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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0년 06월 13일 토요일 비옴 (돈 쓰는 거, 쉬움)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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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일이 스물네 시간 근무하는 날이었다. 말이 스물네 시간 근무지, 다들 퇴근하고 난 후에도 사무실을 지키다가 복불복으로 문제가 생기면 바로 대처하는 게 주 임무. 문제에 대처하는 것에 능숙하지 못해서 꽤 긴장이 된다. 빈둥거리다가 의자에 앉아 잠깐 자려고 했지만 한 시간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다행히 골치 아픈 일 따위는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무사히 퇴근할 수 있었다. ㅋ

  • 배를 좀 채우고 자야겠다 싶어 컵라면에 물을 부어놨는데 그 때 도어락 열리는 소리가 났다. 응? 동거인이 온 건가? 그럴 리 없는데? 이상하다 싶어 나가봤더니, 형광등을 교체하러 온 분들이었다. 며칠 전부터 형광등을 LED로 바꾸고 있었거든.
    룸 메이트 방 쪽을 교체하고 있는 동안 내 방에 있는 건 내가 뜯어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건 하는 쪽이 나으니까. 아침부터 땀을 비오듯 쏟고 있었기에 냉장고에 있던 시원한 물을 꺼내드렸다. 그 사이에 라면은 우동이 되어버렸고. ㅋㅋㅋ

  • 저 분들이 가고 나서 프린터로 뽑은 종이를 문에 붙였다. 노크하면 안 들리니까 벨 누르라고. 그리고 나서 잠을 청했는데  당최 못 자겠더라.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를 못 들을까 싶어서. 결국 컴퓨터를 켜놓은 채 멍 때리고 있었는데 바이크 소리가 난다. 응? 바이크? 밖을 보니 우체국이 맞다. 에? 바이크로 왔다고?




  • 잠시 후 우체부 아저씨가 문을 두드린다. 분명히 노크하지 말고 벨을 눌러 달라고 했는데 또 노크한다. 다행히 소리를 들어서 문을 열었더니 어제도 벨 눌렀는데 없었다고 하신다. 그래서 어제는 사람이 아예 없었다고 말씀 드렸다.
    숙소 공사를 누가 했는지 모르겠는데, 두 개의 집 출입문 사이에 화재 경보기가 있다. 그 대각선 아래에 벨이 붙어 있는데 이게 비상 벨처럼 생겨 먹었다. 나 같아도 화재 경보기인 줄 착각하게 생겼더라. 대체 무슨 센스인지. -ㅅ-

  • 도착한 건 서류 봉투였다. 택배인 줄 알았는데 말이지. 보낸 곳을 확인해보니 이와이 치과. ㅋㅋㅋ   모토조노 선생님 아니면 치과일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 서류 봉투를 뜯어보니 편지가 나왔다. 편지와 자그마한 풍경이 들어있었는데, 그냥 편지 봉투에 넣어 보내려다가 우체국에서 EMS용 봉투에 넣을 것을 권한 게 아닌가 싶더라.



직접 그린 라이언 그림과 한글이 있었다. 다들 귀여우시다니까. ㅋ


조립식 풍경. 제대로 소리가 날까 의심스럽게 생겼지만 의외로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멋지다!



  • 치과에서 공짜로 치료해 준 것도 아니고, 돈 낼 거 다 내면서 치료 받았는데 뭔 택배까지 보내냐고도 하더라만은. 그만큼 친절함이 인상 깊었다.
    한국에서 치과 가는 게 두려운 건 통증보다는 혼나기 싫어서였다. 대체 치아 관리를 어떻게 한 거냐고 항상 혼났으니까. 돈 내고 야단 맞는 기분이라 영 언짢았다. 혹은 컨베이어 벨트에 실린 고깃덩어리의 기분을 느껴야 했다. 치료를 받는 게 아니라 무성의한 작업자에 의해 수리 받는 기분. 게다가 대형 병원에 가면 의사가 아니라 간호 조무사가 치료에 개입하는 것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제대로 치료를 받는 기분이었다. 말도 잘 안 통하는데 세세하게 치료 과정을 설명해주고, 치료 전에 어떤 과정을 어떤 이유로 치료하겠다고 다 말해주고.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해주고. 그게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 학교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2주간 수업을 날려먹은 것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나중에 열흘 동안 무료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아무 때나 가는 건 아니고, 미리 일정을 조율해야 한다. 올해는 틀린 것 같고, 내년에나 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래도 회사에서 교육으로 인정을 해주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면 결국 내 휴가를 쓰고 다녀와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2주니까 최소 열흘은 휴가를 써야 한다. 교육이 끝나고 며칠 여행 다닐 것을 감안해서 15일 정도 휴가를 쓸까 싶은데, 그렇게 하면 주말 세 번을 끼고 21일을 쉴 수 있게 된다. 그 때 병원에 다시 들러 간단한 치료를 받는 건 어떨까 싶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게 일본에 가면 무비자로 가는 거니까 당연히 의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거든. 의료 보험 없이 치료 받으면 비싸지 않을까 싶더라고. 일단 병원에 가서 인사를 하고 사정을 설명해볼까 싶은데, 빨라야 1년 이상 남은 얘기니까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건 이르다.
    아무튼, 단발성(?) 인연이 고마워서 선물을 보낸 건 후키야의 게스트하우스에 이어 두 번째다. 선물을 받고 모두 기뻐했다는데,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 다시 자는 건 물 건너 갔고... 일찌감치 내려가자 싶어 대충 짐 싸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전용 할인 마트로 출발. 고모가 부탁한 달팽이 크림이랑 이것저것 산 뒤 ○○으로 출발했다.


