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LHA라는 압축 프로그램이 있었더랬다. 압축을 하고 풀 때 실행하는 파일은 LHA라는 이름인데 압축 파일 확장자는 LZH여서 항상 헷갈렸다. 아무튼,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저게 대세였다. 친구에게 빌린 디스켓에 저장된 파일은 대부분 저 형식으로 압축되어 있었더랬지. 뭐, 남들과 똑같은 걸 몹시 싫어했던 나는 의도적으로 ARJ를 썼고.
천년만년 영원할 것 같던 도스의 시대는 윈도 95의 등장과 함께 무너져버렸다. 그리고, 여전히 도스가 먹힐 거라 생각하고 윈도용 프로그램 내놓기를 등한시했던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LHA도 마찬가지. 기똥찬 타이밍에 ZIP이 치고 들어왔고, 윈도 기반의 WinZip이 시장을 석권했다. 역시나 남들 다 쓰는 건 쓰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나는 WinRAR을 썼다.
WinZip은 오래 해먹을 줄 알았는데, 국산 무료 압축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금방 몰락해버리고 만다. 대표적으로 알집이 있고, 나 같은 경우는 빵집을 즐겨 썼다. 최근에는 반디집이 꽤 쓰이는 것 같고, 외국에서 7-ZIP이 널리 쓰여 그 영향으로 덩달아 쓰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여전히 염병할 알집을 쓰는 사람도 많은 것 같고.
도스 시절에는 V3가 최고였다. 뭐, 유일했으니까. 그러다가 Turbo Vaccine이 나오면서 약간의 점유율을 차지했고, 그렇게 둘이 아웅다웅하다가 윈도의 시대가 왔다. 여전히 V3가 많이 쓰였지만 '외국의 백신 덕후가 세계의 백신을 가지고 테스트를 했는데 V3의 결과가 형~ 편 없었다.' 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외국 백신을 찾는 사람이 갑자기 늘었다. 카스퍼스키와 비트디펜더가 양대 산맥인데 돈 주고 백신을 사서 쓴다는 개념이 없는 사람들은 죄다 알약 쓰더라. 나는 수년 간 바이러스 체이서 쓰다가 홀라당 망한 뒤로는 AVG, Avest 등을 거쳐 비트 디펜더에 정착했다. 당연히 돈 주고 사서 쓴다. 개인적으로 알약은 백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음악 재생용 프로그램은 리얼 플레이어가 짱 먹었더랬다. 동영상도 마찬가지. 초창기의 불법 음원과 몰래 카메라는 죄다 리얼 플레이어 포맷이었더랬지. 그러다가 WinAMP의 시대가 왔고, 우리나라에서는 자막 덕분에 사사미의 인기가 치솟았다. 이후 곰 플레이어가 대세였고 지금은 유튜브가 대세인 세상인지라 굳이 동영상 플레이어를 찾는 사람이 없는 듯 하다. 뭐, 나는 종종 필요해서 VLS Media Player 쓰고 있다.
이미지 뷰어로는 ACDSee가 대세였다. 포맷하고 나면 무조건 깔아야 하는 프로그램이었지. 하지만 저것도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꿀뷰가 좀 쓰이는 것 같고, 알 소프트에서 나온 프로그램을 쓰는 사람도 있는 듯. 나는 Picasa 쓴다.
자국의 워드 프로세서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리지 않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마지막 나라가 우리나라다. 한글은 필수 프로그램이었더랬지. 하지만 요즘은 한글 쓰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뭐, 학교나 관공서, 군대 등에서는 의무적(?)으로 쓰고 있어서 그나마 버티는 게 아닌가 싶다. 나 같은 경우 2018 버전을 구입해서 쓰고 있는데 사용 빈도가 엑셀보다 떨어진다. 뭐, 한컴 오피스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를 상대로 이길 가능성은 없다고 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더럽게 복잡해진 한글이 아니라, 한글 97 정도로 돌아가 무료로 풀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지만... 흠...
그나마 10년 넘게 버티고 있는 건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 오피스 정도? 나는 최근 BeOS가 갑자기 생각나서 알아보다가 HAIKU를 거쳐 하모니카까지 왔다. 멀티 부팅 돌리기는 번거로울 것 같아서 30만원 짜리 노트북 하나 사서 하모니카 깔고 썼음 싶은데, 윈도 10 빼고 하드웨어 스펙을 높여서 파는 노트북이 안 보인다. OS 없어도 되니 eMMC 정도가 달린 30만원 짜리 노트북이 있었음 좋겠는데 말이지.
AMD에 간혹 한 방씩 맞기는 하지만 intel은 아직 견고한 듯 하고. 레이저 등의 고급 브랜드가 치고 올라오기도 했지만 로지텍도 아직은 괜찮은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소싯적에 즐겨 썼던 프로그램 중에 살아 남은 건 거의 없는 듯 하다. 그러고보니 최근에는 블로그에 글 쓰고 인터넷으로 간단한 검색하는 것 말고는 달리 컴퓨터를 쓸 일이 없다. 예전보다 용도가 어째 줄어든 것 같기도 하지만 스마트 폰과 태블릿이 있으니까.
생각해보니 예전에 이런 글 썼던 것 같은데 또 쓰고 있다. ㅋㅋㅋ
낮에 갑자기 네로 버닝 롬이 생각났다. 퇴근하고 나서 찾아보니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만. 그나마 요즘 세상에 적응해서 스마트 폰 어플 내놓고 있더라. 그나저나, 요즘도 CD 굽는 프로그램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튼, 네로도, 어샴푸 버닝 스튜디오도, 꾸준히 새 버전 내놓고는 있더라. 쓰는 사람이 있을랑가 모르겠지만. 나중에 마트 가게 되면 공 CD나 공 DVD 파는 지 한 번 봐야겠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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