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30을 살 때에도, 308을 살 때에도, 은행 돈으로 샀더랬다. 버는 족족 써대는 내 인생에 모아둔 돈이 있을 리 만무하지(자랑은 아닙니다, 결코. つ´Д`)つ). 이번에도 마찬가지인지라 이미 은행 빚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0.5 억의 빚을 만들기 위한 큰 걸음을 내딛었다. 의료 보험 뭐시깽이랑 소득 어쩌고를 FAX로 보내라더라. 지금까지 FAX로 뭔가 보내라고 할 때 메일로는 안 되냐고 하면 대부분 스캔해서 보내달라고 했으니까 이번에도 당연히 될 거라 생각하고 물어봤는데... 안 된단다. FAX로만 보내야 한단다. 세상에나. 21세기에.
다행히 어지간한 서류는 집에서도 뽑을 수 있는 세상이긴 한데, 그러려면 염병할 플러그 인을 또 깔아야 한다. 뭣 같은 플러그 인을 깔고, 구라 제거기 돌려서 지우고, 그렇게 까먹은 시간을 모아 최저 시급 적용하면 몇십 만원은 될 게다. 쯧.
아무튼, 필요한 서류가 많지 않아서 금방 준비 완료. 아침에 돈 벌러 가면서 들고 갔다.
어찌어찌 오전 시간이 지나가고, 점심 시간이 되어 잽싸게 면사무소로 향했다. 출입 명부를 작성하고 체온을 잰 뒤 안으로 들어가서 FAX를 보냈다. 돈 내야 하는 줄 알았는데 무료더라. 일본이었다면 편의점에서 한 장 당 500원씩 내고 보내야 했을텐데. 우~ 리~ 나라 좋은 나~라.
면사무소에서 나와 전화를 건 뒤 확인을 했다. 잘 들어갔단다. 바깥 세상에 나온 김에 민간인들이 먹는 음식을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하나로 마트에 들러 빵을 좀 샀다. 원래는 내가 먹을 것만 살 생각이었는데 거대한 식빵을 보니 회사 동료들 주면 좋아하겠다 싶어 두 덩어리를 샀다. 빵 값이 20,000원 가까이 나왔다. 생각보다 비싸서 '회사에 들고 가지 말고 집에 모셔둘까?' 잠시 고민했다.
딜러로부터 카카오 톡이 와 있더라. 그동안 차팔이 ㅺ라고 까대더니 왜 갑자기 딜러라 부르냐고? 이 냥반이랑 통화를 했는데, 직접 만날 때나 통화할 때에는 어찌나 친절한지, 차마 못 까겠다. 아무튼. 대기 번호 6번이라더라. 2월 24일에 물어봤을 때 26번이었고, 4월 6일에 물어봤을 때 20번이었다. 8월 21일에 물어봤더니 읽고 씹은 뒤 오늘 6번이라고 답장을 보내 왔다. 2주일 걸리셨네.
난 어제 분명히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얘기했는데 대기 번호를 보내오다니, 장난하나? 욱! 해서 전화를 했다. 짜증을 잔뜩 섞어 툴툴거리고 싶었지만 기를 쓰고 예의를 지키려드는 동방예의지국의 배운 집 자제인지라 좋게 좋게 말했다. 간단히 안부를 주고 받은 뒤 대화를 이어가는데 조금만 더 기다리면 차가 나올 거라더라. 그래서 제가 전시장에 전화해서 얘기를 했는데 전달 받으셨냐고 물었더니 그제서야 해약하겠다고 하셨냐고 확인을 하더라. 그러면서 오래 기다렸는데,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는데, 해약하는 게 아깝다고 하더라. 당신이 카톡도 씹고 그래서 무시 당하는 기분인지라 해약한다는 말은 차마 목구멍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냥 기다리는 데 지쳐서 다른 차 사려고 한다고 했더니 조근조근 말리더라. 계약금 반환까지는 일주일 정도 걸리는데 다른 차 알아보고 그 차로 결정한 뒤에 다시 전화를 줘도 되니까 일단은 해약하지 말고 두자는 식으로 말을 하더라. 나도 어디 가서 말로는 안 꿀린다고 자부하는 사람인데, 역시 말로 먹고 사는 사람이라 그런가 나도 몰르게 홀랑 넘어가서 알겠다 하고 끊었다.
일단 GLA가 이번 달에 나온다고 했으니 '차 받으면 그 차 타고 전시장에 가서 계약을 취소할까?' 라는 생각도 했는데 정작 차 나오는 날짜는 알 수가 없다. 평택항에 세워두면 보관료가 나온다고 들었는데, 이미 인증 다 통과하고 그랬으면 빨리 빨리 고객들한테 인도하는 게 낫지 않나? 아무튼, 명절 전에 받게 되면 1박 2일로 짧게 포항에 다녀올까 싶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포항 가서 고모 모시고 아버지한테 갔다가 올까 싶고.
어영부영 하다가 오후도 금방 시간이 지나갔다. 저녁 밥을 먹은 뒤 사무실로 돌아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나는 병적으로 월급 도둑×을 싫어하는데 요즘은 내가 월급 도둑질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종종 들어 혼자 괴로울 때가 있다. 좀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태풍 때문에 장비 보호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그걸 일요일에 하라고 하더라. 담당자가 따로 있긴 한데 이 사람은 출근하는 데 한 시간 넘게 걸린다. 그래서 백업인 내가 그 일을 하기로 했다. 나는 숙소에서 차 끌고 가면 5분도 안 걸려서 출근할 수 있으니까. 상급자가 일요일에 출근하라 지시하는 걸 꽤 미안해하는 것 같았는데, 그런 걸로 짜증내고 툴툴거리는 건 30대 초반까지였던 것 같다. 지금은 '당연히 내가 해야지.' 라 생각한다. 그러고보면 느리긴 해도, 조금씩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일본어 공부 좀 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은행에서 연락이 와 있더라. 토요일은 열 시부터 15시까지라고 하니까 내일 오전에 통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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