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과음했다. 편의점에서 버드 와이저 네 캔과 하이네켄 네 캔, 전부 여덟 캔의 맥주를 사들고 왔는데 축구 보면서 마시기 시작해서 한 캔 남기고 다 마셨다. 보통은 네 캔 정도 마시면 그냥저냥 됐다 하고 만족하기 마련인데 어제는 희한하게 꿀떡꿀떡 넘어가더라고. 들어가는대로 마셨더니 일곱 캔. 뭐, 맥주 주량에 비하면 그닥 많다고 할 수 없는 양이지만 아~ 무 것도 안 하고 숨만 쉬면서 마신 거니까 아무래도 취할 수밖에 없다.
쓰러지듯 퍼질러 잤고, 아침 일찍 눈을 떴다. 태블릿을 붙잡고 유튜브 영상을 보며 시간을 까먹다가 다시 잠이 들었고, 꽤 잤다 싶어 슬슬 일어날까 하고 시계를 보니 열 시가 넘었더라. 딱히 할 것도 없으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빈둥거렸고, 라면으로 해장을 했다.
꼼짝도 하기 싫어서 침대에 드러누워 있다가 5분, 10분씩 쪽 잠을 잤고 그러다보니 15시가 넘어버렸다. 마사미 님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통화를 할까 하다가 그만뒀다. 뭔가 의욕이 생기지 않아서. 대신 대충 주워 입고 밖으로 나갔다.
자전거를 세워두는 곳에 거대한 거미가 수십 마리 자리 잡고 있는데, 커버를 씌워놨는데도 어떻게 들어갔는지 오른쪽 핸들 부분에 집을 지어놨더라. 툴툴거리며 나뭇가지로 툭 치니 힘없이 그대로 떨어진다. 굶어 죽은 게 아닌가 싶더라. 자전거 커버 안으로 벌레가 들어올 리 없으니 먹을 게 없었겠지. 자전거 타이어에 바람을 넣고, 저수지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왔다. 항상 돌던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처음 돌아봤는데 자주 보던 경치인데도 역주행하면서 보내 뭔가 달라 보이더라.
싸가지 없는 차팔이 ×× 때문에 다른 차를 타야 하나 고민하게 됐다. 뭔가를 지를 때에는 디자인을 최우선으로 보는데 XC40의 디자인이 100% 만족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타본 적이 없는 SUV인데다, 안전하다는 이유, 그리고 반자율 주행이 맘에 들어 선택한 거였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다른 차가 있나 찾아봤다. 폭스바겐의 티구안은 생긴 게 맘에 안 들어서 불합격. 아우디의 SUV는 자율 주행 관련 기능이 아예 없다고 하니 불합격. 딱히 맘에 드는 차가 없다. 푸조 2008은 새로 나왔다는 녀석의 판매가 아직 시작되지 않는 것 같고, 살 생각은 없지만 알아나보자는 마음으로 현대 자동차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i30은 N 라인만 판매되고 있더라.
과거에는 다른 딜러도 고객의 대기 순번 확인이 가능했다는데, 이제는 계약한 딜러만 확인할 수 있다고 하더라. 고로, 저 싸가지 없는 ××가 나쁜 마음을 먹고 일부러 나한테 인도를 지연해도 내가 알아낼 방법이 없다. GB 형님의 지인의 지인이 볼보 딜러라고 하니, 그 쪽에 한 번 물어볼까 싶다. 올해 12월까지만 기다리고, 그 때까지 차 안 나오면 8세대 골프로 옮겨 탈까 싶다. SUV를 사서 차박하면서 여행이나 다닐까 했는데 골프도 뒷 쪽 시트가 눕혀질테니 대각선으로 자면 어떻게든 잘 수 있을 거다. 혼자 타고 다니는데, 골프도 과분하지. 죄다 빚 내서 사는 건데.
가방, 신발에 환장하는지라 충분히 가지고 있는데도 부지런히 질러댄다. 일본에서 산 가방만 여섯 개인가 일곱 개인가. 오늘 아침에 느닷없이 아디다스 마이크로 바운스라는 운동화에 꽂혔다. 179,000원 짜리인데 할인해서 판매하더라고. 그런데 흰 색은 사이즈가 없다. 그나마 있는 게 265㎜ 더라. 5㎜ 정도는 작게 신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놨다. 저수지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와서 지르려고 했지. 그런데... 30분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팔려버렸는지 다녀와서 확인하니까 구입 불가라고 뜨더라. 확인해보니 사이즈가 없는 걸로 뜬다. 허...
다른 사이트를 여기저기 들락거렸는데 죄다 사이즈가 없다. 맞는 사이즈가 있는 곳도 몇 군데 있긴 했는데 너무 비싸게 팔더라. 아디다스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107,400원에 팔고 있는데 그것보다 비쌌다.
회사에 신고 다니려고 3만원도 안 하는 구두 비스무리한 신발을 샀는데 싸구려라 그런가 사이즈가 막 늘어나서 지금은 덜그덕거린다. 어차피 회사에서는 거의 대부분 슬리퍼를 신고 있긴 하지만서도. 아무튼, 신발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운동화를 하나 사려고 한 건데, 꼰대 바지에 신으려면 검은 색을 사는 게 맞다. 하지만 자꾸 흰 색이 눈에 들어오더라. 결국 지를 핑계를 만들어내는 거지. 그마저도 사이즈가 없어서 실패.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도 나이키 러닝화 하나와 어댑트 BB는 흙 한 번 안 묻히고 고스란히 모셔두고 있는데.
아무튼, 돌아온 뒤 매 월 굵직한 것들을 하나씩 질러댔다. 운동화, 자전거, 제습기,... 이번 달은 딱히 비싼 걸 지르지 않아서 그냥저냥 카드 값 선방할 수 있을 것 같다. 9월 말부터 명절 연휴니까 보너스는 다음 달에 나오겠지?
여행도 못 다니고, PC방 가는 것도 안 되고. 한 푼, 두 푼 모아서 컴퓨터 맞출까 싶기도 하고. 차라도 나와야 주말에 여기저기 혼자 싸돌아다닐텐데... 아오...
'『 포장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년 08월 27일 목요일 비옴 (무사히 지나간 태풍 / 또 차 이야기) (0) | 2020.08.27 |
---|---|
2020년 08월 24일 월요일 맑음 (챔피언스 리그 결승 / 어영부영 지나간 하루) (0) | 2020.08.24 |
2020년 08월 22일 토요일 비옴 (또 비 / × 같은 차팔이 ㅺ) (2) | 2020.08.22 |
2020년 08월 20일 목요일 맑음 (익숙함 뒤에 붙어오는 건방짐을 조심하자!) (2) | 2020.08.20 |
2020년 08월 19일 수요일 맑음 (고마운 줄 알자!) (0) | 2020.08.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