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옆 자리의 동료로부터 말벌이 들어와서 고생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체 말벌이 어떻게 방 안까지 들어왔나 의아했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의자 옆에 벌 사체가...
꿀벌은 아닌 것 같고, 말벌 치고는 사이즈가 상당히 작긴 했는데 자는 사이에 들어와서 붕붕거리고 날아다녔다고 생각하면 뭔가 소름 끼친다. 뒤척거리는 와중에 벌이 쏘기라도 했으면, 하필 머리라도 쐈으면... 봉침 효과로 탈모가 사라졌으려나? ㅋㅋㅋ
출근해서 어영부영 밥 값을 하고 있는데 큰 집 인사과에서 전화가 왔다. 제출한 서류를 확인했는데 졸업장은 3월 17일에 발급 되었는데 학기는 3월 31일까지니까 이상하다는 거다. 감찰 나오면 100% 걸린다면서. 중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은 안 그런데 왜 그러냐고.
학교 쪽에 문의해보겠다 한 뒤 전화를 끊었다. 퇴근하고 전화를 할까 했는데 그 시각이면 사무실 사람들도 다 퇴근할 거 아냐? 그래서 공무로 외출을 끊고, 숙소로 돌아왔다. 간단히 서류를 확인한 뒤 학교로 전화. 마사미 님과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통화를 하니까 그나마 일본어로 말을 거는 게 두렵거나 하지는 않다. 올해 3월에 졸업한 학생인데 한국어가 가능한 스태프가 있냐고 물었더니 얘기하란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스태프였다. 처음 유학갈 때 종로의 유학원에서 만나 인터뷰 했던 그 분.
사정을 설명하고 서류를 부탁했더니 이게 수수료가 필요한 일인지 확인해보겠다고 한다. 그리고 전화를 주겠단다. 기다리고 있으니까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수수료는 따로 내지 않아도 되는 모양. 서류는 월요일까지 보내주겠다고 하더라. 고맙다고 인사를 한 뒤 끊었는데, 끊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게 참 바보 같은 짓이다.
아니, 굳이 일본의 경우를 따지지 않더라도 이해가 되는 거 아닌가? 우리나라도 2월 20일 전후로 졸업식을 한다고 해서 다음 날 바로 상급 학교에 가는 건 아니잖아? 2월 21일에 중학교 졸업했다고 22일에 고등학교 입학하지는 않잖아? 그런데 졸업장 날짜랑 학기 종료 일자가 다르니까 감사에서 지적 당할 거라고?
그 사람들이야 감사에서 갑자기 지적 당해서 어버버하는 것보다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게 나을테니 저렇게 하는 것일테지만, 진짜... 인사는 답이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나마 바뀐 담당자가 말이 좀 통하는 사람이라 망정이지, 그 전 담당자 같았으면 사무실에서 또 언성 높이고 짜증낼 뻔 했다.
아무튼. 별로 걱정 안 한다. 휴직 연장을 신청하고, 통과된 뒤 취소하고, 이런저런 요청에 응할 때마다 짜증스러웠는데 걱정한 것 이상으로 잘 풀렸으니까. 사실 그렇게 걱정할 일이 아니기도 하고. 내가 휴직 기간을 악용했다고 몰고 가려면 그만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잖아? 졸업장에 찍힌 날짜는 졸업식 날짜일 뿐이고, 실질적인 유학 기간은 3월 31일까지가 맞으니까.
그나저나, 학교 쪽도 참 짜증스러울 것 같다. 남들은 재학 중에 한 번 발급 받을까 말까 한 서류를 반기에 한 번씩 받아가는데다 전화로까지 귀찮게 만들고 있으니... 뭐, 남의 돈으로 공부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다.
오후에는 인사 이동 발표가 있었다. 여기 오래 머문 사람들이 줄줄이 다 떠나게 되었는데 떠나는 만큼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서, 다시 말하면 머릿 수가 줄어들게 되어서 골치 아파질 것 같다. 이 와중에 살아남은 것들은 또 살아남고. 만날 공정한 심의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빠져나가는 사람들은 다 빠져나간다. 에휴...
인사 이동 발표 때문에 어수선했다. 남아서 공부 좀 하다가 돌아왔다.
박원순 시장이 실종 상태라는데... 뜬금없이 무슨 일인지.
반에서 1등 하는 친구가 20등 하는 친구한테 '너 진짜 공부 잘한다~' 라고 하면, 20등 하는 친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 물론 1등 하는 친구에게는 조롱이나 비아냥거리는 의도가 1도 없다. 20등 하는 친구가 평소 노력하는 걸 아니까 응원하는 차원에서? 뭐, 아무튼.
보통은 고맙다거나 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며 겸손한 반응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네가 뭘 좀 아네. 내가 좀 하지.' 라고 건방을 떤다면 어떨까? 만약 그걸 반에서 5등 하는 친구가 보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나보다 한~ 참 어린 동료가, 나한테 운동 신경 있다면서 칭찬을 하더라고. 뭐랄까, 좀 어이가 없었다랄까? 내가 백령도에서 비 오는 날에도 공 차면서 미친 듯 날뛸 때 걔는 코 찔찔이 초등학생이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참으로 같잖은데, 문제는 세월이지. 세월이 흘러 그렇게 된 거다. 내가 여전히 그 동료를 코 찔찔이 초딩이라 생각한다면, 나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인간 밖에 안 되는 거지. 나이 먹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모두가 나이를 고려해서 적당히 봐주면서 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혼자 날뛰는 걸 보면 좀 어이 없기도 하고, 왜 저러나 싶기도 하고. 역시나 근사하게 나이 먹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나 싶기도 하고. 참, 어렵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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