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포장일기 』

2020년 07월 09일 목요일 맑음 (어수선했던 하루)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7. 9.
반응형
  • 며칠 전에 옆 자리의 동료로부터 말벌이 들어와서 고생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체 말벌이 어떻게 방 안까지 들어왔나 의아했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의자 옆에 벌 사체가...




  • 꿀벌은 아닌 것 같고, 말벌 치고는 사이즈가 상당히 작긴 했는데 자는 사이에 들어와서 붕붕거리고 날아다녔다고 생각하면 뭔가 소름 끼친다. 뒤척거리는 와중에 벌이 쏘기라도 했으면, 하필 머리라도 쐈으면... 봉침 효과로 탈모가 사라졌으려나? ㅋㅋㅋ

  • 출근해서 어영부영 밥 값을 하고 있는데 큰 집 인사과에서 전화가 왔다. 제출한 서류를 확인했는데 졸업장은 3월 17일에 발급 되었는데 학기는 3월 31일까지니까 이상하다는 거다. 감찰 나오면 100% 걸린다면서. 중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은 안 그런데 왜 그러냐고.
    학교 쪽에 문의해보겠다 한 뒤 전화를 끊었다. 퇴근하고 전화를 할까 했는데 그 시각이면 사무실 사람들도 다 퇴근할 거 아냐? 그래서 공무로 외출을 끊고, 숙소로 돌아왔다. 간단히 서류를 확인한 뒤 학교로 전화. 마사미 님과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통화를 하니까 그나마 일본어로 말을 거는 게 두렵거나 하지는 않다. 올해 3월에 졸업한 학생인데 한국어가 가능한 스태프가 있냐고 물었더니 얘기하란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스태프였다. 처음 유학갈 때 종로의 유학원에서 만나 인터뷰 했던 그 분.

  • 사정을 설명하고 서류를 부탁했더니 이게 수수료가 필요한 일인지 확인해보겠다고 한다. 그리고 전화를 주겠단다. 기다리고 있으니까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수수료는 따로 내지 않아도 되는 모양. 서류는 월요일까지 보내주겠다고 하더라. 고맙다고 인사를 한 뒤 끊었는데, 끊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게 참 바보 같은 짓이다.

  • 아니, 굳이 일본의 경우를 따지지 않더라도 이해가 되는 거 아닌가? 우리나라도 2월 20일 전후로 졸업식을 한다고 해서 다음 날 바로 상급 학교에 가는 건 아니잖아? 2월 21일에 중학교 졸업했다고 22일에 고등학교 입학하지는 않잖아? 그런데 졸업장 날짜랑 학기 종료 일자가 다르니까 감사에서 지적 당할 거라고?
    그 사람들이야 감사에서 갑자기 지적 당해서 어버버하는 것보다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게 나을테니 저렇게 하는 것일테지만, 진짜... 인사는 답이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나마 바뀐 담당자가 말이 좀 통하는 사람이라 망정이지, 그 전 담당자 같았으면 사무실에서 또 언성 높이고 짜증낼 뻔 했다.

  • 아무튼. 별로 걱정 안 한다. 휴직 연장을 신청하고, 통과된 뒤 취소하고, 이런저런 요청에 응할 때마다 짜증스러웠는데 걱정한 것 이상으로 잘 풀렸으니까. 사실 그렇게 걱정할 일이 아니기도 하고. 내가 휴직 기간을 악용했다고 몰고 가려면 그만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잖아? 졸업장에 찍힌 날짜는 졸업식 날짜일 뿐이고, 실질적인 유학 기간은 3월 31일까지가 맞으니까.

  • 그나저나, 학교 쪽도 참 짜증스러울 것 같다. 남들은 재학 중에 한 번 발급 받을까 말까 한 서류를 반기에 한 번씩 받아가는데다 전화로까지 귀찮게 만들고 있으니... 뭐, 남의 돈으로 공부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다.

  • 오후에는 인사 이동 발표가 있었다. 여기 오래 머문 사람들이 줄줄이 다 떠나게 되었는데 떠나는 만큼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서, 다시 말하면 머릿 수가 줄어들게 되어서 골치 아파질 것 같다. 이 와중에 살아남은 것들은 또 살아남고. 만날 공정한 심의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빠져나가는 사람들은 다 빠져나간다. 에휴...

  • 인사 이동 발표 때문에 어수선했다. 남아서 공부 좀 하다가 돌아왔다.

  • 박원순 시장이 실종 상태라는데... 뜬금없이 무슨 일인지.







  • 반에서 1등 하는 친구가 20등 하는 친구한테 '너 진짜 공부 잘한다~' 라고 하면, 20등 하는 친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 물론 1등 하는 친구에게는 조롱이나 비아냥거리는 의도가 1도 없다. 20등 하는 친구가 평소 노력하는 걸 아니까 응원하는 차원에서? 뭐, 아무튼.
    보통은 고맙다거나 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며 겸손한 반응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네가 뭘 좀 아네. 내가 좀 하지.' 라고 건방을 떤다면 어떨까? 만약 그걸 반에서 5등 하는 친구가 보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 나보다 한~ 참 어린 동료가, 나한테 운동 신경 있다면서 칭찬을 하더라고. 뭐랄까, 좀 어이가 없었다랄까? 내가 백령도에서 비 오는 날에도 공 차면서 미친 듯 날뛸 때 걔는 코 찔찔이 초등학생이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참으로 같잖은데, 문제는 세월이지. 세월이 흘러 그렇게 된 거다. 내가 여전히 그 동료를 코 찔찔이 초딩이라 생각한다면, 나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인간 밖에 안 되는 거지. 나이 먹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 모두가 나이를 고려해서 적당히 봐주면서 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혼자 날뛰는 걸 보면 좀 어이 없기도 하고, 왜 저러나 싶기도 하고. 역시나 근사하게 나이 먹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나 싶기도 하고. 참, 어렵고만.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