이용해 손전화 거치대에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고 손전화를 장착했다. 날개 한 쪽을 본드로 고정했기 때문에 한 쪽만 벌려서 장착해야 했는데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빙뽕~ 하고 충전이 시작됨을 알리는 소리가 난다. 된다!


하지만 전원 버튼과 빅스비 버튼이 눌려서 자꾸 종료하겠냐고 묻는 화면이 뜬다거나 빅스비가 마구 실행되는 게 짜증스럽다. 그래도 되는 게 어디냐. 일단 그렇게 장착해놓고 출발했다. 하지만... 비포장 도로도 그렇고, 포장된 도로 역시 빙판인 경우에는 차가 엄청나게 떨린다. 앞 유리에 붙여놓은 손전화 거치대 역시 엄청나게 흔들려서 얼마 지나지 않아 무선 충전이 되지 않는 상태가 되고 만다. 손전화의 무선 충전 코어 부분이 거치대에 딱 맞게 올라가야 하는데 차가 흔들리니 자꾸 어긋나는 모양. 에휴...




속도를 줄여 다시 한 번 만져 보고, 갓길에 세운 뒤 이리저리 조작해보지만 오래 못 버틴다. 결국 될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그냥 출발.




운전하는 걸 좋아하는터라 친구들과 장거리 여행을 갈 때에도 항상 운전을 도맡아 하곤 했다. 몇 시간을 내리 운전해도 피곤하다거나 그런 거 잘 모르겠더라고. 그렇다고 마구 밟아대거나 칼치기 따위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운전하면서 여기저기 놀러 다니는 것 자체가 즐거운 거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도 운전하는 게 그닥 힘들지 않았다. 물론 어두운 길과 빙판 길 운전은 어지간하면 안 하려고 하지만, 적어도 이 날까지는 도로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가지고 간 USB에 저장된 노래를 들으며 운전하는 게 나름 즐거웠다.



한참을 가다가 주유소가 나왔다. 내가 탔던 스즈키 짐니가 몇 년식인지는 모르겠는데 연료 잔량은 디지털로 표시 되더라. 전부 열 칸인데, 한 칸으로 대략 50㎞ 정도를 갈 수 있는 것 같았다. 40~50㎞ 정도를 주행하면 한 칸이 떨어지더라고. 일단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주유소에 들리곤 했다.


아이슬란드에서 처음 이용하는 무인 주유소였기에 조금 쫄았다. 일단 영국 국기를 눌러 언어 설정을 영어로 바꿨다. 그리고 카드를 꽂았더니 '1초나 지났으려나' 할 정도로 곧장 빼라고 뜨더라. 카드를 빼고 나니 얼마나 넣을 거냐고 물어본다. 5,000ISK 어치는 다 안 들어갈 것 같아서 Other를 선택한 뒤 4,000을 입력했다. 그러고나니 PIN Number를 입력하란다. 응? PIN Number가 뭐야? 당최 모르겠다. 잠시 헤매다가 '혹시 비밀 번호인가?' 싶어 눌러보니... 비밀 번호가 맞네. -ㅅ-

화면에 3 어쩌고 뜨는데 대충 봤더니 3초 이내에 주유기에 총을 꽂으라는 얘기인 것 같다. 뭐가 이렇게 급박해? 부랴부랴 총을 뽑아 차에 꽂는 순간 기름이 조로록~ 흘러 내린다. '조금만 늦었으면 차를 기름 범벅으로 만들 뻔 했고만!' 하고 다행이라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웅웅웅웅~ 하고 주유기가 돌아가는 소리는 나는데, 총에서 아무런 진동이 느껴지지 않는 거다. 기름이 들어가면 진동이 있을텐데?


혹시나 하고 총(주유 건)의 방아쇠를 당기니 그제서야 기름이 들어간다. -_ㅡ;;;   사실은 이게 당연한 건데 처음 써보는 거라 긴장해서 만졌더니. 아마도 처음에 조로록~ 흘러내린 건 총에 고여 있던 게 흘러 내린 게 아닌가 싶다.



주유를 마친 후 다시 출발.



언제 이렇게 쭉! 뻗은 길 달려보겠냐. 이런 길을 달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아이슬란드까지 가서 운전만 하다 왔다고 할 수도 있는데, 그 운전하는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 다니는 차가 많지 않으니 운전하면서 좌, 우를 여유있게 구경할 수 있었는데 가는 지역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다양한 경치가 펼쳐지니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본전 뽑았다 싶더라. 틈나는대로 사진을 찍지만, 이건 사진으로 절대 표현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동영상도 마찬가지. 그 곳의 바람과 그 곳의 소리를 직접 느끼고 들으면서 봐야 이 감동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인간이 있다. 아이슬란드에 가 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이 따위의 건방진 생각을 했더랬다.




그렇게 한~ 참을 달려 요쿨살론(Jökulsárlón)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가기 전에 자그마한 다리를 하나 건너야 하는데 그 전에 보이는 풍경에 이미 입이 벌어진다.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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