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딱히 일찍 잔 것도 아닌데 또 새벽 네 시에 눈이 떠졌다. 일 잔 마시고 잤는데도 그랬다. 지긋지긋하다, 불면증. 남들처럼 여덟 시간, 아홉 시간, 내리 잘 수 있으면 좋겠다. 약을 먹고 자도 안 되니...
출근도 안 하는데, 좀 덜 자면 어떠냐 싶어 태블릿 붙잡고 빈둥거리다가 다섯 시가 넘어서 다시 잠이 들었다. 얼마 후 눈이 떠지기에 시계를 보니 여덟 시.
빈둥거리다가 라면 두 개를 끓여서 배를 채운 뒤 국민은행 대출 담당 부서로 전화를 했다. 토요일은 열 시부터 15시까지 상담한다고 했으니까. 전화하면서도 '그럼 저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 6일 근무하는 건가?' 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토요일은 당직 개념으로 기본 안내만 가능하다더라. 그래서 나를 담당하는 분이 없는 상황. 월요일에 다시 전화하겠다 하고 끊었다.
화장실로 들어가 머리를 깎았다. 일본에서는 머리 깎는 데 워낙 비싸니까 혼자 깎았다지만 한국에 와서도 셀프로 밀게 된다. 어차피 박박 미는 거라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근처에 머리 깎으러 갈만한 곳도 없다. ㅋ
씻고 나오니 열한 시가 넘었네. 대충 주워 입고 사무실로 향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정문 차단기가 번호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경보음을 울렸고, 근무자 두 명이 화들짝 놀라 뛰쳐나왔다. 아오, 뻘쭘해.
사무실에 들어가 잠깐 앉아 있는데도 힘들다. 원래는 두 시간 정도 있다 올 생각이었지만 한 시간 반을 간신히 채운 뒤 퇴근. 바로 하나로 마트로 가서 먹을 것들을 잔뜩 사서 돌어왔다.
마사미 님에게 메시지를 보냈더니 바로 답장이 왔다. 전화를 드리겠다고 했는데 저녁 준비를 할테니 조금만 있다가 해달라고 하셔서 잠시 청소를 하고, 그 후 전화를 드렸다. 저수지 주변을 따라 어슬렁거리며 한 시간 반 가까이 수다를 떨었다. 이걸 날마다 하면 일본어가 정말 많이 늘텐데, 그럴 수 없어서 안타깝다. 전화할 때마다 일본어가 퇴화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하긴, 날마다 다섯 시간씩 공부할 때와 하루 한 시간도 안 하는 지금을 비교하는 건 무리겠지. 안타깝긴 한데, 남들이 하루면 갈 거리를 천천히 가서 몇 달이 걸리더라도 도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세탁기를 돌렸다. 빈둥거리다가 20시부터 축구 중계를 보고 자면 되겠다. 내일은 저녁에 잠깐 돈 벌러 들어가야 하고.
지금 타는 스파크를 비교 견적 서비스에 등록했다. 300만원 정도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는 있는데 얼마나 쳐줄지. 뭐, 비싸게 쳐준다 한들 새 차가 안 나오면 팔 수가 없다. 언제 나오려나. 뭐, 9개월을 기다렸는데 며칠 정도 쯤이야... 라고 생각하지만 애가 탄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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