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계획은 토요일에 사무실에 들어가서 잠시 일 좀 한 뒤 포항에 내려가는 거였다. 하지만 뮝기적거리다가 사무실에 들어갈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결국 정오가 지나 그냥 출발.
차가 뭔가 꼬질꼬질해보여서 셀프 세차장에 들러 물만 뿌린 뒤 대충 닦아냈다. 온갖 다양한 과정을 거쳐 꼼꼼하게 세차를 하는 사람들은 내가 세차하는 걸 보면 속이 터질게다. 진짜 건성으로 대충 하니까. ㅋ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세차를 마치고 포항으로 출발. 토요일 정오가 지나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차가 막힌다. 코로나 때문에 싸돌아다니지 말라고 하는데 다 헛 말이다. 단풍 구경 한답시고 미친 듯 돌아다니는 모양이다.
딱히 먹은 게 없는 것 같은데 단전 아래 쪽에서 계속 신호가 와서 휴게소를 세 번 연속으로 들러야 했다. 나이 먹을수록 오줌보가 점점 더 작아지는 듯.
포항에 무사히 도착해서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시외 버스 터미널까지 갔다. 예전에는 해병대 군장 용품을 사려면 오거리로 갔는데 지금은 전부 없어져버려서 찾아볼 수가 없더라. 그나마 시외 버스 터미널에 있는 게 내가 아는 유일한 가게. 빨간색 수건이랑 팔각 스티커를 사니 19,000원이란다. 어지간히 남겨 먹을 것이지. 에휴...
터미널까지 가는 길에 KFC를 봤다. 엄청 반갑더라. 당장이라도 들어가서 징거 버거를 먹어치우고 싶은 유혹이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고모와 같이 밥을 먹어야 하니까 참았다. 다음 날 들러서 포장해야겠다고 생각했지.
집으로 돌아가면서 손전화로 막국수를 주문하고, 얼마 후 음식을 받아 고모와 함께 수다 떨면서 먹었다. 그리고 나서 필요한 것들을 차로 옮겼는데 옮겨도, 옮겨도, 끝이 없다. 맘 같아서는 죄다 가지고 갔음 좋겠다.
고모가 돌아가시면 형들이 집을 내놓을테고, 그렇게 되면 내 짐들도 다 빼야 할텐데, 스토리지 서비스를 유료로 이용하느니 시골 변두리 원룸을 월세로 얻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재산을 불리기 위해 집을 사는 짓은 정말 양아치 짓이라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집으로 돈 벌 맘은 눈꼽 만큼도 없고, 다만 싸고 좋은 집을 얻어서 이사 안 다니고 오래 살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싶기는 하다. 지금 근무하는 곳을 떠나면 다음은 어디일지 모르니까 무리해서 집을 사는 것도 이상한 일이고.
편의점에서 산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아, 맥주 살 때 카운터 앞에서 계산하고 있는데 꼰대 두 마리가 막 밀고 들어오더니 반말로 담배 달라고 하더라. 계산하는 거 안 보이나? ㅽ 코로나로 인한 거리 두기도 염두에 두지 않고 그냥 막 들이댄다. 맘 같아서는 한 소리 해주고 싶은데, 요즘은 미친 ×들이 하도 많으니 해코지 당할까봐 걱정이 되어 화도 못 내겠다. 무례한 것들을 보고도 못 본 척 해야 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자고 일어나 고모가 차려준 밥을 먹었다. 고모가 해주는 음식들은 내 입에 별로 맞지 않아서 먹고 싶지 않은데 안 먹으면 엄청 서운해하시니까, 김이랑 닭알 프라이를 반찬으로 해서 대충 한 끼 때웠다. 그리고 나서 광주로 출발. 고모가 꾸역꾸역 돈을 쥐어주려고 해서 극구 사양했다. 지난 번에 갔을 때에도 얼마 안 된다면서 30만원이나 주더라고. 그래서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누나한테 고모 계좌를 물어봐서 거기로 50만원을 부쳐버렸다. 그 뒤로는 돈 준다고 하면 받아서 뒤에 0 하나 더 붙여 계좌로 보낸다고 한다. 그러면 나한테 돈 받기가 미안한 고모가 어쩔 수 없이 돈을 안 준다. 지금까지 고모한테 받은 게 얼만데 염치없이 또 돈을 받는단 말인가. 이제는 하찮은 거라도 내가 고모한테 드리면서 살아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티맵 운전 점수가 80점에 가까웠다. 그런데 최근에 확인해보니 50점대로 떨어져 있더라.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티맵 점수로 자동차 보험 할인이 가능해지면서 뭔가 기준을 엄청 빡쌔게 바꾼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광주에 갈 때에는 거의 모든 구간을 크루즈 기능으로 정속 주행했다. 추월할 때에만 잠깐씩 더 밟고. 그렇게 했는데도 60점 밖에 안 되더라. 5점을 더 올려야 보험 할인이 가능한 금액이 된다. 에휴...
NUGU 인공 지능을 켜면 배터리 소모가 더 심하다고 해서 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시간이 한계다. 세 시간이 지나면 20% 아래로 떨어진다. 손전화 배터리 상태가 많이 안 좋은가 싶어 확인해보니 97%로 나온다. 아직은 멀쩡한 것 같은데.
티맵 배터리 소모를 줄이는 방법을 아무리 검색해봐도 딱히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안 나온다. 게임 튜너인가를 받아서 프레임을 떨어뜨리면 된다는데 저 어플을 다운로드 받았더니 광고만 오질라게 나오고 프레임 떨어뜨리는 기능은 보이지도 않는다.
