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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0년 09월 11일 금요일 비옴 (책임감 / 다큐멘터리 / 개소리)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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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에 깼다. 네 시에 눈이 떠졌고 물을 마신 뒤 다시 자려고 했지만 좀처럼 잘 수 없었다. 뒤척거리며 자는 둥 마는 둥 두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어째 불면증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 그러고보면 다른 사람들이 터가 안 좋네 어쩌네 하는 걸 들은 것 같다. 잠을 설치는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터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얘기를 안 믿는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 반대로 누워 잘 생각이다. 발 놓던 곳에 머리를 둘 수 있냐고? 방금 발 닦은 수건으로 다시 얼굴 닦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다, 내가. 수지부모(受之父母)한 신체발부(身體髮膚)인데 공평한 거지. ㅋㅋㅋ

  • 회사에 갔더니 ○○○를 돌린다더라. 안 바쁘면 내려오라고 했다. 1도 안 바빴다. 진짜, 한가하고 한가하며 한가했다. 하지만 내려가지 않았다. ○○○ 업무는 분명 그 사람의 일이고, 그 사람을 보조할 사람도 왔으니까, 굳이 내가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 문제가 있는 건지 잘 안 되는 것 같더라. 나한테까지 전화해서 물어보고 그러던데, 뭔가 맘대로 안 되는 모양. 그러거나 말거나, 잘 하겠지~ 하고 말았다. 그런데...

  • 점심 시간에 와서는 자기가 좀 해보다가 갈 건데 안 되면 좀 봐달란다. 이게 뭔 소리인가 하면, 안 나오는 ×을 싸보려고 기를 써보겠다, 하지만 적당히 안 나오면 나는 포기할테니 네가 대신 싸라, 대충 이런 이야기다. 아니, 내가 왜 당신 ×을 대신 싸야 해? 게다가 남들 다 쉬는 점심 시간에?

  • 몹시 짜증이 났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점심 시간이 반 쯤 남았을 무렵 내려갔더니 일단 됐다고는 하는데, 내가 볼 때에는 여전히 안 된 상태였다. 점심 시간이 끝나고, 옆 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뭐가 영 안 좋단다. 그래서 다시 내려갔다.

  • 설정 값을 이리저리 바꿔보니 오전보다는 나아졌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체크하고 있던 와중에 전화가 왔다. 통화를 하고 나서 보니 설정 값이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바꿔놨다. 지금까지 1 = A, 2 = B였는데 이번에는 반대였던 거다. ○○○ 업무 담당자는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설정해놓고 점심 시간에 퇴근해버린 거고.

  • 뭐가 그리 급할까 싶은데, 어쨌든 내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 업무인데, 자기가 마무리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 간다는 게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 나 같으면 절대 그렇게 안 했을 거다. 하지만 입장이 다르니까. 나는 홀 몸이지만 저 사람은 가정이 있다. 서로 다른 상황을 이해해야 할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혼자 산다는 이유로 회사에 남아 노동력을 갈아 넣고, 저 사람은 가정이 있으니 하던 일을 떠넘기고 가도 된다고? 나중에 나이 먹고 골골거릴 때 아들이든, 딸이든, 아버지~ 하면서 병 수발 들 때 나는 모아둔 돈 없으면 골방에서 덜덜 떨다 죽어야 할지도 모른다. 제발, 주식이나 재테크 관련 얘기할 때처럼 활활 타올라가며 일했으면 좋겠다.

  • 그래도 조금의 양심은 남아있었던 모양인지 전화를 했더라. 잘 되냐고, 안 되면 들어오겠다고 하는데, 오전 내내 붙잡고 있다가 못 하고 간 걸 다시 만지면 되겠냐 싶어 굳이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 나이 먹으면서 예전에 지금의 나와 같은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했던 짓을 내가 고스란히 하는 걸 보고 소름 끼쳐 하곤 했는데, 제발 저 사람의 나이가 되었을 때 똑같이 무책임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운동 시간에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한국 전쟁 당시에 전쟁 고아를 동유럽으로 보낸 것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충분히 흥미로운, 주목할 만한 이야기였지만 더럽게 재미 없게 봤다. 만드는 사람의 능력 때문인 것 같다. 똑같은 소재를 가지고 팔리는 책과 졸리는 책을 만드는 거랄까?

