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으로 차를 가지고 출근했다. 이렇게 편한 것을. 그동안 눈치 보며 걸어다녔더랬다. 에휴.
어제 업무를 가르쳐주었던 사람이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부른다. 속으로 한 숨을 쉬며 옆으로 가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배우던 중 업무 배운 결과에 대한 테스트를 봐야 한다고 해서 오전은 그거 하느라 어영부영 지나갔다.
점심 때 책을 보는데 잠이 와 숨질 것 같다. 나츠메 소세키의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가 하도 유명해서 읽어봤는데 당최 못 읽을 정도로 더럽게 재미 없었고, 어디에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 무진기행 』도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후에 또 끌려가서 업무를 배워야 하나 싶었는데 오늘은 수요일. 운동하는 날이다. ㅋㅋㅋ
아침에 체육복을 챙겨 갔기에 눈치 보다가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회사 주변을 천천히 한 번 걸어 코스를 파악한 뒤 뛰기 시작했다. 한 바퀴 도니까 숨이 턱에 찬다. 꾸역꾸역 한 바퀴 더 돌아서 두 바퀴 채운 뒤 걸었다. 그렇게 한 바퀴 걷고 또 한 바퀴 뛰고. 다시 한 바퀴 걷고, 또 한 바퀴 뛰고. 원래는 두 바퀴 뛰고 한 바퀴 걸어야 하는데 도저히 안 된다. 그 와중에 양쪽 골반이 아파오고, 허벅지에 쥐날 낌새가 보이는데다 숨이 턱에 찬다.
일본에 가기 전, 살이 좀 빠져서 돌아올 줄 알았다. 아무래도 먹는 게 부실할테니까 말이지. 하지만 일본에서 어찌나 맥주를 처마셨는지 오히려 살이 붙어버렸다. 지금 뱃살을 보면... 하아...
운동을 하긴 해야 하는데 당최 의욕이 안 생긴다. 나는 강제력이 발동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사람인 거다. 게다가 최악의 두 가지, '내가 안 해서 그렇지'와 '맘만 먹으면'이 발동해서 출렁이는 뱃살로부터 탈출하려고 하지 않고 있다. 큰 일이다.
아무튼, 오늘 간만에 뛰어본 결과! 심~ 각하다! 앞으로는 날마다 뛰어야겠다. 이러다 큰 일 난다, 진짜.
칼날 같은 퇴근을 하고 돌아와서 근처 중국집에 전화. 포장 주문을 한 뒤 차를 타고 가게로 향했다. 맞은 편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고, 주문한 음식을 받은 뒤 돌아왔다. 벌써 6만원 까먹고.
집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해치웠다. 배가 터질 것 같다. 탕수육은 룸 메이트가 오면 먹으려고 다 식어빠질 때까지 놔뒀는데 20시가 다 되도록 이 냥반이 퇴근을 안 하네. 먼저 먹기 시작해야 할랑가 고민이다.
아! 아이폰 질렀다.
나는 갤럭시 S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기기만 썼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애플의 데이터 동기화가 너무 싫어서, 그리고 그 특유의 건방짐이 싫어서 안 써왔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SE2는 정말 마음에 든다. 빨간 색이 아니었다면 쳐다도 보지 않았을텐데, 하필 빨간 녀석이 나와서. -ㅅ-
64GB와 128GB가 7만원 차이기에 128GB로 질렀다. 배송은 5월 6일이라고 한다. 7일에는 받을 수 있겠지. 받자마자 순토 앱 깔아서 카일라쉬 동기화 해볼 거다. 염병할 카일라쉬.
내일은 쉬는 날이다. 그리고 금요일만 출근하면 또 쉰다. 월요일은 상황 근무라서 24시간 회사에 있어야 한다. 어영부영 한국에 돌아온 지 한 달이 되었고 며칠 후면 출근한 지 한 달이 된다. 일본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시간이 잘 간다.
대출하면서 까먹은 생활비 때문에 대출 받은 게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차 때문에 그 1.5배 넘는 돈을 또 대출 받아야 한다. 부담스럽다. 하지만 어떻게든 갚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당장 죽는 게 아니라면 1~2년만 더 일해서 퇴직금으로 갚을 수도 있다. 물론 그럴 생각은 1도 없지만. 아무튼, 혼자니까... 정 힘들어져서 물로 배를 채워야 하게 된다고 해도 나만 힘들면 되니까. 크게 걱정 안 한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남한테 해 끼치지 말고 즐겁게 살자. 그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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