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이나 쉬고 나서 첫 출근. 물론 연휴 기간에도 사무실에 가서 의자 좀 덥히다 오곤 했지만 정해진 시간까지 가서 정해진 시간에 나오는 것과는 다르지.
오늘은 칼퇴할 예정이라 자전거를 타고 갔다. 늦게까지 남아있다가 퇴근하면 어두워서 위험하니까 자전거는 안 되겠지만 밝을 때 퇴근하니까 괜찮다. 휴일에 그랬던 것처럼 정문 쪽에 자전거를 세웠더니 지켜보던 동료 직원이 거기 세우면 욕 먹을 거란다. 움찔! 해서 구석으로 옮겼다. 아닌 것 같지만 은근히 꼰대 문화가 남아 있다. 이게 우리 회사는 괜찮은데 옆 회사에서 건드리는 게 있어서 그렇다. 맘에 안 든다.
오랜만에 ○○○ 일을 했다. 담당자가 어제 24시간 근무라 오늘 아침에 퇴근해야 하거든. 내가 못한다고 하면 그 사람이 남아서 하고 퇴근해야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해도 되겠지만 무능해보이고 싶지 않았다. 할 수 있냐고 물어보기에 할 수 있다고 했다. 대신, 지난 번에 건방 떨다가 한 방 먹은 게 있으니까 최대한 겸손하게 눈 깔고 네~ 네~ 했다.
오전 시간은 금방 지나가버렸고, 점심 시간도 한숨 자고 나니 끝. 오후 시간도 금방 지나갔다. 할 일이 없어서 빈둥거리느라 힘들었다.
땡~ 하자마자 잽싸게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고, 자전거로 퇴근. 낑낑거리며 숙소에 자전거를 옮겨 놓은 뒤 곧바로 차에 탔다. 약간 떨어져 있는 마트에 갈 생각이었다. 늦게까지 남아서 일하지 않는 건 오늘과 내일 뿐이니까, 내일은 도서관에 다녀와야 하니까, 오늘 아니면 시간이 없었다.
퇴근하고 손전화를 봤을 때 상단에 티스토리 마크가 있으면 엄청 반갑다. 댓글이 있다는 얘기니까. 열에 아홉은 덕 봤다, 고맙다, 그런 내용이지만 간혹 거지 발싸개 같은 댓글이 있다. 같잖은 것들이 댓글 다는 꼬라지를 보고 싶지 않아서 논란이 될만한 글은 될 수 있으면 비공개로 쓰는 편이지만 몇 안 되는 공개 글에 개소리를 남겨놓는 ㅺ들이 있다. 그런 댓글은 당연히 반갑지 않다. 벌레만도 못한 것들한테 댓글 남기느니 그냥 삭제하는 게 편하긴 한데, 오늘 개소리 지껄인 ㅺ는 그나마 존대는 했더라. 뭐라고 한 마디 할까 고민하던 중에 국가 유공자 유족증이 생각났고, 거기에 이어 지갑을 두고 온 걸 깨달았다.
신분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으니 그대로 가서는 안 될 일. 부랴부랴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안 해도 될 짓을 하고 있다 생각하니 어찌나 짜증이 나던지. 하지만 누구 탓도 아니다. 내가 멍청한 탓이지. 주둥이를 잔뜩 내민 채 숙소로 돌아가 지갑을 챙겨들고 나왔다. 좀 전에 달렸던 길을 고스란히 다시 달려 마트에 도착. 고모한테 필요한 거 알려달라고 해서 대충 사고,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이것저것 산 뒤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은 이미 먹고 나왔기에 배가 고픈 건 아니었는데 술이 마시고파서 냉장고에 남아있던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나서 일기 쓰는 중.
요즘 등산하는 사람들은 예전처럼 아웃 도어 브랜드에 환장하지 않는단다. 그저 레깅스 하나 입고 다닌단다. '설마, 저런 스타킹 같은 걸 신고 밖을 싸돌아다닐까?' 싶었는데 청계산 가니까 젊은 처자들이 죄다 그렇게 입고 있더라.
시선 강간이라는 말도 참 웃긴 게, 그렇게 입고 다니면서 보면 본다고 질알이다. 아니, 내가 알록달록 내지는 형광 찬란한 옷을 입고 다녀서 남들이 쳐다보면, 그들에게 왜 보냐고, 시선 강간 아니냐고 하는 거랑 다를 게 있을까? 가슴이나 엉덩이가 부각되는 옷인데 그걸 쳐다보는 게 문제라고? 어두운 색이나 평범한 무늬가 아니라 요란한 색이나 무늬를 입은 게 문제라고 하는 거랑 뭐가 달라?
미니 스커트 입고 계단을 오르는데 밑에서 팬티 보겠다고 기를 쓰고 고개를 들고 기웃거리는 ㅺ들과는 다른 얘기다. 지나가다 보이는데, 내가 눈을 돌려야 해? 왜? 저들한테는 자유롭게 입을 권리가 있고, 나는 저들의 자유를 위해 시선을 돌려야 하는 의무가 있는 거야? 별, 말 같잖은.
아무튼... 실제로 보기 전까지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다. 내 가치관이나 도덕 관념과 다른 것들이 보편화되는 건 분명 당황스러운 일이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라면 익숙해지는 쪽이 편할 거다. 변화에 익숙해지지 못한 채 '나 때에는 말이야~' 라고 한다면 꼰대라고 괄시당할 뿐이지. 하지만, 변화가 부적절한 경우도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인사를 안 한다거나, 감사의 표현을 생략한다거나 하는 거.
최근에 마주칠 일이 없긴 한데 '얼음 공주' 라 불린다는 직원이 있다. 먼저 인사를 해도 아는 척 안 하고 엄청 뻣뻣하더라.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겠다 싶어 그 뒤로는 나도 인사를 안 한다. 지금까지는 멀찌감치에서 본 듯 만 듯 했을 뿐인지라 딱히 티는 안 나는데, 코 앞에서 마주쳐도 인사 안 할 생각이다. 받은대로 되돌려주는 거니까 잘못된 행동이라는 생각도 안 들고.
지난 4월에 이 곳에 처음 와서는 천국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나름 익숙해졌답시고 궁시렁거리게 된다. 생각해보면 마냥 편하고 좋은 게 있을 리 있나. 일본에서의 생활도 좋은 게 대부분이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분명 언짢은 일, 짜증나는 일은 있었더랬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스트레스 받음 뭐할 거냐고. 나한테 스트레스를 준 ㅺ는 아무렇지도 않을텐데. 오늘도 찌질이 ㅺ가 스트레스 운운하는 걸 보면서 속으로 욕을 한 바가지 퍼부어줬다. 개뿔, 일도 안 하는 ㅺ가 뭔 스트레스를 받아. 월급 도둑× 주제에.
오늘도 어영부영 지나갔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춥다는데, 어찌 되었든 내일도 자전거 타고 출근할 생각이다. 내일도 저녁 먹고 나서 바로 퇴근할 거고, 도서관에 다녀와야 한다. 책 반납하고 예약한 책 받아와야지. 그리고 나서 사무실에 다시 들어가서 잠시라도 앉아 있다 올까 싶은데, 지금 맘이 그렇지 막상 내일이 되면 안 갈 것 같다.
목요일에 퇴근하고 바로 포항 내려갔다 와야할 것 같다. 옷이랑 그 외 필요한 것들 가지고 올 시간이 그 때 말고는 없다. 9일에 다시 올라와서 쉬고, 10일은 24시간 근무. 포항 가는 걸 다음으로 미룰까도 싶은데 기온 떨어지는 걸 보면 그냥 다녀오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하다. 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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