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 큰 비가 내린다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예상보다는 덜 내린 듯 하다. 뭐, 결과를 이미 아니까 하는 얘기고... 토트넘 경기를 보고 나서 힘겹게 다시 잤고, 힘겹게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했다. 샤워하다가 '에라이, 안 가!' 하고 학교 가는 걸 포기했던 시기가 정말 행복했음을 느끼면서.
비가 제법 와서 차를 세워둔 곳까지 가는 동안 꽤 젖어버렸다. 사무실에는 평소보다 이른 시각에 도착. 시간이 참 안 간다고 생각했는데 어영부영 하루가 갔다.
한 벌에 5,000원도 안 하는 꼰대 바지의 길이가 너무 길어서, 수선을 맡기러 갔다. 밖에서 보니 불이 다 꺼져 있는 것 같아 장사하는 건지 의아했던 세탁소. 가까이 가니 비로소 안 쪽에 불이 켜져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의자를 붙여놓은 공간에 누워 계시던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신다. 14㎝ 줄여 달라 하고, 언제 찾으러 오면 되냐니까 내일 오라고 하신다.
카드만 사용했던지라 현금이 거의 없는데, 이 세탁소는 카드가 안 될 것 같은 삘. 근처에 은행도 없는데, 농협부터 들러야 하나?
미리 전화로 주문했던 통닭을 받아들고 돌아왔다. 룸 메이트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적당히 마시고 지금은 일기를 쓰는 중.
내일까지 비가 온다고 했는데 밖에 개구리 우는 걸 보니 안 올 것 같다. 모레는 스물네 시간 근무. 목요일부터 쉬는데 대만의 M쨩에게 보낼 선물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포항에 내려갈지 말지는 고민 중.
기존에 근무하던 사람들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다른 곳으로 옮겨 가게 되면서 이래저래 어수선하다. 나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지만, 아무래도 사무실 전체적인 일이다보니 아예 신경을 끌 수는 없는 일. 자꾸 나한테 새로운 일을 얹어 주려 해서 부담스럽다. 어디를 가도 과대 평가를 받는다.
인사과에서 요구한 서류 때문에 학교에 전화를 했고, 유학 가기 전부터 알고 지냈던 스태프와 연락이 됐다. 월요일에 서류를 보내주겠다더니 금요일 저녁에 보내주었기에, 한국에 오게 되면 꼭 연락 달라고 했더니 장문의 답장을 보내왔다. 일본에 오기 전에 얼마나 기대를 했는지 알고 있다, 일본에서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알고 있다, 막바지에 힘들어했는데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런 내용이 있어서 울컥! 했다.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그래도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나,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고나.
게다가 수수료 200円을 친구가 대신 내주었다. 작은 금액이지만, 부탁할 수 있는 친구가 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빨리 코로나 문제가 해결되어 고마운 친구들을 불러서 여기저기 구경시켜주고 싶다. 간절하다.
내일이 쉬는 날이었다면 오늘은 마구 퍼마시고 널부러졌을텐데... 모레가 스물네 시간 근무인지라 컨디션 관리를 해야 한다.
지금의 환경에 익숙해졌는지 꼴 같지 않아 보이는 것들도 있고... 뭐, 그렇다. 사람이 처음의 마음을 유지한 채 행동으로 옮기는 게 정말 어렵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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