전용 할인 마트가 있는 곳의 아파트가... 오질라게 비싸 보인다. 이런 집 하나 가지고 있으면 든든하려나?


  • 평일 낮이라서 차는 거의 막히지 않았다. 어찌나 더운지 에어컨을 켜지 않을 수 없었는데, 조금만 밟으면 쾌애앵~ 소리를 내면서 RPM이 올라가는 통에 차한테 무척 미안했다. 그래도 별 탈 없이 잘 달려줬다. 스파크, 진짜 좋은 차다. 처음에는 잠깐 타고 말 차라 생각해서 그저 남의 차 같았는데, 계약한 차가 나올 기미를 안 보이다보니 조금씩 스파크에 정이 들고 있다.

  • ○○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치킨 시켜서 맥주랑 같이 먹다가 퍼질러 잤다. 낮에 거의 못 자서 그런가 바로 잠 들었다.

  • 다음 날. 열 시에 LG전자 서비스 센터에 예약을 걸어놨더랬다. 노트북에 어댑터를 연결해놔도 배터리가 소모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일본에서 이런 문제를 발견했다. 메일로 문의했더니 뻔한 답변을 하기에, '컴퓨터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지 않으니까 복붙하지 말고 질문을 좀 제대로 읽고 답변해달라.'고 다시 메일을 보내야 했다. 만날 이 짓을 반복한다. 귀찮게시리. 그렇게 한 후에야 답변다운 답변이 왔지만 결국은 서비스 센터에 가지고 오라는 거였다.

  • '어댑터를 연결해도 배터리를 소모한다', '어댑터를 연결한 뒤 자고 일어나도 100% 충전이 안 되어 있을 때가 자주 있다' 라고 증상을 얘기했더니 테스트를 하고는 그 결과를 보여준다. 어댑터를 연결했는데 배터리 상태에 마이너스 수치가 뜬단다. 그건 전원이 연결되어 있는데도 방전이 되는 거란다. 그래서 배터리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단다. 응? 난 당연히 어댑터 쪽 문제라 생각했는데?
    배터리 수명이 아직 다 되지 않았기에 교체하는 건 이르고, 가격도 13만원 이상으로 비싸니까, 일단 배터리 보호 기능을 활성화해서 80%까지만 충전되게 하고, 메인보드 바이오스를 업데이트 하겠단다. 그렇게 하면 해결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면서.

  • USB PD를 이용해서 USB C 포트에 케이블을 연결하면 정상적으로 충전이 되고, 그렇게 쓰면 배터리 소모도 없다는 얘기는 이미 했다. 아마 수리 기사는 그 부분을 간과한 게 아닐까 싶다. 전용 어댑터를 연결하면 배터리에 문제가 생기고, USB C 포트에 연결하면 괜찮다고? 충전 수단을 가리는 배터리라는 얘기인가? 궁금했지만 USB PD로는 왜 문제가 없냐고 물어보지 않았다. 그렇게 말한들, 서비스 기사를 당황스럽게 만들 뿐일 것 같았으니까. 게다가 나는 수시로 업데이트 프로그램을 확인해서 드라이버를 최신 버전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메인보드 바이오스 업데이트는 어디에서 확인하는 거지? 대체 LG의 전용 업데이트 프로그램에 나오지도 않는 걸 어떻게 확인하라는 건지. 뿐만 아니라 다운튜브인가 뭔가 하는 이상한 프로그램도 깔아놨더라. 뭐야, 대체.
    이 때 이미 어댑터 안 쓰고 USB C 포트로 충전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유선 LAN을 쓰고 있지 않아서 USB C 포트가 놀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어댑터에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인데... 올 해가 가기 전에 다시 한 번 테스트 해보고 같은 문제가 생기면 서울이나 성남 쪽 서비스 센터에 들고 가봐야겠다.

  • 그렇게 서비스 센터에서 아무 소득없이 물러나와 고모 댁으로 돌아갔다. 고모와 함께 외출하기로 했었거든. 일단 고모가 신을 운동화부터 구입하러 출발. 지금 신고 있는 신발은 밑창을 한 번 갈았는데도 다 닳아서 버릴 때가 지났다. 신발 가게에 고모와 같이 들어간 후에야 차에 손전화를 두고 왔다는 걸 알게 되어 땀 뻘뻘 흘리며 가지러 다녀왔다. 사장 영감이 자꾸 신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되도 않는 약을 팔려고 해서 짜증이 났다. 무시하면서 고모하고만 얘기했다. 나한테 뭐라 뭐라 떠들고 있는데 내가 들은 척도 안 하고 나 할 거 하니까 말하다 말고 날 부르면서 자기 얘끼 들으라는 식으로 다시 말하더라. 떠들거나 말거나. 씹었다. 딱 싫어하는 타입이다. 자기네 제품 과장하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지껄이는.

