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문 앞에 뭔가 놓여져 있다. 최근에 지름신을 영접한 적이 없는지라 룸 메이트 앞으로 온 건 줄 알았는데 EMS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일본에서 왔고나!
지난 달에 일본으로 택배를 다섯 상자 보냈더랬다. 마사미 님, 나카모토 선생님, 모토조노 선생님, 쉐리 짱, 이와이 치과. 이렇게. 마사미 님, 나카모토 선생님과 쉐리 짱은 라인으로 연락이 가능했기에 잘 받았다는 메시지를 진작에 받았다. 하지만 모토조노 선생님과 이와이 치과 쪽에서는 내 라인 아이디를 모르니까, 보낼 때 썼던 영문 주소 말고는 아는 게 없을테니까, 나한테 연락을 할래야 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이와이 치과에서 보낸 편지가 도착했다. 종이로 만든 풍경을 같이 보냈더라. 모토조노 선생님도 뭔가 보내줄 거라 생각했지만 그런 걸 바라고 보낸 게 아니니까 딱히 답장이 없어도 서운해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꽤 오랫동안 소식이 없어서 그냥 그렇게 끝인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오늘 도착한 게 모토조노 선생님으로부터 온 택배였다.
사진부터 찍고 잽싸게 상자를 까봐야 하는데, SKT에 전화하느라 늦어버렸다. 상담사들이 당최 말귀를 못 알아들어서 짜증스러웠는데 택배를 열고 편지를 읽는 사이에 짜증스러운 마음이 싹 사라졌다.
내가 졸업하던 때에, 선생님도 학교를 그만둔다고 하기에 좀 의아했는데 정말로 그만두셨더라. 지금은 평범한 직장에 다니고 있단다. 직장에 다니면서 나한테 줄 선물을 사고, 평일에 우체국에 들러 국제 우편을 보내는 게 쉽지 않을텐데. 감사할 따름.
편지를 읽고 있자니 일본에서의 시간이 머리 속을 가득 채운다. 너무 그립다.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은 1학년 때의 담임이었던 나카모토 선생님이지만, 가장 오랜 시간을 같이 한 선생님은 모토조노 선생님이었다. 1, 2, 3학년 때 모두 수업에 들어오셨으니까. 1년 6개월 내내 월요일과 금요일에 수업을 들어오셨으니까.
잘 받았다고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데 연락처가 없다. 혹시나... 하고 상자를 보니 전화 번호가 있더라. 잽싸게 라인에서 전화 번호로 검색을 했는데 검색이 안 돼. ㅠ_ㅠ
게다가 여러 번 검색했더니 검색이 막혀 버렸다. 검색해보니 전화 번호를 저장하고 새로 고침을 하면 된다는 글이 보여서 그렇고나! 싶어 전화 번호를 저장했는데... 그래도 안 된다.
검색이 될까 싶어 일본 야후! 에서 검색을 했더니... 첫 페이지에 바로 나온다. ㅋㅋㅋ 흔한 이름이 아니어서 그런가? 놀라운 것은, 선생님... 리츠메이칸 나오셨더라. 게다가 대학교 때부터 이미 축구를 하고 있었다. 앳된 선생님을 보니 웃기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생일이 8월 25일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두 달 정도 남았으니 그 때에 맞춰 꽃이라도 보낼까 싶다. 그 전에 국제 전화로 내 아이디 알려드리고 라인에 추가해달라는 말 정도는 해야겠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선생님들, 친구들 만날 수 있었을텐데... 지금은 언제 여행 제한이 풀릴지 알 수가 없다.
아, 그러고보니... 일본 학교에서 발급 받은 서류들, 공증 받으라고 했단다. 어이가 없네. 일본에서는 그런 말이 없었다.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보내는 서류는 굳이 공증을 받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런데 공증을 받으라니. 한국에서 번역 공증 받으려면 A4 한 장에 30,000원 가까이 든다. 내가 번역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서류가 너, 댓 장은 되는데 다섯 장이라 하면 15만원이잖아. 안 써도 될 돈을 쓰라고 아무렇잖게 말하는 게 너무 짜증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규정이 바뀐 건가? 내일 담당자와 통화해서 확실하게 결론을 지어야겠다.
어영부영 하다보니 21시가 넘어버렸다. 모토조노 선생님의 편지를 한 번 더 읽어보고 자야겠다. 하도 괴발개발 쓰셔서. ㅋㅋㅋ
나를 떠올리면 모자와 술 밖에 생각이 안 나더란다. ㅋㅋㅋ
'『 포장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년 06월 29일 월요일 비옴 (혼자 바빴던 날 / 이해할 수 없는 승진 시스템) (0) | 2020.06.29 |
---|---|
2020년 06월 27일 토요일 맑음 (간만에 필름 끊어질 때까지 들이킴) (0) | 2020.06.27 |
2020년 06월 22일 월요일 맑음 (별 거 없는 하루) (0) | 2020.06.22 |
2020년 06월 21일 일요일 맑음 (더움!!!) (0) | 2020.06.21 |
2020년 06월 20일 토요일 맑음 (참으로 기똥찬 날씨) (0) | 2020.06.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