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있을 때에는 샤워하는 데 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양치를 하고, 비누나 폼 클렌징으로 얼굴에 거품을 낸 뒤 면도를 하고, 세수를 한 뒤 머리를 감고 구석구석 닦는 데 저 정도 걸렸더랬다. 지금은? 지금은 10분이나 걸리나? 일단 양치와 면도를 샤워하면서 하지 않게 됐다. 화장실이 좁아서 칫솔과 면도기를 둘 곳이 없기 때문에 죄다 들고 가야 하는데 그게 엄청 불편한 거다. 그래서 머리 감고 몸만 대충 씻은 뒤 나와서 이 닦고 면도한다.
아무튼, 일곱 시에 일어나 일곱 시 반까지 사무실에 들어가는 게 빠듯하기에 알람 시간을 20분 당겼다. 그러고나서부터 여섯 시 무렵이면 혼자 일어나게 된다. 일찍 자면 세 시 넘어서, 늦게 자면 네 시 넘어서 깨는데 곧바로 자시 자도 두 시간 뒤에는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면 깊이 잠들 수가 없다. 그렇게 뒤척거리다가 출근하는 거다. 그래서 그런가, 이번 주는 굉장히 피곤하다.
오늘도 네 시에 깼고, 20분 정도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자려고 발버둥쳤다. 적당히 잤나 싶어 시계를 보니 다섯 시. 그렇게 잠을 설치다가 × 마려워서 깼다. 그런데! 하필 룸 메이트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화장실을 쓰고 있었다. 괄약근에 모든 힘을 쏟아부어 간신히 대참사를 막고 있다가, 룸 메이트가 나오는 소리를 듣자마자 뛰쳐들어갔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일곱 시가 조금 넘었더라. 딱히 바쁠 일이 없어서 적당히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점심 시간이 됐다. 안 자고 책 보려 했는데 잠이 오더라. 그래서 그냥 잤다.
수요일은 청소하는 날. 혼자 담당 구역 청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었다. 공 차자고 하더라고. 그런데 옷 갈아입고 나가려는데 공 찰 사람이 없어서 못 차겠단다. 이미 옷은 갈아입었겠다, 살살 걷기라도 해야겠다 싶었는데 마침 Y氏가 열심히 뛰고 있기에 같이 뛰었다. 세 바퀴 뛰었을 뿐인데 숨이 턱에 찼다. 그마저도 같이 뛰어서 망정이지, 혼자 뛰었으면 진작에 포기했을 거다. 운동이랑 공부는 꾸준히 하는 게 답인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샤워하고 사무실로 올라가 빈둥거리다가 저녁을 먹었다. 오늘의 메뉴는 나가사끼 짬뽕. 실제로 나가사끼 사는 사람들이 먹었다면 맵다고 난리도 아니었을 거다. 하지만 내 입에는 아주 딱! 진짜... 밥 때문에라도 다른 데 못 가겠다. 회사 그만두면 식당 아줌마들이랑 나가서 밥 집 차리고 싶다.
사무실에 잠깐 앉아있다고 퇴근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좀 조용했다 싶었는데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찌질이가 조용한 날이었다. 찌질일도 있었나 싶었을 정도로 조용했고. 찌질삼만 더럽게 떠들어댔다. 셋 중 둘이 닥치고 있으니까 이렇게 평온하고 좋고만. 찌질삼은... 점점 더 가관이다. 밉다, 밉다 하니까 점점 더 미워지는 것 같다. 뒤에 차들이 줄줄이 따라가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뮝기적거리며 가는 꼴도 보기 싫고. 아오.
퇴근해서 확인해보니 오늘도 차와 관련된 소식은 없더라. 은행에서 전화가 왔던데 내일 사무실에서 전화해봐야겠다. XC40 기다리는 것도 언제 나오나, 언제 나오나 하면서 애가 닳았는데, 다른 차로 마음을 바꾸고 나서도 똑같으니... 그나마 이번 달에 나온다고 했으니 희망을 갖고 있긴 한데 ⅓이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다.
그나저나, 의료보험공단에서는 대체 왜! 매 달 30만원씩 추가로 가져가는 건지 알 수가 없네. 여기도 내일 전화해봐야겠다. 아, 그러고보니 ○○○ 검사 관련해서 메일 계정을 만들었는데 승인까지 최대 세 시간 걸린다면서 그 이상이 지났는데도 승인이 안 났더라. 어제 오후에 담당자한테 전화했더니 처리해주겠다고 했거든. 그런데 오늘도 안 됐더라고. 다시 전화했더니 아프다고 병가 갔다더라. 우리 회사는 인사를 비롯한 지원 파트가 죄다 쓰레기다. 아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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