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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절주절 』

양키 캔들에 불 붙여 쓰는 것과 할로겐 램프를 이용하는 것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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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굉장히 유명한 맛집과 김밥 천국의 차이도 거의 모를 정도로 입도 둔하고, 수십 만원 짜리 이어폰과 만원 짜리 이어폰의 차이도 금방 적응해서 그냥저냥 쓸만큼 귀도 둔한데, 희한하게 냄새에 민감한 편이다. 특히나 살고 있는 공간에서 나는 냄새에 신경을 많이 쓴다. 누구를 수시로 불러오거나 하는 일은 없지만 어찌 되었든 아저씨 혼자 사는 공간이니까, 홀아비 냄새 나는 게 그렇게 싫더라고. 예전에는 젤리처럼 생긴 방향제를 많이 썼더랬다. 싸구려 냄새라며 까이기도 하지만 복숭아 향이 가장 좋았다.




  • 그런데 저런 방향제는 처음에만 향이 강하고 일주일도 안 되어 옅어진다. 이런저런 브랜드의 온갖 방향제를 다 써봤지만 마찬가지더라. 그러던 중 양키 캔들을 알게 됐다. 나쁜 냄새를 없애고 공간을 향기로 채우는 데 가장 좋은 건 결국 향초더라. 꼭 양키 캔들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다이소에서 파는 1,000원 / 2,000원 짜리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

  • 아무튼, 양키 캔들 제품들 중에서는 '가든 스윗 피' 라는 녀석을 가장 좋아하고, 우드윅 제품 중에서는 '린넨' 의 향이 좋더라. 일본이 한국보다 비싸기에 한국 들어왔을 때 사들고 가면서까지 썼다.

  • 초니까, 당연히 불을 붙여서 쓰는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썼더랬다. 그런데 검색하다보니 할로겐 램프랑 같이 파는 상품이 많더라고. 왜 그런지 찾아보니, 초에 불을 붙이지 않고 할로겐 램프의 열을 이용해 초를 녹이는 방식으로 쓴다더라. 그렇게 해도 향이 날지 의심스러웠지만 일단 사봤다.

  • 써보니 대만족! 밤에 켜놓으니 분위기도 살고, 무엇보다 깔~ 끔하게 녹으면서 향이 나더라. 직접 불을 켰을 때처럼 그을음 같은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특정 부분만 녹을 걱정도 없다. 100% 만족했다.




  •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향이 확실히 약해지더라. 할로겐 램프를 쓰더라도 녹았다 굳었다 하면서 증발이 되어 결국에는 초가 다 사라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녹은 부분은 증발하지 않고 그대로 굳는다. 실제로 2주 동안 사용했음에도 초는 그 양이 줄지 않았다. 이건 뭐, 할로겐 램프만 꾸준히 갈아준다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거잖아?

  • 찾아보니 녹은 부분을 따라내고 다시 쓰면 향이 강해진단다. 녹았다, 굳었다를 반복하는 부분은 점점 향이 약해진단다. 하지만, 녹아서 맑은 보랏빛으로 찰랑거리는 걸 보니 차마 버릴 수가 없다는 게 문제. 종이 컵에 따라낸 뒤 다시 할로겐 램프 아래에 두니까 확실히 향이 강해지긴 한다. 하지만 뭔가 손해 보는 것 같아 아깝다. 결국 따라낸 부분을 다시 향초 병에 부었다.

  • 그리고 며칠이 또 지났다. 향이 약해서 안 되겠다. 하지만 버리는 건 아까워. 그래서 라이터로 심지에 불을 붙였다. 그렇게 하면 초가 녹으면서 향이 날 것이고 뭔가 아깝지 않게 소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하지만! 그렇게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초로 직접 불을 붙여도 향이 거의 나지 않더라. 고로, 녹은 부분을 따라내어 버리고 쓰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지만 여전히 걱정스러운 것이 하나 있으니... 녹은 부분을 따라내고 나면 향초에 남은 부분은 당연히 줄어든다. 할로겐 램프로부터 거리가 멀어진다. 그래도 잘 녹을까? 향이 잘 날까? 걱정이 됐다.

  • 일단 램프를 켜봤는데 확실히 초가 녹는 게 늦다. 초가 가득 차 있을 때에는 손가락 한 마디 쯤 녹을 시간인데 반 정도 밖에 녹지 않는다. 램프로부터 거리가 멀어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유리병이 깨질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내열 유리라니까 일단 믿고, 아래 쪽에 받침대를 깔아서 거리를 좁혀 줬다. 그랬더니 녹는 속도가 빨라진다. 향은... 아직까지는 모르겠다.

  • 아무튼, 할로겐 램프라고 해서 마냥 편한 건 아니다. 아직은 ⅔ 정도가 남은 상태인데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 램프로 녹이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네. 좀 더 써봐야겠다.


녹은 초를 따라내라고 했더니 싱크대나 변기에 부었다가 개고생했다는 사람들이 좀 있는 듯. 오마이걸의 모 멤버도 그랬다고 하지. ㅋㅋㅋ   싱크대도 그렇고, 변기도 그렇고, 내부의 관은 U자 형태로 되어 있다. 냄새가 올라오는 걸 막기 위해 아래의 구부러진 부분에 물이 차 있는 거지. 위에서 물이 내려오면 밀려 내려가면서 대체가 되고. 그런데 녹은 초를 거기에 부으면? 고인 상태에서 식으니까 당연히 굳는다. 굳으면? 막히는 거지. 물이 전혀 안 내려가게 된다.
고로! 녹은 초는 절대로 싱크대나 변기에 버리지 말 것. 가장 간단한 방법은 종이컵 같은 데 따라내고 굳은 다음 버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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