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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0년 09월 10일 목요일 맑음 (모처럼 잔뜩 주절주절 떠들어보는 날)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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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나이로는 마흔 둘. 구차하게 만으로 따져도 마흔. 굳이 까진 머리와 나온 배를 말하지 않더라도 이젠 진짜 아저씨다.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머리는 고등학교 갓 졸업한 풋내기에서 진화하지 못했다(머리 털의 갯수를 말하는 게 아니다. ㅽ). 머리가 그 모양이니 몸뚱이도 그러할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40년이나 써온 몸뚱이가 하나, 둘, 망가지는 게 당연한데 그걸 납득하지 못하는 거다.

  • 내장 어딘가가 맛이 간 모양인지 내리 이틀을 새벽에 일어났다. × 마려워서. (; ̄д ̄)   그나마 어제는 나은 편이었다. 오늘은 다섯 시 조금 넘어서 깨고 말았다. 변기에 앉아 지구 평화와 우주의 안녕을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나왔더니 다시 자기에는 너무나도 애매한 시각이더라. 결국 불 꺼놓고 누워서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대충 씻고 돈 벌러 갔다.

  • 밖에 나가니 안개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더라. 백령도에 있을 때에는 지긋지긋한 해무였는데, 지금은 안개 낀 날도 나쁘지 않다. 뭔가 운치있고 괜찮다고 생각한다. 쉬는 날 어딘가로 차박을 떠났는데 아침에 안개가 자욱~ 하게 끼어 있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 최근에는 바쁜 일이 없다. 엄청 한가하다. 룸 메이트는 날마다 업무량이 많아서 힘들어하는데, 나는 여유롭기 짝이 없다. 뭔가 일을 하려고 해도 내 능력 이상을 요구하는지라 함부로 손댈 수가 없다. 그래도 월급 도둑놈이 되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뭔가는 하려 한다.

  • 찌질이가 어제 24시간 근무여서 오늘은 아침에만 조금 설치다 사라졌다. 찌질일도 조용하고, 어제처럼 찌질삼만 시끄럽다. 싫다, 싫다, 하니까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이 난다. 찌질삼이 나한테 딱히 모난 행동을 한 것도 아니고 해를 끼친 것도 아닌데 어찌 이리 싫을꼬?
    내가 볼 때에는 경험 때문인 것 같다. 40년을 살면서 이런저런 사람을 겪어왔으니 찌질이 삼형제와 비슷한 것들도 여러 번 본 거지. 그런데 그런 것들이 죄다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에 비슷한 유형의 사람을 보면 대충 각이 나오는 거다. 아무튼, 찌질이 삼형제가 나한테 해를 끼친 건 아니지만 가까이 할 필요가 1도 없는 것들임에는 분명하다. 계속 소 닭 보듯이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 안희정이나 오거돈, 박원순이 성 범죄를 저지르자 진보라는 것들이 저러고 있다며 까는 것들이 꽤 많더라. 진보는 절대 선이어야 하는 건가? 그렇다는 건, 보수를 자칭하는 것들은 적당히 악해도 된다는 건가?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공감 능력에 있다고 본다. 진보 진영에 서 있는 사람들이 보수 진영에 서 있는 것들보다 조금 더 공감하는 힘이 큰 거지. 예를 들어 하루종일 굶은 사람을 봤다고 하자. 주머니에는 10,000원이 있고. 굶은 사람의 배고픔에 공감해서 내가 덜 먹더라도 5,000원을 주는 사람이 진보라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며 갈 길 가는 사람이 보수다. 그럼 무작정 진보가 좋은 거냐? 지갑을 연 사람에게 가족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가족들 역시 배가 고프다. 10,000원으로 사올 라면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열다섯 개의 오징어 짬뽕을 사들고 와야 할 사람이, 달랑 일곱 개만 들고 왔다. 왜 이거 밖에 없냐고 하니까 불쌍한 사람에게 5,000원을 떼어 줬다는 거다. 굶고 있던 가족들 입장에서 속이 터지겠냐, 안 터지겠냐? 이럴 경우에는 온전히 열다섯 개를 사온 사람이 좋은 사람 아니냐?
    그렇다면, 많이 가진 사람은 다 진보가 되느냐? 그것도 아닌 것이,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어하는 게 사람이다. 월급 100만원을 받던 시절에는 돌핀 시계로 충분했다. 그러다가 월급이 300만원으로 오르니까 돌핀은 못 차고 다니겠더라. 100만원 짜리 순토를 샀다. 월급이 1,000만원으로 올랐다. 실리콘 밴드로 된 전자 시계는 도저히 찰 수 없다. 월급이 1억이 되면? 그렇게 상승 욕구는 끝이 없는 거다. 물론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드물다.
    나 같은 경우도 한 달에 ○○○만원 받고 있지만 국경없는 의사회에 기부하는 건 달랑 3만원이다. 맘 같아서는 30만원 정도는 하고 싶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갖고 싶은 걸 갖는 삶을 살려면 그렇게 할 수 없는 거다. 결국 적당히 타협하는 거다. 그 타협의 기준이, 진보가 좀 더 아래에 있다면 보수는 상당히 위에 있다는 게 큰 차이겠지.
    아무튼 진보는 절대 선이어야 하는데 죄 짓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보면 좀 안스럽다. 고등 교육을 받고도 고작 저 정도의 사고 밖에 할 수 없다는 거잖아. 게다가 저도 노동자면서 노조 까고 그러는 거 보면 참...
    (그래서 법무부 장관은 뭐냐고, 어떻게 된 거냐고 한다면, 나는 추한 그 분은 압도적으로 보수에 가까운 ×이라 생각하거든. 지금 진보로 분류되는 당에 몸 담고 있을 뿐이지 국민의짐 이상으로 공감 능력이 결여된 것들이 한, 둘이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