충전 케이블을 연결해서 쓰면 되겠지만 차 안에 선이 주렁주렁 늘어져 있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 그리하여, S8을 쓰고 배터리가 얼마 안 남으면 그냥 S20+로 바꿔 쓰기로 했다. 그렇게 하려면 S20+ 케이스에도 동그란 쇳조각을 붙여야 한다. 남는 실리콘 케이스가 두 개나 있으니 그 중 하나에 붙이기로 했다. 내일 차에 가서 적당히 위치 잡아 붙일 예정.
지리산 휴게소인가? 거기 들렸더니 산책할만한 길이 보여서 그 쪽으로 가봤다. 한껏 여유를 부렸다.
└ 예약한 모텔의 체크 인이 17시였기 때문에 그 시간에 맞추려고 느릿느릿 움직였더랬다.
저기 어딘가가 천왕봉이라는데. 삐쭉 솟은 구름 사이의 봉우리인가?
서있는 자리를 옮겼더니 그림이 다르게 보인다. 신기하네. ㅋ
호불호가 갈리는 음료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어찌 보면 거의 1대장 급인 솔의 눈. ㅋㅋㅋ
└ 닥터페퍼, 데자와, 맥콜, 솔의눈, 실론티, 아침햇살, 지코. 전부 좋아하는 나는 대체... -ㅅ-
(지코는 안 먹어봐서 모르겠다. 걸레 빤 물이라는 평가가 대세던데. ㅋㅋㅋ)
아버지 묘에 도착해서 가봤더니... 아~ 무 것도 없다. 해병대 스티커만 달랑 하나 남았더라. 일본 가기 전에 들러서 수건도 놓고 조화도 꽂아놨는데 관리하는 사람들이 전부 버린 모양이다. 예상대로 동생이라는 ㄴ은 코빼기도 안 비친 게 분명하다.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그렇게 울고 세상 둘도 없는 효녀 코스프레 하더니, 돌아가신 후에는 나 몰라라 한다. 개만도 못한 ㄴ이다.
인터넷으로 사뒀던 조화로 장식을 하고, 수건을 올려뒀다. 과자랑 콜라만 달랑 올려놓고. 돌아가신 분이 드실 리도 없는데 요란하게 차려봤자라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나도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에는 10년 넘게 연락조차 안 하고 살았던 천하의 불효자 아닌가? 돌아가신 뒤 애틋한 척 하고 있지만 엄청난 후레 자식인 거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엄마와도 의절하고 사는 중이니... 뭐, 나중에 후회할지언정 지금은 이게 편하다. 나에게 가족은 힘이 아니라 짐이다.
맘 같아서는 아버지 묘 앞에서 소주라도 일 잔 하고 싶은데 차가 있으니 그럴 수 없다. 미리 예약한 숙소에 가서 차를 세워두고 밖으로 나가 국밥으로 요기를 했다. 밥 먹으면서 반주로 소주 한 병 까고. 밥 먹는 내내 남자 넷이 쌍 욕을 섞어가며 시끄럽게 떠들어대서 굉장히 불쾌했다. 소주 병으로 대가리를 후려치는 상상만 수십 번을 했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들고 숙소로 복귀. 축구를 보면서 맥주를 마셨다. 자판기는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털어주는 게 제 맛. 올 시즌에 준우승하게 된다면 이번에도 포항 덕이다. ㅋㅋㅋ (역시 준우승 명가)
자고 일어나 일곱 시가 조금 넘어 출발했다. 소주 한 병 + 맥주 네 캔이 아직 혈관을 흐르고 있는 기분. 혹시라도 음주 단속하면 걸리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하며 조심스럽게 운전했다. ℓ 당 1,314원 하는 S-Oil 주유소를 지나치고 1,400원 가까이 하는 GS 주유소도 지나쳤다. 1,200원대가 분명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안 나오더라. 그 와중에 주행 가능한 거리는 점점 줄어들고. 결국 천안 삼거리 휴게소에서 SK 주유소에 들리려고 했는데... 공사중이다. 주행 가능 거리가 30㎞ 이하로 떨어지니 예상 거리조차 표시가 안 된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다행히 차가 멈추기 전에 간신히 기름을 넣을 수 있었다. 전국에 널리고 널린 게 주유소인데도 이러니, 나에게 전기차는 절대 무리.
무사히 숙소에 도착하여 싣고 온 짐을 방에 마구 흩뿌려(?)놓은 뒤 부랴부랴 약속 장소로 향했다. 다시 숙소에 돌아오니 17시 30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포항에서 가지고 온 옷들을 세탁기에 넣어 빨고, 가지고 온 짐들을 정리했다. 도저히 방 안에 다 둘 수 없어서 제습기는 거실에 둔 상자에 넣고, 책들도 다 거실로 옮겼다. 옷은 어찌저찌 간신히 걸긴 했는데... 대책이 없다.
쉬는 날 뜨끈뜨끈한 전기 장판 안에서 빈둥거리고 싶어 양모 전기 장판을 가지고 왔는데 컨트롤러가 없다. 내가 따로 보관할 리가 없는데 어디로 갔을꼬? 차에서 빠졌을 리도 없고. 환장하겠네.
방이 작으니까 컨백션 히터로 충분히 따뜻해진다. 잠깐 거실로 나갔더니 엄청나게 춥네. 역시 시골은 시골이다.
내일은 영월로 여행을 간다. 이번에 세 번째인가 네 번째인가 그럴 거다. 2012년이랑 2017년에 간 건 확실히 기억나고 블로그에 글도 있는데 그 전에는 언제 갔었는지 긴가민가 싶네. 태백에 간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태백에 먼저 갔다가 영월로 넘어갈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려면 오늘 빨리 자야 한다.
(태백까지 갔다가 영월로 가려면 여정이 너무 힘들어질 것 같다. 내일은 그냥 영월만 구경하는 걸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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