  • 나는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에서 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정작 고모께서 다른 브랜드에서 나온 신발은 못 신는다고 하시니 어쩔 수 없다. 16만원 짜리인데 12만원 달라기에 카드 긁었다. 그리고 나서 바람 쐬러 가자고 해서 호미곶 해맞이 광장까지 한 번 다녀오고. 소고기 드시고 싶다 하셔서 12만원 가까이 주고 소고기 먹었다. 집에서 드시라고 따로 조금 싸오고.
    나는 촌 놈이라 핏기만 가시면 먹어도 된다는 소고기는 부담스럽다. 그냥 바~ 싹 구워먹는 삼겹살이 최고다.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평소에 비한다면 확실히 적긴 했다. 코로나의 영향 때문이겠지.

1인분에 19,000원 하는 소고기. 등급 낮은 건 14,000원이니까 삼겹살이랑 큰 차이 없는 건가? 잘 모르겠다.


  • 고모를 집에 모셔 드린 후 다시 나갔다. 다이소에 갔는데 행거가 없어서 프라이 팬만 사들고 나왔다. 홈플러스에 가니 행거가 있긴 한데, 5만원이 넘는다. 응? 이렇게까지 비쌌던가?

  • 너무 비싸다 싶어 12,000원 짜리 이동식 행거만 사들고 왔다. 내 짐이 쌓여있는 방에 들어가 정리하기 시작. 한~ 참을 치워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한 개만 살까, 두 개를 살까 망설이다가 결국 하나만 사들고 간 행거는, 결국 두 개 사는 게 맞았다. 아쉬운대로 벽과 책장 사이에 행거를 설치했는데, 여름 옷만 좀 걸었을 뿐인데도 질질 흘러내리더라. 이틀은 고사하고 하루면 무너질 것 같더라. 그래서 더 튼튼하게 설치하고, 혹시 몰라서 못으로 받쳐 놨다. 그래도 좀 불안하다. 다음에 내려가게 되면 미리 마트에서 제대로 된 행거를 사들고 가서 설치해야겠다.

  • 방으로 돌아가 퍼질러 잔다고 누웠는데 모기가 설친다. 게다가 태블릿으로 게임한답시고 자다 깨다 해서 잠을 설쳤다.

  • 그리고 오늘. 약국에 가서 필요한 것들을 사고 국밥을 포장해서 돌아왔다. 고모와 밥을 먹은 후 바로 출발. 토요일 오전이니까 차도 안 막히고, 나름 편하게 잘 왔다.

  • 목, 금, 토요일 3일 동안 재난 지원금 40만원을 다 썼다. 돈 쓰는 거, 일도 아니네. 에휴...

  • 숙소에 오니 집이 휑~ 하다. 룸 메이트가 다음 주부터 교육을 받는데, 필요한 것들을 챙겨 일찌감치 나간 모양이다. 음... 이렇게 되면 당분간은 혼자 쓰는고만. 룸 메이트가 스트레스를 주는 타입은 아니지만 혼자 사는 쪽이 편하긴 하지. ㅋ
    아무튼. 잔뜩 들고온 것들을 다 정리하고, 샤워하면서 머리 한 번 밀고. 출근했다. 사무실에서 일 좀 하고. 축구하기 전에 퇴근. 편의점에 가서 맥주랑 골뱅이 사들고 와서 비빔면 하나 끓여먹고, 맥주 마시며 축구를 봤다.


왼쪽은 쿠팡에서 샀는데 너무 작아서 실패. 오른쪽은 다이소에서 5,000원 주고 샀다. 사진으로는 비슷해 보이네.

이 쬐끄만 깡통이 무려 5,000원. ㄷㄷㄷ

쿠팡에서 거름 채도 질렀다. 비빔면 만들어 먹을 때 없으면 불편하지.

더 이상 팔도 거 안 사도 된다. ㅋ


  • 밖에서 쏴아~ 소리가 나서 문을 열었더니 비가 엄청나게 온다. 구름 한 점 없다가 갑자기 구름이 마구 몰려오더라니, 엄청나게 쏟아지네.

  • 빗소리 듣는답시고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어놨더니 금방 온도가 오른다. 27℃ 까지 순식간. 도저히 못 살겠다 싶어 창문을 닫고 다시 에어컨을 켰다. 선풍기로 충분할 정도지만 이번에는 선풍기를 가져오지 않았다. 도저히 방에 둘 곳이 없겠다 싶어서. 전기 요금 아끼지 말고 에어컨 쓰자고 생각했다.

  • 몸이 나른~ 한 것이, 많이 피곤하다. 일찍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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