  • 내가 볼 때에는 찌질이의 공감 능력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 화장실 청소를 하게 되면 왜 자기가 해야 되냐고 하루종일 궁시렁거리는 거다. 아니, 저는 안 싸? 저도 이용하는 건데, 순서대로 돌아가면 청소하는 게 당연하잖아? 설사, 불만이 있다 해도 속으로 삼켜야지. 궁시렁 궁시렁. L氏가 일주일 내내 혼자 청소하고 다녔는데 찌질이가 오더니 어제 당신이 없어서 자기 혼자 청소했다며 온갖 생색을 다 낸다. 그 꼴을 보니 가관이다 싶더라. 정작 찌질이가 처 놀고 있을 때에는 L氏 혼자 청소를 했는데 말이지. 하는 꼴 보면 정말 확~ 후려치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 회사에서 인성 검사를 강요한다. 일본 유학 가기 전에 하고 처음이니까 얼추 2년 만이다. 당연히 ID와 비밀번호는 기억이 안 나는 상태. 그런데 비밀 번호를 재설정하려면 특정 메일 주소가 있어야 한다. 나는 가입이 안 되어 있어서 가입을 해야 했다. 가입을 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승인을 받아야 되더라. 신청 후 세 시간이 지나면 승인이 된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안 되었더라고. 그래서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알겠다고, 해주겠다고 했다. 퇴근할 때까지 승인이 되지 않았다.

  •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해봐도 여전히 승인 대기 상태. 다시 전화를 했더니 다른 사람이 받는다. 용건을 말하니까 아파서 병가 냈단다. 회원 가입 후 승인 때문에 그러니 메모 좀 전달해달라고 했다. 알겠다고 하더라.
    가입 신청을 한 지 3일째. 여전히 승인이 안 됐다. 다시 전화를 했더니 또 다른 사람이 받더라. 잠깐 나갔단다. 그래서 승인 문제로 전화를 했다고 하니까 전달해주겠단다. 점심 시간이 지나도록 승인이 나지 않았다. 오후에 다시 전화를 했다. 본인이 받더라. 승인 때문에 전화했다고 하니까 "아~ 해드릴게요." 하더라. 그리고 5분 지나서 확인을 해보니 바로 승인이 되었더라. 정~ 말, 진~ 짜로, 뼛 속까지 공무원이라 생각한다. 저 딴 것들이 있기에 이 나라의 공무원들은 싸잡혀 욕 먹는 미래가 창창하다. 월급 도둑× 같으니라고. ㅽ

  • 인성 검사도 문제다. 오산에 있을 때 묻는 내용에 솔직하게 답했더니 죄다 빨간 색으로 경고 뜨더라. 면담 대상이라는 거다. 인성에 문제 있다고 판단하는 건가?
    질문에도 문제가 있다. 죽고 싶었던 적이 있냐고 묻는다. 아니, 내가 40년 넘게 살았는데, 살면서 죽고 싶었던 적이 없었겠어? 자해한 적이 있냐는 질문도 있다. 나는 있다. 중 2 병이 10대 후반에 늦게 와서, 죽음의 미학입네 어쩌네 개소리하면서 자해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 질문에 그렇다고 체크하면 바로 비정상적인 인성의 소유자로 판단해버리는 거다. 아니, 하다 못해 최근 6개월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제한을 두던가. 솔직히 말하면 죄다 비정상이란다. 회사에 싫어하는 사람이 있냐고? 당연히 있지. 내가 예수냐? 싫어하는 사람 엄~ 청 많아. 회사 동료들은 나를 싫어할 것 같냐고? 내가 옆에 있는데, 나에 대해 얘기하면서 내가 걔 잘 안다면서 까임 당한 적도 있다. 회사 동료들은 다 착해? 비가 엄청 쏟아지는 날 회사 안에서 뺑소니 치는 ㅺ도 봤는데? 상식적으로 수 천 명의 인성을 검사했더니 판에 맞춘 것처럼 죄다 정상 뜨는 게 말이 안 되는 거다. 그런데 그런 말도 안 되는 결과를 강요한다. 비정상이 나오면 다시 하라 그러고. 대체 왜 시키는 거야? ㅽ

