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포장일기 』

2020년 04월 27일 월요일 흐림 (숨만 쉬고 있어도 피곤)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4. 27.
반응형
  • 나는 F1 레이서였다. 대회마다 우승하는 수준 높은 선수는 아니었지만 그나마 그럭저럭 성적을 내던, 평가를 하자면 나쁘지는 않은 선수였다. 어느 날 갑자기 건설에 꽂혀 관련 전문 학교에서 1년 반을 공부하고 돌아왔지. 15년 동안 트랙을 달렸지만 더 이상 레이싱 머신에 오르기를 포기하고 중장비에 도전했다.
    큰 맥락에서 자동차라는 점은 같지만, 화석 연료를 이용해 인간보다 빠른 속도로 달린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F1 머신과 굴삭기는 하늘과 땅 차이. 건설 이론을 공부하긴 했지만 실제로 굴삭기를 조종하는 건 처음이니까 주위로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했다. 문제는... 누구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 일단 굴삭기의 역사부터 공부하라며 책을 던져 주고, 얼마 후에는 굴삭기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데 실제 운전하거나 조종하는 것과 아무 관계없는, 내부 구조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그나마 설명이라도 해주면 다행이지,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책을 보며 보내야 했다. 죄다 영어로 쓰여 있어서 뭔 소리인지도 모르니 책만 폈다 하면 졸게 되고. 그 와중에 현장 소장은 왜 만날 저러고 있냐며 타박한다.
    간단하게 이것저것 알려주고 나서 질문이 있냐고 물어보는데 처음 보고 듣는 걸 온전히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질문을 할 수 있나. 그저 헤헤~ 거릴 수밖에.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너희들도 트랙에 와서 F1 머신과 레이싱에 대해 배우게 되면 나와 똑같은 꼴 당했음 좋겠다고.

  • 실제 있는 일은 아니고, 내가 요즘 저렇다. 딱 저 꼴이다. 15년 동안 했던 업무와는 한~ 참 다른 일을 해야 하는데,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나보다 어린 후배 동료들에게 짧막하게 하소연했더니 자기도 그랬단다. 나만 방치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안도를 해야 할까?
    제대로 한 사람 몫을 하고 싶은데, 업무에 대해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다. 알아서 배우는 거라는데 뭘 알아야 말이지. 물에 뜨는 판때기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가져다 쓰면 되는지 정도라도 가르쳐주고 혼자 물에 뜨는 연습을 하라고 해야 하는데 그저 방치해둔다. 혼자 뻘쭘하긴 오질라게 뻘쭘하고, 먼저 다가가서 말 거는 성격이 아닌지라 서먹하긴 오질라게 서먹하고, 남한테 아쉬운 소리도 잘 못해서 부탁 같은 것도 못하고 그냥저냥 다닌다.

  • 일본에서 보냈던 시간이 내 인생 최절정의 황금기였음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녀와서 몸과 마음이 이렇게 힘들어질 줄은 몰랐네. 역시 월급날만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건가?

  • 일본에 처음 갔을 때에는 첫 달에 돈을 엄청 썼다. 이것저것 잔뜩 사야 했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번 달에 까먹는 돈이 상당하다. 중고 차 산 돈을 빼더라도 그렇다. 코딱지만한 방인데도. 회사 숙소니까 망정이지, 방이라도 얻었으면 큰 일 날 뻔 했다. 당장 월세 30만원 안 나가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차 나오기 전까지 500만원은 더 모아야 하는데 어림 반 푼 어치도 없을 것 같다.

  • 잔다고 누워도 바로 잠들지 않는 걸 아니까,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 붙잡고 시간 까먹을 걸 아니까, 일찌감치 누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 드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새벽에 깼고, 다시 잠들기도 힘들었다. 잠에 취해서 그런 건지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심지어 지금 일본에 있으면서 한국에 있다고 꿈을 꾸는 건지, 한국에 있으면서 일본에 있는 꿈을 꾼 건지, 말 그대로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몸은 엄청나게 무겁고, 피곤하고. 그나마 다행인 건 목요일이 휴일이라 내일과 모레만 버티면 하루 쉴 수 있다는 거.

  • 아무튼, 회사에서 너무나도 지독하게 방치하고 있다. 바빠야 시간도 잘 가고 그럴텐데 하는 것도 없이 열심히 하는 척 하려니까 환장하겠다. 내일은 실무를 가르쳐주겠다고 하는데 과연.

  • 포항 굿즈를 17만원 넘게 질렀다. 미친 것 같다. 내일이면 도착할 거 같은데. 카카오에서 지른 볼펜과 무선 이어폰도 기다리고 있다. 한국 돌아온 뒤로 무선 헤드폰도, 무선 이어폰도, 아예 안 쓰고 있는데 갤럭시 S20+ 지르면서 받은 쿠폰 쓰겠답시고 99,000원 짜리 이어폰을 또 샀다. 하아... 스스로가 너무 바보 같다. 그걸 알면서도 참을 수가 없어.

  • 마사미 님께 꽃도 보내야 하고, 나카모토 선생님에게도 보내야 한다. 모토조노 선생님께도 보내고 싶은데 연락처를 모르니... 나카모토 선생님께 부탁하면 알 수 있으려나? 5만원 짜리로 세 개니까 15만원이면 되겠지? 라인 카드로 결제가 될지 모르겠다. 16,000円이나 남아 있는데.

  • 정말 짧은 거리라서 차로 출, 퇴근하기가 애매하다. 지금 타고 다니는 스파크 중고라면 괜찮겠지만 XC40 나오면 좀... 그래서 차 두 대를 굴릴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는데 그건 무리일 것 같고. 그러다가 전동 킥보드 사는 게 어떨까 하는 쪽으로 생각이 옮겨 갔다. 물어보니 타고 다녔던 사람이 있었다더라. 아이나비에서 나온 것 중에 30만원 정도인가 하는 게 있던데. 레이싱 할 것도 아니니 나쁘지 않은 것 같지만 일단은 좀 알아봐야겠다. 당장 급하게 살 건 아니니까.

  • 차량 출입이나 빨리 됐으면 좋겠다. 같이 사는 사람과 출근 시간 맞추고, 퇴근할 때 혼자 걷다가 차 얻어 타고 하는 게 결코 달갑지 않다.

  • 오후에 갑자기 콧물이 흘러서 훌쩍훌쩍 들이마셨는데, 집에 와서 콧구멍 속에 손가락을 넣어보니 시~ 뻘겋다. 코피였나보다. 오늘은 약 먹고 일찍 자야겠다. 20시니까... 내일 아침까지는 약이 깨겠지?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