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자전거를 두 번 질렀더랬다. 한 번은 MTB 흉내를 낸 하이브리드였고, 또 한 번은 로드 바이크였다. 처음 지른 녀석은 전국 일주를 목표로 산 녀석이었기에 앞 쪽에는 충격 흡수 장치(흔히 '쇼바' 라 부르는)가 없는, 맞춤형 조립 제품이었다. 앞 바퀴 쪽에 충격 흡수 장치가 있으면 속도를 잡아 먹어서 투어링 할 때 힘들다 하더라고.
익산에서 산 뒤 성남까지 가지고 올라왔는데, 거의 안 타다시피 해서 선배에게 넘겼다. 그런데... 도둑 맞아버렸다. -ㅅ-
다음에는 60만원 넘게 주고 로드 바이크를 질렀다. 원래는 출퇴근 용도로 쓰려고 했는데 막상 자전거로 출퇴근하려면 엄청 번거롭더라. 힘들고 어쩌고 하는 건 문제가 아니다. 그렇잖아도 열이 많아서 한겨울에도 땀 흘리는 체질인데,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면 샤워를 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의 직장은 그런 여건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다.
결국 가뭄에 콩나듯 탄천 따라 달려서 63 빌딩 보고 오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경기도 광주에 살 때 질렀는데 평택으로 이사갈 때까지 가지고 갔더랬지. 하지만 일본 유학이 결정되면서 친척 형 아들내미 타라고 넘겼다.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한 동안 자전거 탈 생각이 전혀 없다가... 며칠 전에 갑자기 지름신을 영접했다.
숙소에서 회사까지는 1.2㎞ 밖에 안 된다. 걸어도 되지만 3보 이상은 승차가 당연한 나이인지라, 탈 것이 간절하더라.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전동 킥보드였다. 하지만 회사에서 안 된다고 막았다. 품위 어쩌고 하면서. 대체 전동 킥보드 타는 게 왜 품위를 훼손 시킨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다. 뭐, 안 된다니까 어쩔 수 없지.
그리하여 바이크를 살까, 트위지를 살까, 별에 별 생각을 다 했지만 역시나 돈이 문제였다. 아랍 석유 부호였으면 1.2㎞가 아니라 120m도 람보르기니 타고 갔겠지. 현실은 만 원 짜리 한 장에도 벌벌 떠는, 도시 빈민인 것이다.
갈피를 못 잡고 망설이던 와중에 카카오 메이커스에서 조만간 판매를 시작한다는 전기 자전거를 보게 됐다. 어라? 예쁘잖아?
나는 성능이고 나발이고 디자인부터 보는 사람인지라, 아무리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해도 디자인이 맘에 들지 않으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깔~ 끔하니 예쁘더라. 그래서 일단 찜. 이틀인가 지나서 다시 보니 자전거 몸체에 뭔가 쓰여 있더라고. 그래서 그걸로 검색해봤더니, 그게 이름이었다. SCANIC M20.
종류는 넷이었는데 나중에 둘이 추가되어 전부 여섯. 24v 5A, 36v 5A, 36v 7.5A에 각각 검은 색과 흰 색이다. 24v니 36v니 하는 건 출력과 관계가 있다. 당연히 고출력이 좋지만 그만큼 배터리 소모가 크다. 배터리 소모를 고려해서 작은 걸로 사면, 언덕 길 오르다가 뒤로 질질 미끌려 내려가면서 후회할 지도 모른다. 뒤에 붙은 5A, 7.5A 하는 건 배터리 용량이라 생각하면 된단다. 당연히 큰 게 좋겠지. 충전 역시 덜 해도 되고.
카카오 메이커스에서 파는 건 36v 5A 모델 하나더라. 7.5A 모델은 없는지 봤더니 그건 안 팔더라고.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24v 5A 제품이 399,000원이고 36v 5A 제품이 499,000원이다. 36v 7.5A 제품은 549,000원이고. 카카오 메이커스에서는? 424,000원에 팔고 있다. 7월 29일 17시까지 주문이 가능하다 하고, 전조등(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그냥 랜턴)과 후미등을 사은품으로 준다.
대략 검색해보니 따로 사는 것보다는 싼 편인지라, 그냥 카카오 메이커스에서 주문을 했다.
전기 자전거는 PAS와 스로틀로 기능이 나뉘어진다. PAS는 페달을 밟을 때 전기의 힘이 더해져서 쉽게 쉽게 가는 거고, 스로틀은 페달을 밟지 않아도 바이크처럼 그냥 앞으로 나아가는 기능이다. PAS만 지원하는 자전거는 자전거 전용 도로를 이용할 수 있지만 스로틀을 지원하는 자전거는 자전거 전용 도로를 달릴 수 없다. 스카닉 M20은 두 가지 기능을 모두 지원한다.
PAS 기능은 유학할 때 오사카의 공공 자전거로 체험해봤는데,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정말 편하더라. 뭐, 물론 나는 스로틀만 이용하지 않을까 싶지만서도. ㅋ
배터리 잔량을 정확한 숫자가 아니라 네 단계로 표시하는 건 조금 아쉽다. 하지만 가격과 디자인으로 모든 게 용서된다.
모든 브랜드가 자기네 제품에 대해 고출력입네, 고효율입네, 자화자찬이 대단하니까 반드시 정확한 스펙을 보기 바란다. 나 같은 경우는 일단 디자인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그 다음이 접을 수 있다는 점, 그 다음이 가격이었다. 장거리를 탄다면 타이어 휠이 큰 쪽이 좋겠지만 출퇴근 용도로 쓸 거라서 20인치면 충분하다. 접어서 가지고 다니기도 좋고.
29일에 배송한다고 하더라. 7월이 가기 전에는 받을 수 있으려나? 도착하면 조립하면서 사진 찍고, 주말 동안 여기저기 타고 다니면서 간을 좀 본 다음에 다시 글 올리던가 해야겠다.
아, 혹시나해서 하는 말인데 광고하는 거 아니다. Au Tech나 카카오 메이커스한테 십 원 짜리 한 장 받은 바 없다. 돈 주고 리뷰 써달라고 하면 기똥차게 쓸 수 있는데, 당최 그런 거 안 시키더라고. ㅋㅋㅋ
요즘 연예인들이 협찬 받아놓고 아니라 하다가 쪽박을 차던데, 이건 100% '내돈내산' 이다.
자, 같이 지르고 파산의 길을 전기의 힘을 빌어 쉽게 쉽게 달려보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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