  • 한 달에 한, 두 번은 24시간 근무를 해야 한다. 이번 달에, 모든 사람이 선호하는 목요일 근무자가 나였다. 왜 목요일을 선호하느냐고? 목요일에 근무하면 금요일 쉬잖아.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3일 쉬니까 사람들이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별로.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토요일 근무도 별 생각없이 한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뭐 그런 거다. 그런데 회사 자체적인 임시 공휴일이 생기면서 24시간 근무에 변동이 생겼다. 나는 금요일로 바뀌었더라. 여러 명이 게시판 앞에 모여서 한 마디씩 해대는데 정신이 없다. '하면 하는 거지.' 라 생각해서 웅성거리는 그룹에 끼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 후, 임시 공휴일이 다시 바뀌었다. 나는 졸지에 목요일에 근무하고, 월요일까지 내리 쉬는 근무조가 되었다. 방금 전까지 웅성거리던 사람들은 또 웅성웅성. 그러게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니까 그러네. 이게 또 바뀌어서 내 근무조가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는 거라고. 4 : 0 으로 이기던 내 팀이 4 : 5 로 말도 안 되게 뒤집히는 경험도 하고 그러다보면 나처럼 초연해질 수 있지. 엣헴.

  • 너무 배가 고파서 점심에 아껴두었던 컵라면을 먹었다. 게 눈 감추듯 먹고 나니 좀 살 것 같더라. 오후에 운동하러 나가 뛰기 시작하는데 한 바퀴 뛰니까 바로 걷고 싶어졌다. 하지만 꾸역꾸역 참아냈다. 간신히 세 바퀴를 채웠고, 마저 세 바퀴를 걸었다. 나름 걷는 속도가 빠르다는 자부심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다 따라잡혔다.

  • 어제, 오늘, 고작 이틀 뛰었을 뿐인데 종아리와 허벅지도 아프고 심지어 허리도 아프다. 이건 그동안 아픈 부위의 근육을 그만큼 안 썼다는 거잖아? 나는 대체 얼마나 슬라임처럼 살았던 걸까?
    체력이든, 근육이든, 키우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을 때 멈추면 안 된다. 고통을 이겨내고 한계를 넘어서야 성장할 수 있는 거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절대 그런 짓을 안 한다. 어렸을 때 그런 짓을 하도 해서, 몸이 엄청 망가졌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젊을 때, 아직 젊으니까 괜찮다면서, 참아낼 수 있다면서, 억지로 무리해서 아예 망가진 부위(?)도 있고 수시로 고장나는 부위도 있고. 그래서 지금은 조금만 힘들면 바로 포기해버리는 것 같다. 역시... 젊어서 끌어다 쓴 부작용이 나이 먹고 나타난다.

  • 그래도, 이틀 동안 벼룩의 간 같은 운동 했답시고, 20g 정도 빠졌다. 고작 20g이 뭐냐고? 0.02㎏ 빠진 거다. 0.00002톤이 빠진 거라고. 뿌듯하다. 훗!

  • 일본에 가서 일주일 공부하고, 일주일 여행하고, 그러고 싶은데 염병할 코로나는 언제 끝날지. 당최 보이지가 않는다. 그 와중에 중국에서는 코로나 종식 선언했다고? 저 ㅺ들은 대가리 속에 뭔가 들어있긴 한 건가?
    아무튼, 여행을 하고 싶은데 해외로는 못 나가니까 결국 국내 여행인데... 차는 이번 달에 나온다는 말만 있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고, 해랑을 타자니 돈도 돈이고 최소 2인이 가야 하는 거라 고민 중이다. O 선배한테 부탁해서 같이 가면 좋은데 가정이 있는 남자라 2박 3일인가 3박 4일 짜리 여행에 200만원 가까이 쓸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무튼, 더 나이 먹기 전에 해랑은 꼭 타보고 싶어서 고민하는 중이다.

  • 밥 먹고 남아서 일 좀 하다가 퇴근했다. 일본어 공부해야 하는데, 하기 싫다.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로 미룬다. 힘내라, 내일의 나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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