  • 아, 그러고보니 도서관이 쉬고 있다. 2.5 단계 거리 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약한 책을 받는 건 가능하더라. 점심 시간에 보고 싶은 책을 예약했다. 내일 빌렸던 책을 반납하고 예약한 책을 받아오면 된다. 미야베 미유키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예약했다. 온다 리쿠와 오쿠다 히데오의 책은 빌릴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나저나, 다작으로 유명한 온다 리쿠는 최근 출간된 책이 없던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 밤의 피크닉 』 이 너무 엄청났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 외의 작품은 다 별로였다. 사요코 시리즈도 별로.

  • 울릉도가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나는 얼마 전까지 울릉도 여행을 가려고 했었더랬다. 하지만 바가지에 대한 안 좋은 얘기가 너무 많더라. 21세기에 쌍팔년도 마인드로 장사하는 곳이라고 했다. 한 번 울릉도를 갔던 사람이 다시 울릉도에 갈 가능성은 많지 않겠지만, 그 사람의 부정적인 의견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지는 세상이다. 그런데 다시 안 볼 사람이라고 푸대접을 하고 있다. 그런 가게가 대부분이 아니라 전부라고 하니, 일부러 돈과 시간을 들여 갈 필요가 있나 싶다. 그런 마음이니까, 태풍 피해 입었다는데도 그러거나 말거나라 생각하게 된다. 댓글 같은 걸 보면 대부분 나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인과응보라 생각한다.

  • 기자는 발로 뛰어 사실을 파악하고 그걸 전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남들이 쓴 글을 고스란히 옮기는 것들도 수두룩하고.
    최근에 술 처마시고 중앙선 넘어가서 사람을 죽인 운전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사실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면 '음주 운전으로 중앙선을 넘어가서 사람을 죽였다.' 정도가 고작일 게다. 그런데 여기에 운전자가 여성이라는 글이 붙는다. 남성이냐, 여성이냐는 사고와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실이긴 하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벤츠라고, 음주 운전한 여자의 차를 만든 브랜드가 언급된다. 소나타였다면 김 여사, 모닝이었다면 개초보 소리를 들었을 거다. 벤츠라 하니 금수저 소리가 나온다. 음주 운전한 것도 사실, 중앙선 넘어간 것도 사실, 여성인 것도 사실, 벤츠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 이나 '벤츠' 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고정화된 이미지를 불러오게 만든다. 기자라면 그런 걸 최대한 지양해야 하는데, 지향하고 자빠졌다. 게다가 저 따위 언론에 피를 볼 수 있다는 걸 간과한 사람들이 신나서 짖어댄다. 에휴...

  • 날마다 차를 검색하고 있다. XC40을 기다릴 때, 차 나오는 날이 정해지면 시간이 더 안 간다는 글을 봤다. 나는 언제 나올 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번 달에 나온다 정도로 좁혀졌을 뿐인데도 날마다 몸이 단다. 그러지 말자고 생각하면서도 날마다 검색하고 있다.
    카페를 통해 정보라도 좀 얻고 싶은데 염병할 카페는 종류가 더럽게 많고, 정보보다는 쓰레기가 압도적이다. 게다가 카페 때문에 스팸 메일과 메시지가 부쩍 늘었으니 짜증스럽다. 아무튼 카페에서 본 글에 따르면 일반 전시장에 전시되는 게 18일, 19일이라고 한다. 그 전에는 출고하지 않겠지. 전시장에 전시도 안 한 차를 출고할까 싶다. 인증도 통과했고, 평택항에 이미 들어와있고, 그럼 빨리 빨리 출고해버릴 것이지 왜 이리 뜸을 들이는지. 어찌 되었든, 검색하면 만날 리스나 렌트하라는 장사꾼들 글 뿐이다. 짜증스럽다.

  • 저녁이 되니 비가 온다. 요즘은 날씨가 무척 선선해졌다. 오전에는 정말 싸돌아다니기 좋은 날씨가 된다. 하지만 싸돌아다니지 말라는 시기니까. 아, 그러고보니 명절에 어디 가는지 조사하더라. 나는 명절 따위와 관계없이 살아왔으니까 굳이 어디로 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일단 광주 갔다가 포항에 다녀오겠다고 썼다. 명절 전에 차가 나와야 하는데 그건 확실하지 않고, 차가 나온다 한들 내려갈지 확실하지 않다. 나는 숙소에서 빈둥거리며 시간 보내는 편이 좋다.

  • 내일은 사무실에 잠깐 들어갔다가, 시내 넘어가서 책 빌려 와야 한다. 그리고 마냥 퍼질러져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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